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즈 카페는 다들 아실 겁니다. 그렇다면 '노 키즈 존(No Kids Zone)'이라는 말 들어보셨습니까? 카페, 음식점, 극장 등 업종을 가리지 않고 최근 확산 중인 영업 방침이라고 하는데요, 문자 그대로 아이들이 들어올 수 없는 곳이라는 뜻입니다. 어린아이들이 혼자서 가게에 들어갈 리 없으니 영유아를 동반한 어른들도 받지 않겠다는 얘긴데, 어떻게 보면 요즘 같은 불경기에 꽤 대담한 영업 방침입니다. 손님을 가려 받겠다는 뜻이니까요.
당연히 영유아를 키우는 부모들이 모인 인터넷 커뮤니티와 인권 단체에서는 반발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업주만이 아니라 이 방침을 환영하는 손님이 뜻밖에도 상당히 많습니다. 의견이 갈리는 노 키즈 존, 과연 어떤 점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걸까요? 오늘은 이 문제를 들여다보겠습니다.
출처 - 헤럴드경제
반대 입장, 노 키즈 존은 명백한 차별이다
출처 - 한국일보
영유아 입장을 거절하는 ‘노 키즈 존(No Kids Zone)’이 확산되면서 엄마들의 고충이 커지고 있다. 고급 음식점과 백화점 VIP 라운지, 다중이용시설인 영화관은 물론이고 최근에는 골목길 작은 카페와 찜질방까지 아이들이 들어오는 것을 막고 있다.
위 기사에서 알 수 있듯이 최근 영유아 입장을 거절하는 노 키즈 존이 빠르게 확산하고 있습니다. 동네 작은 카페나 찜질방 중에 '노 키즈 존'을 영업 방침으로 내세우는 곳이 생기고 있습니다. 유모차에 아이를 태우고 좀 유명한 카페에 갔다가 문전박대당한 경험, 아이와 함께 관광지로 놀러 갔다 찜질방에 자러 들어갔는데 미취학 아동은 소란스럽다며 제지당한 경험 등등, 많은 육아 관련 커뮤니티에서 '노 키즈 존'을 성토하는 분위기가 대단합니다. 한국에서 아이 키우는 설움이 갈수록 커진다고요.
출처 - 경북매일신문
아이들이 마음껏 뛰어놀 수 있도록 시설을 갖춘 키즈 카페가 있기는 하지만 대부분 서울 시내 대형 아파트 단지에 집중되어 있고 그나마 그 수가 많지 않은 실정입니다. 영화관 중에 영유아를 동반한 부모를 위해 '아이랑 엄마랑 상영관'을 운영하는 곳도 있습니다만, 이 역시 한정된 시간에만 운영되고 장소가 굉장히 부족한 게 현실입니다. 게다가 공통으로 이용 비용이 상당히 비쌉니다. 오늘날 대한민국에서 아이를 키우는 것만 해도 상당한 부담을 느끼게 되는데 가족이 마음껏 즐길 수 있는 공간이 점점 부족해지는 현실은 부모 입장에서 굉장한 부담입니다.
육아 휴직은커녕 아이를 가졌다고 해고당하기 일쑤인 우리 사회에서 아이를 데리고 엄마가 외출하는 것조차 사치스러운 일이 되고 있습니다. 말로는 고령화 사회를 걱정하고, 아이를 낳으면 애국자 취급을 하는 요즘 세상에 말입니다. 안 그래도 아이를 키우기 힘든 현실인데 이젠 아이를 데리고 다닌다는 이유로 특정 장소에서 차별까지 당해야 한다니 엄마들의 설움은 점점 깊어집니다.
인권 단체 역시 '노 키즈 존'은 명백한 차별이라고 말합니다. 상업 공간이라고 해도 누군가의 이동이나 사용 자체를 규제하는 방침은 국가인권위원회법의 차별금지 조항을 어긴 것이라고요. '노 키즈 존'을 허용하면 비슷한 불편을 끼칠 수 있는 중증 장애인의 이용을 규제하는 것도 가능해지므로 점차 사회적인 차별이 확산되어 사태가 나빠질 것이라는 예견이 가능합니다. 따라서 인권 단체는 '노 키즈 존'은 옷만 입으면 누구나 들어갈 수 있는 복장 규정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문제이며, 아이를 마음대로 떼어놓고 올 수 있는 반려동물이나 물건처럼 생각한 차별적이고 편의주의적인 발상이라고 문제를 제기하고 있습니다.
찬성 입장, 오죽하면 노 키즈 존을 만들었겠나
출처 - 트위터
현실적으로 자신의 사업장에 '노 키즈 존'을 선언한 업주들을 무조건 비난하기도 힘듭니다. 카페 업주들이 자신들이 겪은 고충을 풀어놓는 커뮤니티나 카페 옆 대나무숲(@tearsofcafe_) 같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보면 카페를 초토화하는 아이들과 이를 내버려두는 개념 없는 부모들에 대한 성토가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오죽하면 장사해야 하는 사람들이 '노 키즈 존'과 같은 극단적인 영업 방침을 세웠겠느냐며 고충을 이야기합니다.
