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국회의원이 대통령 경호원에 의해 끌려나간 경악스러운 사태가 일어난 지 한 달도 되지 않은 시점에 이와 같은 일이 또 발생했습니다. 이번에는 국회의원이 아닌 졸업생이 대상이었습니다.
출처 - 노컷뉴스
윤석열 독재 국가로 전락하나? 현직 국회의원이 끌려나가는 현실 : https://ideas0419.com/1408 |
사건은 지난 2월 16일 한국과학기술원(카이스트) 학위수여식 행사장에서 일어났습니다. 자랑스러운 학생들의 졸업을 축하하기 위해 가족, 친지, 친구 들이 운집했습니다. 그런데 이날 졸업식 현장은 여느 졸업식 풍경과는 달랐습니다. 대통령이 졸업식에 참석한다는 공지 때문이었죠.
학위수여식에 참석한 학부모들의 증언에 의하면 윤석열 대통령이 참석한다는 사실이 졸업식 전날 밤에 긴급하게 공지된 모양입니다. 학교 측은 학부모님께 늦지 않게 와달라고 당부했는데 다음 날 아침 식장 앞에 도착했을 때 이미 대기 줄이 몇 겹으로 꼬여 늘어선 상태였다고 합니다.
그런데 졸업식 입장 시간이 되기도 전에 학부모들의 입장이 차단됐다고 합니다. 식장이 만석이라 들여보낼 수 없으니 옆 강당에서 스크린으로 학위수여식을 보라고 했다죠. 이미 졸업생 1인 2매 입장권까지 받은 학부모들이 자녀의 졸업식장에 들어가지 못하고 스크린으로 봐야 한다면 그 상황을 납득할 수 있겠습니까? 당연히 항의가 빗발쳤습니다.
출처 - 한겨레
그런데 정작 졸업식장은 텅텅 비어 있었습니다. 대통령이 참석한다고 그 주변 자리를 모조리 비워버린 것이 원인이었습니다. 보안을 핑계로 말입니다. 졸업생 가족과 친지 들이 강력히 항의하자 그제야 입장을 시켜주었는데, 이후 족히 수백 명은 더 들어갔다고 합니다. 이렇게 시작부터 졸업식을 망쳐놓더니 윤석열 대통령의 경호실은 한 달 전과 똑같은 사건을 일으키고 맙니다. 졸업식장의 주인공인 졸업생과 이를 축하하기 위해 모인 가족, 친지, 친구 들이 모인 자리에서 졸업생을 끌어내는 만행을 저지른 거죠.
과학입국의 효시를 내건 군사 정권조차 하지 않았던 R&D(연구개발) 예산을 대폭 축소해놓고는 윤석열 대통령이 졸업식 축사를 하는 자리에서 이와 상반된 자화자찬을 한 게 화근이었습니다. 우리나라 과학계를 고사시키려던 사람이 왜 학위수여식 행사에 참석했는지 의문이 들긴 합니다. 윤석열이 읽은 축사 내용이란 게 축하도 비전도 없는 그저 단어의 나열일 뿐이었다고 입을 모으니까요.
출처 - 오마이TV
윤 대통령이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고 과감하게 도전하라. 언제든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제가 여러분의 손을 굳게 잡겠다"고 축사를 하자, 비분강개한 한 졸업생이 "R&D 예산 복원하십시오! 생색내지 말고 R&D 예산 복원...!" 하고 외쳤습니다. 그러자 말도 끝내지 못한 채 경호원에 의해 입이 틀어막혔습니다. 그러고는 윤석열의 경호원들이 졸업식의 주인공인 졸업생을 개처럼 강제로 끌고 나갔습니다. 윤 대통령은 이런 사태를 보고도 한순간의 주춤거림도 없이 축사를 무의미하게 읽고서는 아무런 조치 없이 돌아갔습니다. 대통령실 대변인실은 뒤늦게 한 달 전과 똑같은 변명을 내놨습니다. 경호 구역 내에서 경호 안전 확보를 위해 소란 행위자를 분리 조치했다는 것이었죠.
