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마트에서 팬매하는 1만 원 이하의 저가 치킨을 사려고 줄을 서는 사람이 많습니다. 6990원을 내세운 홈플러스의 당당치킨을 시작으로 이마트, 롯데마트 등도 저가 치킨 판매 대열에 합류했습니다. 국민 야식인 치킨이 프랜차이즈 업체의 담합으로 가격이 폭등하자 이에 환멸을 느낀 소비자들이 마트의 저가 치킨에 열광하고 있습니다. 당당치킨의 맛이 아주 좋거나 한 것은 아니지만 최근 배달비를 포함하면 3만 원에 육박하기 시작한 프랜차이즈 치킨 가격에 비하면 가성비가 월등히 좋다고 고객들이 인정한 것이겠죠.
출처 - 시사저널
예전에 마트에서 판매한 통큰치킨의 경우 골목 상권을 침해한다는 우려 때문에 금방 중지됐지만, 당당치킨 열풍의 경우 소비자들이 프랜차이즈 치킨보다 당당치킨 편을 더 드는 것을 볼 때, 그동안 프랜차이즈 치킨 본사의 횡포가 얼마나 심했는지를 파악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가격이 저렴한 당당치킨이 아무런 문제가 없을까요? 그 이면을 보면 프랜차이즈 업체 본사의 담합이나 갑질과는 또 다른 문제가 존재한다는 점을 알아둘 필요가 있습니다. 바로 마트 노동자들의 처우에 대한 부분입니다. 코로나로 마트에서 일하는 인력이 줄어든 상황인데 충원해주지도 않고 인기를 끄는 치킨을 계속 튀겨내야 하는 노동자들의 과도한 연장근무가 횡행하고 있습니다.
출처 - MBC
홈플러스의 당당치킨은 오전 두 차례, 오후 세 차례, 이렇게 하루 총 다섯 번에 걸쳐 판매하고 있습니다. 시간대별로 판매하는 수량은 20마리로 제한되어 있습니다. 하루 100마리면 그렇게 많지 않은 듯 보이지만, 원래 마트는 치킨만 전문적으로 튀기는 점포가 아니고 치킨 전담 노동자가 있는 것도 아니라는 데 문제가 있습니다.
출처 - 민중의소리
특히 당당치킨의 경우 판매 시작 이후 누적 판매량이 46만 마리가 넘게 팔리는 등 큰 인기를 끌었습니다. 이 때문에 마트 노동자들이 쉬지 않고 닭을 튀겨야 하는 신세가 됐습니다. 원래 자신이 맡은 식품부서 일을 병행하면서 말이죠. 당당치킨을 판매하기 시작한 이후 마트에서 치킨의 판매량은 세 배 가까이 늘었다고 합니다. 홈플러스 노조는 "매출이 10배 가까이 늘었지만 당당치킨을 만드는 조리 노동자는 그대로"라며 "매장당 5~8명에 불과한 조리노동자들이 평일 기준 하루 30~40마리 튀기던 것을 이제 150마리씩 튀기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점심시간이 1시간에서 30분으로 줄고, 휴식시간 및 화장실 이용시간도 이전보다 줄었다는 것이 노조 측 설명입니다.
출처 - 전자신문
광복절 연휴 때 마트 노동자들은 하루에 420마리씩 튀겨야 했다고 합니다. 2020년 프랜차이즈 치킨의 대명사 중 하나인 교촌치킨이 가맹점당 하루 평균 110마리를 판매했다고 발표했던 사실에 비추어 보면 현재 당당치킨 판매량이 얼마나 많은지 파악할 수 있습니다. 프랜차이즈 치킨집은 가족이 됐든 알바가 됐든 혼자가 아닌 여러 명이 일을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죠.
그런데 홈플러스의 경우 노동자들이 기존에 하던 오븐구이, 닭강정, 초밥 등 70가지가 넘는 메뉴를 만들어내면서 당당치킨까지 추가로 튀겨내야 하는 상황에 내몰렸습니다. 홈페이지에서 들어온 주문까지 만들어 포장해야 하죠. 이렇게 홈플러스 노동자들은 인력충원 없이 세 배 늘어난 치킨 물량을 소화해야 해서 한 사람당 평소보다 세 사람 몫의 일을 더 해내야 합니다. 그러다 보니 몇 시간 일찍 와서 몇 시간 더 늦게 가야 하는 생활이 펼쳐지고 있죠.
홈플러스는 노동자들의 인력충원 요청에 대해 무시로 일관하고 있습니다. 연장근무가 빈발하고 연차 사용이 제한되고 있는 상황인데도 말입니다. 프랜차이즈 본사가 담합과 갑질로 가맹점주들의 고혈을 빨아먹듯, 홈플러스는 당당치킨 담당 노동자의 살인적인 노동의 결과물로 6990원이라는 가격에 판매할 수 있는 건지도 모릅니다.
출처 - 연합뉴스
출처 - MBC
어떻게 보면 양쪽 치킨 모두 착취의 결과물인데 정작 피 튀기는 싸움은 을끼리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 시점에 우리는 프랜차이즈 치킨이 낫다, 당당치킨이 낫다, 이런 1차원적인 얘기를 하기보다 프랜차이즈 본사와 마트 본사에 노동자에게 합당한 처우를 하라고 대책을 요구해야 하지 않을까요? 프랜차이즈 본사는 담합을 중지하고 각종 비용을 가맹점주들에게 떠넘기는 행태를 멈춰야 합니다. 홈플러스 같은 마트 본사는 저가 치킨을 담당하는 인력을 충원해주고 좋은 품질의 치킨을 만들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이럴 때 치킨 가격이 합리적인 수준에 도달할 수 있습니다. 누군가를 착취해서 나온 제품에 대해 시정을 요구하고 당당하게 결과물을 향유하는 것이 진정으로 현명한 소비가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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