외부 음식물 금지인 카페에서 태연하게 뜨거운 물까지 받아 냄새를 풍기며 아이들에게 컵라면을 먹이는가 하면, 아이가 뛰놀다 다른 손님의 테이블을 쳐 음료가 쏟아져도 못 본 척 넘기기 일쑤고, 심한 경우 옆에서 음식이나 음료를 먹는 손님이 있는데도 아랑곳없이 테이블 위에서 똥기저귀를 갈고 내버려두고 갑니다. 이를 지적하거나 혼을 내려고 하면 어디 내 아이 기를 죽이느냐고 적반하장인 부모도 많습니다. 인터넷 게시판과 SNS를 볼 것도 없이 주말에 사람 많은 장소에 가면 아이들의 돌출행동과 무신경한 부모들 때문에 기분이 상했던 경험이 한두 번은 있을 겁니다.
출처 - 티브이데일리
업주뿐 아니라 많은 손님이 '노 키즈 존'에 찬성하는 이유로 개념 없는 부모들의 자업자득이라는 입장을 견지합니다. 아이를 가진 사람이 여가를 즐기고 싶은 것처럼 아이가 없는 사람도 손님으로서 카페에서 조용한 분위기를 즐길 권리가 있고, 소음에서 해방되어 영화에 집중할 권리가 있고, 매장의 분위기를 즐기며 음식을 먹고 싶다는 얘깁니다. 한편 업주들로서는 요즘 같은 불경기에 회전율을 떨어뜨리고 클레임만 제기하는 엄마들의 모임보다 차라리 일반 손님을 받는 편이 더 경제성이 있다고 판단했을 겁니다. 한마디로 더 이상의 민폐는 사양하고 싶다는 거겠죠. 게다가 '노 키즈 존'은 우리나라에만 존재하는 영업 방침이 아닙니다. 몇 년 전부터 미국에서 논란이 된 바 있습니다.
이달 초 미국 펜실버그주 피츠버그 지역에 위치한 레스토랑 멕데인(McDain’s)은 6세 미만 아동의 출입을 금지하면서 ‘노 키즈 존(no-kids-zone)’ 움직임의 상징처럼 떠올랐다. 식당과 항공사 뿐 아니라 최근에는 호텔 극장 심지어 슈퍼마켓도 어린 아이들의 출입을 꺼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이 이처럼 어린 고객을 마다하는 것은 소리를 지르는 아이들에 대한 불만이 높기 때문이다.
선진국에서는 아이들을 위한 방침을 우선할 것 같지만 출산율이 낮아지고 아이를 갖지 않는 부부가 늘어나는 사회에서는 오히려 아이들 때문에 발생하는 각종 문제에 대한 불만이 높아지는 공통점이 있는 것 같습니다. 실제로 말레이시아 항공은 일등석에 유아를 동반한 고객을 받지 않고 있습니다. 다른 항공사 또한 유사한 정책을 준비 중이라고 합니다. 텍사스 주의 한 극장은 '베이비 데이'로 지정된 날 이외에는 영유아의 출입을 금지하고 있기도 합니다. 미주리 주 슈퍼마켓에서는 어린이가 없는 쇼핑 시간을 정해 운영 중이라고 합니다. 심지어 플로리다 주에서는 집 밖에서 아이들이 노는 행위를 금지해야 하느냐는 문제로 논란이 일어났을 정도라고 합니다.
출처 - 한국일보
일본의 부모는 "남들에게 폐를 끼치면 안 된다"고 가르치지만, 인도에서는 "너는 남들에게 폐를 끼치며 살고 있으니, 남들도 용서하거라"라고 가르친다고 합니다. 상반되는 입장이지만, 단순히 어느 한쪽만을 옳다고 할 수 없는 일입니다. 마찬가지로 '노 키즈 존'도 단칼에 결론을 내기 어려운 사안입니다.
원칙적으로 '노 키즈 존'은 옳지 않습니다. 법적으로도 문제의 소지가 다분합니다. 하지만 현실적인 입장에서 생각하자면 민폐로 방해받고 싶지 않은 다른 손님들의 기분도 이해할 수 있습니다. 업주들도 자선사업을 하는 건 아니기에 자신들의 곤란한 상황을 이해해달라고 주장하겠지요.
결국 이 문제는 자본주의의 논리에 따라 결정이 날 것 같습니다. '노 키즈 존'에 반발하는 견해를 가진 사람들을 중심으로 '위드 키즈 존'이 생길 테고 둘 중에 과연 어느 쪽이 더 장사가 잘 되느냐로 말이죠. 어쩌면 서로 다른 입장에서 수요가 분명히 존재하니 둘 다 살아남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여러분은 '노 키즈 존' 논란을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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