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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보도

박근혜 정부 방산비리 척결, 말뿐인 추악함

by 생각비행 2014. 12. 12.

이명박 정부 당시 제2롯데월드 건설과 관련하여 군이 활주로 각도를 바꿨던 일, 다들 기억하실 겁니다.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공공의 가치인 국방을 위해 제2롯데월드의 인허가를 취소하거나 아니면 높이를 규제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아야 마땅한 일이었는데요, 이명박 대통령의 '비즈니스 프렌들리'한 불도저식 밀어붙이기 때문에 어이없게도 군이 사기업인 제2롯데월드를 위해 군용 활주로 각도를 바꿔 큰 논란이 일었죠. 그런데 이명박 정부에 이어 박근혜 정부 또한 어이없는 짓을 저지르고 있습니다. 국군의 차세대 전차인 K2 흑표 전차 논란입니다.


출처 - 한국일보



터키에도 수출된 차세대 국산 전차 K2 흑표, 정작 국내 도입품은 부실 엔진


군 복무를 경험한 분은 다들 아시겠지만, 전투장비의 노후화가 정말 심각합니다. 이 때문에 육군은 반세기 가까이 사용해온 노후 전차를 대체하고 유사시 강력한 기동력을 바탕으로 적을 막아낼 비장의 카드로 기동군단을 준비해왔다고 홍보에 열을 올리는데요, 이 기동군단의 핵심이 바로 K2 흑표 전차입니다.


출처 – 유튜브


화력, 기동력, 생존성 등 다양한 조건에서 세계 수준의 기술력을 자랑하는 K2 흑표 전차는 지난 2007년 시제품이 나왔습니다. 그리고 2008년 이 기술을 형제 국가인 터키에 수출했습니다. 흑표의 기술이 사용된 터키의 알타이 전차는 2012년부터 실전에 배치되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정작 K2 흑표 전차를 개발한 우리나라는 논란만 일 뿐 언제쯤 양산이 가능한지조차 명확하지 않았습니다. 그 이유는 자동차의 엔진에 해당하는 K2 흑표 전차의 파워팩 때문이었죠.


‘부실 심장’ 달고 나오는 K2 흑표전차...적 앞에선?(나우뉴스)


원래 K2 흑표에는 이미 K1 전차에 사용되었고 전 세계적으로도 많은 전차에 사용되고 있는 독일제 파워팩이 장착될 예정이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두산그룹이 파워팩을 국산화할 수 있다고 주장하며 사업 참여를 요구하자 마치 제2롯데월드 건과 마찬가지로 이명박 정부는 이를 승인합니다. 모든 문제의 발단이 바로 이 지점이었습니다.



출처 - 뉴데일리


두산그룹은 방산사업의 이익에 눈이 멀어 기술력이 없음에도 K2 흑표 파워팩 개발에 뛰어들었습니다. 이 때문에 흑표 전차 양산은 계속 미뤄졌고, 중소기업 협력업체들은 심각한 경영난에 빠지거나 도산해버렸습니다. 이뿐이 아닙니다. 두산인프라코어는 파워팩을 개발하라고 정부가 지원한 국고 보조금 가운데 70억 원을 횡령해 자사의 굴삭기 개발에 사용했다는 내부 고발이 국민권익위에 접수되었습니다. 이때 사용된 유류비까지 알뜰하게 K2 흑표 파워팩 개발 중 쓴 것으로 조작했습니다.

 

엔진 제작을 맡은 두산인프라코어는 2009년에도 해군고속정 납품비리와 국책연구비 횡령 등으로 80억 원을 빼돌렸다가 계열사 사장이 구속되는 등 8명이 처벌받은 기록이 있습니다. 따라서 조금만 신중히 관리했다면 흑표 파워팩 개발에 지원된 국고의 횡령을 사전에 막을 수 있었겠지요. 


출처 - MBC


이처럼 시간을 끌며 협력업체를 도외시하고 국고 횡령 의혹까지 받은 두산이 파워팩을 제대로 만들 수 있었을 리 만무합니다. 테스트 결과 엔진은 수시로 과열되었고 기어 변경이 안 되거나 엔진 실린더가 깨지는 등 중대 결함만 100여 곳이 넘으며 이는 지금까지 보완되지도 못했습니다.


특히 문제가 된 건 가속 성능이었습니다. 애초 합동참모본부에서 요구한 조건은 시속 0에서 32킬로미터까지 8초 이내에 도달하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무게를 최대한 줄이고 평지에서 달려도 두산의 파워팩은 8.7초 이하로는 도저히 내려가질 않았습니다. 지금으로부터 40년 전인 1970년대에 등장한 독일이나 프랑스의 전차가 같은 이 조건을 6초 남짓으로 통과하는 것과 비교하면 터무니없는 결과인 셈이지요. 미국의 대표적 전차인 M1A1 에이브럼스 전차의 경우 K2 흑표 전차보다 10톤이나 차체가 무거운데도 7.2초 만에 시속 32킬로미터에 도달합니다.

