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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보도

김건희 명품백 사건 종결, 권익위의 졸렬함에 관하여

by 생각비행 2024. 6. 24.

지난 6월 10일 국민권익위원회는 참여연대가 청탁금지법 위반으로 신고한 김건희 여사의 명품가방 수수 사건을 종결한다고 발표했습니다. 권익위는 김건희 여사의 명품백 수수는 "청탁금지법에 공직자 배우자 제재 조항이 없고", "대통령 직무 관련성이 없다"고 했습니다. 거기에 더해 설사 직무 관련성이 있다고 하더라도 "명품백을 준 사람이 외국인이기 때문에 대통령기록물법의 적용을 받아야 하는 사안"이고 "청탁금지법 신고 대상이 아니다"라는 유권해석을 했습니다. 작년 12월 19일 사건을 접수한 후 최장 90일로 정해진 조사 기한을 연장하기까지 했습니다만, 72초 만에 권익위의 브리핑은 끝이 났습니다. 상식을 부정하는 이 졸렬한 유권해석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요?

 

출처 - MBC

 

2022년 9월 최재영 목사는 김건희 여사가 대표로 있던 코바나컨텐츠 사무실에서 김 여사에게 300만 원 상당의 명품 가방을 건네며 손목시계형 몰래카메라로 이 과정을 촬영해 폭로했습니다. 곤란한 상황을 일부러 만들어 대뜸 명품 가방을 안긴 것이 아니라 사전에 김 여사를 보좌하는 측근에게 카카오톡으로 명품 가방 사진을 보내고 접견 일정까지 조율했습니다.

 

 

김 여사 배우자인 윤석열 대통령에게 뭔가 바라는게 있어 300만 원짜리 가방을 준 것이라고 하기엔 김 여사는 돈이 너무 많아서 이 정도 가방은 에코백에 불과했던 걸까요? 누군가에겐 에코백과 비슷한 가치였다 해도 법적으로 청탁금지법, 즉 김영란법에 저촉되는 금액에 해당하는 물품인 것은 두 말할 필요가 없습니다. 금액 내 물품이라고 해도 '직무'와 관련해서는 받아서는 안 될 일이고요.

 

출처 - JTBC

 

그런데 권익위는 최재영 목사가 미국 시민권자인 외국인이라서 청탁금지법 적용 대상이 아니라고 했습니다. 대통령기록물법을 적용해야 한다면서요. 최재영 목사는 2022년 7월 김건희 여사에게 책도 선물했습니다. 김 여사는 2022년 말 아크로비스타에서 한남동 관저로 이사할 때 이 책을 버렸습니다. 아크로비스타에 살고 있던 이웃사촌 권성희 변호사가 아파트 분리수거장에서 이 책들을 주웠다고 했으니까요. 권 변호사가 습득한 책에는 최재영 목사가 "윤석열 대통령님 김건희 여사님께 드립니다. 2022. 7. 23 저자 최재영 목사"라는 문구가 쓰여 있었습니다.

 

출처 - 뉴스1

 

권익위의 궤변에 장단을 맞춰주자면, 김건희 여사가 책을 버린 행위는 대통령기록물관리법 제30조에 규정된 '대통령기록물 손상·은닉·멸실 또는 유출'에 해당하는 중범죄입니다.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해당합니다. 게다가 권익위의 이 같은 설명은 대통령실의 기존 입장과 상충하는 문제도 있습니다. 대통령실은 최 목사가 김 여사에게 건넨 명품 가방을 대통령 기록물로 분류해 보관하고 있다고 밝혔기 때문입니다. 대통령기록물은 대통령 '직무'와 관련이 있다고 판단될 때 관련 법에 따라 정식 절차를 거쳐 보관하게 되어 있죠.

 

출처 - SBS

 

그러니까 권익위와 대통령실은 서로의 근거를 박살 내는 관계에 있습니다. 한마디로 웃기는 일이죠. 문제가 불거지자 국민권익위원회 비상임위원인 최정묵 위원은 이번 사건 종결 처리에 책임을 느낀다며 사퇴 의사를 밝혔습니다. 최 위원은 지난 19일 입장문을 통해 "법리적으로 충분히 다툼의 여지가 있었고, 국민이 알고 있는 중요한 비리로 판단할 수 있는 문제가 혐의없음으로 종결됐다"며 "많은 국민께서 이 결정에 실망하셨고, 그 실망감과 불신을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했습니다. 또 최 의원은 "본 안건의 표결 결과를 12:3으로 예상했으나, 8:7로 근소했다. 이는 위원의 개별적 책임성이 발휘된 결과라고 생각한다"며 "제가 나가면 1표가 더 부족해지지만, 오히려 2표, 3표가 더 발휘될 것이라 믿는다"고도 밝혔습니다.

