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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보도

택배차량 진입금지, 아파트 갑질의 시대!

by 생각비행 2015. 8. 5.

찜통더위를 뚫고 출근해 월요병을 견디는 직장인부터 다가오는 수능시험 날짜를 걱정하는 학생을 막론하고 일상의 행복을 선사하는 말이 있습니다. "택배 왔습니다!"라는 말이 그것입니다. 주문한 상품이 도착해도, 누군가의 선물이 도착해도 기분 좋은 일이죠. 그런데 지난 월요일 SNS에는 그런 행복을 전달하는 택배기사가 일부 택배를 반송할 수밖에 없다며 어려움을 호소해 사람들의 관심을 끌었습니다.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요?


SNS를 달군 아래의 노란 스티커는 택배사에서 붙인 것입니다. 아주 큼직하게 반송 사유를 적었습니다. 요즘 같이 어려운 때 특정 아파트 택배는 무조건 반송하겠다니 무슨 배짱을 부리는 건가 하고 의아해할 수도 있겠지만, 저간의 사정을 들어보면 안타깝게도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습니다.

 

출처 - 헤럴드경제


울산의 한 아파트 단지가 택배 차량의 진입을 막고 기사들에게 걸어서 배송하라고 통보한 것이 원인입니다. 이 아파트는 분양 당시부터 프리미엄 이미지를 구축하고자 지상에 차 없는 아파트라는 점을 홍보한 것으로 유명한데요. 이 때문에 택배 차량이 아파트 내로 진입할 수 없다고 합니다. 결과적으로 택배기사들에게 아파트 단지 바깥에 차를 세우고  걸어서 배달하도록 요구한 것이죠. 3500세대나 되는 대단지 아파트에 집중되는 수많은 택배를 정문에서 죄다 들고 걸어서 배달하라는 건 배송 시간에 쫓기는 기사들로서는 도무지 할 수 있는 일이 아닙니다. 특히 요즘 같이 찜통더위가 계속되는 여름에는 택배기사분들의 건강과 생명을 위협하는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이에 CJ대한통운, 한진택배, 현대택배, 로젠택배 등 주요 택배 업체는 이 아파트로 오는 택배에 위와 같은 노란 스티커를 붙여 반송 조치하고 있다고 합니다. 적어도 아파트 단지 내로 택배 차량이 진입은 할 수 있도록 해줘야 원활한 배달이 가능하니까요. 지하 주차장 쪽에 무인 택배함과 해당 단지로 통하는 엘리베이터가 있긴 하지만, 택배가 커서 무인 택배함에 들어가지 않는 사례가 비일비재하고 지하 주차장으로 내려가는 입구의 높이가 너무 낮아 택배 차량은 애초에 진입할 수조차 없다고 합니다. 이런 아파트의 경비실은 택배를 대신 맡아주지도 않지만, 원칙적으로 경비원이 택배를 대신 받아주는 역할을 하는 사람은 아닙니다. 결국 점점 문제가 커졌습니다.

 

출처 - 세계일보


아파트 입주민들은 택배기사면 물품을 배달하는 게 의무이기 때문에 차량 진입이 안 되면 걸어서라도 배달해야 할 게 아니냐며 불평하고 있습니다. 참 황당한 일입니다. 역지사지하면 자신들의 요구가 과연 정당한 일인지 알 수 있을 텐데요, 그럴 마음이 없나 봅니다.

 

하나에 2킬로그램 나가는 생수 6개짜리 두 묶음을 이 더위에 2500원만 받고 아파트 단지 정문에서부터 자기 집까지 나르라면 힘들어 죽겠다는 소리를 절로하게 될 겁니다. 그런데 왜 택배기사를 노예처럼 부리려는 걸까요? 해당 아파트의 상식적인 일부 입주민은 이런 조건에서는 택배를 받지 못하는 게 정상이라며 해결책을 모색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기도 했습니다.


이번에 화제가 된 울산의 아파트뿐 아니라 일전에 뉴스에 난 수원의 다른 아파트도 그렇고 지상에 공원을 조성하고 차 없는 아파트를 홍보하는 아파트 단지의 갑질은 줄곧 있었습니다. 이런 부당함이 누적되자 택배회사들도 반송이라는 특단의 조치를 취한 겁니다. 대기업의 갑질에는 쉽게 분노하면서 일상에서 우리가 하는 갑질에는 눈을 돌리는 경우가 있지 않은지 되새겨볼 일입니다. 

출처 - 경향신문 

 

출처 - EBS


왜 이런 일이 발생하는지 생각해보면 우리나라 사람 대부분에게 집이 가장 큰 재산 목록에 해당하기 때문이 아닌가 합니다. 돈을 엉덩이 밑에 깔고 옴짝달싹 못 하다 죽는다는 얘기처럼 사람들은 대개 인생의 대부분을 집을 사는 데 씁니다. 다른 곳에서 돈 나올 기미가 없다 보니 집값 등락에 일희일비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그렇기에 2012년 부산 어느 아파트에 붙은 공지문 같이 웃지 못할 이야기를 저렇게 뻔뻔히 할 수 있는 거겠죠.

 

출처 - 전자신문


고급아파트에 살며 이미지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서민이 아닌 분들이 행여라도 집값이 내려갈까 염려해 이불조차 맘대로 못 털며 살고 있습니다. 문자 그대로 집을 머리에 이고 사는 현실입니다. 같은 아파트 단지 내에서도 임대 아파트 입주자와 그 자녀를 차별하고 제 자식과 섞일까 봐 통학로까지 봉쇄하는 난동을 부리는 아파트 소식도 어제오늘 듣는 얘기가 아닙니다. 그야말로 아파트 갑질의 시대가 열리고 있습니다.


1289조에 달하는 천문학적 액수의 가계대출 태반이 저런 아파트를 사는 데 들어간 돈입니다. 이 돈이 대한민국 경제 붕괴의 뇌관으로 불리고 있죠. 대한민국의 아파트를 둘러싼 촌극이 무시무시한 사달로 폭발할 날이 그리 멀지 않은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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