 

엄청난 국고를 쏟아부어 40년 전 기술만 못 한 전차를 만들고 있다는 논란이 성능 시험 결과 사실로 확인되었습니다. 터키의 예에서 봤다시피 애당초 정해져 있던 독일제 엔진만 탑재하면 지금이라도 실전 배치가 가능한 K2 흑표 전차를 이 지경에 빠트린 원인은 무엇일까요?



두산에 굴복한 육군?

성능이 기준 미달이라 기준을 낮추겠다고?


수많은 결함과 국고 횡령 의혹, 결정적으로 기준 미달의 성능 등을 보면 정부가 계약을 파기하고도 남을 일입니다. 그런데 의외로 현실은 그렇지가 않습니다. 계약을 파기하기는커녕 방위사업청은 애초에 합동참모본부가 요구한 가속 기준치인 8초를 10초로 바꿀 것을 요구했습니다. 이에 합참은 수정을 반대하다 결국 두산과 방위사업청의 요구대로 야전교범 해석을 변경하는 꼼수를 부려 이를 9초로 바꾸고 말았습니다. 국방 따윈 아랑곳없이 이윤에 눈이 먼 기업과 이에 결탁한 방산 마피아의 실체가 드러나는 순간입니다.

 

제2롯데월드 허가 당시 활주로를 억지로 변경해주던 상황과 조금도 다를 바가 없습니다. 일본 자위대가 집단적 자위권을 위해 헌법 해석을 변경한 것처럼 야전교범 해석 변경이라는 눈 뜨고 보기 힘든 꼼수까지 동원해 대한민국의 국방력을 갉아먹는 결정을 박근혜 정부 스스로 내렸습니다. 군사 독재자의 딸이라면 하다못해 국방력만이라도 제대로 챙겨야 하지 않나 싶습니다만, 돈과 연관되어 얽힌 관계를 보면 그렇지도 않은가 봅니다.

 

이 밖에도 전자장비 시스템 충돌 문제 때문에 핵심 방어 장비를 개발하고도 장착하지 못하는 등 차세대 무기 관련 각종 비리와 문제점이 계속 터져 나오고 있는 실정입니다.


출처 - 동아일보


방산업체의 기술 국산화, 명분도 좋고 필요한 일입니다. 하지만 K2 흑표 전차는 군사용으로 유사시 극한의 상황과 마주하며 1분 1초를 다퉈 국민의 생명을 지켜내야 하는 전투장비입니다. 아주 작은 차이라도 성능이 제1의 척도여야 하는 이유입니다. 그런데 이런 중요한 일의 결정을 일개 기업과 그에 결탁한 세력의 이익을 위해 내버려두는 이 나라의 국방 관계자와 국군 통수권자인 대통령은 대체 무엇 하는 사람들인지 분통이 터집니다.

 

방위사업청은 지난달 19일 제84회 '방위사업추진위원회(방추위)' 회의에서 K2 차기 전차의 2차 양산계획을 확정했습니다. 이에 따라 K2 전차 1차 양산분 100대는 독일제 파워팩 덕분에 빠른 기동이 가능하지만, 2차 양산 물량은 국산파워팩이 장착되어 초기 작전 요구 성능에 부합하지 않는 전차가 되는 셈입니다. 

 

양욱 한국국방안보포럼 연구위원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번 K2 전차 ROC변경으로 오는 성능 변화보다 더 큰 문제는 국가적 사업에서 일관성 없는 나쁜 선례를 남겼다는 것"이라며 "국내기술 수준을 감안하지 않은 무리한 발주가 원인"이라고 지적한 바 있습니다.


제2롯데월드 활주로 변경으로 소음공해 시달려,

K2 흑표 전차는 앞으로 어떤 참사가 기다리고 있을지...


최근 서울 송파구에 들어선 제2롯데월드가 저층 몰을 개방하고 123층의 초고층 빌딩 공사에 돌입하면서 군용기들이 본격적으로 항로를 바꾸기 시작했습니다. 이 때문에 송파구 일대 주택가가 소음공해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제2롯데월드 때문에 항로를 바꿨는데, 이 때문에 부득이 저공비행을 하게 되어 안 그래도 큰 군용기 소음이 서울 주택가 한복판을 덮치고 있는 상황입니다. 송파구 의회 차원에서 소음에 대한 공식 조사를 시작하겠다고 하니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질지 귀추가 주목됩니다.