 

출처 - MBC

 

권익위가 "혐의없음"을 발표한 당일,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는 중앙아시아 3개국 순방을 위해 출국했습니다. 혐의 당사자도 없는 대한민국에서 권익위의 황당한 결정에 열받은 건 애먼 국민들 뿐이었습니다. 권익위는 누구의 권익을 위하는 곳인지 모르겠군요. 졸렬한 유권해석으로 김건희의 권익만 배려하려 했던 것 아닌가요?

 

출처 - SBS


더불어민주당 한민수 대변인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권익위는 국민 권익 대신 대통령 부부의 권익을 지키는 기구가 됐다"면서 "청렴과 공정의 최후 보루여야 할 권익위가 공직자에게 뇌물 수수의 꼼수를 알려주는 부패 세탁소로 전락했다"고 비판했습니다. 아울러 "이번 권익위의 결론으로 김 여사 명품 가방 수수 의혹에 대한 특검이 필요한 이유는 더 분명해졌다"고도 주장했습니다. 조국혁신당 김보협 수석대변인도 이날 논평을 내고 "권익위원의 직분에 충실한 결정을 한 최정묵 비상임위원이 사퇴했"다면서 "정작 책임지고 사퇴할 자들은 비난 여론에도 꿋꿋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김 대변인은 지난 6월 12일 논평에서 "권익위는 이름을 '건희위원회'로 이름을 바꾸라는 비난을 들어도 싸다"며 "'건희위'는 공직자의 부인과 가족들은 고가의 명품 가방이 아니라 아파트를 받아도 혐의가 없다고 할 것으로 보인다. '건희위'가 뇌물과 청탁을 권장하는 꼴"이라고 비판하기도 했죠. 참여연대는 지난 6월 19일 윤석열 대통령 김건희 여사의 명품 수수 신고사건을 종결처리한 권익위에 이의신청을 제기했습니다.

 

출처 - 참여연대

 

금품 제공자인 최재영 목사가 '영상으로 공개된 금품 말고도 수차례 금품을 더 제공했고, 금품을 건넨 뒤 청탁을 하고 대통령비서실 총무비서관실 조모 행정관과 국가보훈부의 송모 사무관과도 연결됐다'며 새로운 증거자료와 진술을 내놓고 있는데도, 권익위가 피신고자인 김건희 여사와 최재영 목사 등에 대해 사실 확인을 위한 조사조차 하지 않은 점을 들며 종결처리가 부당하다고 주장한 겁니다.

 

출처 - 딴지일보

 

더불어민주당은 6월 24일 "국회에 주어진 권한을 최대한 활용해 대통령 부인의 뇌물 수수를 비롯한 비리 의혹을 철저히 규명하겠다"며 김건희 여사 특별검사(특검)법을 6월 국회 내에 처리하겠다는 방침을 시사했습니다. 윤종군 원내대변인은 이날 서면 브리핑에서 "지난주 많은 국민께서 법제사법위원회의 '해병대원 특검법' 입법청문회를 지켜보셨고, 청문회를 통해 '일하는 국회', '실천하는 개혁 국회'의 효능감을 느끼셨다"며 "다음은 김건희 특검법"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아울러 "공직 부패를 막는 최후의 보루인 '청탁금지법', 일명 '김영란법'을 공직 부패를 보장하는 '김건희봐주기법'으로 만들 수는 없다"면서 "김건희 여사에게 면죄부를 준 국민권익위원회를 정상으로 돌려놓고, 대통령 부부를 비호하기 위해 국가기관을 사유화하는 윤석열 정부의 퇴행을 막겠다"고 공언했습니다. 김건희 여사가 명품 가방을 수수했다는 내용의 비위 신고 사건을 '위반 사항 없음'으로 종결 처분한 권익위의 졸렬한 결정을 특검법에 포함하는 방안을 민주당이 검토 중이라고 하니 이제 눈을 부릅뜨고 어떤 결과가 나올지 지켜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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