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연재물/도서비행

희망도 꿈도 없던 대학 5학년생, 저명한 사회적기업가가 되다!

by 생각비행 2012. 2. 16.
안녕하세요? 생각비행입니다. 요즘 청년들의 삶이 팍팍합니다. 취업 준비생은 높은 실업률에 낙담하고, 학생들도 비싼 등록금 때문에 학업보다 아르바이트에 열을 올리고 있지요. 일부 학생들은 아르바이트를 2~3개 하기도 합니다. 이십대 태반이 백수(이태백)이고, 젊은 사람들이 많은 것을 포기하는 이른바 삼포세대라는 말이 나올 정도입니다. 지금 이대로라면 희망이 없어 보입니다. 

일본에서 우리와 비슷한 고실업률 시대에 이런 문제를 고민한 한 젊은이가 있었습니다. 지금은 일본에서 아주 유명한 사회적기업가가 된 사람인데요, 그도 한때는 도대체 무슨 일을 해야 할지 몰랐던 프리터이자 니트(NEET, 청년 무직자)였습니다. 그는 말합니다. "지금까지 인생에서 가장 괴로웠던 순간. 그것은 수험에 실패한 때도, 실연당한 때도, 회사를 그만뒀을 때도, 저금이 바닥을 드러냈을 때도 아니었다. 하고 싶은 일을 찾지 못했던 바로 그 여름이었다"라고요.

오늘은 꿈도 희망도 없던 대학 5학년생에서 사회적기업가로 성공한 한 젊은이의 인생을 소개하겠습니다. 우리 사회의 젊은이들에게 도움이 되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하고 싶은 일이 없어!

야마모토 시게루(山本 繁). 그는 현재 일본의 NPO 법인 뉴베리(NEWVERY) 이사장입니다. 그의 약력을 잠시 살펴볼까요?

약력
2007년  사회적기업가 비즈니스 콘테스트 '스타일(STYLE)'에서 우수상 수상
2009년  '일본의사회적기업가 30인'에 선정 (《주간 다이아몬드》)
2011년  교토조형예술대학 비상근강사 
2011년  지케이 이스트 교육혁명센터 고문
2012년  '일본을 세우는 100인'에 선정 (《AERA》)
대학교육학회 회원, 초년차교육학회 회원, 대학매니지먼트연구회 회원
《아사히신문》《요미우리신문》, NHK 같은 매체에 200회 이상 소개

사회적기업 관련 프로젝트
진보초 소설 아카데미 - 니트, 은둔형 외톨이, 등교 거부자를 위한 문장교실
올니트니폰 - 니트의 자립과 자활을 돕는 인터넷 라디오 방송국
토키와장 프로젝트 - 만화가를 꿈꾸는 젊은이들에게 저렴한 주거공간을 제공하여 창작에 몰두하게 함
일본중퇴예방연구소 - 중고등학교, 대학교, 전문학교 중퇴자 예방사업

저서
《やりたいことがないヤツは社会起業家になれ》
: 하고 싶은 일이 없는 사람은 사회적기업가가 되어라
《人を助けて仕事を創る 社会起業家の教科書》
: 사회적기업 창업 교과서 ― 사람을 도와 일을 창출하는 소셜 비즈니스의 모든 것

 

생각비행이 출간한 야마모토 시게루의 저서.


야마모토 시게루는 2007년부터 사회적기업과 관련된 왕성한 활동을 펼쳤습니다. 대표적으로 진행하고 있는 프로젝트는 세 가지 정도이고, 그밖에도 다양한 사회적기업 활동을 벌이고 있습니다. 그는 사회의 아웃사이더인 프리터, 니트, 은둔형 외톨이, 중퇴자 문제에 힘쓰고 있습니다. 정부조차 해결하지 못하는 일본 사회의 큰 문제인 만큼 여기에 온갖 노력을 기울여 실질적인 변화를 이끌어내는 한 젊은이의 인생에 일본 사회가 열광하는 것은 당연합니다.

