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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보도

이재용 회장 19개 혐의 무죄 파문, 삼성 공화국 이대로 계속되나?

by 생각비행 2024. 2. 28.

지난 2월 5일 이재용 회장은 삼성그룹 불법승계 1심 재판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습니다. 재판부는 "(검찰이 제기한) 공소사실 모두 범죄의 증명이 없다"고 밝히며 이재용 회장과 함께 기소된 최지성 전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실장과 김종중 전 미래전략실 전략팀장, 장충기 전 미래전략실 차장 등 나머지 피고인 13명에게도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을 탄핵에 이르게 했던 '국정농단 사건'과 얽혀 앞서 그룹 지배권 승계 작업을 인정한 대법원 판결과 판이한 결과입니다. 생각비행은 지속적으로 이 문제를 다룬 바 있습니다.

 

출처 - 연합뉴스

 

삼성으로 인한 국민연금 3000억 손실, 누가 책임지나? : https://ideas0419.com/569 

이재용 집행유예 - 재벌의 3.5 법칙은 아직도 통하는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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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성 없는 삼성 이재용 부회장 대국민 사과, 앞으로 삼성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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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삼성공화국으로, 이재용 부회장 가석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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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미래전략실은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최소 비용으로 삼성 그룹 경영권을 승계하기 위해 거짓 정보 유포와 중요 정보 은폐, 허위 호재 공표, 주요 주주 매수, 국민연금 의결권 확보를 위한 불법 로비, 시세 조종 등을 했다는 혐의를 받았고, 이재용 회장은 이에 관여했다는 혐의를 받아 검찰에 기소됐습니다. 기소된 19개 혐의에 대해 결과적으로 죄다 무죄 판결을 받았습니다.

 

출처 - MBC

 

검찰은 이재용 회장과 삼성 미래전략실 등이 그룹 승계 계획안 '프로젝트 G'에 따라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을 합병했고 이 과정에서 주주들에게 손해를 끼쳤다고 봤습니다.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은 각각 0.32주와 1주로 합병 비율을 결의했습니다. 당시 이재용 회장은 제일모직 지분만 약 23% 보유하고 있었는데요. 제일모직이 삼성생명을 지배하고, 삼성생명이 삼성전사의 대주주인 구조였기에 제일모직 주식 가치가 높게 평가된다면 이재용 회장의 그룹 지배력이 그만큼 커져 경영권 승계에 유리한 상황이었죠.

출처 - 참여연대

 

상황이 이렇다 보니 삼성물산 주주뿐 아니라 외국인 투자자 등 많은 이해관계자가 합병에 반대할 만했습니다. 삼성물산 매출액이 제일모직보다 5.6배 많고 자산총계는 3.1배나 더 큰데도 제일모직의 가치가 너무 크게 책정됐으니까요. 국민연금도 반대할 명분이 충분했는데 당시 이재용 회장에게 뇌물을 받은 박근혜 정부가 국민연금에 외압을 가해 합병에 찬성하도록 했습니다. 이는 국정농단 특검 수사로 확인된 사실입니다. 이 사건에 연루된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 홍완선 전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은 모두 유죄 판결을 받았죠. 국민연금이 합병에 찬성한 결과로 최대 1658억 원의 손해를 봤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출처 - 동아일보

 

결국 이 합병은 투자자-국가 간 분쟁해결절차(ISDS)까지 초래했습니다. 합병 당시 옛 삼성물산 지분 7.12%를 보유 했던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가 한국 정부를 상대로 국제 상설중재재판소에 ISDS를 제기했고 일부 승소했습니다. 2023년 6월 20일 국제상설중재재판소는 엘리엇 매니지먼트 측이 우리 정부를 상대로 1조 원의 배상을 요구한 데 대해 청구액의 7%인 690억 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습니다. 핵심 쟁점이었던 정부의 부당 개입이 인정됐다는 점에서 사실상 정부가 패소한 셈이죠. 우리 정부는 5년간 법률비용과 이자를 포함해 1300억 원가량을 지급할 것으로 추정됩니다. 

 

출처 - 뉴시스

 

이쯤에서 지난 2월 5일 삼성그룹 불법승계 1심 재판으로 돌아오겠습니다. 재판부는 국정농단 사건 판결에서 대법원이 판시한 승계작업과 청탁은 포괄적이고 추상적인 개념이라며 그 승계작업과 청탁의 결과물이 구체적으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이라고 판단할 수는 없다고 봤습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국정농단 사건을 판결한) 대법원은 '승계작업'을 '최소 비용의 지배권 강화'로 정의하면서 그러한 승계작업의 존재를 인정하고, 이러한 승계작업은 그에 관한 박근혜 전 대통령의 직무행위와 제공되는 이익 사이에 대가관계를 인정할 수 있을 정도로 특정되었고 부정한 청탁의 내용이 될 수 있다고 판단하였을 뿐이다. 즉 대법원 및 그 하급심에서는 이 사건 합병에 대한 청탁의 대가를 인정하지 않고, 단지 포괄뇌물죄에서 포괄적 직무관련성에 대응하는 수준의 가변적이고 추상적 개념으로서의 승계 작업이 인정되었을 뿐이다"라고 명시했습니다.

 

출처 - 참여연대

 

또 재판부는 대통령의 부당 개입으로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에 대한 국민연금의 의사결정이 왜곡됐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습니다. 그 근거로 한국 정부가 엘리엇과의 ISDS 소송에서 '국민연금 투자위원회 위원들은 다양한 요인을 고려하여 자신의 독립적인 판단에 따라 표결하였다는 입장을 밝힌 점, 2022년 11월 삼성물산 주주 72명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패소한 1심 판결에서 법원이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 등의 행위가 국민연금 투자위원회의 의결권 행사를 좌우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한 점'을 들었습니다. 법조계라는 같은 업계 종사자가 판결에 사용한 용어 정의를 다시 해가면서 앞선 판결을 뒤집은 건 차치하고 국민연금 의사결정이 왜곡된 게 아니라면 당시 유죄받은 사람들은 재심이라도 받아야 하는 걸까요? 한국 정부를 상대로 엘리엇이 제기한 ISDS 소송을 법무부에서 진행했는데요, 1심 재판부가 무죄 판결의 근거로 든 '국민연금의 합당한 판단'이 ISDS 소송에서는 받아들여지지 않았죠. 그런데 이재용 회장의 '불법 합병' 판결에서는 무죄의 근거로 활용됐으니 기가 막힐 노릇입니다.

 

출처 - SBS

 

결국 검찰은 삼성그룹 불법승계 1심 재판 결과에 대해 항소했습니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 의한 그룹 지배권 승계 목적과 경위, 회계부정과 부정거래행위에 대한 증거판단, 사실인정 및 법리 판단에 관해 1심 판결과 견해차가 크다며 사실인정 및 법령 해석을 통일하고, 이를 바로잡기 위해 항소한다고요.

 

출처 - 경향신문

 

참여연대는 "제1심의 무죄 판결은 재벌들이 지배력을 승계하기 위해 함부로 그룹회사를 합병해도 된다는 괴이한 선례를 남김으로써, 재벌 봐주기의 대명사로 역사에 남을 것"이라며 "사회정의와 법치주의에 반하는 이번 법원의 판결을 인정할 수 없다"고 규탄했습니다. 남은 2심, 3심이 어떻게 진행될지 국민이 관심을 두고 지켜봐야 할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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