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월 28일 25만여 건의 미국 기밀 외교전문 폭로로 전 세계 외교가를 강타한 폭로 전문 사이트, 위키리크스( http://ko.wikipedia.org/wiki/%EC%9C%84%ED%82%A4%EB%A6%AC%ED%81%AC%EC%8A%A4, 위키피디아(KR))
현재 美 국무부는 위키리크스 접속 전면 금지 조치( http://news.mk.co.kr/v3/view.php?year=2010&no=665842, 매일경제 )를 취한 상태라는 소식이 있으며, 위키리크스 설립자인 줄리언 어산지에게 간첩법 적용이 가능한지 검토 중이라고 합니다. 왜냐하면 올 상반기 위키리크스는 이미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전쟁 관련 문서를 7만여 건이나 폭로해 미 국부부로부터 똑같은 조치를 받은 적이 있기 때문입니다.
위키리크스 파문, BBK 등 2007년 대선 이슈로 번질 수도(http://www.pressian.com/article/article.asp?page=&pg=5&Section=&article_num=20101202110120, 프레시안)
하지만 미국의 상황과 별도로 우리나라에서도 이슈가 되고 있는 이유는 바로 폭로된 25만여 건의 외교 비밀전문 가운데 한국과 관련된 내용도 포함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미국에서 한국 재벌, 정치인 관련 자료를 수집해 폭로하는 블로그 'SECRET OF KOREA'를 운영하고 계신 안치용 님께서 올려주신 내용을 보면 이 문제가 자칫 잘못하면 판도라의 상자가 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안치용 님은 작년에 효성 오너 일가가 미국에 무더기 부동산을 매입한 사실을 폭로한 바 있습니다.
이번에 위키리크스가 폭로한 문건은 노무현 정부 말기부터 이명박 정부 초기까지인 2006년부터 2010년에 집중되어 있기 때문에 어떤 내용이 확인되느냐에 따라 정계에 상당한 파문을 몰고 올 듯하다고 합니다. 이명박 정부의 아킬레스건인 BBK사건에 대한 내용이나 만사형통인 이상득-노건평의 신사협정, 노무현 전 대통령의 자살 문제 등에 대한 미국의 보고 내용에도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고 하네요. 이미 공개된 몇몇 문건에 따르면 한중관계나 남북관계를 악화시킬 수도 있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고 하여 긴장이 계속되고 있는 듯합니다.
이에 대한민국 외교라인은 지난주 미국 정부측으로부터 공개 예정인 2000여 개의 문건을 건네 받아 대응 방안을 모색 중이라고 합니다.
위키리크스 줄리언 어산지는 누구?(http://www.cbs.co.kr/nocut/Show.asp?IDX=1651083, 노컷뉴스)
진실 쫓는 운동가? 허명 쫓는 망상가?(http://news.joinsmsn.com/article/aid/2010/12/02/4407644.html, 중앙일보)
세계 외교가를 강타한 위키리크스. 당연히 그 설립자 줄리언 어산지에게도 시선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그는 어린 시절부터 유랑극단으로 살아 정기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컸는데 컴퓨터와 해킹에 매료되어 16세에 해커 단체를 조직했다고 합니다. 2006년 그는 인터넷을 통해 자신과 생각이 비슷한 사람들을 모아 내부고발 전문 사이트 위키리크스를 설립합니다. 서버는 내부고발자 보호가 보장된 스웨덴에 두었다고 하네요. 그는 스스로를 위키리크스의 편집국장이라고 일컫는다고 합니다.
위키리크스의 편집국장 줄리언 어산지는 폭로를 기반으로 한다는 점에서 100년 전 총 19회에 걸친 폭로기사로 록펠러의 석유제국 스탠더드 오일 트러스트를 해체시킨 여성 저널리스트 아이다 미네르바 타벨과 닮은 데가 있는 것 같습니다. 권력을 가진 한 대상을 끈질기게 물고 늘어지며 각종 정보를 취합해 정체를 폭로한다는 점에서 말입니다.
아이다 미네르바 타벨의 〈스탠더드 오일의 역사〉라는 폭로기사는 이미 탐사보도의 효시이자 폭로 저널리즘의 상징이 되었고, 위키리크스의 줄리언 어산지는 2009년 국제사면위원회로부터 국제 앰네스티 미디어상을 수상하였으며 올해는 《타임》이 선정한 올해의 인물 후보에 오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두 사람의 모습을 살펴보면 다른 점도 눈에 띕니다. 탐사보도의 효시인 아이다 미네르바 타벨은 철저한 조사를 바탕으로 기사를 작성하기로 유명했는데요, 스탠더드 오일과 록펠러의 실체를 다루는 폭로가사의 이면에는 문서에 대한 검증이 주를 이뤘습니다. 전국에 흩어져 있는 수천 장의 문서를 샅샅이 조사한 다음 회사 경영진과 경쟁업체 사람, 기업 규제 담당 공무원, 과거와 현재의 학술 전문가를 일일이 만나고 인터뷰해 알아낸 사실에 근거해 기사를 전개했습니다.
반면 현재 위키리크스 폭로는 익명의 제보자, 즉 내부고발자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물론 모든 정보는 자체적인 검증 시스템을 거치며 이미 공개된 내용이나 단순한 소문은 다루지 않는다고 잘라 말하고 있긴 하지만요. 한편 건네받은 정보는 국방부 기밀문서를 통째로 해킹해 빼낸 사례도 있다는 점에서 알 수 있듯 끈질긴 탐사보다는 결과를 위해 과정을 희생하는 면이 없지 않아 보입니다. 결과와 과정, 인간사에서 끊이지 않는 딜레마인 듯합니다.
그 딜레마처럼 현재 위키리크스를 대하는 시선은 언론사와 시민단체들의 옹호처럼 공공의 이익과 알 권리를 위해 싸우고 있다는 의견과 미 국무부와 법무부의 비난처럼 현실적인 국익을 무시한 무책임한 폭로라는 의견이 서로 맞서고 있습니다.
그런 위키리크스의 다음 폭로 대상은 미국의 거대 은행이라고 합니다. 현재로서는 뱅크오브아메리카가 유력시 되고 있나 봅니다.
재미있는 점은 줄리언 어산지의 투명성과 전문성을 문제 삼아 위키리크스에서 활동하던 사람들이 독립해 새로운 폭로 사이트를 만들 예정이라는 사실입니다. 어떻게 보면 폭로 사이트의 내부를 폭로하게 되는 셈입니다. 권력 분립과 적절한 견제는 민주주의의 기본 원리인 만큼 좋은 일로 보이기도 하지만, 서로 폭로를 위한 폭로만 늘어나 황색언론으로 변질되지 않을까 걱정이 되기도 합니다.
어쨌든 이런 조짐에 대해 위키리크스 측은 쿨하게 "위키리크스 같은 조직이 많아지는 것은 좋은 일로, 행운을 빈다"라고 말했다고 하네요.
내부고발자들과 컴퓨터, 인터넷에 바탕을 두고 활동하는 위키리크스. 과연 20세기 폭로 저널리즘의 상징인 아이다 미네르바 타벨처럼 의미 있는 21세기 폭로 저널리즘의 상징으로 남을 수 있을까요? 그 귀추가 주목됩니다.
오늘 다음뷰를 확인했더니 베스트에 올랐네요. 여러분의 관심 덕분입니다. 정말 감사드립니다. (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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