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28일(목요일)은 생각비행 1주년 기념행사가 있는 날입니다. 이날 《사랑의 승자》의 저자이신 오동명 선생님께서 '보도사진과 혁명'이라는 주제로 강연하십니다. 오동명 선생님께선 제일기획, 《국민일보》를 거쳐 《중앙일보》에서 사진기자로 근무하셨는데요, 1999년 말 《중앙일보》 홍석현 사장의 세무 비리를 《중앙일보》가 언론탄압이라 주장하자, 〈언론탄압이라고 주장만 하기에 앞서〉라는 제목으로 언론의 바른 역할을 강조하는 내용을 담은 대자보를 사내에 붙이고 《중앙일보》를 떠나신 분입니다.
최근 선생님은 제주도에 머물며 책을 저술하고 계시는데요, 얼마 전 서울에 오셨을 때 생각비행을 방문하셔서 강연과 관련된 이야기를 나누고 가셨습니다. 늘 저희에게 유익한 말씀을 들려주시기 때문에 이번엔 짧게나마 인터뷰를 진행했는데요, 그 내용을 정리해서 여러분께 소개합니다.
근황을 좀 알려주시죠.
백수로 놀고 있지요. (웃음) 제주도에서 책을 쓰고 있어요. 산이나 들, 바다를 다니면서 글도 쓰고, 그림도 그리고 있어요. 제주도는 도시와는 다르게 하루가 48시간 같아요. 인터넷이나 TV가 없으니 하루를 그만큼 길다고 느끼는 거죠. 최근에 사진 관련 책과 어린이 관련 책 원고를 마무리했습니다.
생각비행으로 보내신 글과 그림을 블로그에 <오동명의 바다소풍〉이란 제목으로 연재하고 있습니다. 그건 어떻게 시작하셨는지요?
특별하게 뭔가 해보겠다고 의도했던 건 아니었어요. 제주도와 제주도 사람들을 관찰하며 글을 쓰고 그림도 그린 겁니다. 제가 사는 집 근처가 올레길에 속해 있기도 하거든요. 마음을 달래려고 썼던 글이 하나둘 모이기 시작했어요. 가끔 생각비행으로 글과 그림을 보냈는데 마침 블로그에 연재해볼 생각이 없는지 문의가 왔고, 뜻이 맞아서 <오동명의 바다소풍〉 연재를 본격적으로 시작하게 되었죠.
선생님 경력으로 보자면 〈오동명의 바다소풍〉은 글과 사진이 짝이 되어야 할 텐데, 예상과 달리 그림을 중심으로 보내셨어요. 어떤 이유가 있는지요?
원래 제 꿈이 미대에 가는 거였어요. 그림을 그리고 싶었죠. 그런데 집안의 반대로 일반 대학으로 진학해야 했어요. 대학에 들어가서도 그림을 계속 그리고 싶었습니다. 그 변죽으로 카메라를 잡았다고 할까요. 쉰다섯이 된 지금에서야 예전에 하고 싶었던 일로 돌아간 거죠. 그래서 붓과 펜을 들었어요. 최근에는 돌에 새기는 석판화도 시작했습니다.
사진과 그림은 연관성이 있다고 봅니다. 좋은 그림을 두루 보고 연구해야 좋은 사진도 찍을 수 있다는 이야기를 자주 들었거든요.
물론입니다. 예전에 쓴 《보도사진 강의》에도 그림의 중요성을 강조했어요. 저는 학생들을 가르칠 때 사진기를 먼저 다루게 하지 않습니다. 사진기를 잡기에 앞서 그림을 보고 읽는 훈련을 시킵니다. 그림을 그리려면 여러 가지 관찰이 필요하죠. 피사체를 다양한 각도로 보고, 빛의 방향과 그림자도 분석합니다. 사진을 배우는 일도 마찬가지죠. 먼저 자신의 시각으로 관찰하는 과정이 꼭 필요합니다.
요즘 디지털카메라가 보급되면서 사람들에게 좋지 않은 버릇이 생겼어요. 셔터 누르기를 남발하는 일이죠. 예전에 필름 카메라를 사용할 때는 필름 값이 만만치 않아 함부로 셔터를 누를 수 없었어요. 그러다 보니 관찰하는 과정이 중요했고, 깊이 관찰할수록 좋은 사진도 찍을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요즘은 그런 기다림이 사라졌어요. 일단 찍고 마구 지워버리죠. 과도한 셔터 누르기 버릇이 들면, 사진 한 장을 찍기 위한 관찰 과정이 사라지고, 생각하는 여유가 사라집니다. 그래서 제가 그림을 읽는 과정이 중요하다고 이야기하는 겁니다. 그림을 그릴 때처럼 피사체를 깊이 관찰하는 습관을 들이면 좋은 사진을 찍을 수 있는 바탕이 생기는 법이죠.
