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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보도

일본 총리 향한 연이은 테러를 보는 우리의 시각

by 생각비행 2023. 4. 21.

지난 4월 15일 일본에서 총리를 향한 테러가 또 발생했습니다. 보궐선거 지원을 위해 가두연설에 나선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에게 폭탄이 날아든 겁니다. 지난해 7월 아베 신조 전 총리가 참의원 선거 유세 중 총격 테러로 사망한데 이어, 1년도 안 된 시점에 현 총리를 대상으로 폭탄 테러가 시도된 것이라 일본 사회는 큰 충격에 빠졌습니다.

 

출처 - 연합뉴스

 

언론 보도에 따르면 15일 오전 11시 30분쯤 기시다 총리가 가두연설을 하러 연단에 오르기 직전, 24세 남성이 은색 통으로 보이는 물건을 던진 후 하얀 연기와 함께 폭발음이 발생했다고 합니다. 유세 현장에 총리를 포함해 수백 명의 인파가 있었지만 경찰관 1명이 봉합수술을 받을 정도 외에 민간인 부상자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총리는 경호원들에게 둘러싸인 채 긴급 대피했고 폭발물을 던진 용의자는 현장에서 체포됐습니다.

 

출처 - 연합뉴스

 

현행범으로 체포된 용의자는 기무라 유지라는 사람인데, 경찰 조사에서 묵비권을 행사하고 있어서 범행 동기와 관련된 어떠한 진술도 확보하지 못했습니다. 폭발물은 30cm 정도 되는 쇠파이프로 만든 것이었는데 완성도가 낮았는지 던진 후 1분여의 지연 시간이 있어서 사람들이 피할 수 있었습니다. 폭발물은 기시다 총리로부터 1m도 안 되는 거리에 떨어졌습니다. 만약 제대로 된 폭발물이었다면 어떤 피해가 발생했을지 알 수 없는 일입니다. 용의자는 불발 상황을 대비했는지 두 번째 폭발물을 던지려다가 제지당했습니다.

 

출처 - 연합뉴스

 

폭발물 테러가 발생하자 기시다 총리는 심려와 민폐를 끼쳐 죄송하다고 말했습니다. 여당인 자민당은 폭발물 투척 사건에 대해 민주주의의 근간인 선거 기간에 이런 폭거가 발생한 것은 매우 유감이라고 밝혔습니다. 제1야당인 입헌민주당 대표는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사람에게 위해를 가하는 행위는 절대로 용서할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 같은 당의 아즈미 준 국회대책위원장도 "기시다 총리가 무사해서 다행"이라며 "선거 중 가두연설 중인 정치인을 폭력으로 공격하는 것은 민주주의에 대한 도전이고 어떤 이유에서도 허용될 수 없다"고 비판했습니다.

 

출처 - KBS

 

사건이 터지자 가장 먼저 부각된 것은 일본의 경호 문제였습니다. 경호 실패로 전직 총리인 아베 신조가 사망한 일이 있던 터라 더 민감할 수밖에 없는 문제였죠. 폭발물이 기시다 총리로부터 1m 이내에 근접하는 걸 보고서야 걷어내고 대피시키는 등 경호 체계에 개선된 점이 없다는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출처 - NHK

 

또한 현장에서 용의자를 실제로 붙잡은 사람은 경호원이나 경찰이 아니라 빨간 옷을 입은 어부였습니다. 폭발물 투척 직후 경호원들이 상황을 파악하는 사이에 어부가 청중 틈에 있던 용의자에게 헤드락을 걸어 제압한 다음 경호 인력이 올 때까지 붙잡고 있었습니다. 기시다 총리는 나중에 직접 전화를 걸어 어부에게 감사의 말을 전했다고 합니다. 당시 현장 상황을 보면 경호원보다 빠르게 대처한 민간인을 칭찬해야 할지,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 경호원을 탓해야 할지 좀 헷갈리는 상황입니다. 하지만 용의자가 소지했던 물품에는 칼도 있었기 때문에 제때 제압하지 못했다면 자칫 인질극이 벌어지거나 용의자가 자살했을 가능성을 무시할 수 없습니다.

