사실상 우리나라 인터넷의 관문이라 해도 과언이 아닌 포털 네이버. 사람들의 이목이 쏠리는 곳인 만큼 네이버 화면에는 수많은 광고가 걸립니다. 작년 기준으로 1시간 광고비가 약 3000만 원을 호가하는 수준이라지요. 그렇기에 지난 13일 아침부터 네이버 상단 메인 배너 광고가 거의 고정되다시피 한 것을 보고 의아하게 생각한 분이 많으셨을 줄 압니다. 요즘 같이 경제가 어려운 때 이렇게 어마어마한 광고비를 뿌릴 수 있는 곳이 대체 어디일까요? 삼성? 롯데? 아닙니다. 바로 대한민국 정부입니다. 이 광고는 경제살리기 서명운동 바로가기 배너이기 때문이지요.
출처 – 오늘의 유머
닥치고 서명이나 하라는 박근혜 정부
네이버 메인 광고 '경제살리기 서명운동 바로가기' 배너를 클릭하면 대한상공회의소로 직결되며 민생구하기 입법촉구 천만 서명운동 페이지가 뜹니다. 경제활성화 법안 통과를 위해 국민에게 서명을 요청하는 겁니다. 다들 어떻게 돌아가는 상황인지 잘 아실 테지요. 작년 정의화 국회의장이 직권상정을 거부해 논란이 되었던 바로 그 법안들을 여론몰이를 해서라도 통과시키겠다는 심산이니까요. 정부와 대통령이 민간경제단체들과 손잡고 벌이는 짓거리에 혀를 내두르게 됩니다.
출처 – 오늘의 유머
그런데 이 서명운동은 형식상 직권상정 종용처럼 문제의 소지가 많을 뿐 아니라 제대로 된 정보를 제공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허술하기 짝이 없습니다. 일단 위 서명운동란에 쓰인 "서비스 산업발전 법안 일자리 69만"이라는 내용을 눌러도 아무런 반응이 없습니다. 대체 무슨 법안이 어떻게 되어야 한다는 것인지 국민이 알 수 있게끔 설명이라도 해줘야 할 텐데, 대한민국 국민더러 너희는 아무것도 알 필요 없으니 서명이나 하라는 태도를 보이는 겁니다.
기업에 서명 할당, 선거법 위반 논란까지
문제는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18일 경제계가 주도하는 입법 촉구 서명운동에 참여해 직접 서명 퍼포먼스를 펼쳤습니다. 더구나 지난 19일에는 국무회의에서 이 내용을 직접 소개하기까지 했지요. 그러면서 국민에게 뜻을 모아달라며 사실상 서명운동에 동참할 것을 요구하기까지 했습니다.
출처 - 뉴스1
여야가 국회에서 첨예하게 대립하는 쟁점법안에 대해 국회에서 적법한 절차를 통해서가 아닌, 서명운동을 통해 그것도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독려하니 비난 여론이 나오는 건 당연한 일이죠.
출처 - 경향신문
박근혜 대통령의 입법 촉구 1000만 서명운동 독려는 공직선거법이 정한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의무를 심각하게 위반하는 일입니다. 특히 총선을 눈앞에 둔 민감한 시점에 대통령의 이런 행보를 어떻게 봐야 할까요? 2004년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탄핵심판사건 당시를 생각한다면, 현재 박근혜 대통령이 새누리당 의원이 대표 발의했거나 당론으로 채택한 법률안을 일방적으로 편드는 일은 정치적 중립의무를 위반한 행위로 탄핵감입니다. 상식적으로 생각해도 대통령은 행정부의 수반입니다. 세월호와 메르스 때는 유체이탈해서 행정부를 질타하더니 이번엔 대통령이 국회를 압박하고 나섰습니다. 정말 어디까지 비상식적일 수 있는 건지 놀라울 따름입니다.
출처 - 오마이뉴스
대통령의 비상식은 기업으로 그대로 하달됐습니다. 경제활성화 입법 촉구를 위한 1000만 서명운동이 사실상 경제단체와 소속 기업, 기관 임직원들에게 실적을 할당하는 식으로 짜고 치는 정치쇼임이 고스란히 드러났습니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여러 경제단체와 업종별 협회 그리고 기업들을 대상으로 서명운동에 협조할 것을 요청하는 문서를 보낸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대한상공회의소는 행정사항으로 각 협회, 단체가 서명 인원 일일 현황을 취합해 보내고 서명운동 추진 현수막을 제작해 부착하도록 요구했습니다. 들리는 바에 의하면 매일 상공회의소를 통해 청와대로 회사별 동의서 실적을 보고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사실상 청와대가 하청한 서명운동인 셈이죠. 삼성 사장단 등은 이미 서명 부스까지 사내에 마련하고 오프라인 온라인 서명을 할당해 독려하기 시작했습니다. 이게 무슨 자발적 서명운동입니까? 독재 시절 기업을 상대로 겁박하고, 기업은 알아서 기는 상황이 다시 연출되고 있는데요.
출처 - 경향신문
임금피크제 시행만 하고 사람 안 뽑아, 박근혜 경제민주화 빵점
출처 - JTBC
애초에 경제활성화 법안이라 이름 붙였지만, 사실상 대표적인 경제 악법입니다. 이미 도입된 임금피크제만 봐도 알 수 있는데요. 임금피크제를 도입하고도 신규 채용을 하지 않는 회사가 50퍼센트를 넘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임금만 삭감하고 신규 고용 창출을 하지 않는 사업장이 절반 이상이라는 얘깁니다. 결국 지난 19일 한국노총이 노사정 합의 무효와 파기를 선언했습니다. 생각비행은 작년에 임금피크제와 청년고용 사이에는 아무런 상관이 없고 노동자를 자르기만 더 용이하게 해줄 뿐이라는 말씀을 이미 드린 바 있습니다.
박근혜 정부는 경제를 망치는 주범이면서도 뻔뻔하게도 지난 3일 "역대 어느 정부도 하지 못한 경제민주화를 실천했다"며 자화자찬했습니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경제민주화에 대한 약속은 다 지켜지고 있다"고 자평했죠. 하지만 사실과 전혀 다릅니다. 국민의 체감온도와도 거리가 멀죠. 설문조사 결과 거의 80퍼센트의 국민이 경제민주화가 되지 않았다고 답했으니까요. 박근혜 정부는 국민의 희망과 동떨어진 경제 악법 추진을 멈추고 바닥에서부터 민생을 살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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