요즘 좋은 성능을 갖춘 디지털 카메라를 모두가 하나쯤 가지고 있지만, 선생님 말씀처럼 좋은 사진을 찍기는 쉽지 않은 일입니다.
올레길을 찾는 사람을 보니 하나같이 DSLR을 목에 매고 있더군요. 보도사진을 찍는 기자도 아니고 '찰나'를 포착하는 스포츠 경기를 촬영할 것도 아닌데, 그렇게 무거운 DSLR을 들고 다닐 필요가 있을까요? 무거운 카메라를 목에 걸고 다니면 목에 부담만 줄 뿐입니다.
아무래도 대중이 카메라 회사의 상업성에 물든 것 같아요. 좋은 장비를 써야 좋은 사진이 나온다는 잘못된 인식이 자리잡힌 것 같거든요. 사진을 잘 찍고 싶다면, 기계에 집중할 게 아니라, 무엇을 찍고자 하는지에 대한 생각과 고민이 선행되어야 합니다.
카메라 장비에 대한 열망은 한국이 특히 심한 것 같아요. 우리보다 잘사는 이웃 나라 일본보다 DSLR이 한국에서 더 잘 팔린다고 하니 말 다했죠. 장비를 신경 쓰면 사진을 즐기지 못합니다. 정말로 사진을 취미로 찍는 딜레탕트(애호가)가 되고자 한다면 기계에 현혹되지 않기 바랍니다.
또 하나, 사진을 배우겠다고 무턱대고 클럽에 들어가면 안 된다는 당부를 하고 싶어요. 자기 실력이 조금 부족하니까 실력 있는 사람들이 활동하는 클럽에 가입해서 사진을 배우겠다는 사람이 많습니다. 사람과 어울리는 게 좋고, 덤으로 사진을 배우겠다면 말리고 싶진 않습니다. 하지만 사진을 잘 찍기 위해서 클럽에 가입하겠다는 생각은 지양하기 바랍니다. 가장 큰 이유는 앞서 이야기했던 안 좋은 버릇, 즉 장비에 집중하게 되기 때문입니다. 다른 사람들의 좋은 장비에 현혹되어 자기도 모르는 사이 값비싼 카메라와 부속 장비가 있어야만 좋은 사진을 찍을 수 있다는 생각에 오염되고 맙니다. 젊은 시절 저 자신이 사진을 배우면서 겪은 경험을 이야기하는 겁니다.
장비가 좋으면 양질의 사진을 촬영할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취미로 즐기는 사람으로서 대형 사진을 출력할 일은 적을 것이고, 사진의 색감을 논할 정도로 남들에게 자기 사진을 선보일 기회는 적겠죠. 요즘은 기술이 발달해서 소형카메라도 기능이 무척 좋습니다. 손쉽게 다룰 수 있는 카메라로 사진을 찍는 재미를 몸에 붙이는 일을 앞세워야 합니다. 그러다 자신이 어떤 주제의 사진에 집중하고 관심이 있는지를 파악하는 단계에 도달하면, 카메라나 렌즈, 부속장비에 관심을 돌려도 늦지 않습니다.
이제 사진을 시작하려는 사람들에게 들려주시고 싶은 말씀이 있는지요?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장비에 연연하지 말고, 사진 클럽에 들어가지 마세요. '사진 찍기'에 관한 정보는 인터넷에 무궁무진합니다. '제품 설명서'만큼 좋은 카메라 교본은 없습니다. 일단 찍는 방법은 거기에 다 나오니까요. 사진책보다 미술책을 많이 보세요. 보는 눈을 높이면 사진의 질을 높일 수 있을 겁니다.
무엇보다 처음에 제가 강조한 내용처럼 찍기 전에 생각하는 습관을 길러야 합니다. 카메라를 빼기 이전에 눈으로 관찰하세요. '관심'이라는 눈으로 모든 피사체를 바라보세요. 마구잡이식으로 셔터를 눌러서 촬영한 사진은 그만큼 쉽게 삭제하게 됩니다. 빨리 찍고 빨리 지우는 방식은 사람의 성격마저 바꿔버립니다. 진득함이나 신중함이 사라지는 거죠.
