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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보도

트럼프의 정치적 득세를 보는 우리의 시각

by 생각비행 2024. 2. 23.

우리나라와 일본만 극우 문제가 심각한 게 아닙니다. 미국 대선도 혼돈 그 자체입니다. 지난 1월 미국 콜로라도주와 메인주 대법원은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에게 공화당 대선 예비경선에 출마할 자격이 없다고 판결했기 때문이죠. 2021년 1월 6일 트럼프를 지지하는 극우파들이 자행한 국회의사당 폭동과 관련해 내란선동 혐의 등으로 기소된 트럼프는 상당한 책임이 인정되기 때문에 적어도 콜로라도주에서는 공화당 대선 후보로 입후보할 자격이 없다는 판결이었죠. 모반이나 반란에 가담할 경우 다시는 공직을 맡지 못한다는 수정헌법 제14조 3항이 근거였습니다.

 

출처 - YTN

 

그런데 이 판결은 법리적으로는 맞지만 현실적으로 트럼프에게 힘을 더해줬다는 것이 현실적인 평가입니다. 트럼프의 상고로 콜로라도 법원의 판결은 연방대법원이 최종 판결을 내놓을 때까지 효력을 발휘하지 못하기 때문이죠. 연방대법원이 트럼프의 출마 가부에 대한 최종 칼자루를 쥐게 되었는데요, 콜로라도주 공화당 경선이 3월 5일로 예정돼 있기 때문에 이 판결이 현실적인 의미가 있으려면 그전에 연방대법원이 트럼프의 상고를 기각해야 하는 상황이 된 겁니다. 하지만 현재 연방대법원은 트럼프가 임명해놓은 대법관들의 보수 우위가 명확한 상황입니다. 아울러 대선 후보의 출마 가부라는 정치적 사안에 대해 판단을 내릴 경우 유권자의 선택 범위를 크게 제한할 수 있기 때문에 이런 선택을 꺼릴 것이라는 판단이 지배적입니다. 미국 전체의 대통령 후보 자격을 주 한 곳의 판결로 결정하게 할 수는 없다는 의미입니다. 연방대법원이 상고를 받아들이게 되면 사실상 트럼프의 대선 출마 자격을 인정한 셈이 되므로 현재 진행 중인 그의 무수한 다른 혐의에 대한 재판 역시 정치적으로 무력화될 수 있습니다.

 

출처 - 한겨레

 

이런 상황은 한 달 뒤인 지난 2월 16일 트럼프의 사기 대출 의혹 재판에서 4700억 원이 넘는 벌금을 선고받자 더 선명해졌습니다. 지난 2022년 9월 뉴욕주 검찰총장은 트럼프와 트럼프그룹이 은행과 보험사로부터 유리한 거래 조건을 얻기 위해 보유 자산가치를 허위로 부풀려 신고했다며 뉴욕시 맨해튼 지방법원에 민사소송을 제기한 바 있는데요, 이 소송에 대해 맨해튼 지방법원은 트럼프 측이 자산 가치를 허위로 부풀려 부당이득을 얻은 사실이 인정된다며 총 3억 5000만 달러, 그러니까 약 4800억 원을 뱉어내라고 판결했습니다.

 

출처 - KBS

 

의사당 폭동까지 일으켰던 극우 트럼프 지지자들은 이런 판결 결과에 아랑곳하지 않고 결집하는 모습입니다. 트럼프 역시 자신의 SNS에 법원의 판결을 자신에 대한 정치적 박해로 규정하며 즉시 반격에 나섰습니다. 바이든과 법무부가 가짜뉴스를 근거로 정치적 기소를 하고 있다는 겁니다. 트럼프는 현재 공화당 내에서도 60%의 지지율을 확보하고 있습니다.

 

출처 - 중앙일보

 

사기 대출 판결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트럼프가 대출을 받기 위해 부동산 규모를 부풀려 부당하게 이익을 올린 사실이 명박한데도 극우 트럼프 지지자들은 요지부동입니다. 오히려 4800억 원의 벌금을 대신 내주자면서 크라우드 펀딩에 나서기도 했습니다. 트럼프 지지자인 부동산 사업가와 그 부인은 미국 온라인 모금 사이트 고펀드미에 트럼프 벌금 대납 페이지를 개설했습니다. 상식적으로 세계 최고 수준의 갑부였던 데다 미국 대통령까지 지낸 트럼프의 벌금을 대신 내줄 머저리가 과연 있겠나 싶겠지만, 이 펀딩 페이지가 개설된 지 24시간 만에 1억 원이 넘는 돈이 모금됐습니다. 마치 박근혜를 위해 모금하던 태극기 부대를 보는 것 같네요.

 

출처 - AFP연합뉴스

 

트럼프는 자신의 SNS에 맨해튼 법원의 판결 역시 선거 개입이자 마녀사냥이라고 비난했습니다. 그러면서 판결이 나온 다음 날 트럼프 스니커즈 같은 비싼 굿즈들을 내놨습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필라델피아 스니커즈 박람회에서 '절대 굴복하지 않는(Never Surrender) 하이톱 스티커즈'를 소개했습니다. 그날 밤께 전용 판매 웹사이트인 '트럼프 스니커즈 닷컴'에서 1000켤레 한정 제품이 완전히 동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악명도 명성이라고 돈 벌 기회를 놓치지 않는 수완을 발휘한 셈입니다. 이처럼 트럼프는 정치적 생명이 끊길 수도 있는 연이은 악재를 지지자의 결집을 부르는 호재로 바꿔놓았습니다. 이 때문에 미국 정치계는 공화당과 민주당 양쪽 모두 당황하고 있죠. 

 

출처 - KBS

 

세상이 혼탁해지고 사람들이 불안해하니 자격없는 자들이 여기저기서 설치기 시작합니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이런 이들을 걸러내고 심판할 방법은 선거밖에 없는데, 그 근간이 흔들리고 있다는 불안감을 감출 수가 없습니다. 과연 우리나라 총선과 미국 대선은 어떤 결과를 내게 될까요? 현명한 국민의 판단만이 밝은 미래를 보장합니다. 눈과 귀를 열고 정세를 잘 살펴 올바르게 선택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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