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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보도

얼차려 받다 훈련병 사망한 사건, 군은 언제까지 미온적으로 대응할 것인가?

by 생각비행 2024. 6. 14.

지난 6월 10일 육군 12사단 훈련병 사망 사건과 관련해 경찰이 중대장 등 수사 대상자들을 정식으로 입건했습니다. 사건 발행 18일 만입니다.

 

출처 - SBS

 

지난 5월 23일 강원도 인제군 12사단 신병교육대에서 군기훈련, 이른바 얼차려를 받던 훈련병 6명 중 1명이 쓰러졌습니다. 쓰러진 훈련병은 민간병원으로 응급 후송돼 치료를 받았지만 상태가 악화돼 이틀 만에 유명을 달리했습니다. 병원 도착 당시 열이 40.5도에 이르렀다고 하죠. 사망한 훈련병은 쓰러지던 때 완전 군장을 하고 선착순 뛰기, 팔굽혀펴기, 구보 등의 군기훈련을 50여 분간 받았다고 합니다. 군인권센터에 따르면 순직한 훈련병은 밤에 떠들었다는 이유로 얼차려를 받았습니다.

 

출처 - 뉴스1

 

완전군장은 전투복, 전투화, 모포, 반합, 수통, 야전삽 등이 들어간 배낭과 방독면 휴대주머니, 방탄모 등을 착용하고 소총까지 든 상태를 의미합니다. 제대로 된 완전군장의 무게는 약 38kg에 달합니다. 순직한 훈련병은 20kg 이상의 무게를 들고 구보와 팔굽혀펴기를 한 것으로 추정되는데요, 일반인이 들고 걷기도 힘들 정도의 무게를 이고 심각한 얼차려를 받은 셈입니다. 순직한 훈련병의 직접적 사인은 패혈성 쇼크로 인한 다발성 장기부전이었습니다. 열사병이었던 것이죠.

 

출처 - JTBC

 

2020년 개정된 '군인의 지위 및 복무에 관한 기본법 시행령'에 따르면 군기훈련은 '공개된 장소에서 훈련대상의 신체상태를 고려하여 체력을 증진시키거나 정신을 수양하는 등의 방법으로 실시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또 육군규정에 따르면 군기훈련 시 '한 번 얼차려를 부여할 때 1회 1km 이내, 최대 4회까지 반복하여(총 4km) 완전군장 보행을 실시할 수 있다'고 규정해 놓았습니다. 밤에 떠는 일이 입대한 지 일주일 남짓 된 훈련병에게 각종 규정 위반까지 하며 얼차려를 줄 정도로 큰 잘못이었을까요? 그저 참담할 뿐입니다. 사고의 면면을 살펴보면 참담함은 더 심해집니다. 얼차려를 명령한 중대장은 쓰러진 훈련병에게 의무병이 달려와 맥박을 체크하고 있는데 "일어나, 너 때문에 애들이 못 가고 있다"고 말했다고 하죠. 가혹행위에 가까운 얼차려를 준 것부터 문제지만, 일단 사람이 쓰러졌으면 상태 확인을 제대로 하는 것이 인지상정 아닐까요? 

 

출처 - 한겨레

 

병원에 실려갈 때의 초동 대처에도 문제가 많았습니다. 군인권센터 임태훈 소장은 "훈련병의 유가족이 지난 11일 군 병원을 찾아 12사단 신병교육대 의무실 의무기록사본 발급을 신청했지만 어떠한 의무기록도 없다는 답변을 내놨다"고 했습니다. "훈련병이 쓰러진 뒤 의무실부터 간 것이 사실이고 군의관이 응급조치를 진행한 것, 응급의료종합상황센터와 연계해 긴급 후송한 것도 사실이라면 전산상 의무기록이 존재해야 한다. 기록이 없다는 건 명백히 관계 법령을 위반한 행위"라며 수사를 통해 사건 초기 상황을 제대로 살펴봐야 한다고 했습니다.

 

출처 - MBN

 

또한 임태훈 소장은 얼차려를 시킨 중대장이 병원에 동행한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습니다. 가혹행위를 한 당사자가 환자 인솔을 맡았으니 의료 기관에 제대로 상황을 설명했겠느냐는 겁니다. 실제로 순직한 훈련병이 처음 속초의료원으로 이송됐을 당시 간호기록지에 얼차려에 대한 내용이 기재돼 있지 않았다고 하죠.

 

출처 - 연합뉴스

 

군대에 징집된 대한민국의 젊은이가 얼차려를 받다가 사망한 심각한 사건인데도, 수사기관의 대처는 참으로 미온적입니다. 경찰이 중대장 등 수사대상자들을 정식 입건하고 소환 조사에 나선 건 사건 발행 18일이 지난 후였으니까요. 사건을 육군으로부터 넘겨받고 본격적으로 수사를 시작한 후로는 12일 만이고요. 당시 같이 얼차려를 받은 훈련병이나 의료인에 이르기까지 많은 관계자를 만나고 상황을 파악해야 하니 수사에 다소 시간이 걸릴 수 있다는 점은 이해합니다. 하지만 규정을 어겨 가혹행위를 한 것이 명확한 가해자를 입건하기까지 이렇게 시간이 걸리는 것은 참으로 의아한 일이죠. 

 

출처 - 아이뉴스24

 

또 가해자 중 하나인 중대장은 사고 후 직무에서 배제된 후 개인 연가를 내고 고향에 머무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영내 대기가 아니라 귀향 조치를 한 군은 사태를 너무 안이하게 보는 것 아닌가 싶습니다. 같은 사건으로 조사받고 있는 부중대장이 현재 부대 내 숙소에 머무르고 있는 것과 대비됩니다. 이에 대해 군은 "아직 입건되지도 않은 상황이라 연가 신청을 금지할 규정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해명했으니 참 기가 막힙니다.

 

출처 - 아시아경제

 

육군 관계자는 지난 5월 27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 청사에서 "고인에 대한 인사 사령부 순직 심사 결과 순직 결정이 있었다"며 "진급 추서 심의가 이뤄져 일병으로 진급했다"고 밝혔습니다. 입대한 지 며칠 만에 사망한 자식의 계급을 한 단계 올리는 건 유족에게 어떠한 위로도 되지 않습니다. 사고가 터질 때마다 '제대로 된 규명과 가해자 처벌, 재발 방지'가 필요하다고 합니다만, 군은 과연 제대로 처리하고 있습니까?

출처 - 석탑만평

 

이번에야 말로 피해자가 누구 때문에 안타까운 죽음에 이르게 됐는지, 앞으로 군은 이와 같은 사태를 어떻게 막을 수 있는지, 근본적인 답을 내놔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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