〈오동명의 바다소풍〉이야기로 돌아가서 여쭙겠습니다. 이 연재를 어떻게 이끌어 나가실 계획이신지요?
지금까지는 그림으로 제주도의 이곳저곳을 소개했는데요, 5월부터는 돌판화로 제 생각을 풀어볼까 합니다. 제주도에 살다 보니 서울에선 느끼지 못했던 여러 가지 특혜를 누리며 산다고 생각합니다. 자연을 쉽게 접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대자연의 정취를 느낄 수 있도록 그림과 글을 연재할 예정입니다. 인터넷을 매개로 제주도라는 외딴곳에 사는 오동명이 육지 사람들과 소통하는 것이죠. 언제 돌판화를 제작하는 과정도 한번 소개하고 싶군요.
생각비행이 어느덧 창립 1주년을 맞았습니다. 선생님께 강연을 요청했는데요, 어떤 말씀을 들려주실 생각이신지요?
제가 부탁받은 제목이 자못 진지한 것 같네요.(웃음) 보도사진이라고 해서 일반사진과 다를 건 없습니다. 단지 신문이나 잡지와 같은 언론에 실리기에 보도사진이라고 부르는 거죠. 사람, 꽃, 동물 등 어떤 사진이라도 언론에 노출되면 그게 곧 보도사진이 됩니다. 그러니 삶의 모든 영역이 보도사진의 대상입니다.
그런데 보도사진의 특징으로 현장성이 중요합니다. 연평도 폭격을 찍은 사진이나 대구 지하철 참사를 촬영한 사진은 기자가 촬영한 사진이 아니었습니다. 연평도 사진은 시민이 콤팩트 카메라로 촬영한 것이었고, 대구 지하철 참사 사진은 휴대전화기으로 찍은 사진이었습니다. 그런데 이런 사진이 각종 신문을 장식했고 보도사진이 되었습니다. 여기서 알 수 있는 사실은 보도사진은 '현장'의 모습을 담아야 한다는 점을 알 수 있지요.
제가 '보도사진과 혁명'이라는 주제에서 애기하고 싶은 '혁명'은 거대하고 대단한 내용이 아닙니다. 일반인이 카메라를하나씩 갖게 되면서 모두가 보도사진을 찍을 수 있는 시대가 열렸습니다. 사진으로 자신의 목소리를 내고, 세상을 바꾸는 일이 실제로 일어나고 있습니다. 이것을 저는 '혁명'이라고 생각합니다.
자신만의 색깔로, 자신의 시선으로 바라본 독특한 모습이나 대상을 사진으로 전할 수 있는 시대가 왔습니다. 예를 들어 볼까요? 새벽에 일하는 환경미화원분들이 어떻게 일하는지 아는 분은 많지 않을 겁니다. 그런데 어느 미화원분이 자신이 일하는 모습을 사진으로 촬영한다면 그것은 희귀하고 소중한 자료가 됩니다. 이런 일상의 모습은 사진기자라도 쉽게 촬영할 수 없으니까요.
사진과 점점 가까워지면서 변화하는 자신을 발견하는 것, 이것 또한 저는 '혁명'이라고 봅니다. 사진은 사물이나 타인에게 접근해야 얻을 수 있습니다. 촬영은 피사체가 필요한 작업이기 때문이죠. 무언가에 다가가는, 즉 사진을 촬영하려는 사람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적극적인 모습을 띱니다. 저 또한 내성적인 성격이었지만, 사진을 찍으면서 점차 적극적인 모습으로 변했습니다. 촬영하려면 어떻게든 피사체에 다가가야 하니까요. 이렇게 사진을 촬영하면서 사람들은 피사체와 교감하고 소통하게 됩니다. 바로 이 순간, 사진기는 피사체와 사람을 '소통'하도록 이어주는 훌륭한 도구가 되는 것이죠. 강의에서 좀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싶습니다.
사진 촬영을 하면서 주의해야 할 부분에 대해서 몇 가지를 말씀드릴 예정입니다만, 결국은 카메라를 즐기면서 자신을 변화시키는 '혁명'을 나누고 싶고, 언론 매체에 몸담지 않아도 사진으로 사회와 세상을 조금씩 바꿔가는 방법에 대해서도 말씀드릴 예정입니다.
선생님과 맺은 인연으로 지금까지 왔습니다. 생각비행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한 말씀 해주시죠.
