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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물/일상비행

메르스 확산 속 정부의 무능을 예언한 영화들

by 생각비행 2015. 6. 11.

감염 경로가 불확실한 환자가 속출하고 일각에서 공기 전염 가능성도 제기되는 가운데 메르스로 인한 10번째 사망자가 나왔습니다. 현재 사망 10명, 확진 환자 122명, 격리자 3805명으로 메르스 사태는 다시 안갯속으로 빠져드는 형국입니다. 임신부와 경찰관까지 확진자가 나오고 진료했던 의사가 위독한 상태에 빠지는 등 메르스 사태는 다시 혼란스러운 국면을 향해가고 있는데요. 뉴스에서 보이는 외국인 관광객들의 방한 취소 러시, 붐비기로 유명한 명동과 놀이 공원의 한산한 모습은 마치 영화에나 나올 법한 장면 같습니다.

 

출처 – CJ엔터테인먼트 유튜브


이런 분위기 때문인지 최근 인터넷에선 2013년에 개봉됐던 영화 <감기>가 재조명되기도 했습니다. 메르스 확산에 따른 공포의 영향 때문이겠지요. <감기>는 개봉 당시 스토리의 설득력과 개연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평이 별로 좋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메르스 확산이란 현실로 말미암아 사회적 재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영화 <감기> 속에서 처음엔 병을 우습게 보던 사람들도 형형색색의 마스크를 쓰기 시작하고, 환자들이 나온 도시나 거리는 인적이 끊깁니다. 점차 사람들과의 접촉을 극도로 꺼리는 와중에 병의 확산이 통제되지 않는 극단적인 상황에 이릅니다. 요즘 메르스 정국을 겪고 있는 우리에게 익숙한 모습이지 않습니까? 혹자는 <감기>라는 영화에서 표현된 대통령의 판단력이 현재 한국의 현실과 비교하면 지극히 정상적이라 오히려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 아닌 지적으로 보건당국과 박근혜 정부를 비판하기도 합니다. 메르스 초동 대처에 실패하고 컨트롤타워가 부재하며 현 상황이 되기까지 지지율만 생각했던 박근혜 대통령과 정부, 여당, 보건당국은 허구인 영화 속 현실을 까마득히 뛰어넘어버렸습니다.

 

출처 – 영화 괴물


도움이 되기는커녕 상황을 악화시키지나 않으면 다행인 정부의 무능한 모습은 우리나라의 수많은 재난 영화에 등장하는 단골 메뉴입니다. 대표적인 영화는 봉준호 감독의 작품 <괴물>입니다. 굉장히 한국적인 장면으로 꼽히는 분향소 신은 세월호 참사 이후 현실의 모습으로 재현되면서 우리에게 또 다른 의미를 지니게 되었습니다. 영화 속 괴물이라는 문제 상황 앞에서 당국은 방역차로 살충제나 뿌려대고 공무원들은 뒷돈을 받으며 이권을 팔았습니다. 개인의 권리와 인권은 안중에도 없었죠. 그 와중에 언론은 끊임없이 지라시 수준의 기사를 남발합니다. 결국 영화 <괴물>에서는 사회의 최소 단위인 가족이 각자도생하며 문제에 대처하는 지극히 한국적인 모습이 펼쳐집니다.

 

출처 - KBS


지난 9일 메르스 확산 사태 속에 신음하는 대구 시민을 염려해선지 야구장에 방역차가 등장했습니다. 삼성 라이온즈 구단이 메르스를 차단하는 조치를 요구해 지역 보건소에서 방역 활동을 한 건데요. 방역은 살충 성분 약품을 경유 혹은 석유와 섞어 가열해 연기 형태로 내뿜는 연막 방식과 살충 성분을 액체 형태로 뿌리는 분무 방식의 방역이 진행됐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런 활동은 통상 모기, 벌레 등을 죽이는 데 활용될 뿐 메르스와 같은 바이러스나 세균을 죽이는 데는 사실상 효과가 없다는 게 전문가들은 말합니다. 그러니까 바이러스인 메르스에 효과가 없는 살충제만 뿌리는 쇼에 불과하다는 얘깁니다. 영화 <괴물>에 나오는 우스꽝스러운 모습이 10년이 지난 오늘날 똑같이 재현되어 뉴스에 등장하고 있습니다.


출처 – CJ엔터테인먼트 유튜브


영화 <감기>보다 한 해 앞서 개봉되어 의외의 흥행을 한 <연가시>도 있습니다. 곤충에 기생하는 연가시가 사람에게 옮아 사람을 조종하여 죽게 한다는 설정의 영화는 속도감 넘치는 전개를 보여줍니다. 그런데 그 양상이 한국 영화에서 흔치 않은 좀비 영화와 흡사한 면이 있습니다. <감기> <괴물>과 마찬가지로 <연가시>에서도 일개 가장은 가족을 지키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정부는 오늘날의 모습처럼 무능합니다. <연가시> 영화에서 사람들은 연가시 자체보다 혼란을 통제하지 못하는 정부의 무능 때문에 죽어 나갑니다.

 

출처 – 영화 아웃 브레이크


질병으로 인한 재난을 다룬 작품 중 20년 전에 개봉한 <아웃 브레이크>라는 외화가 있습니다. 더스틴 호프만이 주연한 이 영화는 당시 창궐한 에볼라를 모티브로 한 것이었죠. 에볼라 바이러스의 숙주 동물이 한국 국적의 선박인 태극호에 실려 있었다는 점 때문에 한국인들에게 충격을 주기도 했죠.


출처 – 다음 영화


최근 외화 중에는 <감기>와 같은 해에 개봉한 <컨테이젼>이 가장 현실적입니다. 기네스 펠트로가 기침하는 것으로 시작하는 영화는 전염성 바이러스가 세상에 가져올 재앙을 현실적으로 그려냅니다. 이 기침은 전 세계 각지로 퍼져 열과 호흡기 질환으로 사람들이 죽어갑니다. 공포에 몰린 사람들은 절도와 방화를 일삼고 막 개발된 백신을 손에 넣기 위해 살인도 서슴지 않습니다. 그런 상황 속에서도 영웅은 등장합니다. 바이러스에 노출되면서도 환자를 돌보는 의사, 공포로 뒤덮인 세상에서 딸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는 가장, 백신을 소년에게 양보하는 노 의사 등등 말이죠. 하지만 <컨테이젼>에서 정부와 관료들은 원인도 모르는데 시민들을 겁줄 필요가 있느냐며 예산 문제를 운운하기 바쁩니다. 언론은 이 공포를 돈벌이에 이용하기 바쁘고요.


출처 – 네이버 뉴스 댓글


요즘 세상에 현실이 허구보다 기이하다지만 박근혜 정부가 메르스를 대처하는 모습을 보면 어떻게 이렇게까지 무능할 수 있는 건지 혀를 내두를 정도입니다. 아카데미 무능상이 있다면 작품상부터 주연상까지 모두 휩쓸어버릴 수 있을 정도입니다.  

출처 - 장도리

 

메르스 때문에 외출하기 찜찜하다고 생각하신다면 주말은 집에서 앞서 소개한 영화를 하나하나 감상해보시는 건 어떨까요? 영화 감상이 현실에 대한 예습이 되지 않기를 바라면서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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