현재 '일본을 세우는 100인'에 선정될 정도로 성공적인 삶을 살고 있는 그도 사실 20대에는 한국의 젊은이들과 똑같이 방황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취업을 준비하려고 대학 5학년생으로 지내는 젊은이가 많은데요, 야마모토 시게루도 똑같았습니다. 

나는 졸업 이수 학점이 모자라 대학 5학년생이 되었다. 주위 동급생은 이미 모두 취직했거나 취직할 예정이었다. …… 나는 무엇을 하고 싶은지 알 수 없었다. 대책 없는 놈이라고 말할지도 모르겠지만, 무엇을 하고 싶은지 알 수 없는 그런 기분이 계속되어 기업의 면접을 치를 생각이 들지 않았다.

사실 야마모토 시게루는 대학교 새내기 시절, 누구보다도 자신감에 충만한 젊은이였습니다. 그런데 대학 입학 후 받은 건강검진에서 신장에 이상을 발견하고 병원에 입원해 치료받는 과정에서 젊은 나이에 '죽음'이라는 문제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했습니다. 그러고는 "인생에서 전력투구할 수 있는 시간은 짧다"는 사실을 절감합니다.

그 뒤로 그는 전력투구하는 삶을 삽니다. 운동, 서클, 음악 등에 심취하기도 하고 2학년 때는 급기야 벤처기업을 시작합니다. 부동산 관련 일이었는데요, 열심히 일하는 모습을 지켜보던 한 부동산업자가 투자를 자청하고 나서기도 했습니다. 이에 탄력을 받아 불과 넉 달만에 회사로서 조직을 갖추고 월 450시간을 일하면서 폭풍질주했습니다.

미래를 향해 멈추지 않을 것 같았던 야마모토 시게루의 엔진이 갑작스럽게 꺼지는 사건이 발생합니다. 어느 날 밤늦게 시내에서 회의를 마치고 돌아오던 그는 전철을 탔습니다. 사무실 가까운 역에 내려 정신을 차리고 보니 가방이 손에 없었습니다. 가방 안에는 중요한 서류와 뭉칫돈이 있었죠. 가방을 찾으러 역무원을 찾아갔지만 다음 날 오라는 얘기만 들었습니다. 허무하게 돌아선 야마모토 시게루의 가슴속에서 이상한 울림이 일어났습니다.

허무함이 전신을 맴돌았다. "난 대체 뭘 하는 거지? 가방이 아니라, 찾아야만 하는 다른 게 있잖아."


다행히 다음 날 가방은 되찾았지만, 야마모토 시게루는 그날로 사업을 내팽개친 채 고민하기 시작했습니다. '나는 무엇을 위해 그토록 일했던 걸까. 목숨을 걸고 필사적으로 일했다. 그건 틀림없다. 하지만 나에게 일하는 이유는 무엇이었던 걸까.'


방황 끝에 찾은 희망의 빛  

그의 고민은 끝이 없었습니다. 해답을 찾기가 쉽지 않았기 때문이죠. 마냥 넋 놓고 있을 수만은 없어 금융공학 세미나와 문예창작 세미나에 참여하기도 했습니다. 예전엔 이름만 걸어뒀던 연극 서클에 복귀해 열심히 활동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중학생부터 고등학생을 대상으로 연극을 지도하는 지역 극단 코치로 활동하던 중에 그의 마음을 움직이는 일이 일어납니다.
 
극단에 오는 아이들은 학교에 거의 가지 않거나 가정에 문제가 있거나 어떤 콤플렉스가 있거나…… 하는 식으로 복잡한 사정이 있는 경우가 많다. 아이들을 지도하면서 연출을 하다 보면 그들 안에서 무언가가 확 바뀌는 때가 있음을 느낀다. 파이프가 연결된 것처럼 아이들의 에너지가 순환되거나 피가 통하는 것처럼 생생하게 다가온다. 아이들의 아우라가 순식간에 굉장히 좋은 방향으로 바뀌는 것이다.
 