생각비행이 벌써 1주년이 되었네요. 축하합니다. 이익만을 좇아서 사는 요즘 같은 시대에 소신 있게 좋은 책을 내려고 노력하는 모습이 아름답습니다. 제가 조금이나마 발을 담그고 있다는 것이 영광스러울 따름이죠. 앞으로도 생각비행이 외부로는 잘 알려지지 않는 지금과 같은 소신을 지켜나가며, 좋은 책을 계속 펴내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정말로 축하합니다.
최근 선생님은 제주도에 머물며 책을 저술하고 계시는데요, 얼마 전 서울에 오셨을 때 생각비행을 방문하셔서 강연과 관련된 이야기를 나누고 가셨습니다. 늘 저희에게 유익한 말씀을 들려주시기 때문에 이번엔 짧게나마 인터뷰를 진행했는데요, 그 내용을 정리해서 여러분께 소개합니다.
근황을 좀 알려주시죠.
백수로 놀고 있지요. (웃음) 제주도에서 책을 쓰고 있어요. 산이나 들, 바다를 다니면서 글도 쓰고, 그림도 그리고 있어요. 제주도는 도시와는 다르게 하루가 48시간 같아요. 인터넷이나 TV가 없으니 하루를 그만큼 길다고 느끼는 거죠. 최근에 사진 관련 책과 어린이 관련 책 원고를 마무리했습니다.
생각비행으로 보내신 글과 그림을 블로그에 <오동명의 바다소풍〉이란 제목으로 연재하고 있습니다. 그건 어떻게 시작하셨는지요?
특별하게 뭔가 해보겠다고 의도했던 건 아니었어요. 제주도와 제주도 사람들을 관찰하며 글을 쓰고 그림도 그린 겁니다. 제가 사는 집 근처가 올레길에 속해 있기도 하거든요. 마음을 달래려고 썼던 글이 하나둘 모이기 시작했어요. 가끔 생각비행으로 글과 그림을 보냈는데 마침 블로그에 연재해볼 생각이 없는지 문의가 왔고, 뜻이 맞아서 <오동명의 바다소풍〉 연재를 본격적으로 시작하게 되었죠.
선생님 경력으로 보자면 〈오동명의 바다소풍〉은 글과 사진이 짝이 되어야 할 텐데, 예상과 달리 그림을 중심으로 보내셨어요. 어떤 이유가 있는지요?
원래 제 꿈이 미대에 가는 거였어요. 그림을 그리고 싶었죠. 그런데 집안의 반대로 일반 대학으로 진학해야 했어요. 대학에 들어가서도 그림을 계속 그리고 싶었습니다. 그 변죽으로 카메라를 잡았다고 할까요. 쉰다섯이 된 지금에서야 예전에 하고 싶었던 일로 돌아간 거죠. 그래서 붓과 펜을 들었어요. 최근에는 돌에 새기는 석판화도 시작했습니다.
사진과 그림은 연관성이 있다고 봅니다. 좋은 그림을 두루 보고 연구해야 좋은 사진도 찍을 수 있다는 이야기를 자주 들었거든요.
물론입니다. 예전에 쓴 《보도사진 강의》에도 그림의 중요성을 강조했어요. 저는 학생들을 가르칠 때 사진기를 먼저 다루게 하지 않습니다. 사진기를 잡기에 앞서 그림을 보고 읽는 훈련을 시킵니다. 그림을 그리려면 여러 가지 관찰이 필요하죠. 피사체를 다양한 각도로 보고, 빛의 방향과 그림자도 분석합니다. 사진을 배우는 일도 마찬가지죠. 먼저 자신의 시각으로 관찰하는 과정이 꼭 필요합니다.
요즘 디지털카메라가 보급되면서 사람들에게 좋지 않은 버릇이 생겼어요. 셔터 누르기를 남발하는 일이죠. 예전에 필름 카메라를 사용할 때는 필름 값이 만만치 않아 함부로 셔터를 누를 수 없었어요. 그러다 보니 관찰하는 과정이 중요했고, 깊이 관찰할수록 좋은 사진도 찍을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요즘은 그런 기다림이 사라졌어요. 일단 찍고 마구 지워버리죠. 과도한 셔터 누르기 버릇이 들면, 사진 한 장을 찍기 위한 관찰 과정이 사라지고, 생각하는 여유가 사라집니다. 그래서 제가 그림을 읽는 과정이 중요하다고 이야기하는 겁니다. 그림을 그릴 때처럼 피사체를 깊이 관찰하는 습관을 들이면 좋은 사진을 찍을 수 있는 바탕이 생기는 법이죠.
