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가 오는 11월 6일 일본 가나가와현 사가미만에서 열리는 관함식에 우리 해군을 참가시키기로 결정했습니다. 지난 1월 일본 해상자위대가 창설 70주년을 맞아 우리나라 해군을 관함식에 초대한 바 있습니다. 좋지 않은 여론이 넘치자 눈치를 보는 듯하더니 지난 10월 27일 윤석열 정부는 국가안전보장회의 정례 상임위원회 회의에서 우리나라 해군의 참가를 결정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번 일본 관함식 참가 결정으로 큰 문제가 생길 듯합니다. 안 그래도 잦은 친일 논란으로 '21세기 조선총독부'라는 조롱까지 받는 윤석열 정부인데 말이죠.
출처 - MBC
일본의 비상식적이었던 무역 보복 조치와 지소미아 종료 유예 등의 문제 상황을 제쳐두고 우리나라가 알아서 기는 듯 무작정 참석한다는 것도 문제지만, 7년 만에 일본 관함식 참석을 앞두고 욱일기에 대한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출처 - KBS
관함식은 국가의 원수 등이 자기 나라의 군함을 검열하는 의식으로, 관함식에 참석하는 외국 함정은 주최국 주빈이 탑승한 함정을 향해 경례를 해야 합니다. 그런데 일본 해상자위함은 일본 제국주의의 상징인 욱일기를 달고 다닙니다. 이대로라면 우리나라 해군이 욱일기를 향해 공식적으로 경례를 해야 합니다. 일본 제국주의의 식민 피해를 받아 아직까지도 피해자들이 살아계신 상황에서 말입니다. 나치 독일의 식민통치로 고통받은 나라가 나치의 하켄크로이츠에 경례해야 하는 상황을 납득할 수 있을까요? 그런데 윤석열 정부는 자진해서 그 짓을 허락한 겁니다. 일본 해상자위대의 관함식에 참가한 사실은 이전 정권 시절에도 있었습니다. 7년 전인 2015년이었죠. 박근혜를 위시한 친일 집권 세력이 정부를 구성하고 있을 때였습니다. 당시에도 욱일기 형태의 자위함기를 단 함정에 탑승한 아베 신조 총리를 향해 우리 해군이 거수경례를 해 논란이 된 바 있습니다. 이후 2018년 제주도에서 진행된 국제 관함식에는 일본이 참가를 거부했습니다. 문재인 정부가 일본 제국주의의 상징인 욱일기 대신 공식 일본 국기인 일장기를 게양하라고 했더니 일본 측이 반발한 겁니다.
출처 – KBS
욱일기를 향한 경례에 우리나라 국민이 이토록 비판적인 입장을 고수하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일본이 과거사와 관련해 무엇 하나 제대로 사과하지도 문제를 해결하지도 않은 상황에서 왜 우리가 스스로 관함식에 참가해 욱일기에 경례를 해야 합니까?
출처 - YTN
그런데 관함식 참가가 논란거리가 되자 윤석열 정부와 국방부는 궁색한 변명을 내놨습니다. "일본의 욱일기와 자위함기는 다른 형태이며, 자위함기는 국제사회에서 정식으로 수용됐다”라는 겁니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와 국방부의 변명은 그 자체가 거짓말투성이입니다. 일본 정부 외무성의 욱일기 홍보 자료를 보면 자위함에 게양된 깃발 사진과 함께 1954년 제정된 자위대법 시행령에 따라 해상자위대 자위함기는 욱일 모양을 사용하고 있다는 내용이 명시되어 있습니다. 오래전부터 일본 정부는 '자위함기=욱일기'임을 공식적으로 천명한 것입니다. 일본 제국주의가 건재했던 1940년 관함식 자료 화면을 봐도 기함이 욱일기를 달고 있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죠. 이처럼 욱일기는 일본 제국주의의 상징이며 일본 해상자위함기는 욱일기가 맞습니다. 일본 정부가 욱일기라고 인정한 걸 왜 우리나라 정부가 아니라고 변명하고 있는 걸까요? 이러고도 윤석열 정부가 일본 정부의 앞잡이가 아니라고 할 수 있을까요?
출처 – 연합뉴스/MBC
곰곰이 생각해보면 대체 왜 이런 말도 안 되는 상황이 벌어지는지 알 수 있습니다. 우선, 굴욕적인 한일위안부합의를 했던 세력이 지금의 집권 여당입니다. 다음으로 친일인명사전에 이름이 오른 친일파 아버지의 대를 이어 여당 대표를 하고 있는 사람이 바로 정진석 비대위원장입니다. 그리고 유사시 일본 개입의 필요성을 인정한 자위대 한반도 개입론자인 김태효는 군사기밀유출로 최종 유죄 선고를 받았지만 우리나라 안보를 담당하는 국가안보실 1차장직을 맡고 있습니다. 기밀을 유출한 범범자가 어떻게 국가 안보 업무를 맡을 수 있겠습니까? 그런데 윤석열 대통령은 가벼운 판결이라며 유임시키는 분위기입니다. 이런 정황을 종합하면 왜 윤석열 정부가 친일을 하지 못해 안달인지 알 수 있지 않을까요?
출처 - JTBC
11월 2일에는 대법원 판결까지 난 강제징용 피해자 문제를 해결한답시고 극우 인사이자 자민당 부총재인 아소 다로가 내한해 윤석열과 회담을 합니다. 아소 다로는 강제 징용한 사람들을 활용하여 탄광을 운영해 막대한 부를 축적한 가문 출신입니다. 그런 사람이 강제징용 문제를 해결하겠답시고 우리나라 대통령과 면담한다는 것 자체가 대한민국 국민을 모욕하는 처사 아닌가요? 이 와중에 친일 인사로 똘똘 뭉친 윤석열 정부와 국민의힘이 무슨 굴욕적인 짓거리를 벌일지 걱정이 앞서는군요.
출처 - 해군
지난 10월 29일 우리나라 최신 군수지원함 소양함이 진해항에서 출항해 11월 1일 일본 요코스카항에 입항했습니다. 함장인 대령 이하 승조원 137명은 관함식 본 행사를 준비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이태원 압사 참사로 인한 국가 애도 기간의 영향으로 당초 예정됐던 타국 해군과의 친선 교류 행사에는 참가하지 않기로 했다고 합니다.
출처 - 연합뉴스
지난 국정감사에서 국회 국방위원들은 관함식 참석이 부적절하다고 비판했습니다. 반면 외교부 장관과 국방부 장관은 안보 상황과 국제관례 등을 고려해 참가를 결정했다고 주장했죠. 2018년 일본의 초계기 저공 위협 비행 같은 일과 관련해서 일본은 어떤 사과나 협의도 하지 않았습니다. 우리나라 외교부와 국방부는 국가 안위를 책임질 문제는 무엇 하나 해결할 마음이 없고, 어떻게 하면 일본을 빛내줄까 골몰하는 모양새입니다. 윤석열 정부가 이야기하는 국익과 대한민국 국민이 바라는 국익은 전혀 다른 지향점을 보이고 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 취임 이후 6개월간 계속되는 각종 문제와 외교적 굴욕 속에서 이번 관함식 참가로 대한민국은 다시 한번 국격이 추락하는 꼴을 겪게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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