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시사/보도

일본의 반격 능력 보유 선언을 보는 우리의 시각

by 생각비행 2023. 1. 3.

2022년 연말 일본 정부가 적군의 미사일 등을 선제 공격할 수 있는 '반격 능력'을 보유하겠다고 선언한 바 있습니다. 평화헌법 제9조에서 명시하고 있는 전수방위, 즉 공격을 받을 경우에만 최소한의 자위력을 행사 가능하다는 문항을 사실상 무력화하는 선언이었죠. 일본이 전쟁 가능 국가로 회귀하려는 의지를 표명한 것이어서 심히 우려스럽습니다.

 

출처 - 매일경제

 

지난 12월 16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정부 내각은 국무회의를 열고 안보 관련 3대 문서 개정안을 의결했습니다. 3대 안보 문서는 외교 방위 기본 방침인 '국가안전보장전략', 방위 목표와 수단을 보여주는 '국가방위전략', 방위비 총액과 장비 정비 규모를 정하는 '방위력정비계획'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출처 – 연합뉴스

 

가장 큰 변화는 적의 공격이 명백해졌을 때 먼저 적 기지를 타격하는 반격 능력을 보유하는 국가 방위 전략의 전환이었습니다. 일본 주변국에서 일본에 대한 무력 공격이 발생하고 탄도미사일 등에 의한 원거리 타격이 행해질 경우 이런 공격을 막기 위해 선제적으로 원거리 타격을 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이 능력의 행사는 미국과 협력한다는 내용을 포함시켰는데요, 중국을 견제하려는 미국의 이익과 전쟁 가능 국가로 나아가려는 자민당 정권의 이익이 맞아떨어진 결과라고 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일본은 사거리 3000km의 극초음속 미사일을 개발한다고 했습니다. 사거리를 고려하면 사실상 북한보다는 중국을 겨냥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죠.

 

출처 - 연합뉴스

 

반격 능력을 위한 수단을 확보하기 위해 일본은 2023년부터 2027년까지 5년간 5조 엔을 투입해 장사정 미사일을 배치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또한 방위력의 근본적인 강화를 위해 같은 기간 방위비로 43조 엔을 확보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는 기존 회계연도에 반영된 방위비 27조 4700억 엔보다 1.5배 정도 증액된 수치입니다. 또한 5년 뒤인 2027 회계연도에는 방위력의 근본적 강화와 이를 보완하는 목적의 예산을 현 일본 GDP의 2%에 도달하는 것을 목표로 하겠다고 명시하기도 했습니다. 2022년 방위비보다 두 배 늘린 금액을 확보하겠다는 것이죠. 이렇게 되면 2027년 일본은 미국, 중국에 이어 세계 3위의 방위비 지출국이 됩니다. 냉혹한 국제사회의 역학 관계 때문일까요? 전쟁 가능 국가로 발 빠른 행보를 하고 있는 일본에 대해 비판 성명을 낸 나라는 중국과 북한 정도밖에 없습니다. 지난 12월 16일 중국은 항공모함 전단을 오키나와 인근 해역을 지나 태평양으로 남하시키며 무력시위를 벌였습니다.

 

출처 - 조선일보

 

미국은 즉각 일본의 군비 증강을 지지한다는 입장을 보였습니다. 지난 12월 15일 미 국방부 라이더 배변인은 일본의 노력을 포함해 우리 동맹과 파트너가 자위력을 강화하는 노력을 폭넓게 지지한다는 점을 명확히 해왔다고 했습니다. 아울러 "일본을 포함해 역내 우리 동맹과 파트너가 방어 역량에 투자하는 것은 우리가 자유롭고 개방된 인도, 태평양을 보존하고 공격을 억제하며 역내 안보와 안전을 유지하는데 전념하겠다는 명확한 메시지를 발신하는 것"이라며 중국 견제를 위해 필요한 일이라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출처 - 프레시안

 

미국과 일본 양국의 이해타산이 맞아떨어졌으니 백번 양보해 그럴 수 있다고 칩시다. 하지만 제국주의 일본의 식민지를 겪은 우리나라 대통령이 일본의 군비 증강을 두둔하는 듯한 말을 흘리는 건 큰 문제입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1월 29일 로이터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일본 열도 머리 위로 미사일이 날아가는데 국방비를 증액 안 하고 그냥 방치할 수는 없지 않았을까(추측한다)"라며 일본의 방위비 인상을 이해한다는 뉘앙스를 풍겼습니다.