요즘 좋은 성능을 갖춘 디지털 카메라를 모두가 하나쯤 가지고 있지만, 선생님 말씀처럼 좋은 사진을 찍기는 쉽지 않은 일입니다.
올레길을 찾는 사람을 보니 하나같이 DSLR을 목에 매고 있더군요. 보도사진을 찍는 기자도 아니고 '찰나'를 포착하는 스포츠 경기를 촬영할 것도 아닌데, 그렇게 무거운 DSLR을 들고 다닐 필요가 있을까요? 무거운 카메라를 목에 걸고 다니면 목에 부담만 줄 뿐입니다.
아무래도 대중이 카메라 회사의 상업성에 물든 것 같아요. 좋은 장비를 써야 좋은 사진이 나온다는 잘못된 인식이 자리잡힌 것 같거든요. 사진을 잘 찍고 싶다면, 기계에 집중할 게 아니라, 무엇을 찍고자 하는지에 대한 생각과 고민이 선행되어야 합니다.
카메라 장비에 대한 열망은 한국이 특히 심한 것 같아요. 우리보다 잘사는 이웃 나라 일본보다 DSLR이 한국에서 더 잘 팔린다고 하니 말 다했죠. 장비를 신경 쓰면 사진을 즐기지 못합니다. 정말로 사진을 취미로 찍는 딜레탕트(애호가)가 되고자 한다면 기계에 현혹되지 않기 바랍니다.
또 하나, 사진을 배우겠다고 무턱대고 클럽에 들어가면 안 된다는 당부를 하고 싶어요. 자기 실력이 조금 부족하니까 실력 있는 사람들이 활동하는 클럽에 가입해서 사진을 배우겠다는 사람이 많습니다. 사람과 어울리는 게 좋고, 덤으로 사진을 배우겠다면 말리고 싶진 않습니다. 하지만 사진을 잘 찍기 위해서 클럽에 가입하겠다는 생각은 지양하기 바랍니다. 가장 큰 이유는 앞서 이야기했던 안 좋은 버릇, 즉 장비에 집중하게 되기 때문입니다. 다른 사람들의 좋은 장비에 현혹되어 자기도 모르는 사이 값비싼 카메라와 부속 장비가 있어야만 좋은 사진을 찍을 수 있다는 생각에 오염되고 맙니다. 젊은 시절 저 자신이 사진을 배우면서 겪은 경험을 이야기하는 겁니다.
장비가 좋으면 양질의 사진을 촬영할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취미로 즐기는 사람으로서 대형 사진을 출력할 일은 적을 것이고, 사진의 색감을 논할 정도로 남들에게 자기 사진을 선보일 기회는 적겠죠. 요즘은 기술이 발달해서 소형카메라도 기능이 무척 좋습니다. 손쉽게 다룰 수 있는 카메라로 사진을 찍는 재미를 몸에 붙이는 일을 앞세워야 합니다. 그러다 자신이 어떤 주제의 사진에 집중하고 관심이 있는지를 파악하는 단계에 도달하면, 카메라나 렌즈, 부속장비에 관심을 돌려도 늦지 않습니다.
이제 사진을 시작하려는 사람들에게 들려주시고 싶은 말씀이 있는지요?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장비에 연연하지 말고, 사진 클럽에 들어가지 마세요. '사진 찍기'에 관한 정보는 인터넷에 무궁무진합니다. '제품 설명서'만큼 좋은 카메라 교본은 없습니다. 일단 찍는 방법은 거기에 다 나오니까요. 사진책보다 미술책을 많이 보세요. 보는 눈을 높이면 사진의 질을 높일 수 있을 겁니다.
무엇보다 처음에 제가 강조한 내용처럼 찍기 전에 생각하는 습관을 길러야 합니다. 카메라를 빼기 이전에 눈으로 관찰하세요. '관심'이라는 눈으로 모든 피사체를 바라보세요. 마구잡이식으로 셔터를 눌러서 촬영한 사진은 그만큼 쉽게 삭제하게 됩니다. 빨리 찍고 빨리 지우는 방식은 사람의 성격마저 바꿔버립니다. 진득함이나 신중함이 사라지는 거죠.
〈오동명의 바다소풍〉이야기로 돌아가서 여쭙겠습니다. 이 연재를 어떻게 이끌어 나가실 계획이신지요?
