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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물/도서비행

[김대중 대통령을 추모하며 - 사랑의 승자 7] 회담

by 생각비행 2011. 9. 15.
회담

산 정상에 오르는 길은 여러 갈래입니다. 우리는 자기 코스를 정하기 전에 미리 신중한 고려 끝에 최선의 선택을 해야 합니다. 그러나 일단 정하면 결코 변경해서는 안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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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삼  오늘 날씨가 좋습니다.
김대중  날씨가 오늘 회담의 좋은 결과를 예측하는 것 같군요.

정주영 후보의 말은 아쉽게도 기억이 안 난다. 날씨는 인간세계를 예보하진 못했다. 이쪽을 봐 달라, 이쪽도, 하며 수없이 찍어대는 사진. 사진기자의 요구 탓에 세 후보도 지쳤는지 국회 귀빈식당엔 침묵이 흘렀다. 연방 터지던 플래시도 잦아들 무렵, 분위기가 어색했던지 김영삼 후보가 날씨 얘기로 먼저 말을 꺼냈다. 김대중 후보의 화답이 잠시 오간 다음 이내 조용해졌다.

그 순간을 찍은 사진이다. 많은 기자를 앞에 둔 그때도 김대중은 하품을 하고 있었다. 나는 개인적으로 이런 사진을 아주 좋아한다. 세 후보 중 누가 대통령이 될지 모르지만(김영삼이 당선되었다) 인간적인, 우리 같은 평범한 모습을 보이는 이런 장면이 좋다. 전혀 연출되지 않은, 있는 그대로의 모습은 우리와 다를 게 하나도 없다. 졸리면 하품을 하는 게 당연하고, 간지러우면 코를 만질 수도 있고, 계속 앉아만 있으려니 머쓱해서 고개를 숙이고 막간 쉼을 즐길 수도 있는 것 아니겠는가. 신문에 이런 사진이 자주 게재되면 좋겠다. 그러나 실상은 그렇지 않다. 언제나 사진기자의 요청에 따라 악수하고 웃는 식의 연출된 사진만 게재된다. 그런 점이 아쉽다. 사진으로도 소통한다. 사진으로도 충분히 설명한다. 그러니 사진도 글이다. 글이 따로 없어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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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승자 - 김대중, 빛바랜 사진으로 묻는 오래된 약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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