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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보도

8월 14일 임시공휴일 지정, 진짜 목적은 따로 있다!

by 생각비행 2015. 8. 6.

찜통더위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모처럼의 공휴일인 광복절마저 토요일이라 우울하던 찰나, 14일을 임시공휴일로 지정하라는 대통령 지시가 있었습니다. 지난 4일 휴가에서 돌아온 첫 국무회의 자리에서 박근혜 대통령은 광복 70주년을 축하하는 분위기를 조성하고 메르스 사태 등으로 침체된 내수 경기를 활성화하기 위한 목적으로 8월 14일을 임시공휴일로 지정하는 방안을 준비하라고 지시했습니다. 생각지도 않은 휴일이 생겨 반갑게 여기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과연 마냥 좋아할 일일지 의문이 듭니다.

 

출처 - 한국경제


우선 임시공휴일 지정이 갑작스레 확정되었다는 점이 의아합니다. 국가적 임시공휴일을 불과 열흘 앞두고 결정한다는 건 박근혜 정부의 행정이 전시행정에 불과함을 드러내는 일밖에 안 됩니다. 국가 차원에서 임시공휴일을 이렇게 급작스레 정해버리면 그날 연차를 낸 사람이나 휴가를 쓴 나는 어떻게 하란 말이냐 하는 개인적 차원의 아쉬움을 남기는 문제가 있습니다. 하지만 사회적으로 생각할 큰 문제는 예상치 못한 임시공휴일 지정이 내수 경기를 활성화하겠다는 목적을 달성하기보다는 오히려 실질 경제에 타격을 가하거나 삶의 현장에 혼선을 가져올 우려가 있다는 겁니다.


친기업적인(비즈니스 프렌들리) 정권의 예상과 달리 모든 사업자는 정해진 일정이 있기 마련입니다. 월간 계획, 분기 계획, 연간 계획 등이 그것이죠. 그런데 난데없이 열흘 전에 전국 단위 공휴일이 지정되면  기업 입장에서는 원래 계획이 흐트러지는 셈입니다. 어떻게 보면 정부는 온갖 생색을 다 내지만, 사실상 실질 경제에 그리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얘깁니다. 

 

일단 관공서는 14일에 100퍼센트 쉬게 되지만, 민간 기업은 재량에 맡긴다고 합니다. 기업 입장에서는 재량껏 쉬어도 문제요 안 쉬어도 문젭니다. 갑자기 쉬게 되면 앞서 말씀드린 대로 기존 일정이나 생산 계획이 틀어질 수 있고, 안 쉬면 직원들에게 통상임금의 150퍼센트에 해당하는 휴일 임금을 지급해야 하는 부담이 있습니다. 현장 실무를 맡은 기업의 직원들은 당일 일을 하더라도 관공서가 쉬기 때문에 증명서 발급 등 관공서 업무와 연계된 분야는 큰 불편을 감수할 수밖에 없습니다. 아울러 공무원과 달리 쉬지 못한다는 상대적 박탈감이 더욱 크게 느껴지겠지요.

 

출처 - 연합뉴스


기업만이 아닙니다. 교육 현장도 갑작스러운 임시공휴일 지정으로 일대 혼란에 빠졌습니다. 각종 연수시설은 일정을 조정하느라 애를 먹고 있습니다. 일선 학교도 방과후학교 등의 처리 방법을 놓고 골머리를 앓고 있습니다. 정해진 시간을 의무적으로 이수해야 하는 교육 일정을 인제 와서 취소하기도 쉽지 않은 일인데, 관공서 등은 100퍼센트 휴무라니 진퇴양난에 빠지게 되었습니다. 강의 준비를 마친 교사와 강사들도 어그러진 일정 때문에 불만이 이만저만 아닙니다.


학생들과 학부모들도 혼란에 빠지긴 마찬가집니다. 방과후학교의 경우 학생들에게 일정 시간 수업을 진행하기로 약속하고 이미 수강료를 받았기 때문에 반드시 시간을 채워야 합니다. 그런데 정해진 일정대로 진행하지 못하면 방학 중인 8월 14일은 학생들의 학원 수강 일정이 제각각이어서 모든 학생을 모아놓고 보충수업 한 번으로 끝낼 수 있는 상황이 아닙니다.


초등학교 저학년 대상의 돌봄교실은 공휴일에 문을 닫기 때문에 직장에 다니는 학부모들은 그날 아이를 어디에 맡겨야 할지 고민에 빠졌습니다. 중소기업에 다니는 사람들의 경우 임시공휴일에 쉬는 건 그림의 떡인 상황이라 상대적 박탈감은 물론 현실적으로 자식 걱정까지 해야 하는 형편입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전국적인 임시공휴일같이 큰일을 열흘도 안 남긴 시점에 갑자기 정하는 게 과연 정상적인 행정이냐며 불만을 토로하는 학부모가 많은 실정입니다.

