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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보도

2003년의 사스 vs. 2015년의 메르스

by 생각비행 2015. 6. 4.

메르스 의심 판정이 군(軍) 안에서도 발견되어 큰 충격을 주고 있습니다. 오산공군기지 소속 원사 1명이 6월 3일 메르스 양성 판정을 받고 군 병원에 격리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에 따라 문병을 갔던 소속 장병 100여 명도 자택 등에 격리 조처되었습니다. 군은 특성상 잘못하면 전염병이 퍼지기 쉽습니다. 그리고 군 내 상황은 안보와도 직결되는 문제입니다. 메르스 양성 판정을 받은 원사는 골절 치료를 위해 메르스 확정 판정을 받은 환자가 있던 경기 모 병원에 입원해 있었다고 합니다. 만약 박근혜 정부가 늑장을 부리지 않고 메르스 환자가 있는 병원의 정보를 공개했더라면 어땠을까요? 그랬다면 100명의 장병이 문병 갔다가 격리되는 일이 발생하진 않았겠지요.

 

출처 - 경향신문


지난 기사 <메르스 정국과 홍준표 경남지사 주민소환>에서도 밝혔듯이 메르스 대란은 세월호 참사의 재래입니다. 박근혜 정부의 무능은 이제 언급하는 것도 지칠 정도라고 말하는 국민이 많습니다. 메르스 사태를 보고 있노라면 정부가 일부러 일을 키우고 있는 게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메르스로 2명이 숨졌고, 환자는 30명으로 늘었으며, 3차 감염자까지 생겨 격리 환자만 무려 1300명을 넘기고 있습니다. 안이한 초기 대응으로 일관하던 박근혜 정부의 질병관리본부는 낙타 고기를 먹지 말고 스마트폰과 컴퓨터를 멀리하라는 등 현실성 없는 예방수칙을 내놓아 국민의 비웃음을 사고 있는 형국입니다.


출처 - 경향신문


보건복지부 질병관리본부의 말바꾸기는 점입가경입니다. 지난달 20일에는 모든 환자가 중동 지역과 연관돼 있다며 낙타와 접촉하지 않으면 괜찮다고 보도자료를 냈습니다. 5일 뒤에는 중동 지역 여행 시 낙타 등 동물과 접촉하지 말고 발열과 호흡기 증상이 있는 사람과 접촉을 피하라고 당부했습니다. 하지만 이 시점에서 중요한 것은 일반 시민이 평생 동물원에서나 볼 법한 낙타가 아니라 메르스 확진 환자 혹은 의심 환자의 철저한 관리와 격리였습니다. 그리고 그들의 동선을 파악하고 메르스 환자가 입원한 병원을 대중에 공개해 일반 시민의 접근을 막음으로써 확산을 근절해야 했습니다. 하지만 보건당국은 환자들이 자가 격리를 하도록 내버려뒀고 병원 정보는 공개하지 않고 있습니다. 여론조사 결과 80퍼센트가 넘는 사람들이 공개해야 한다고 밝히고 있는데도 말입니다.

 

 

박근혜 정부의 무능, 그 끝은 어디인가?

 

메르스는 치사율이 40퍼센트에 달하는 치명적인 병인데도 보건당국은 전파 가능성이 작다고 봤습니다. 하지만 최초 확진자로부터 무려 20여 명이나 감염된 게 현실입니다. 이 때문에 보건당국은 3차 감염은 막겠다고 약속했으나 이마저 지키지 못했습니다. 지난 6월 1일 메르스로 인한 첫 사망자 2명과 3차 감염자가 발생하자 보건당국은 또 말을 바꿉니다. 메르스가 지역사회로 확산된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핑계를 대며 현실 도피하기 바빴는데요. 이제 군에서까지 메르스 의심 판정자가 발견되는 시점입니다.

 

출처 - JTBC


무엇보다 큰 문제는 메르스에 관한 정보를 신속히 공개해도 모자랄 판국에 병원의 이익을 위해 아직도 메르스 확진 환자들이 있던 병원 정보를 비공개로 일관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정부는 무책임한 태도를 보이면서 메르스 관련 유언비어나 괴담을 퍼뜨리면 형사처분하겠다고 국민을 겁박하고 있습니다. 정확한 정보가 공개되고 정부의 대처가 확실하다면 유언비어나 괴담이 퍼질 이유가 없습니다. 하지만 정부가 무능하고 무책임한 태도를 보이니 국민은 각자도생하기 위해 정보를 공유하려 합니다. 그 과정에서 유언비어와 괴담은 발생할 수밖에 없는 일입니다. 이런 판국에 과연 누가 누구를 처벌하겠다는 건가요?


세월호 참사 당시 잃어버린 7시간처럼 박근혜 대통령은 메르스 첫 환자 발생 후 무려 14일이 지나서야 대통령 주재 긴급회의를 열었습니다. 자신이 정부의 수반이면서 정부의 초기 대응 실패를 질책하는 데만 바빴습니다. 자신의 무능과 무지로 빚어진 이번 사태와 관련해서는 그 어떤 사과나 유감 표명도 없었습니다. 