출처 - 경향신문


일개 기업의 배를 불려주기 위해 이명박 정부 시절 억지로 바꾼 활주로 각도 때문에 정권이 바뀐 지금 송파구 주민들로서는 공공의 피해가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군 본연의 영역인 차세대 전차의 성능 미달을 지금 이대로 방치한다면 대한민국의 안보와 관련하여 어떤 참사가 발생할지 예견하기 어렵습니다. 

 

K2 흑표 전차를 몰게 될 당사자는 누군가의 자식 혹은 누군가의 손자요, 누군가의 조카 혹은 누군가의 오빠겠지요. 제2롯데월드처럼 싱크홀이라는 뜻밖의 재난까지 발생한 마당에, 그리고 최근 개장한 제2롯데월드 아쿠아리움 수족관 균열 누수와 같은 안전문제가 반복되고 있음을 볼 때 흑표 전차의 부실한 성능이 대한민국의 건아들을 어떠한 위험으로 내몰게 될지 모골이 송연합니다.

 

지금까지 방위산업과 연관된 각종 비리 의혹은 참으로 다양합니다. 세월호 사고 당시 기동할 수 없었던 통영함을 기억하십니까? 애초 통영함은 수중 무인탐사기(ROV)를 비롯한 첨단 음파탐지기와 사이드 스캔 소나(Side Scan Sonar) 등을 탑재하고 최대 수중 3000미터까지 탐색해 탐색 능력이 대폭 향상되었고, 잠수요원이 수심 90미터에서 구조 임무를 수행할 수 있는 지원 체계를 갖춘 수상구조함으로 고장으로 기동이 불가능하거나 세월호같이 침몰된 배나 함정을 탐색, 인양, 예인,해상화재진압등 다양한 구조활동임무를 수행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하지만 2013년 10월에 인도되었어야 할 통영함이 아직도 조선소에서 잠자고 있는 이유도 바로 방산비리 때문입니다. 1600억 원에 육박하는 엄청난 사업이 이 정도로 허술하게 진행될 수 있었는지 생각하면 참으로 기가 막힙니다. 총알을 막아내지 못하는 방탄복부터 1만 원짜리 USB를 95만 원에 사들인 군납 비리까지 있었던 사실을 생각하면 머리가 아플 지경입니다.

 

허위 세금계산서를 발행하는 수법으로 전투기 정비대금 240억여 원을 빼돌린 공군 방위산업체 박모 대표가 최근 구속되었습니다. 감사원이 2010년 링스 헬기 추락 후 공중전투장비의 유지·보수 강화를 위한 감사 중 박씨를 적발해 서울남부지검에 고발한 바 있는데요, 검찰 수사 직전 달아나 2년 8개월 넘게 도망을 다니다 사건을 넘겨받은 합수단의 추적으로 지난 8일 체포된 것입니다.

 

박 대표는 2006년 11월부터 2011년 12월까지 공군 전투기의 부품을 산 것처럼 허위로 서류를 꾸며 공군 군수사령부와 방위사업청으로부터 정비대금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박 대표는 KF-16 등 전투기 부품 3만여 개를 새로 산 것처럼 허위 세금계산서 만들어 정비대금 70억여 원을 부풀려 받아 챙기는 한편 KF-16 전투기 주요 부품인 다운컨버터(주파수 변환기)의 수입 제한 규정을 피하려 다운컨버터 폐자재를 수출하고 다시 수입하는 방식으로 170억여 원어치의 수입신고필증을 받아냈습니다. 박 대표는 이 과정에서 부품의 기술 검사를 맡았던 공군 군수사령부 검사관에게 5000만 원을 건넨 혐의도 받고 있다고 합니다. 다. 합수단은 박씨가 따로 챙긴 정비대금으로 비자금을 조성하고 다른 공군 관계자에게도 뇌물을 건넨 것으로 보고 추적 중이라고 합니다.

 

 

 

출처 - 경향신문


 방산비리. 파도 파도 끝이 보이지 않습니다. 이런 방산비리를 뿌리 뽑겠다는 박근혜 정부는 국방부의 댓글 조작에 힘입어 정권을 창출했죠. 그런데 박근혜 정부 출범 이전부터 국방부가 사실상 전작권 환수 준비를 중단했다는 사실이 최근에 언론 보도를 통해 확인되었죠. 이에 따라 박근혜 당시 후보와 이명박 정부의 사전 교감 속에 공약을 거짓으로 내놓은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는 건 당연한 일입니다. 자주국방의 의지조차 없는 정권이 어떻게 국방 기술을 국산화하고, 방산비리를 척결하겠다는 것인지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세월호 사건 당시 사라진 박근혜 대통령의 '7시간의 망령'이 지금도 대한민국을 떠돌고 있습니다. 대한민국의 미래가 참으로 암담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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