 

출처 – 뉴스1


박근혜 정부의 주먹구구식 생색내기는 여기서 그치지 않습니다. 광복 70주년을 맞아 임시공휴일로 지정된 14일에 민자 도로를 포함한 고속도로 통행료를 면제해주겠다고 전격 발표했는데요. 이는 정부가 한국도로공사와 사전 조율도 없이 일방적으로 발표한 내용이라는 말이 나돕니다. 26조가 넘어가는 누적 적자를 떠안고 있는 한국도로공사로서는 뒤통수를 제대로 맞은 상황이라 골머리를 앓고 있을 겁니다. 같은 정부 부처끼리도 손발이 안 맞는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겁니다. 

 

고속도로 통행료 면제는 1969년 우리나라 최초의 고속도로인 경인고속도로 개통 이후 처음 있는 일일 정도로 이례적인 조처입니다. 고속도로 무료 이용에 따라 줄어드는 세수는 그렇다 치더라도 민자 도로의 통행료를 정부가 면제한다고 결정했다면 그 손실을 보전해주는 것이 맞습니다. 그런데 이 손실액마저 한국도로공사가 고스란히 떠안아야 하는 상황이어서 부채가 늘어나게 되겠지요. 한국도로공사 사장은 친박 출신 낙하산이라 대통령의 눈치를 보느라 부채를 떠안을 것을 뻔히 알면서도 정부의 발표에 이의를 제기하지 못합니다. 증세 없는 복지 타령은 여당에서조차 헛소리로 치부되는 상태인데 임시공휴일 지정에 따른 선심성 예산 낭비야말로 포퓰리즘 정치가 아닌가 싶습니다.


상황이 이런지라 정부 발표처럼 임시공휴일 지정으로 내수 경기 활성화가 이루어질지 의문이 듭니다. 대통령의 한마디로 급작스럽게 결정되는 임시공휴일이 아니라 법제화된 제도에 따라 미리 정식으로 지정되는 대체 휴일제에 따른 휴일이었다면 내수 경기 진작 혹은 활성화 효과를 예상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앞서 강조한 바와 같이 불과 열흘을 앞둔 시점에 갑작스레 결정된 임시공휴일은 사회적 혼란을 가중하는 불안 요소가 다분합니다.

 

고속도로 통행료 면제 결정만 해도 그렇습니다. 8월 14일은 여름 휴가의 정점을 이루는 시점인데, 임시공휴일 지정으로 통행료 면제까지 겹쳐 교통대란이 예상됩니다. 한국도로공사는 최악의 교통대란이 우려된다며 교통량을 예측조차 못 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습니다. 급조된 임시공휴일로 줄어든 세수에 도로에서 버리는 시간을 비용으로 환산한다면 오히려 낭비라는 역효과가 우려될 정도입니다.

 

출처 - 메트로


지난 2013년 대체 휴일에 적극적으로 반대하며 대체 휴일 하루당 경제 손실이 10조에 이른다고 설레발치던 경제계 총수들이 웬일인지 이번에는 꿀 먹은 벙어리가 되었습니다. 정식으로 도입하는 대체 휴일제조차 반대하던 그들의 주장대로라면 갑작스러운 임시공휴일은 더욱 큰 손실을 야기할 텐데 말이죠. 이번에 박근혜 정부가 14일을 임시공휴일로 지정하면서 내세운 경제효과가 1조 3000억 원이었습니다. 경제계 총수들의 계산법을 따른다면 8조 7000억 원이나 손해인 셈입니다. 그런데 재벌 총수들이 입을 꾹 다물고 있는 건 대체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요?


출처 – SBS


저희 생각으로는 8.15 특별사면에 재벌 총수들을 포함하기 위해 눈 가리고 아웅 하는 그들만의 짬짜미가 아닌가 합니다. 광복 70주년을 맞아 이번 특사는 역대 최대 규모가 될 예정입니다. 법무부가 마련한 사면 대상자 초안을 보면 경제인 사면 대상자에 SK 최태원 회장과 한화 김승연 회장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얼마 전 기사에서 불길한 예감은 빗나가는 법이 없다고 말씀드렸는데 역시나입니다. 이대로 사면 대상자가 확정된다면 박근혜 정권의 대선공약 중 하나였던 경제사범 사면 불가도 쓰레기통에 들어가게 됩니다.  

출처 - 민중의소리

출처 - 미디어오늘

출처 - 경향신문

 

휴일은 기분 좋게 쉴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런데 마음이 편치 않습니다. 국정원의 민간인 불법사찰과 같은 거대한 사건에 대해 박근혜 대통령은 침묵했습니다. 그러고는 휴가에서 복귀한 뒤 자신이 무슨 왕이나 되는 양 임시공휴일을 지정하며 국민의 시선을 딴 곳으로 돌리면서 대단한 시혜를 베푸는 모양새를 연출하고 있습니다. 그 실상은 재벌 총수들의 특별사면과 같이 정계와 재계의 뒷거래에 따른 결과임이 분명한데 말입니다. 임시공휴일을 마음 편히 쉬기는 아무래도 틀린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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