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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보도

폐허가 된 국제 경기장이 주는 교훈

by 생각비행 2014. 10. 16.

올림픽, 동계올림픽, 월드컵 등 국제적 행사를 치른 뒤 경기장이 어떤 모습으로 변해버렸는지 현재의 모습을 보여주는 사진이 최근에 화제가 되었습니다. 눈으로 직접 확인한 경기장들의 면면은 그야말로 참혹합니다. 국제 행사를 치른 공간이 국가적 애물단지로 전락한 모습을 보면 상처뿐인 영광이란 표현이 제격인 것 같습니다.


 

출처 - KBS

 

 

폐허로 변한 아테네, 베이징 올림픽 경기장

 

인터넷 커뮤니티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중심으로 확산된 국제 경기장의 모습은 80여 년이 다 된 베를린 올림픽 경기장부터 국제 경기를 치른 지 불과 6년밖에 안 된 베이징 올림픽 경기장에 이르기까지 다채롭습니다.

 

 

하지만 처참한 광경은 거의 똑같습니다. 수많은 사람이 모여 땀을 흘리며 선의의 경쟁을 펼치는 국제적 이벤트가 끝난 뒤 방치된 경기장은 폐허에 가깝습니다. 상전벽해에 다름없는 모습에 말문이 막힙니다.

 

 

 

사라예보 동계올림픽, 헬싱키 올림픽, 베를린 올림픽 경기장은 국제 경기를 치른 지 수십 년이 지났습니다. 나치 치하에서 열린 베를린 올림픽 마라톤 경주에서 우승을 거둬 당시 일제 식민지 치하에서 고통받던 국민에게 한 가닥 희망을 주었던 고 손기정 선수를 아직도 많은 사람이 기억하고 있습니다. 테러가 발생한 뮌헨 올림픽의 경우 그 사건이 영화화되기도 했지요. 어쨌든 역사적으로 오래된 경기장은 세월의 풍파를 겪으며 지금의 모습으로 남은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습니다.

 

하지만 국제 경기를 치른 지 겨우 10년밖에 안 된 아테네 올림픽 경기장의 모습과 그다음 번 올림픽으로 불과 6년밖에 되지 않은 베이징 올림픽 경기장의 모습은 충격적입니다. 올림픽의 발상지로 돌아왔다며 21세기 시작과 더불어 성대하게 치러진 아테네 올림픽의 영광스러운 모습은 간데없고 폐허만이 남았습니다. 비치 발리볼 경기장은 입구가 쇠사슬로 굳게 잠긴 채 노숙자의 거주 공간이 되었습니다. 카약 경기장은 물이 말라붙어 잡초만 무성합니다.

 

 

 

21세기 대륙의 힘을 전 세계에 보여주었던 베이징 올림픽. 세계적인 감독 장예모가 개막식을 연출해 화제가 되었죠. 그 당시 영화롭던 모습 역시 온데간데없습니다. 최근에 열린 런던 올림픽 역시 화려한 개막식이 무색하게 덩그러니 남은 경기장에서 낙서와 잡초만이 주인 행세를 하고 있습니다.

 

 

무계획적 대회 유치, 토건 사업자 배만 불리는 불필요한 예산 집행

 

선진국부터 개발도상국에 이르기까지 하나같이 폐허뿐인 국제 경기장을 남기게 된 것은 무계획적인 대회 유치 경쟁과 토건 사업자들의 배만 불리는 불필요한 예산 집행이 가장 큰 원인입니다.


 

출처 - KBS

 

올림픽이나 월드컵 경기는 대부분 정치적인 이슈로 활용됩니다. 행사를 치른 국가와 지역은 국제 경기를 핑계로 예산 확보에 열을 올릴 뿐 체계적인 집행과 사후 관리에는 신경을 쓰지 않습니다. 결국 국제적 규모의 경기를 치르고 나면 관련 시설물을 실생활에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 하는 문제가 남습니다. 정치인들은 관광객 유치와 지역 경제 활성화를 자신들의 성과인 양 홍보하지만, 사실 국제 경기를 치른 뒤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국가와 지역이 상당히 많은 상황입니다.


 

출처 - KBS

 

올림픽 100년의 역사 끝에 폐허만 남은 아테네 올림픽이 그랬습니다. 그리스 정부는 당시 아테네 올림픽 예산으로 1조 8000억 원을 편성했지만, 실제 집행된 예산은 그 10배에 달하는 18조 1000억 원이라는 천문학적인 액수였습니다. 예산의 절대다수인 15조 원을 경기장 같은 시설물에 고스란히 쏟아부었습니다. 한 달도 안 되는 올림픽 기간의 반짝 특수가 끝난 뒤 목적이 불분명한 경기장이 폐허가 되었으니 건설 비용으로 들어간 15조 원은 휴지 조각이 된 셈입니다. 아테네 올림픽이 끝난 자리에 남은 건 엄청난 빚과 최악의 경기 침체였습니다.


