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지지율이 바닥을 치는 가운데 지난 8월 15일 임기 중 첫 광복절을 맞이했습니다. 그는 광복절을 하루 앞두고 수유리에 안장된 광복군 순국선열 17위를 국립묘지로 이장하는 합동봉송식에 참석해 선열들의 넋을 기렸습니다. 아울러 광복군 출신 애국지사인 김관영 씨 자택을 방문해 예우와 지원에 한치의 소흘함도 없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출처 -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은 "우리가 마음껏 누리는 자유는 일제강점기의 암울한 현실과 절망 속에서도 오직 자유와 조국의 독립을 위해 자신의 목숨을 초개와 같이 던진 분들의 희생 위에 서 있는 것"이라며 "선열들의 영전에 머리 숙여 명복을 빈다"라고 말했습니다. 지극히 상식적이고 좋은 말을 하긴 했는데 그의 말을 과연 어디까지 믿을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대통령 취임 100일간 보인 행보는 정반대이기 때문이죠.
출처 - MBN
최근 미국 의전 서열 3위인 펠로시 하원의장을 휴가 일정 때문에 패싱한 윤석열 대통령은 상당한 비판에 직면한 바 있습니다. 그런데 잘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펠로시 방문 당시 큰 사고는 또 있었습니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가 국회 사랑재에서 펠로시 하원의장과의 만남을 위해 대기하다가 우리나라 경호원들에게 끌려나가는 사건이 있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이용수 할머니는 부상을 당해 여의도 성모병원으로 이송되었죠.
출처 - 한국일보
펠로시 하원의장과 이용수 할머니가 만나는 건 자연스런 수순이었습니다. 펠로시는 중국 민주화와 티베트 독립, 홍콩 민주화 문제뿐 아니라 정권을 가리지 않고 '위안부' 문제에 대해 분명하게 목소리를 내온 미국 정치인이니까요. 2007년 미 의회 사상 처음으로 일본군 '위안부' 결의안을 채택할 때 결정적 역할을 한 것도 펠로시였습니다. 박근혜 정권 당시 펠로시는 일본군 '위안부' 문제와 관련해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위안부' 문제에 더 분명한 언급을 해야 하는데 하지 않아 안타깝다는 말을 당시 새누리당 대표였던 김무성이 미국을 찾았을 때 하기도 했습니다.
출처 – 일본군 위안부 문제 ICJ 회부 추진위원회
그런데 이번 한국 방문 당시 펠로시 하원의장이 도착할 때가 다 되어가자 국회 경호 책임자가 사랑재에서 대기 중이던 이용수 할머니의 휠체어를 무작정 끌어당겼습니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 ICJ회부 추진위원회는 이용수 할머니가 땅바닥에 넘어진 상태에서 경호원들이 할머니의 발을 잡고 질질 끌고 나가려고 했다고 밝혔습니다. 이 과정에서 이용수 할머니가 자신을 끌어내어 치워 버리려는 경호원들에게 저항하다가 부상을 입게 된 것으로 확인했다고 하죠. 사건이 있던 이날 펠로시 하원의장은 기자회견에서 "일본계 미국인인 혼다 의원의 발의로 미 의회에서 '위안부' 관련 결의안의 이행을 촉구하기 위한 법률을 통과시킨 바 있다"며 다시 한번 일본군 '위안부'에 대한 관심을 표명했습니다. 그러나 정작 피해자인 할머니는 국회 경호 책임자에 의해 강제로 끌려나가는 신세였습니다.
출처 - 연합뉴스
윤석열 정권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뿐 아니라 강제 징용 피해자들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외교부가 강제징용 피해자들과 아무런 협의 없이 대법원에 의견서를 제출했습니다. 강제징용 일본 전범기업 미쓰비시의 자산 현금화를 늦춰달라는 내용이었습니다. 정의를 세우고 피해자들을 위해 한시 바삐 집행해도 모자랄 판국에 "민관협의회 등을 통해 원고(강제징용 피해자) 측을 비롯한 국내 각계각층의 의견을 수렴하는 등 다각적인 외교적 노력을 경주해 나가고 있다"라며 기다려달라고 한 겁니다. 대체 어느 나라 외교부인지 모르겠군요. 최소한 피해자들이 진행하는 소송에 훼방은 놓지 말아야 할 것 아닙니까?
