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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보도

주말에 전국 뒤덮은 산불, 기후위기를 생각하자

by 생각비행 2023. 4. 4.

이른 더위로 목련과 벚꽃이 동시에 만개한 4월 첫 주말, 전국이 산불로 홍역을 치렀습니다. 지난 2일 정오 무렵 청와대 뒤쪽 인왕산에서 산불이 발생했습니다.

 

출처 - 연합뉴스

 

서울 한복판에서 산불이 나자 시민들이 깜짝 놀랐습니다. 전국적인 가뭄으로 건조경보가 내려진 상황이라 그런지 불은 바람을 타고 북쪽 사면으로 삽시간에 번졌습니다. 화재 원인은 아직 파악되지 않았습니다.

 

출처 - 연합뉴스

 

서울시는 긴급재난문자를 통해 인왕산 입산을 자제할 것을 안내하는 한편 화재 지역 인근 주민과 등산객에게 안전사고 발생에 주의하라고 당부했습니다. 서대문구청 역시 산불이 개미마을과 홍제2동 환희사로 확산 중이라고 전하면서 인왕산 진입금지와 주민 대피를 바란다고 밝혔습니다. 소방당국은 화재 발견 30분이 지난 낮 12시 29분 대응 1단계를 발령해 소방차 35대, 헬기 6대, 소방인력 132명을 투입했습니다. 하지만 인왕산 정상까지 불이 번져가자 12시 51분에 대응 2단계로 격상하기도 했습니다. 3시간 동안 소방 당국은 헬기 9대를 포함한 장비 85대, 인력 580명을 투입하여 화재에 대응했습니다.

 

출처 - YTN

 

인왕산 북동쪽 자하미술관 인근 기차바위 쪽 능선에서 발생한 것으로 추정되는 이번 산불로 인해 축구장 21개 면적에 해당하는 임야가 소실됐습니다.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는 것으로 보입니다. 산림청 통계에 따르면 서울 시내 산불로 대응 2단계가 발령된 것은 2000년 이후 처음이라고 합니다.

 

출처 - MBC

 

홍제동 개미마을을 비롯한 인왕산 인근 주민은 일요일 점심 때 갑자기 덮친 산불로 대피하기 바빴습니다. 마른하늘의 날벼락 같은 재해라 아무것도 챙기지 못하고 몸만 피신한 분도 많았습니다. 주말이라 자식이나 손주가 놀러온 집도 적지 않았는데 경찰이 문을 두드리며 피신하라는 얘길 들었으니 얼마나 겁나고 걱정이 컸을까요? 인근 주민센터나 학교 강당, 경로당 등으로 피신해 있던 주민이 6시 20분쯤 구청 직원들의 안내로 귀가할 수 있었다고 하니 불행 중 다행입니다.

 

출처 - 산림청

 

하지만 이날 발생한 산불은 인왕산 한 군데가 아니었습니다. 산림청 실시간 산불 정보 사이트에 의하면 4월 2일 오후 6시 현재까지 산불이 35건이나 발생했다고 합니다. 그중 22건은 진화가 완료됐지만 나머지는 저녁이 되어서도 계속 진화하는 중이었습니다.

 

출처 - KBS

 

인왕산보다 조금 일찍 산불이 발생한 홍성 서부면은 3단계가 발령된 상태에서 불이 확산했고, 강한 바람의 영향으로 3일째 꺼지지 않고 있습니다. 오늘 오전 10시 기준 진화율은 69%인데, 불이 민가까지 덮쳐 주택 34채, 축사 4동, 창고 등 31개, 사당 1개, 기타 1개 등 71동의 시설 피해가 발생했습니다. 산불 진화를 위해서 소방, 공무원, 군민, 진화대원 등 총 2875명의 인력이 투입됐으며, 소방헬기 19대, 소방차 137대, 산불지휘차·진화차 42대 등 186대의 진화 장비가 투입해 산불을 잡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고 합니다. 그런데도 강풍과 건조한 날씨 탓으로 잔불이 되살아나 속수무책으로 피해 상황이 커지고 있습니다. 

대전 서구에서 발생한 산불도 강한 바람의 영향으로 진화 작업이 더디기는 마찬가지였습니다. 산직동 인근에서 시작한 불이 장태산 방면으로 번지며 3일 밤샘 작업에 377명이 투입되고 헬기 11대가 동원되었습니다. 근처에 요양병원이 있어 입소자와 주민 등 619명이 이재민 시설에서 대피 중이라고 하죠. 충남 보령에서 지난 2일 발생한 산불 또한 강풍의 영향으로 3일째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 밖에도 같은 충남 금산, 천안, 서산, 경기도 양평, 경북 군위 등지에서도 산불이 발생해 진화작업이 이뤄졌습니다.

 

출처 - YTN

 

이처럼 지난 2일은 사실상 전국이 크고 작은 산불로 뒤덮인 날이었습니다. 계속되는 가뭄과 메마른 날씨 때문에 산불 위험이 계속되고 있죠. 실효습도가 25% 이하로 떨어진 서울 등 중부 지방에는 건조경보가, 그 밖의 지역에 건조주의보가 발령돼 있습니다. 

 

출처 – MBN

 

20015년에 부경대학교 변희룡 교수는 우리나라가 124년 주기의 대가뭄기에 접어들었다고 했습니다. 변 교수는 2041년까지 가뭄이 빈번할 것으로 예측했습니다. 2025년까지는 가뭄이 강화될 것이고, 2040년까지는 들쑥날쑥 가뭄이 생길 것으로 봤습니다. 유례없는 가뭄을 겪고 있는 한반도에서 남쪽 지방은 상황이 더 심각합니다. 광주, 전남 지역은 기상관측 이래 역대 최장 기상가뭄 발생 일수를 기록했습니다. 기상청은 지난달 30일 2022년 이상기후 보고서를 발간했는데요, 이 보고서에는 지난해 광주, 전남의 기상가뭄 일수가 281.3일로 1년의 70%가 넘는 것으로 기록되었다고 합니다. 이 경향은 올해 초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출처 - 단비뉴스

 

산림청 산불 정보에 따르면 올해부터 지난 1일까지 전국에서 380건의 산불이 발생했다고 하는데, 그중 3월에 발생한 산불이 233건이나 됩니다. 기상청의 2022년 이상기후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봄철 산불 발생한 날은 98일로, 10년 평균(77일) 대비 27일 증가했다고 합니다.

 

출처 - KBS

 

우리나라는 연교차가 심한 날씨라 기후위기를 실감하기 어려운 편입니다. 하지만 남부 지방의 극심한 가뭄부터 이번 주말에 있었던 서울 한복판의 산불까지, 이제는 기후위기를 외면하기 힘든 형태로 우리의 일상을 위협하고 있습니다. 식목일이 바로 내일인데 봄 날씨라고 믿기 어려울 정도로 더위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더 진지하게 고민할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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