지금까지는 그림으로 제주도의 이곳저곳을 소개했는데요, 5월부터는 돌판화로 제 생각을 풀어볼까 합니다. 제주도에 살다 보니 서울에선 느끼지 못했던 여러 가지 특혜를 누리며 산다고 생각합니다. 자연을 쉽게 접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대자연의 정취를 느낄 수 있도록 그림과 글을 연재할 예정입니다. 인터넷을 매개로 제주도라는 외딴곳에 사는 오동명이 육지 사람들과 소통하는 것이죠. 언제 돌판화를 제작하는 과정도 한번 소개하고 싶군요.
생각비행이 어느덧 창립 1주년을 맞았습니다. 선생님께 강연을 요청했는데요, 어떤 말씀을 들려주실 생각이신지요?
제가 부탁받은 제목이 자못 진지한 것 같네요.(웃음) 보도사진이라고 해서 일반사진과 다를 건 없습니다. 단지 신문이나 잡지와 같은 언론에 실리기에 보도사진이라고 부르는 거죠. 사람, 꽃, 동물 등 어떤 사진이라도 언론에 노출되면 그게 곧 보도사진이 됩니다. 그러니 삶의 모든 영역이 보도사진의 대상입니다.
그런데 보도사진의 특징으로 현장성이 중요합니다. 연평도 폭격을 찍은 사진이나 대구 지하철 참사를 촬영한 사진은 기자가 촬영한 사진이 아니었습니다. 연평도 사진은 시민이 콤팩트 카메라로 촬영한 것이었고, 대구 지하철 참사 사진은 휴대전화기으로 찍은 사진이었습니다. 그런데 이런 사진이 각종 신문을 장식했고 보도사진이 되었습니다. 여기서 알 수 있는 사실은 보도사진은 '현장'의 모습을 담아야 한다는 점을 알 수 있지요.
제가 '보도사진과 혁명'이라는 주제에서 애기하고 싶은 '혁명'은 거대하고 대단한 내용이 아닙니다. 일반인이 카메라를하나씩 갖게 되면서 모두가 보도사진을 찍을 수 있는 시대가 열렸습니다. 사진으로 자신의 목소리를 내고, 세상을 바꾸는 일이 실제로 일어나고 있습니다. 이것을 저는 '혁명'이라고 생각합니다.
자신만의 색깔로, 자신의 시선으로 바라본 독특한 모습이나 대상을 사진으로 전할 수 있는 시대가 왔습니다. 예를 들어 볼까요? 새벽에 일하는 환경미화원분들이 어떻게 일하는지 아는 분은 많지 않을 겁니다. 그런데 어느 미화원분이 자신이 일하는 모습을 사진으로 촬영한다면 그것은 희귀하고 소중한 자료가 됩니다. 이런 일상의 모습은 사진기자라도 쉽게 촬영할 수 없으니까요.
사진과 점점 가까워지면서 변화하는 자신을 발견하는 것, 이것 또한 저는 '혁명'이라고 봅니다. 사진은 사물이나 타인에게 접근해야 얻을 수 있습니다. 촬영은 피사체가 필요한 작업이기 때문이죠. 무언가에 다가가는, 즉 사진을 촬영하려는 사람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적극적인 모습을 띱니다. 저 또한 내성적인 성격이었지만, 사진을 찍으면서 점차 적극적인 모습으로 변했습니다. 촬영하려면 어떻게든 피사체에 다가가야 하니까요. 이렇게 사진을 촬영하면서 사람들은 피사체와 교감하고 소통하게 됩니다. 바로 이 순간, 사진기는 피사체와 사람을 '소통'하도록 이어주는 훌륭한 도구가 되는 것이죠. 강의에서 좀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싶습니다.
사진 촬영을 하면서 주의해야 할 부분에 대해서 몇 가지를 말씀드릴 예정입니다만, 결국은 카메라를 즐기면서 자신을 변화시키는 '혁명'을 나누고 싶고, 언론 매체에 몸담지 않아도 사진으로 사회와 세상을 조금씩 바꿔가는 방법에 대해서도 말씀드릴 예정입니다.
선생님과 맺은 인연으로 지금까지 왔습니다. 생각비행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한 말씀 해주시죠.
생각비행이 벌써 1주년이 되었네요. 축하합니다. 이익만을 좇아서 사는 요즘 같은 시대에 소신 있게 좋은 책을 내려고 노력하는 모습이 아름답습니다. 제가 조금이나마 발을 담그고 있다는 것이 영광스러울 따름이죠. 앞으로도 생각비행이 외부로는 잘 알려지지 않는 지금과 같은 소신을 지켜나가며, 좋은 책을 계속 펴내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정말로 축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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