출처 - 리얼미터
소송 도중 외교부가 대법원에 의견서를 제출할 수 있게 된 근거는 민사소송규칙 제134조의 2입니다. 해당 조항은 박근혜 정권 당시 사법농단의 핵심이었던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주도로 만들어진 것이죠. 규칙 개정 당시에도 박근혜의 굴욕적인 '위안부' 합의와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소송을 방해하기 위한 맞춤형이라는 비판이 나온 바 있습니다. 그때도 외교부는 강제징용 피해자 소송과 관련해 가해 전범기업의 배상 책임을 인정하면 한일 관계가 파국으로 치달을 것이라며 의견서를 대법원에 제출한 바 있습니다. 국정농단과 사법농단이 법조 카르텔에 의해 흐지부지 넘어가는 사이 그때의 적폐가 지금까지 발목을 잡고 있는 셈입니다. 강제징용 피해자들은 외교부의 사전 합의 없이 일방적인 의견서 제출은 강제 징용 집행 절차를 지연시키려는 행위이며 법적으로는 피해자 권리 행사를 제약하는 행위라며 민관협의회를 이탈한다고 선언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윤석열이 임명한 신임 주일본 한국대사 윤덕민은 지난 8일 일본 주재 특파원 간담회에서 망언을 하여 국민의 분노를 키웠죠.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노동자 배상 소송과 관련해 일본 기업 자산을 현금화하면 한일 국민과 기업이 수백조 사업 기회가 날아간다며 피해자들을 안중에 두지 않은 발언을 한 겁니다. 심지어 현금화는 도덕적 승리일지는 몰라도 현실적으로 승자는 없을 것이라고 주장하며 강제징용 피해자들에게 무릎을 꿇으라고 종용하는 듯한 발언까지 했습니다. 한국 외교부인지 일본 외교부인지 알 수가 없는 상황입니다. 그래서일까요? 인터넷상에서는 이번 윤석열 정권에 대해 외교부가 아닌 '왜교부'라고 조롱하는 글이 퍼질 정도입니다.
출처 - 민중의소리
이렇게 알아서 친일부역적인 행보를 하는 윤석열 정부가 기꺼웠는지 일본 《산케이신문》은 이전 문재인 정권과는 다른 온도차를 보여줬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2015년 박근혜 정부와 일본 정부가 맺은 한일 위안부 합의를 사실상 백지화하려고 했는데 윤석열 정부는 극도로 악화된 한일 관계의 복원을 목표로 한일 위안부 합의를 존중하는 입장을 강조하고 있다는 겁니다.
출처 - 여성가족부
일본의 극우 언론으로부터 이런 칭찬을 받는 윤석열 대통령이 광복지사들을 상찬한 14일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기림의 날'이기도 했습니다. 1991년 8월 14일 자신이 일본군 '위안부'였음을 처음으로 공개 증언한 김학순 활동가의 뜻을 기리는 날로 2018년 문재인 정부하에서 국가 공식 기념일로 지정된 바 있죠. 정부 주최 행사를 열어 대통령이 연설을 하거나 영상 메시지를 보내는 등 중요하게 챙기는 날이기도 한데요, 일본 언론의 칭찬을 받는 윤석열은 이에 대해 한마디 언급도 없이 넘겨버렸습니다. 《산케이신문》은 한술 더 떠서 윤석열이 여성가족부를 폐지하겠다는 공약으로 당선된 후 지난달 김현숙 장관에게 폐지를 위한 계획안을 조속히 마련하라고 지시한 점을 언급하며 어서 공약을 실행하라는 주문까지 했습니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에 대한 지원을 주관하는 부처가 여성가족부이기 때문입니다. 윤석열 정부하에서 일본군 위안부 지원 사업은 장래가 없다며 행복에 겨운 기사를 써 내려갔습니다.
출처 - 연합뉴스
우리는 윤석열 대통령 취임 100일 만에 권력자들이 억울한 역사의 피해자들을 어떻게 짓밟고 있는지, 대한민국의 국격이 어디까지 추락할 수 있는지 생생하게 목도하고 있습니다. 윤석열이 인터넷상에 돌고 있는 조롱처럼 '조선총독'이 아니라면 일제강점기 피해자들에 대한 분명한 지지와 지원책을 내놓아야 할 것입니다.
출처 - 민중의소리
하지만 이번 폭우 대응과 관련하여 윤석열의 행보와 국민의힘의 망언을 보고 있노라면 '조선총독'을 자임하는 것 같아 눈앞이 깜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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