출처 - 경향신문
이에 대해 참여연대를 비롯한 시민단체는 이는 전혀 사실이 아니며 명백한 직권 남용이라고 반박했습니다. 대통령경호법에서 정의하는 '경호'는 '대상자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기 위해 신체에 가해지는 위해를 방지하거나 제거하기 위한 안전활동'을 의미합니다. 이번 졸업식에서 졸업생이 있던 자리에서 R&D 예산 삭감을 외친 행위가 윤석열의 생명이나 재산을 위협했다는 근거가 하나라도 있습니까? 졸업생의 언행을 만약 위협 행위로 판단했다면 그 학생을 끌어내기보다 윤석열 대통령을 둘러싸고 보호해야 했겠죠. 그런데 윤석열 주변에 대통령을 보호하려는 경호원은 한 명도 없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경호원이 물리력을 동원해 학생의 입을 막은 것은 헌법이 정한 국민의 기본권인 표현의 자유를 명백히 침해하는 일이었습니다. 여러 시민단체가 이번 사태에 대해 대통령 경호처장과 현장 경호원이 직권을 남용한 것이며 윤석열의 과잉 경호에 대한 사과와 당사 경호원에 대한 징계를 해야 한다고 입장을 표명한 것도 이와 같은 이유 때문입니다.
출처 - MBC
카이스트 동문들은 지난 17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였습니다. 이들은 16일 카이스트 학위수여식에서 윤석열 대통령 경호원에 의해 졸업생이 끌려나간 사건을 비판하며 윤 대통령에게 사과를 요구했습니다. 동문 10여 명은 17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학위수여식) 행사의 주인공인 졸업생의 입을 가차 없이 틀어막고 쫓아낸 윤석열 대통령의 만행에 분노를 금할 수 없다"면서 윤 대통령의 사과와 삭감된 R&D 예산 복원을 요구했습니다.
출처 - MBC
대통령 경호실에서 한 번은 실수였다고 회피할 수 있을지 몰라도 한 달도 안 돼 똑같은 사건이 발생한 데 대해 어떻게 변명할 수 있을까요? 같은 일이 반복된다는 건 실수가 아니라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반론과 비판을 허용하지 않겠다는 경호실의 공식적인 대응 방침으로 볼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경호실의 행태를 묵과한다는 것은 윤석열이 명백히 국민을 개, 돼지로 보고 있다는 방증이기도 합니다. 국민의 입을 틀어막으려는 윤석열 정권의 권위주의적 통치가 어제오늘의 일은 아닙니다. 문제는 그 행태가 점점 더 심해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설 명절을 앞두고 국민의 관심사였던 김건희 여사의 '명품백 수수 논란'에 대해 제대로 된 입장을 밝히지 않고 남탓으로 일관하며 아내를 비호하는 것이 대통령이 할 일입니까?
출처 - KBS
박근혜 정부 시절 세월호 참사가 벌어졌을 때 '가만히 있으라'고 했던 사고 수습 당사자들의 말과 정치권의 태도가 연상된다는 지적이 최근 들어 많이 나오는 이유를 윤석열 대통령이 알긴 할까요? 그 깊은 뜻은 모르고 단지 비판받기 두려운 마음에 자충수를 자꾸 놓는 것은 분명해보입니다. 윤석열 정부가 방송 장악을 통해 국민의 비판 여론을 옥죄려고 하는 것도 비판 여론을 의식하고 있기 때문일 테니까요. 최근 세월호 참사 10주기 다큐멘터리 방영 일정을 연기한 것이 대표적입니다. KBS는 오래전부터 준비해온 세월호 참사 10주기 다큐멘터리를 오는 4월, 세월호 참사 10주기에 맞춰 방송할 예정이었습니다. 그런데 총선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이유로 방송이 무산될 위기에 놓였습니다. 방영 연기를 지시한 제작본부장은 윤석열이 임명한 박민 KBS 사장에 의해 임명된 인물입니다. 상황이 돌아가는 걸 보면, 이들은 세월호 참사가 자기네가 저지른 잘못이라는 사실을 분명히 인식하고 있나 봅니다. 그러니 이렇게까지 방영을 막으려는 것 아니겠습니까?
출처 – 연합뉴스
한 나라의 대통령은 자신을 뽑지 않은 모든 국민의 의사까지도 고려해 합리적인 정책을 수립해야 하고, 그 과정에서 비판적인 목소리를 겸허하게 경청해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사소한 비판조차 틀어막으려는 이가 어떻게 대통령직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겠습니까? 부끄러운 줄 알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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