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형사재판소(ICC)가 이스라엘 네타냐후 총리, 갈란트 국방장관, 하마스 최고 지도부 3명에게 체포영장을 청구했습니다. ICC는 이스라엘 지도부가 가자지구 민간인에 대해 의도적으로 공격을 지시했을 뿐 아니라 국제사회의 물자 보급로를 막아 굶주림을 전쟁 수단으로 삼았다고 봤습니다. 하마스에 대해서는 이스라엘에 대한 최초 공격과 수백 명의 인질을 붙잡아 반인도적 범죄를 벌인 책임을 물었습니다.
출처 - 연합뉴스
이스라엘 네타냐후 총리는 ICC의 체포영장 발부를 막기 위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에게 도움을 요청했을 뿐 아니라 수년 전부터 ICC 담당 검사를 협박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습니다. 영국 《가디언》은 지난 5월 28일, 2021년까지 이스라엘 대외정보기관 모사드 수장이었던 요시 코헨 전 국장이 파투 벤수다 당시 ICC 검사장을 상대로 압력을 가한 정황이 파악됐다고 보도했습니다.
출처 - 연합뉴스
벤수다 전 검사장이 2015년 가자지구와 요르단강 서안, 동예루살렘에서 자행된 전쟁범죄와 반인도 범죄 혐의에 대한 예비조사에 착수하려고 하자 이스라엘이 크게 반발했다고 합니다. 코헨 전 국장은 여러 차례 조사를 중단시키려 했고 심지어 벤수다 전 검사장 본인과 가족 신변에 대한 위협까지 했다고 합니다. 또 《가디언》 의 보도에 따르면 벤수다 전 검사장 남편 사진을 몰래 찍어 보여주고 남편이 한 문제성 발언을 녹취해 외교가에 유포해 벤수다 전 검사장의 신인도를 깎아내리려는 시도가 있었다고 합니다. 2021년 벤수다 전 검사장은 ICC 검사 임기 종료 후 조사 자료를 현 검사인 카림 칸 검사에게 전달했고 카림 칸 검사는 조사를 잘 마무리해 네타냐후 총리에 대한 체포 영장을 청구할 수 있었습니다. 이건 벤수다 전 검사장이 숱한 협박에도 굴하지 않은 덕이겠지요. 물론 이스라엘은 이런 보도 내용에 대해 전면 부인했습니다.
출처 - JTBC
ICC 124개 당사국은 구속영장 대상이 되는 사람이 자국의 영토에 발을 들일 경우 체포해 네덜란드 헤이그 본부에 이첩할 의무가 있습니다. 네타냐후 총리보다 먼저 ICC 체포 영장을 발부받은 러시아 푸틴 대통령도 국제 행사에 참석하는 일을 자제하고 있죠. 푸틴처럼 네타냐후 총리도 이제 국외 활동 범위가 위축되겠죠. 대부분의 ICC 당사국은 국제인도법을 위반하는 국가에 무기를 판매하지 못하게 하는 조항을 두고 있어 ICC 영장이 발부된다면 이스라엘에 무기를 팔지 못하게 하는 여론이 커질 수 있습니다.
출처 - MBC
가자 보건부는 올해 1월 1일부터 5월 6일까지 127일 동안 1만 2604명이 사망했다고 발표했습니다. 하루 평균 99명이 사망한 셈입니다. 그런데 일요일이었던 지난 5월 26일,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주민 수십만 명이 피란 중인 도시 라파흐에 이스라엘군의 공습으로 수십 명의 민간인 피해가 또다시 발생했습니다. 이 공습으로 최소 45명의 민간인이 죽고 240명이 다쳤다고 집계됐습니다. 하마스는 이스라엘군이 피란인 텐트를 겨냥했다고 주장했습니다. 네타냐후 총리는 '비극적인 실수'라며 이스라엘군의 잘못을 일부 인정했지만 전쟁은 계속하겠다고 했습니다. 하마스는 대대적인 보복을 예고하고 휴전 협상에서 철수했고요. 미국, 이집트, 카타르의 중재로 휴전 협상이 재개되나 하는 시점에 벌어진 참극이었죠.
출처 - 연합뉴스
지난 5월 8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스라엘이 라파흐에 지상군을 투입할 경우 이스라엘에 대한 공격무기와 포탄 지원을 중단하겠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5월 24일엔 국제사법재판소가 라파흐에 대한 공격을 중단하라는 긴급 명령을 내리기도 했고요. 국제사회는 당장 전쟁을 중단하라고 촉구했고 미국도 바이든 대통령이 언급한 선을 넘었는지 평가 중이라고 합니다.
출처 - YTN
지난해 10월 하마스의 선제 공격으로 시작된 가자 전쟁은 8달째 진행 중입니다. 네타냐후 총리는 이 전쟁을 끝낼 의지가 없어 보입니다. 본인 정권 유지를 위해서든 이스라엘이 고립시키는 걸로는 만족하지 못했던 가자지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든 말이죠. 'UN 인도주의업무조정국(OCHA)'에 따르면 전쟁 발생 이후 3월까지 175일 동안 최소 3만 2623명이 사망하고, 7만 5092명 이상이 부상했다고 합니다.
출처 - BBC 뉴스 코리아
6월 1일 현재 팔레스타인 쪽 사망자는 3만 6439명으로 추정되어 이스라엘 사망자 1200명의 서른 배나 됩니다. 그중엔 어린이가 많다고 하죠. 유엔여성기구에 따르면 가자지구에서 10분마다 어린이 한 명이 다치거나 사망한다고 합니다. 이번 전쟁으로 1만 3000명 이상의 어린이가 숨진 것으로 알려졌고 수천 명이 다쳤습니다.
