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키와장에서 엿보는 일본 만화의 저력

안녕하세요. 생각비행입니다. 오늘은 만화 이야기를 좀 해볼까 합니다. 전설적인 만화가 아카즈카 후지오, 테즈카 오사무, 후지코 F. 후지오, 이시노모리 쇼타로, 이들의 공통점이 무엇인지 아는 분이 혹시 계신가요? 

        아카즈카 후지오              테즈카 오사무            후지코 F. 후지오          이시노모리 쇼타로

1950년대는 일본 만화의 태동기였습니다. 이들은 '토키와장'이라고 하는 목조 아파트에서 함께 묵으며 만화가로서 열정을 불태웠는데요, 오직 만화가의 길을 향해 한솥밥을 먹으며 동고동락하는 시기를 거쳤습니다. 토키와장에 관한 이야기를 하기에 앞서 네 명의 걸출한 만화가 이야기를 좀 더 나누려 합니다. 이름만 듣고 바로 이해하는 분도 계시겠지만, 혹시 이들이 누구인지 잘 모르는 분도 계실지 모르니까요. 하지만 저희 생각에 아래 설명을 보면 무릎을 탁 치는 분이 많지 않을까 싶습니다.  

아카즈카 후지오
1935년생. 1956년에 데뷔한 이후 이시노모리 쇼타로를 따라 토키와장에 입주했다. 1962년《비밀의 앗코쨩》《오소마츠군》을 히트시키며 일약 인기 만화가가 된다. 1967년에 대표작《천재 바카본》을 히트시며 ‘개그만화의 왕’이라 불리게 되었다.

테즈카 오사무
1928년생. ‘일본만화의 신’이라고 불릴 정도로 그가 일본 만화와 애니메이션에 끼친 영향은 헤아릴 수가 없다. 현대 일본 만화 표현의 기초를 만들어낸 장본인이기도 하다.《철완 아톰(우주소년 아톰)》《정글의 대제 레오(밀림의 왕자 레오)》《리본의 기사(사파이어 왕자)》《블랙잭》《불새》《아돌프에게 고한다》 등 이루 셀 수 없는 걸작을 그려냈다.

후지코 F. 후지오
1933년생. 본명 후지모토 히로시(藤本弘). 후지코 후지오Ⓐ(藤子不二雄Ⓐ,본명 아비코 모토오安孫子素雄)와 함께 ‘후지코 후지오(藤子不二雄)’라는 팀을 짜 콤비 만화가로 활동했다. 대표작으로는 지금까지 수많은 어린이의 사랑을 받는 《도라에몽》을 비롯해《퍼맨》등이 있다.

이시노모리 쇼타로
1938년생. 대표작으로《사이보그 009》가 있으며《가면라이더》시리즈를 시작으로 특촬작품의 원작자로도 활약했다. SF만화부터 학습만화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분야에서 활발히 활동하여 ‘만화의 제왕’이라 불리기도 했다. 사후 2007년에는 500권 770작품으로 구성된 개인전집 《이시노모리 쇼타로 만화대전집》이 출간되어 한 사람의 저자가 만들어낸 가장 많은 만화출판물이란 기록으로 기네스북에 올랐다.

일본 최초의 TV 애니메이션 시리즈.

한 명의 만화가가 중요한 이유

"푸른 하늘 저 멀리 랄랄라 힘차게 날으는 우주소년 아톰 용감히 싸워라 언제나 즐겁게 랄랄라 힘차게 날으는 우주소년 아톰 우주소년 아톰~"

아마도 많은 분이 TV 만화 시리즈 <우주소년 아톰>의 주제가를 기억하실 겁니다. 원래 이 만화는 테즈카 오사무가 <철완 아톰>이라는 이름으로 1952년부터 1968년까지 《소년》이라는 잡지에 연재했던 SF만화였습니다. 인간과 로봇이 공존하는 21세기 미래를 무대로 소년 로봇 아톰의 활약상을 그린 만화로 많은 사랑을 받았죠. <철완 아톰>은 1963년부터 1966년까지 후지TV에서 일본 최초의 TV 애니메이션 시리즈로 방영됩니다. 흑백 화면으로 총 193화가 제작되어 평균 30퍼센트 이상의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는 대성공을 거뒀습니다. 

