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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보도

KC 안전 인증으로 서민 벗겨 먹으려다 된통 당한 윤석열 정부를 보는 우리의 자세

by 생각비행 2024. 6. 3.

지난 5월 16일 정부가 국내 안전 인증(KC인증)을 받지 않은 제품의 해외 직구를 6월부터 막겠다고 발표했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았습니다. 다음 날(17일) 밤 10시 넘어 안전 인증 없는 80개 품목에 대한 해외 직구를 당장 금지하는 것은 아니라고 해명했습니다. 그러더니 19일에는 KC인증을 받지 않은 제품의 해외 직구를 금지하겠다는 애초 계획을 사실상 철회합니다.

 

출처 - SBS

 

이정원 국무조정실 2차장은 국내 안전 인증을 받지 않은 80개 품목의 해외 직구를 금지하는 것은 사실이 아니며 물리적으로나 법적으로 가능하지 않다고 밝혔습니다. 그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이기 때문에 이 정책을 검토해본 적도, 생각해본적도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출처 - 민중의소리

 

이상하지 않습니까? 생각해본 적도 없는 정책이 어떻게 보도자료로 나와 언론이 기사를 쏟아냈을까요? 과연 여론은 허공에다 대고 분노를 표출한 걸까요?

 

출처 - JTBC

 

요즘 한국 쇼핑몰에서 파는 온갖 물건이 중국 제품을 수입해 이름만 바꾼 것이라는 점은 상식이 돼버렸습니다. 직구로 물건을 싸게 살 수 있는 건 좋지만 중국 쇼핑몰에서 판매되는 제품에서 유해물질이 검출되거나 가짜가 많아 문제가 제기됐죠. 관세청이 중국 온라인 쇼핑몰에서 판매 중인 어린이제품 252종의 성분을 분석한 결과 15%에 달하는 38종의 제품에서 국내 안전 기준치를 최대 3026배 초과하는 유해성분이 검출됐다고 발표했습니다. 상황이 이러니 소비자가 좀 더 안전하게 물건을 살 수 있는 기준은 필요해 보입니다. 그 기준으로 제시된 것이 KC인증입니다. 이번에 정부의 이랬다 저랬다 사태의 핵심이죠.

 

 

KC인증은 안전, 보건, 환경, 품질 등과 관련한 13개 부처의 법정 강제 인증 마크를 하나로 통합한 것입니다. 다양한 인증 마크로 인한 소비자 혼란을 해소하고 정책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마련됐죠. 정식 수입 절차를 거친 제품들은 KC인증을 받아야 국내에 유통될 수 있다고 합니다. 그런데 인증 자체에 문제가 많습니다.

 

출처 - SBS

 

일단 KC인증을 받고도 안전하지 않았던 제품이 많습니다. 간과 신장에 해로운 환경호르몬이 기준치의 600배 넘게 검출된 아기욕조 제품도 있었고, 방사성 물질인 라돈이 방출된 침대 매트리스도 있었고, 수많은 사망자를 냈을 뿐 아니라 지금도 피해자가 고통 속에 있는 가습기 살균제도 있었죠. 모두 KC인증 마크를 받은 제품이었습니다. 또 전기, 생활용품, 어린이 제품 중 올해 1월부터 5월 중순까지 결함으로 리콜을 실시한 품목이 59개나 됐습니다. 이 중에 44개 제품이 KC인증을 받은 것이었죠. 이처럼 KC인증이 안전을 보증하지 못한다는 문제가 있습니다.

 

출처 - MBC

 

KC인증에는 수백만 원에 달하는 비용이 들어갑니다. 업체는 제품 색깔이 달라지기만 해도 비용을 들여 별도 인증을 받아야 합니다. 다른 수입업체가 이미 인증을 받은 제품이라고 해도 취급하려면 중복 인증을 받아야 하는 문제도 있습니다. 뭔가 철저한 척은 하는데 결과는 참담하달까요? 소비자는 검사 비용이 포함된 물건 값을 치르고 있을 텐데 말입니다.

 

출처 - KBS

 

KC인증 같은 제도는 다른 나라에도 있습니다. 미국은 FC, 일본은 PSE라고 하죠. 이 FC인증과 PSE인증은 호환이 가능합니다. 미국에서 FC인증을 받은 제품은 일본에서 별도 인증 없이 판매가 가능합니다. 사실 당연한 일입니다. 미국에서 안전성을 인증받은 제품이 일본에서 안전하지 않을 이유가 없으니까요. 그런데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와 인증 제도 협약을 맺지 않았습니다. 이 때문에 FC나 PSE를 받더라도 한국에서는 인정을 해주지 않습니다. 앞서 소개한 것처럼 안전성을 담보하지도 못하는 KC인증을 수백만 원의 비용을 들여 다시 받아야 하는 겁니다.

 

출처 - 연합뉴스

 

심지어 KC인증은 민영화가 진행 중이라고 하죠. 제품의 안전을 보증하는 인증이니 당연히 계속 국가 기관이 담당할 줄 알았건만 실상은 달랐습니다. 작년 12월 산업통상자원부는 전기, 생활용품 안전인증기관에 영리법인 허용을 입법예고했습니다. 그간엔 비영리법인만 안전인증기관이 될 수 있었는데 시험설비, 인력 등 충분한 역량을 갖춘 민간 영리 기관도 안전인증기관으로 진입하도록 '비영리'를 규정에서 삭제한다고 합니다. 이는 안전 인증 검사로 돈벌이를 할 수 있도록 국가가 나서서 시장을 열어주겠다는 얘기입니다.

 

 

윤석열 정부 들어 왜 갑자기 해외 직구에 KC인증을 들먹이나 했더니, 민간 KC인증 업체 돈벌이를 위해 시장을 키워주려 했다는 의구심이 들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정부는 "인증기관이 늘어나고 경쟁 환경이 조성되면 그만큼 대 기업 인증 서비스가 개선될 것이라는 취지며 해외 직구 대책과는 관계가 없는 내용"이라며 "비영리 민간 업체가 이미 인증을 진행하고 있으니 민영화라는 단어는 부적절하다"라고 해명했습니다. 하지만 안전을 위해 모든 제품은 KC인증을 받으라고 하면서 그 인증을 영리 기업이 할 수 있게 한다면 그 의도가 순수하다고 대체 누가 생각할까요?

 

출처 - 컨슈머포스트

 

비판 여론에 밀려 주춤하지만 애초 의도대로 정책을 밀고 나간다면, 인증을 필수로 받아야 하는 업체들이 가만히 있어도 KC인증 검사 기관으로 몰려들지 않겠습니까? 그 금전적 이득은 대체 누가 누구를 위해 만들어주는 건지 의심할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윤석열 정부 들어 부자를 위한 감세는 끝도 없습니다. 시민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정부가 하는 일을 감시해야 할 때입니다. 또 어떤 민영화 책략을 동원할지 모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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