무엇을 해야 할지, 넘치는 에너지를 쏟을 곳이 어디인지, 어떻게 하면 하고 싶은 일을 찾을 수 있는지 알 수 없었던 야마모토 시게루는 긴 방황 끝에 결국 답을 찾았습니다. 

내 안에 니즈(needs)는 없다. 그렇다면 다른 사람의 니즈를 위해 살아가면 되지 않겠는가! 그렇다. 스스로 하고 싶은 일이 없다면 다른 사람을 위해 살아가면 된다!


생각의 전환이었습니다. 하고 싶은 일이 없다면 뭔가 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을 도와 그들의 꿈을 이루어주는 일이 곧 자신의 일이라고 생각한 것이니까요.


사회적기업에 눈뜨다

타인의 니즈를 위해 살아가기로 마음먹은 야마모토 시게루는 열심히 달리기 시작합니다. 사춘기 청소년의 변화를 실감했던 경험을 살려 아이들에게 창작이나 표현의 공간을 제공하려는 마음으로 '말의 아틀리에'라는 문장교실을 열었습니다. 자원봉사 성격으로 시작한 일이었지만 이내 의미 있는 성과가 나타났습니다. 

왕따를 당해 신경안정제를 복용하던 아이가 약을 끊는다든지, 가정 불화로 마음 아파하던 아이들이 웃음을 되찾는 일이 생겨나기 시작한 것입니다. 아이들이 변화하는 모습을 보이자 학부모들한테서 감사하다는 편지나 문자를 받는 일도 많아졌습니다. 

'말의 아틀리에' 활동이 성공을 거두자 야마모토 시게루는 또 다른 고민을 시작합니다. 아이들과 함께하면서 학교, 지역, 가정의 문제점이 서서히 보이기 시작했기 때문이죠.

한 사람 한 사람을 마주함으로써 눈앞에 있는 10명, 20명의 아이가 바뀌고 있다. 하지만 집단 따돌림이나 자해, 등교 거부, 정신안정제 복용, 콤플렉스 같은 문제나 고민을 안고 있는 아이가 일본에 잔뜩 있다는 건 틀림없는 사실이다. 과연 이대로 풀뿌리 수준의 활동만 하고 있어도 괜찮은 걸까?
 
야마모토 시게루는 자신이 고민하는 문제에 전력투구하고 싶었습니다. 일과 봉사를 병행하던 생활을 끝내고 풀타임으로 '말의 아틀리에' 활동에 전념하고 싶다는 마음이 간절해졌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한 통의 이메일을 받았습니다. NEC사회기업학원이라는 곳에서 온 메일이었습니다. 

'NEC사회기업학원에 참가하지 않으시겠습니까?' 사회적기업학원이 뭔지조차 알 수 없던 시절이었지만 곧 그 일이 자신에게 적합하다는 사실을 직감합니다.

통상적인 기업가는 얼마의 이익을 얻어 자신에게 어느 정도 보수가 들어왔는가로 실적을 헤아리는 데 반해, 사회적기업가는 사회에 어느 정도로 의미 있는 효과를 주었는가를 성공의 척도로 삼는다.


자신이 하고자 하던 일이 사회적기업가에 가깝다는 사실을 알게 된 야마모토 시게루는 마침내 사회적기업가를 꿈꾸기 시작합니다.


사람을 도와 일을 창출하는 일

이때부터 야마모토 시게루는 사람들의 니즈를 파악하기 시작합니다. '말의 아틀리에'에서 대인관계에 서투른 아이들을 보았을 때 그는 그들의 미래가 일본 사회의 큰 문제로 대두한 니트라는 현실을 직감했습니다.

NPO법인, NEWVERY


니트와 은둔형 외톨이의 삶을 들여다보니 집에 틀어박혀 있으면서 신문, 텔레비전, 라디오, 인터넷과 같은 미디어에 접촉하는 시간이 많았고, 책, 만화, 영화 게임 같은 엔터테인먼트 상품에 대한 소비가 엄청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또한 이런 아이들은 자신이 아는 지식을 살려서 할 수 있는 분야로 취업하고 싶어 한다는 희망도 알게 되었습니다.