 

이에 대해 역사학자 전우용 교수는 1일 오후 자신의 트위터에 "여객선이 침몰해도 우왕좌왕, 치명적 전염병이 돌아도 우왕좌왕. 지금 이 나라를 무정부 상태로 만드는 건, 무슨 반정부 세력이 아니라 정부 자신"이라는 글을 올려 비판했습니다. 청와대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메르스와 같은 신종 감염병은 초기 대응이 매우 중요한데 전파력에 대한 판단과 접촉자 확인, 예방, 홍보와 의료인들에 대한 신고 안내 등 초기 대응에 미흡한 점이 있었다"는 발언을 하자 이에 대해 전 교수는 "조선시대 평균수준의 왕이었다면, '이게 다 과인이 미흡한 탓이오'라 했겠죠"라며 "이 바이러스에는 무식했지만, 지도자의 도리에는 훨씬 유식했습니다. 지도자란, 질타하는 사람이 아니라 책임지는 사람입니다"라며 박 대통령의 무책임함을 비판했습니다. 또한 전 교수는 "대통령이 국민을 대신해 고위 공직자들 '질타'해 주셨다고 감격하는 물건이 더러 있습니다. 이런 물건들이, 민주주의를 죽음으로 몰아가는 치명적 바이러스"라는 촌철살인을 남겨 누리꾼 사이에서 화제가 되었습니다.

 

반면 박근혜 정부 아래에서 경찰은 메르스 관련 유언비어를 유포했다는 사람을 체포하는 데 재빨랐습니다. 경찰은 지난 3일 메르스 괴담을 퍼뜨린 혐의로 40대 이 모 씨를 입건했다고 밝혔습니다. 이 씨가 괴담을 퍼뜨린 게 2일 오후라고 하니 하루도 안 걸려서 체포한 셈입니다. 이쯤 되면 박근혜 정부의 메르스 대책 주안점이 원인 규명과 사태 해결에 있는지, 시민을 겁박하고 입을 틀어막는 데 있는지 바보가 아니라면 알 수 있지 않을까요?

 

대한민국 정부의 무능을 우리 국민만 비판하고 걱정하는 건 아닙니다. 중국과 일본마저 박근혜 정부의 무책임한 메르스 대응에 대해 해명하라고 불만을 제기하고 있습니다. 홍콩에서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은 한국인에 대한 의료 정보를 요청해도 한국 정부는 묵묵부답으로 일관했기 때문이지요. 이로 인해 정치, 외교적으로 수세에 몰리고 내수는 물론 관광산업에도 큰 타격이 예상됩니다. 2003년 사스 예방 모범국으로 세계보건기구(WHO)로부터 인정을 받던 우리나라가 10여 년 만에 국제사회에서 메르스 민폐국으로 전락하고 말았습니다. 다음의 두 도표가 이를 증명합니다.

 

출처 - 매일경제

 

출처 - 뉴스타파

 

박근혜 정부의 무능함은 대한민국의 '국격'은 물론 경제에도 심대한 타격을 주고 있습니다. 지난 3일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2일 현재 중국인 등 외국인 관광객의 한국방문상품 예약취소건수는 전날 2500명에서 7000명으로 무려 180퍼센트나 늘어났다고 합니다. '비즈니스 프렌들리'는 박근혜 정부가 취하던 입장이 아니던가요? 스스로 뱉은 말조차 지키지 못하고 대한민국 경제에 먹구름을 떠안기는 무책임한 대응을 일삼고 있으니 국가의 앞날이 참 걱정스럽습니다.


메르스, 돌연변이 잘 되는 바이러스, 세정제 ok, 바세린은 근거 희박

-송대섭 고려대학교 약학대학 교수(메르스진단키트 개발)

(YTN): http://radio.ytn.co.kr/program/?f=2&id=36272&page=1&s_mcd=0201&s_hcd=09


대한민국의 재난 컨트롤타워가 이 모양이라 사람들이 '바세린을 콧속에 바르면 메르스가 예방된다더라'는 식의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되는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는 상황에 이르렀습니다. 그뿐이 아닙니다. N95 이상의 의료용 마스크를 2~3배 가격에 사재기하는 상황입니다. N95 마스크는 식품의약품안전처 기준 KF94에 해당하는 보건용 기구로, 공기 중 미세과립의 95퍼센트 이상을 걸러줍니다. 이 때문에 이 마스크는 결핵, 수막염균, 사스-코로나바이러스, 조류인플루엔자 바이러스 발생 지역에서 의료인이 주로 사용하는 보건용 기구입니다. 하지만 N95 마스크는 메르스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이 될 수 없을 뿐 아니라 착용 시 숨이 차 일상생활을 제대로 할 수 없습니다.

 

대한민국 국민이 불안함과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는 가운데 박근혜 대통령은 14일 미국 순방을 앞두고 있고, 경제부총리라는 사람은 젊은이들이 중동에 일하러 많이 가야 한다고 얘기하고 있습니다. 박근혜 정부의 무능함, 대체 그 끝은 어디일까요? 그것을 짐작조차 할 수 없다는 점이 메르스 대란보다 더 무섭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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