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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

부동산 지옥이 된 대한민국을 보는 시각 - 홍콩의 토지와 지배 계급

by 생각비행 2021. 10. 20.

'화천대유' 대장동 개발 사업 특혜 의혹이 대선 정국을 뒤흔들고 있습니다. 지난 4․7 재보궐 선거에 큰 영향을 미친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 투기 사태에 이어 이번에도 부동산이 이슈의 중심에 있습니다. 소수 지배 계급의 토지 독점권이 빚어내는 빈부 격차, 부동산 가격 급등, 중산층의 몰락 등은 대한민국이 부동산 지옥이 되어버린 현실을 고스란히 드러냅니다.


《홍콩의 토지와 지배 계급》은 우리 사회의 문제를 들여다보고 대안을 모색할 수 있는 반면교사와 같은 책입니다. 저자인 앨리스 푼(Alice Poon)은 수십 년간 홍콩 부동산 개발업자들이 부를 축적한 전략을 살피고 홍콩 사회의 모순을 상징하는 것이 다름 아닌 '부동산' 문제라고 규정합니다. 평범한 시민은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집 한 채 장만하기가 쉽지 않죠. 홍콩의 부동산 재벌들이 지난 20년간 온갖 방법으로 부동산 가격을 높여온 결과입니다. 정부 엘리트들은 이를 통제하기는커녕 방임을 넘어 협조했으며 중국 정부 또한 이를 방조하긴 마찬가지였습니다. 


저자는 영국 정부로부터 물려받은 토지 제도가 어떻게 홍콩 지배층의 막대한 재산 증식을 촉진했는지, 경쟁법의 부재가 어떻게 지배층에게 산업과 경제를 집중시켰는지를 파헤칩니다. 이를 통해 2014년 우산 혁명부터 2020년 범죄인 송환법 반대 투쟁까지, 홍콩의 민중운동을 촉발한 뿌리 깊은 갈등의 이면에 부동산 문제와 이를 둘러싼 짙은 헤게모니 투쟁이 있다고 단언합니다.  

 



"홍콩의 부동산 문제를 통해 우리는 무엇을 배울 수 있는가?"

홍콩의 공공토지임대제는 초기 모델의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토지 임대 기간 및 토지 사용료 납부 방식에서 심각한 후퇴가 있었습니다. 특히 1997년 중국 반환 과정에서 토지 사용권이 무상으로 재연장되는 퇴보를 경험했죠. 매년 납부하는 토지 사용료가 낮은 수준이어서 부동산은 투기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는 구조였습니다. 이와 맞물려 중국 본토에서 유입된 자본으로 인해 홍콩 부동산 시장에 교란이 발생했습니다.


《홍콩의 토지와 지배 계급》의 저자는 토지가 하나의 도시 공간에서 어떻게 독점 및 지배구조를 형성하고 일상의 영역까지 침투하는지를 실증적으로 보여줍니다. 소수의 부동산 재벌이 토지를 독점하여 홍콩 경제를 지배하게 되면서 부의 과도한 집중과 빈부 격차가 발생했습니다. 그 결과 토지 및 부동산 가격의 고공행진, 임대료 상승, 생필품 가격 상승, 공익사업․공공서비스 요금 상승, 중소기업 퇴출, 시장 진입장벽으로 인한 창업 기회 박탈, 실업 등 온갖 문제가 발생해 홍콩의 경제력이 저하되었죠. 홍콩의 부동산 문제는 다른 사회구조적 요인과 결합되어 홍콩 시민들, 특히 청년층의 불만을 촉발하게 됩니다.