아시다시피 이 만화는 국내에서 <우주소년 아톰>이라는 제목으로 1970년대에 방영되었습니다. 이후 1980년부터 1981년까지 일본에서는 컬러 만화로 총 52화가 제작되어 니혼TV에서 방영되었고, 비슷한 시기에 국내에서도 함께 방영되었습니다. 그러고는 2003년부터 2004년까지 일본에서는 후지TV, 한국에서는 SBS에서 총 50화로 방송된 바 있는데요, 양국에서 모두 높은 시청률을 거뒀습니다. 

일본 애니메이션은 디즈니를 주축으로 한 미국과 다르게 검증된 인기 만화를 애니메이션으로 제작하는 방식을 취했습니다. '만화의 신'이라고 하는 테즈카 오사무는 <철완 아톰>의 인기를 바탕으로 하여 일본 애니메이션 산업의 초석을 다졌습니다. 또한 그는 만화를 캐릭터 상품으로 만들어 수익을 창출하는 구조를 도입한 사람이기도 합니다. 한 편의 만화를 산업으로 성장시킨 그의 역량은 미국과 비교할 때 기술이나 인프라 면에서 모든 게 달리는 상황이었던 일본 애니메이션 수준을 불과 반세기만에 미국과 어깨를 겨루는 수준으로까지 향샹시켰습니다. 이런 걸출한 만화가를 기리기 위해 우리나라에서 특별전이 열리기도 했습니다.

단 한 편의 만화가 시대를 초월하여 많은 사람에게 지속적인 사랑을 받는 사례는 점점 늘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뛰어난 만화가를 양성하는 일은 곧 국가경쟁력을 키우는 일과 직결되어 있기도 합니다.

2011년 한국과 일본 만화산업의 현실은?

출판만화의 장기불황 속에서 한국만화의 해외 진출이 돌파구로 제시되고 있습니다. 《2011 만화 산업백서》를 보면 2010년 국내 만화산업의 사업체 수는 9634개, 매출액은 7419억 원. 종사자 수는 1만 779명, 부가가치액는 2,976억 원, 부가가치율은 40.11%, 수출액은 815만 달러, 수입액은 528만 달러인 것으로 조사되었습니다. 가장 많은 수출이 이루어진 지역은 유럽으로 약 225만 달러(27.7%)이며, 가장 많은 수입이 이뤄진 나라는 일본으로 수입액은 약 286만 달러(91.8%)였습니다. 

백서에서 드러난 사실처럼 우리나라가 가장 많은 만화를 수입하는 곳이 바로 일본입니다. 일본의 만화산업은 그만큼 탄탄하고 다양한 만화를 양산하고 있다는 뜻일 텐데요, 과연 그런 역량은 어디에서 나오는 걸까요?

일본 콘텐츠산업의 가장 중심에 서 있는 대중문화가 바로 만화입니다. 일본에서 쏟아져나오는 수많은 드라마, 영화, 애니메이션 등의 히트작품은 모두 만화에 토대를 두고 있습니다. 앞서 소개했던 테즈카 오사무라는 걸출한 만화가의 존재, 1948년 이후 태어나 만화를 소비하며 자란 세대의 존재, 다양한 만화잡지를 출판했던 대기업출판사(고단샤, 소학관, 집영사 등)의 존재가 맞물려 일본은 오락거리라고는 만화밖에 없었던 시대상황에서 독자적인 산업망을 구축했습니다. 

