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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보도

루나-테라 코인 사태 권도형, 미국에서 처벌하라는 여론이 빗발치는 이유는?

by 생각비행 2023. 3. 30.

지난 24일 몬테네그로 경찰은 국제적으로 적색수배된 권도형을 현지에서 체포했다는 소식을 알렸습니다. 권도형은 사상 최대의 암호화폐 사기라고 불리는 루나-테라 코인 개발사인 테라폼랩스의 대표로서 투자자들에게 400억 달러, 우리 돈으로 약 52조 원에 달하는 피해를 입힌 혐의로 지명 수배 중이었습니다. 한국 경찰청은 몬테네그로 현지에서 지문 자료를 받아 권도형의 신원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고 미 검찰 당국도 수십억 달러 규모의 암호자산 증권 사기를 계획한 혐의로 권도형을 기소하고 나섰습니다.

 

출처 - 연합뉴스

 

싱가포르를 거점 활동했던 테라폼랩스는 2022년 5월 회사에서 발행한 암호화폐와 함께 몰락했습니다. 권도형이 고안한 테라USD(UST)는 한때 세계 4위의 스테이블코인에 오를 정도로 주목받는 암호화폐였습니다. 지난해 5월 가치가 붕괴하자 그렇지 않아도 부정적인 시각에 휘말린 암호화폐 시장의 근간을 뒤흔들었습니다. 테라, 루나 및 테라USD의 토큰 가치는 폭락을 거듭해 0달러 수준으로 떨어졌고 비트코인, 이더리움, 테더 등 주요 암호화폐의 투매를 촉발했습니다. 사기 규모가 워낙 크다 보니 혼자 망한 게 아니라 업계 자체를 박살 낼 정도의 충격을 안긴 셈이죠.

 

출처 - TV조선

 

피해 규모도 엄청나고 국제적으로 얽혀 있는 금융 범죄이다 보니 권도형을 현지에서 체포한 몬테네그로는 물론 우리나라, 미국, 싱가포르 등 각국에서 권도형의 신병 확보를 위해 신경전을 벌이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법무부 관계자는 권도형이 한국 국적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범죄인 인도 요청을 한 곳은 우리나라 검찰밖에 없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출처 - YTN

 

그러나 체포 사실이 최종 확인된 직후 미국 뉴욕 남부연방지방검찰청도 권도형을 기소했습니다. 신병 확보를 염두에 두지 않았다면 곧바로 기소하지 않았을 거라면서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와 뉴욕 검찰은 테라폼랩스가 애플이나 아마존 등 미국 주식 가격에 코인 가격을 연동한 상품을 판매했다는 점과 미국인 피해자가 많다는 점을 들어 관련 수사를 이어왔습니다. 특히 권도형이 체포되기 직전인 지난 20일 미국 백악관은 하원에 제출한 '대통령 경제보고서'에서 스테이블코인은 위험하다며 권도형이 고안한 테라USD와 이에 연결된 루나 코인을 직접적으로 명시했습니다. 이런 정황을 보면 루나-테라 사태를 미국 정부가 그냥 넘길 리 만무합니다. SEC까지 나서서 암호화폐 사기일 뿐 아니라 가상화폐를 증권으로 보아 주가 조작에 해당하는 금융 범죄를 저지른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에 더 그렇습니다.

 

출처 - YTN

 

권도형 체포는 SEC의 저인망 수사에 공이 있습니다. SEC는 권도형 체포 전날 가상화폐 트론 창시자인 저스틴 선과 그의 트론 재단 등을 증권거래법 위반 혐의로 뉴욕연방지법에 제소했습니다. 또한 저스틴 선이 트론을 홍보하기 위해 돈을 찔러 준 할리우드 유명 인사들도 미국 금융당국의 감시망을 피해가지 못했습니다. 트론과 비트토렌트를 홍보하기 위해 돈을 받고 홍보 글을 올린 유명인사 8명 가운데 6명은 부당이득 반환과 벌금 등으로 모두 40만 달러를 내기로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권도형은 SEC가 트론 제소를 결정했다고 발표한 당일 검거됐습니다. 한국 검찰과 미 법무부, 싱가포르 경찰 등 관련 수사를 이어온 여러 국가 기관 중 최초로 사법 처리에 나설 정도로 미국은 이번 사태에 적극적입니다. 미국은 물론 우리나라 여론도 권도형을 그냥 미국에서 처벌받게 하라는 쪽이 우세합니다. 웰컴투비디오 손정우 사례에서 보았다시피 한국에서 법적 처벌을 받게 해봐야 솜방망이 처벌을 내릴 게 뻔하니 금융범죄에 대해 무겁게 단죄하는 미국에서 처벌받게 하는 편이 낫다는 거죠.

 

출처 - 한국경제

 

이런 비판적인 국내 여론은 권도형의 자업자득이기도 합니다. 그는 한창 잘나갈 때 테라폼랩스 공식 계정 유지와 인터뷰 등을 영어로만 하면서 한국어 질의에 응답하지 않았습니다. 심지어 개인 SNS로는 영어 이외의 언어를 쓰거나 루나-테라 코인에 대한 의문을 표하는 사람들에게 인신공격을 가하거나 비웃음으로 일관하기까지 했습니다. 잘나갈 땐 한국을 무시하더니 체포되니 한국어로만 대응하겠다니 대한민국을 대체 얼마나 우습게 여기고 있다는 얘길까요?

 

출처 - 연합뉴스

 

실제로 권도형은 몬테네그로에서 한국어 통역이 제공되지 않아 법적 방어권을 박탈당했다며 재판부 기피 신청을 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몬테네그로 재판부는 권도형이 영어를 잘 이해한다는 사실을 검사로부터 확인했다며 이를 기각했습니다. 사람들은 권도형이 이런 식으로 시간 끌기를 거듭하며 송환을 거부하다가 미국을 피해 한국으로 들어와 상대적으로 가벼운 처벌을 받으려고 하고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출처 - SBS

 

백악관이 하원에 제출한 대통령 경제보고서에는 스테이블코인은 신속자금이체 수단으로 사용하기 위한 요구사항을 충족하기에는 너무 위험하다고 꼬집었습니다. 암호화폐 자산은 소비자와 투자자에게 해로울 수 있다고도 지적했고요. 많은 투자자들이 유가증권인 가상자산에 대한 정보공개 부족에 따라 사실 암호화폐에 '어떤 근본적인 가치도 없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한다는 내용까지 언급했습니다. 수많은 사람들과 정부가 그저 투기 혹은 도박에 지나지 않는다고 지적해온 암호화폐(코인). 코인을 이용한 투자 사기와 코인거래소 해킹, 횡령 등의 문제는 급증하는 반면 암호화폐가 실생활에서 사용되는 경우는 극히 드물죠. 권도형 체포와 엄벌이 암호화폐의 위험성을 인식하는 계기로 작용해야 시장이 더 투명해지고 안전해지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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