 

출처 - NHK

 

폭발물 투척 사건 전체를 놓고 보면 경호 체계의 허술함이 고스란히 드러납니다. 용의자 제압 과정만 봐도 문제가 심각합니다. 경호원과 경찰들은 용의자를 끌고 가다 자빠지기도 하고 시민들이 스마트폰을 들고 주변으로 몰려드는 상황에서 제대로 통제하지도 못했습니다. 그러다 큰 폭발음이 들리자 시민들은 소리를 지르며 도망쳤습니다.

 

출처 - 연합뉴스

 

혹여 폭발물이 제대로 만들어진 것이었다면 총리는 피신했을지 몰라도 민간인의 피해가 컸을지도 모르는 상황이었습니다. 애초 용의자가 폭발물을 다시 던지려는 시도가 성공할 뻔했다는 점만 봐도 이번 대처를 실패로 보는 시각이 우세합니다.

 

출처 – 트위터

 

일본 총리를 향한 연이은 테러 때문에 일본의 안전 신화가 깨졌다는 의견이 팽배합니다. 그야말로 운이 좋아 큰 사고로 이어지지 않았을 뿐, 자칫 현직 총리가 암살되거나 대규모 민간인 피해가 벌어질 수 있는 일이었습니다. 현직 일본 총리를 향한 테러 행위는 전 세계적으로 위협받는 민주주의에 대한 경고로 보이기도 합니다. 갈수록 우경화, 극단화하는 정치 환경 속에서 이번 사건을 일본만의 문제로 보는 것은 너무 협소한 시각일 테니까요. 국내 상황만 봐도 정부와 여당에 대한 분노가 극심합니다.

 

출처 - 한겨레 / 충북참여자치시민연대

 

최근 윤석열 대통령의 퇴진을 촉구하는 시국선언이 잇따르는 가운데 지난 4월 19일 충북참여자치시민연대, 천주교 정의구현 청주교구사제단, 진보당 충북도당 등 충북지역 시민사회·종교·정당 등 33개 단체가 청주 상당공원 4·19혁명 기념탑 앞에서 '외교참사, 한반도 위기, 검찰독재, 노동탄압, 민주주의후퇴 윤석열퇴진 충북시국선언 기자회견'을 열었습니다. 이들은 "2023년 민주공화국 대한민국은 1905년 을사늑약 당시 대한제국과 다르지 않다"면서 "대한민국의 주권을 지키지 못하고 민족정신과 민족사에 씻지 못할 오점을 남긴 검사 출신 법치주의자 윤석열 대통령은 즉각 퇴진하라"고 주장했습니다. 

 

출처 - 굿모닝충청

 

하루 뒤인 4월 20일에는 천안에서 윤석열 정권 퇴진을 촉구하는 비상시국대회가 열렸습니다. 천안비상시국회의가 주최한 이 대회에서 이들은 시국선언문을 통해 "윤석열 정권이 등장한 지 채 1년도 되기 전에 나라가 결딴나고 민중의 삶은 도탄에 빠졌다"고 규탄했습니다. 아울러 "윤석열 정권은 '위안부 합의의 착실한 이행', '독도는 일본 땅'이라는 주장까지 묵인해 주었다"면서 "윤석열 대통령 스스로 친일매국세력임을 증명하는 것"이라고 비판했습니다. 

출처 - 동아일보

 

이런 비판 기류 때문일까요? 윤석열 대통령의 직무 수행 긍정평가가 전주보다 4%포인트 하락하여 27%를 기록했습니다. 한국갤럽은 최근 알려진 미국의 도·감청 정황과 우리 정부의 대응 등이 부정적인 평가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고 분석했습니다. 민주주의의 근간은 합리적인 대화와 충분한 토론입니다. 불통의 정치를 이어가고 있는 윤석열 대통령은 국민을 두려워할 줄 알아야 할 것입니다. 국민을 무시하는 지도자의 말로가 좋을 리 없으니까요. 시절이 하 수상하지만 우리 사회에서 백색테러나 적색테러가 의사결정의 수단이 되어서는 안 될 일입니다. 우리에겐 더 많은 민주주의, 더 나은 민주주의가 필요합니다. 이를 위해 더 많은 시민이 두 눈을 부릅뜰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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