지난 6월 4일(현지 시간) 미국 연방 하원이 이스라엘과 하마스 지도부에 대해 체포영장을 청구한 ICC를 제재하는 내용의 법안을 가결 처리했습니다. 법안은 ICC 주요 관계자에 대한 경제 제재와 미국 입국 비자 발급 제한 등을 담고 있습니다. 바이든 대통령도 ICC의 기소 움직임을 비난했으나 ICC를 제재하는 법안 채택에는 반대했습니다. 이 법안이 민주당이 다수당인 상원을 통과할 가능성은 거의 없겠지만, 미 하원의 결정은 참으로 어처구니가 없죠.
출처 - 로이터 / 뉴스1 / 머니투데이
지난 6월 3일(현지 시각) 밤 헤즈볼라가 이스라엘 북부 국경 지역에 로켓을 발사해 이스라엘 최북단 도시 키르야트 시모나의 야산에 불이 났습니다. 가자지구 휴전을 위한 협상이 난항을 겪는 가운데 이스라엘과 레바논 무장단체 헤즈볼라 사이에서 긴장이 고조되고 있습니다. 양측은 중동 전쟁으로 확대를 원하지 않는다면서도 무력 충돌이 불가피하다면 전면전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입니다. 실제로 지난 6월 4일(현지 시각) 로이터·알자지라 보도에 따르면 헤르제 할레비 이스라엘방위군(IDF) 참모총장은 이날 발표한 성명에서 "북부를 향해 공세를 펼칠 준비가 됐다"며 "결정을 내릴 순간이 다가오고 있다"고 했습니다. 가자전쟁 발발 이후 헤즈볼라가 이스라엘 북부 접경지를 지속적으로 공격했어도 이스라엘은 군사시설 등에 대한 제한적 폭격으로만 대응해왔습니다. 이스라엘이 헤즈볼라와 전면전을 피하려면 가자지구에서 전쟁을 멈춰야 하는데, 하마스는 영구적인 휴전 없이는 합의할 수 없다고 못을 박은 상태입니다.
출처 - 불교방송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이 8개월째에 접어들면서 이스라엘은 국제사회에서 신뢰를 잃었을 뿐만 아니라 전쟁을 수행할 명분도 궁색해졌습니다. 앞서 소개했듯이 ICC가 이스라엘 지도부에 대해 체포영장을 청구한 것만 봐도 달라진 기류를 감지할 수 있죠. 최근 유럽연합(EU) 회원국인 노르웨이, 아일랜드, 스페인이 팔레스타인을 국가로 인정한다고 선언했습니다. 이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서로를 인정하고 평화롭게 공존하도록 하는 이른바 '두 국가 해법'을 위한 초석입니다. 이것만이 아닙니다. 미국 전역에서 대학생들이 전쟁 반대 시위를 벌였습니다. 전쟁 반대 시위로 인해 경찰에 체포된 학생만 해도 3000명이 넘습니다. 지난 6월 3일(현지 시각)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OHCHR)에 따르면 인권 분야 중심 30여 명의 유엔 전문가가 "팔레스타인을 국가로 인정하는 것은 팔레스타인인들의 자유와 독립을 향한 투쟁 및 고통에 대한 중요한 인정"이라고 했다고 합니다. 전문가들은 "이는 팔레스타인과 중동 전체의 항구적인 평화를 위한 전제 조건"이라며 "가자지구의 즉각적인 휴전을 선언하고 (이스라엘이) 라파에 대한 더 이상의 군사적 침공을 하지 않는 데서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출처 - MBC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 5월 31일 '3단계 휴전안'을 공개했습니다. 1단계는 6주간 완전한 정전과 이스라엘 군의 인구 밀집 지역 철수, 여성·노인·부상자 등 일부 인질 석방 등의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2단계는 모든 생존 인질을 교환하고, 이스라엘 군이 가자에서 철수하는 것입니다. 이는 영구적인 적대 행위 중단을 의미합니다. 3단계는 가자 재건을 시작하며, 사망한 인질의 시신도 유가족에게 인도하는 것입니다. 유엔과 유럽, 카타르, 이집트 등 국제사회는 이스라엘과 하마스 양측에 휴전안 수용을 촉구했습니다. 주요 7개국(G7) 정상들은 바이든 대통령의 휴전 협상안에 대해 전폭적으로 지지한다는 입장을 지난 6월 3일(현지 시각) 밝혔습니다. 이로써 G7 정상들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서로를 인정하고 평화롭게 공존한다는 '두 국가 해법'에 대한 기존의 지지 입장을 재확인한 셈입니다.
출처 - 데일리투데이
하지만 BBC 보도에 따르면 이스라엘 정부 일각에서는 이에 대해 강력한 반대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고 하죠. 베잘렐 스모트리치 재무장관과 이타마르 벤그비르 국가안보장관 등은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가 이 휴전안에 동의할 경우 연정을 중단하겠다고 경고했습니다. 국제사회 전체가 이스라엘을 향해 전쟁을 멈추라고 압력을 넣고 있지만 네타냐후는 그럴 의지가 없습니다. 전쟁을 멈추면 정치 생명이 끝나니까요. 개인의 영달을 위해 참혹한 전쟁을 언제까지 치르려는 것일까요? 명분 없는 전쟁은 결국 끝나게 되어 있습니다. 그때까지 무고한 인명 피해가 너무 많다는 게 안타까운 현실입니다. 과거 인종학살을 경험했던 이스라엘과 두 손을 피로 물들인 네타냐후가 과연 이 엄청난 죗값을 어떻게 치를 생각인지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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