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와 '그녀'의 사정


휴일
에 인터넷을 하다가 재밌고 생각해 볼만한 기사를 발견했습니다. 바로 연애가 들어가는 드라마를 보며 빼놓을 수 없는 바로 그 단어, ''와 '그녀'에 관한 이야기죠.

'그녀'가 국적불명의 단어라는 것 아시나요?
( http://www.kormedi.com/news/culture/korealanguage/1198998_3007.html, KorMedi 뉴스 )

원래 우리나라 말에 그녀란 말은 없었고 성별 구분 없이 라는 3인칭 대명사를 두루 썼다고 합니다. 그런데 영어 쉬She를 번역한 일본어 카노죠彼女가 우리나라에 들어오면서 우리 말에 그녀라는 국적불명의 단어가 생겼다고 합니다.

상당수 국어학자가 그녀를 퇴출하고자 노력했고 그 결과 많은 신문사에서 그녀라는 표현을 될 수 있으면 쓰지 않게 되었다고 합니다. 생각해보니 어렸을 때는 신문에서 자주 볼 수 있던 그와 그녀의 구분이 언젠가부터 그로 통일되어 가는 것 같네요.

일본어의 잔재와 영어가 범람하는 지금 세상에 바르고 고운 우리 말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시는 분들이 계셔서 정말 다행입니다. 특히 글로 책을 만드는 저희 생각비행 같은 출판사 입장에서는 더더욱 말이죠. ^_^

다만 여기서 현실과의 괴리가 생기는 일이 문제일 겁니다. 기사에도 실린 국립국어원의 입장을 인용해보겠습니다.

국립국어원은 ‘’라는 대명사 홀로 남녀를 공통적으로 지칭함을 인정하면서도 ‘그녀’라는 말이 쓰이고 있는 현실 속의 풍경을 무시하지 못하고 있다. 실제로 국립국어원이 발간한 표준국어대사전에는 ‘그’는 말하는 이와 듣는 이가 아닌 사람을 가리키는 삼인칭 대명사, 주로 남자를 가리킬 때 쓴다고 돼 있다. ‘그녀’는 주로 글에서, 앞에서 이미 이야기한 여자를 가리키는 삼인칭 대명사로 돼 있다.

국립국어원의 답변: ‘그’와 ‘그녀’의 쓰임을 모두 인정할 수 있다. 다만 ‘그’는 남성대명사, ‘그녀’는 여성대명사와 같은 대립구조로 이해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말하는 사람과 듣는 사람이 아닌 사람을 가리킬 때 남자와 여자를 구별하지 않고 삼인칭 대명사 ‘그’를 쓸 수 있다. 다만 남자를 가리킬 때 ‘그’가 많이 쓰이고 있으며 ‘그녀’는 사전 뜻풀이에 나오는 대로 주로 ‘글’에서 앞에서 이미 말한 여자를 가리킬 때 쓰인다.

이상과 현실의 괴리는 단어 하나에서도 첨예하게 드러나는군요.^_^;; 아무래도 언어는 언중을 따라가게 되는 것이 현실이니까요. 실제 표준국어대사전에도 올라 있듯 그녀가 틀린 말이라거나 국어가 아니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우리말 바로 세우기를 염원하는 지식인들은 "그녀라고 쓴 문장 어디에든 그를 대체해 넣어보면 하나도 문제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주목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만 이런 경우를 한 번 생각해 보면 어떨까 싶습니다.

얼마 전에 모 일간지에 난 동성애 반대 광고로 유명세를 치른 드라마 <인생은 아름다워>를 생각해 볼까요? 이 드라마에는 이성 커플도 나오고 동성 커플도 나옵니다. 이때 모든 대명사를 올바르게 그로 통일했다고 하면 이런 문장이 나올 수 있습니다.

"어제 가 키스했다."

©SBS. All rights reserved

여태까지 흔히 있었던 드라마를 떠올린다면 주인공 남녀 커플의 키스라고 바로 떠올릴 수 있겠지만 <인생은 아름다워>처럼 남남 커플의 키스도 등장하는 드라마라면 한 문장으로는 어느 커플이 키스를 했는지 알 수가 없게 됩니다. 현재로서는 뉘앙스도 미묘해지죠. 이상윤(남)과 남상미(여)가 키스를 했다는 건지 이상우(남)와 송창의(남)가 키스를 했다는 건지 말입니다.

©SBS. All rights reserved

이런 현상은 사회가 다변화할수록 가속화할 것입니다. 사회를 구성하는 사람들이 다양해지고 사랑의 형태도 다양해지면서 대명사 하나로는 그 뜻이 명확하지 않은 문제가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는 그와 그녀뿐 아니라 모든 단어에 점차 영향을 끼치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현실이상 사이에서 연애만큼 복잡한 그녀의 사정, 무엇이  정답일까요? 생각해볼 문제라고 봅니다.

* 이는 생각비행 출판사 전체가 아닌 개인의 의견임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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