사회 아웃사이더들의 니즈를 파악한 야마모토 시게루는 하나의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한 다음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진보초 소설 아카데미'가 바로 그것이죠. 이 일은 니트와 은둔형 외톨이, 등교 거부자 같은 젊은이를 대상으로 하는 문장교실이었습니다. 1년간 12명의 학생을 가르친 결과 3명의 학생이 책을 출간했고, 잡지에 기사를 연재하게 된 학생도 나왔습니다. 야마모토 시게루가 처음 시작한 '진보초 소설 아카데미'로 사람을 도와 일을 창출하겠다는 바람이 이뤄진 것이죠. 

하지만 안타깝게도 진보초 소설 아카데미는 1년만에 휴교를 하게 됩니다. 경제적으로 채산성이 없어 잠정적으로 휴교를 결정한 것이죠. 하지만 야마모토 시게루는 멈추지 않았습니다. 니트를 위한 라디오 방송국인 '올니트니폰'을 개국했고, 만화가를 꿈꾸는 이들을 지원하는 '토키와장 프로젝트', 그리고  중고등학교, 대학교, 전문학교 중퇴자 예방사업에 힘쓰는 '일본중퇴예방연구소' 사업을 연이어 시작했으니까요. 


하고 싶은 일이 없다면 다른 사람이 하고 싶어 하는 일을 도우면 된다! 

현재 한국의 젊은이들은 힘든 나날을 보내고 있습니다. 이달 통계청 발표를 보면 15∼29세 청년층의 실업률이 8.0%로 2011년 4월(8.7%) 이래 9개월 만에 다시 8%대로 올라섰습니다. 연령대별 취업자는 15∼19세가 전년 동월 대비 1만 9000명, 20대 2000명, 30대 4만 8000명으로 각각 줄어 젊은층의 감소세가 두드러진 반면 50대 취업자는 37만 6000명, 60세 이상은 21만 3000명으로 늘었습니다. 이른바 '취업 양극화' 현상을 보이는 것이죠.

정부는 매년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여 청년 실업 해소를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청년 실업은 미래 사회의 주역들로 하여금 사회발전에 참여할 기회를 박탈하게 하므로 심각한 문제입니다. 최근 고용 없는 성장이라는 경제여건 변화는 청년층의 취업 전망을 더욱 어둡게 하고 있습니다. 청년실업은 또 다른 사회문제를 일으키는 심각한 사회현상입니다. 사회 고학력자들이 취업 경쟁에 밀려 하향 취업하는 경향이 나타나며, 취업에 실패한 대졸자들은 전문대나 취업전문학교로 진학하는 경향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사람들이 선호하는 직업에는 이미 많은 젊은이가 몰려 날이 갈수록 경쟁은 치열해지고 있습니다. 그러니 일단 취업만 하고 보자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적성, 전공지식과 기술과 무관하게 취업하는 청년들이 증가하는 추세입니다. 이럴 때 야마모토 시게루의 이야기를 귀담아들으며 생각의 전환을 해보는 건 어떻습니까? 자신이 아닌 타인의 니즈를 파악하여, 사람을 도와 일을 창출하는 사회적기업을 생각해보는 겁니다.

마지막으로 야마모토 시게루의 인상적인 이야기를 들려드리겠습니다. 《하고 싶은 일이 없는 사람은 사회적기업가가 되어라》에 더 진솔한 이야기가 많이 담겨 있으니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나는 8년 전 일을 생각했다. 그때 나는 아무것도 아닌 인간이었다. 하고 싶은 일이 없다. 꿈도 없다. 희망도 없다.
장래가 보이지 않아 매일 울고 싶은 기분이었다. 그런 나를 지금은 '주목해야 할 사회적기업가'라고 부르고 있다.
불가사의한 일이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