 

출처 – 한양대 스포츠산업마케팅센터

 

그리스만이 아닙니다. 몬트리올 올림픽은 1조 3000억 원의 적자가 나는 바람에 총부채가 10조 원에 육박하여 캐나다 정부는 30년간 특별세를 거둬들여 이를 충당해야 했습니다. 시드니 올림픽 후 호주의 경제 성장률은 반 토막이 났고, 런던 올림픽 이후 영국은 가구당 연 4만 원씩 10년간 총 40만 원의 올림픽 분담금을 부담하게 되었습니다. 바르셀로나 올림픽을 개최했던 스페인은 약 7조 원에 달하는 빚을 떠안았습니다.

 

 

이미 애물단지가 된 인천 아시안게임 경기장 

 

이달 초에 막을 내린 인천 아시안게임도 벌써 이런 논란의 중심에 있습니다. 인천시의 발표에 따르면 아시안게임을 치르는 데 사용된 예산 2조 5000억 원 중 20퍼센트에 해당하는 5000여 억 원을 주경기장인 인천 아시아드 경기장 하나를 짓는 데 사용했습니다. 주경기장과 그 밖의 다른 종목별 경기장을 합하면 1조 7500억 원, 즉 전체 예산의 70퍼센트를 관련 시설물을 짓는 데 쏟아부었습니다. 정작 경기 운영예산과 선수들을 위한 편의시설, 자원봉사자에게 쓸 예산이 부족해 행사 기간 내내 온갖 해프닝이 벌어져 세계적인 비웃음과 조롱을 샀습니다. 아래 자료를 한번 보시죠.

 

2014 인천 아시안 게임 사건·사고 리스트(엔하위키)

 

이 역시 지역 정치인과 토건 사업자 그리고 땅값을 올리려는 지역주민의 이기심이 합해진 결과입니다. 애초 정부는 인천 문학경기장을 증개축해서 아시안게임을 치르라고 권고했지만, 전전임 인천시장(안상수)의 밀어붙이기로 건설이 결정되었고, 이후 전임 시장(송영길)이 시 재정 악화로 주 경기장 건설을 재고하겠다는 의견을 표명했지만, 경기장이 들어설 서구 주민들과 지역 국회의원의 반발로 무산되고 말았습니다.


 

출처 - 스포츠Q

 

국제 행사는 끝났으나 인천 지역에 남은 경기장들을 활용할 방안이 없습니다. 박태환 같은 국위를 선양한 선수들의 이름을 경기장에 붙이는 등 네이밍 마케팅을 펼쳐 그 공간을 생활체육 시설로 활용하겠다는 원칙만 세웠을 뿐 실질적인 계획은 전무합니다.

 

재정 파탄 위기를 겪기도 했던 인천시가 인천 아시안게임 후폭풍을 견딜 수 있을까요? 당장 인천은 향후 15년간 아시안게임을 치르기 위해 진 빚을 갚아야 합니다. 정치인들이 얘기했던 18조 원의 경제효과는 그야말로 환상이었을 뿐입니다. 현재 인천시는 이자까지 합해 1조 7502억 원, 바로 내년에 갚아야 할 빚만 673억 원의 상태에 있습니다.

출처 - 국민일보


 

시한폭탄이 될 평창 동계올림픽

 

2018년 평창에서 열릴 예정인 동계올림픽도 걱정되긴 마찬가지입니다. 과거 이명박 정권의 푸시와 삼성 이건희 회장의 협력으로 겨우 유치하게 되었으나 벌써 과잉투자와 환경 파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지배적입니다. 주 경기장이 자리 잡은 알펜시아는 매년 수백억의 적자를 내고 있는데도, 8조 원이 넘는 평창 동계올림픽 예산을 어떻게든 더 끌어들이려는 지역 정치인들의 이합집산으로 시끄럽습니다. 이것이야말로 포퓰리즘이 아니겠습니까?

 

8조 원이 넘는 예산 중 70퍼센트 이상이 인천의 경우처럼 경기 운영과 동떨어진 도로와 건물을 짓는 토건 비용이라고 합니다. 산림유전자원보호구역으로 지정된 주요한 자연 자원인 평창의 숲도 동계올림픽 스키 활강 경기 코스를 위해 무분별하게 훼손되고 있습니다. 미루어 보건대 평창 동계올림픽은 단순히 예산 낭비를 떠나 엄청난 환경 비용까지 들어가는 일회성 이벤트가 될 가능성이 농후합니다.


 

출처 - KBS

 

이번 인천 아시안게임에서 우리나라는 금메달 79개, 은메달 71개, 동메달 84개를 획득해 중국에 이어 종합 2위를 차지했습니다. 피땀 흘려 결실을 본 선수들과 메달 순위와 관계없이 최선을 다한 선수들에게 박수와 격려를 아끼지 말아야 합니다. 하지만 경기의 승패 이후에 남겨진 문제가 이제부터 시작임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아테네 올림픽을 치른 그리스 올림픽위원회 위원장의 충고를 되새겨야 할 때입니다. 성찰과 개혁 의지가 없다면 실수는 반복되기 마련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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