 

출처 - 오마이TV

 

그러고는 지난 12월 일본 정부가 반격 능력 보유 선언을 하자 관련 동향을 주시하고 있다는 것 외에 입장을 밝히지 않았습니다. 결국 윤석열 대통령은 일본의 군비 증강을 묵인하고 있는 셈입니다.

 

출처 - JTBC

 

지난 12월 일본 정부 관계자가 반격 능력 보유 선언 당일 "일본이 북한에 반격 능력을 행사하는 경우 한국 정부와 협의할 것인가"라는 기자의 질문에 대해 "일본의 자위권 행사로 다른 국가의 허가를 얻는 것이 아니다. 일본이 자체적으로 판단할 것"이라고 답해 논란에 휘말렸죠. 그런데 이에 대해 윤석열 대통령실은 지난 12월 18일 브리핑에서 "한미일 안보협력이라는 큰 틀 속에서 논의 가능한 내용"이라며 그럴 수도 있는 것 아니냐는 입장을 표명했습니다. 그러다가 하루 지나 사태를 수습하려 했는지 한반도 안보나 우리 국익과 직결되는 중대한 사안은 당연히 사전에 우리와 긴밀한 협의나 동의가 필요하다고 말을 바꿨죠. 대한민국 헌법에는 북한 역시 대한민국의 영토이며 대통령은 평화로운 통일을 위해 힘쓸 의무가 있다고 명시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대한민국 대령령인 윤석열은 국민의 의사와 상관없이 우리 영토가 일본의 선제 타격을 받아도 그럴 수 있다는 비정상적인 소리를 하고 있습니다. 이는 헌법이 정한 대통령의 책무를 내팽개친 행위 아닐까요? 그는 대체 어느 나라 대통령인 걸까요?

 

출처 - SBS

 

한편 일본은 국가안보전략을 개정하며 독도 영유권을 또다시 주장했습니다. 그러면서 한국은 일본 안보에 매우 중요한 이웃 나라라는 이율배반적인 조항을 넣었습니다. 일본은 이처럼 첨예한 외교 전술을 펼치며 밀당을 하고 있는데, 윤석열 정부는 속수무책으로 끌려다니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한미일 공조가 이뤄진다고 해도 한국의 전략적 유연성이 떨어질 것으로 예측합니다. 일본의 반격 능력을 인정할 정도로 미일 간 공조가 진행됐기 때문에 우리는 주도적인 입장이 아닌 둘 사이에 끼어 끌려갈 수밖에 없는 입장이 되었습니다. 이럴 때 외교부가 외교의 묘미를 발휘해야 하겠죠. 하지만 "바이든"을 "날리면"이라고 우기는 윤석열 정부의 외교부에 기대할 것이 있을지 의문이 듭니다.

 

출처 - 연합뉴스

 

반격 능력 보유를 선언한 일본은 새해 들어 이를 실행에 옮기고 있습니다. 언론은 기시다 총리가 곧 미국을 찾아 바이든 대통령에게 직접 설명하고 유사시 양국이 더 밀착하는 방향으로 재조정할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습니다. 이처럼 일본은 전쟁 가능 국가를 명백히 선언하며 제국주의 시대에 고통을 주었던 아시아 국가들에 대해 실질적인 위협을 가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윤석열 정부는 이를 견제하기는커녕 손을 놓은 채 일본을 두둔하기까지 하고 있으니 대한민국의 미래가 참으로 암울합니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