일본의 만화 사랑은 지금도 이어져 수많은 만화잡지가 창간되고 있고, 만화 원작은 영화나 드라마 혹은 캐릭터 산업으로 다양하게 활용되고 있으며, 해외 판권 비즈니스가 열리면서 해외시장을 적극 개척해나가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과연 일본 만화의 강점은 무엇일까요? 우선 다양성을 들 수 있습니다. 무궁무진한 장르가 만화로 나오기 때문에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만화에 열광합니다. 만화 마니아는 물론 오타쿠가 생겨나기도 할 정도로 자신이 좋아하는 만화의 매력에 빠진 사람들이 만화산업의 근간을 형성하고 있습니다. 다음으로 탄탄한 스토리를 들 수 있습니다. 만화는 수준이 낮다거나 얄팍하다는 고정관념은 일본 만화에 통하지 않습니다. 마지막으로 수준 높은 만화적 완성도와 구성력을 들 수 있습니다.

하지만 뭐니뭐니해도 만화를 그리는 역량 있는 만화가층이 두텁다는 점이 일본 만화산업의 가장 큰 강점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런 문화적 토대를 앞서 소개한 토키와장을 통해 엿볼 수 있습니다.

훌륭한 만화가의 양산박, 토키와장

토키와장은 1952년부터 1982년까지 도쿄에 실존했던 목조 아파트의 이름입니다. 일본 만화의 맹아기 시절, 만화잡지 출판사였던 학동사가 자사 잡지에 연재하는 만화가 대다수를 토키와장에 입주시켰는데, 그 수가 많을 때는 7~8명에 이르렀다고 합니다. 그 덕분에 ‘만화장’이라는 별칭을 얻기도 했지요. 당시 신인 만화가였던 이들이 나중에 유명세를 타자 같은 아파트에 살고 있다는 사실이 세간에서 화제가 되기도 합니다. 

잡지《COM》은 1969~1970년 사이 만화가들이 토키와장에 살던 시절의 이야기를 자전적으로 그리기도 했는데요, 이는 나중에 아톰으로 유명해진 테즈카 오사무가《토키와장 청춘이야기》로 출판됩니다. 이런 연유로 토키와장 아파트 자체가 유명세를 타 저명한 만화가들이 모두 나간 이후에도 만화가 지망생 등의 필수 견학코스가 되기도 했습니다. 건물이 낡아 1981년 철거가 결정되자 데즈카 오사무를 비롯해 토키와장에서 살았던 만화가들이 모여 동창회를 연 일이 있습니다. NHK는 이를 <내 청춘의 토키와장>이란 제목의 다큐멘터리로 제작해 방송하기도 합니다. 

일본 만화를 얘기하면서 빼놓을 수 없는 토키와장. 만화가가 온전히 작업에만 전념할 수 있는 공간에서 지금과 같은 일본 만화산업의 희망이 싹트지 않았을까요? 만화가를 꿈꾸는 젊은이에게 토키와장의 정신을 이어 후원하는 곳이 있습니다. 일전에 저희가 <대안공간에서 사회적기업을 엿보다> <토키와장 프로젝트에서 배우는 사회적기업의 진정성>이라는 기사로 소개하기도 했는데요, 오늘은 동영상으로 토키와장 프로젝트를 소개하겠습니다.



NHK에서 토키와장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젊은 사회적기업가 야마모토 시게루를 취재하여 만든 영상물입니다. 야마모토 시게루에 관해 알고 싶은 분은 <희망도 꿈도 없던 대학 5학년생, 저명한 사회적기업가가 되다!>라는 기사를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이 영상물은 토키와장이 유튜브에 올린 것이며, 일본어 번역은 《하고 싶은 일이 없는 사람은 사회적기업가가 되어라》의 번역자인 신충 씨가 도와주셨습니다. 사회적기업을 꿈꾸는 분들께 이 동영상이 도움되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훨씬 많은 이야기가 야마모토 시게루의 저서에 담겨 있으니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 사회적기업가는 사람들의 생활이나 인생까지 바꿀 수 있다.
- 자기 것을 남에게 주면서도 모든 게 만족스러운 일이다.

          《하고 싶은 일이 없는 사람은 사회적기업가가 되어라》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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