2009년 6월 홍콩중문대학 학생회가 ‘우리 사회의 미래를 위한 건설적 제안’이라는 제목의 공개서한을 모든 홍콩 시민에게 보냈습니다. 이를 통해 청년들이 토지와 여타 경제 자원을 독점하고 있는 지배 계급의 문제를 심각하게 여기고 있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1980년대 이후 청년들의 분노는 '정치'의 변화 요구로 귀결됩니다. 2014년 우산 혁명을 일으키고 행정장관 직접 선출권과 홍콩 독립을 요구한 것이죠. 하지만 홍콩 정부가 이러한 문제들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자 사회적 갈등과 분노가 고스란히 누적되어 2019년 6월 범죄인 송환법 이슈로 재점화되었습니다. 청년들은 기성세대와 함께 송환법 입법에 반대하고 홍콩의 민주화를 요구하며 저항했지만 안타깝게도 국가 폭력에 의해 제압당하고 말았습니다. 2020년 5월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 통과된 홍콩 국가보안법은 중국-홍콩의 일국양제가 끝났음을 상징적으로 선포했습니다.


토지 제도, 산업 집중, 그리고 엄청난 부의 불균형이 온갖 사회․경제적 병폐의 근본 원인임을 간파한 이 책이 우리에게 던지는 메시지는 무엇일까요? 한국의 20∼30대 청년들은 'N포 세대'로 불립니다. 제대로 된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집도 연애도 결혼도 모두 포기해야 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수도권과 일부 지방 도시를 중심으로 집값이 폭등하자 그나마 자산을 동원할 수 있는 이른바 '영끌 청년들'은 부동산과 주식에 몰두했습니다. 최근에는 비트코인 같은 가상화폐 시장에 빠지는 모습도 나타납니다. 우리 사회는 홍콩의 전철을 고스란히 밟고 있습니다. 그만큼 토지와 부동산 문제가 심각하다는 뜻입니다.


우리 사회의 부동산 제도를 개혁하는 데 홍콩 사례는 중요한 교훈을 줍니다. 토지 소유권 제도는 다르지만 드러나는 양상이 비슷하기 때문이죠. 토지 문제는 지대, 즉 토지 사용료가 누구에게 귀속되느냐가 관건입니다. 결국 토지와 관련한 이해관계의 핵심인 지대를 토지 사용료나 토지보유세 형식으로 얼마나 제대로 환수하느냐의 문제로 귀결되죠.
건강한 토지 제도를 수립하고 유지하려면 공동체 의식 수준이 높은 사회 구성원들이 사회를 주도적으로 이끌어가야 합니다. 우리 사회는 큰 틀에서 토지 사용 개혁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홍콩과 달리 대한민국의 청년들에게는 대통령 선거권이 있으며 정치에 참여할 길이 폭넓게 열려 있습니다.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요? 청년들에게 희망을 보여줄 수 없는 사회는 죽은 사회라는 사실을 기억할 때입니다. 


지은이 

앨리스 푼(Alice Poon)
앨리스 푼은 홍콩에서 태어났다. 1980년대에 선훙카이 부동산 그룹의 설립자인 궈더성의 개인 비서로 일하다가 케리 부동산 그룹에서 계획 및 개발 매니저로 일했으며, 온라인 매체에서 비즈니스 저널리스트로 활동하기도 했다. 이러한 경험에서 축적한 문제의식과 지식을 종합하여 《홍콩의 토지와 지배 계급》을 집필했다. 2005년 캐나다에서 자비로 출판한 이 책은 《캐나다 도서 리뷰 연감(Canadian Book Review Annual)》에서 ‘편집자의 선택: 2007년 학술서’로 선정되었다.
2010년 중문판을 출간해 홍콩에서 베스트셀러가 되었으며도서상을 수상했다. 캐나다 국적을 취득한 저자는 현재 밴쿠버에서 은퇴 생활을 하며 중국을 배경으로 한 역사 소설을 쓰고 있다.

 

옮긴이

조성찬
서울시립대학교 도시공학과(1999)를 졸업하고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에서 도시 및 지역계획학 석사학위(2003)를 취득했다. 중국인민대학교 토지관리학과에서 〈중국 도시 토지연조제의 북한 경제특구 적용모델 연구(中国城市土地年租制及其对朝鲜经济特区的适用模型研究)〉로 박사학위(2010)를 취득했다. 현재 하나누리 동북아연구원 원장으로, 사회연대경제라는 큰 틀에서 공공토지임대제, 체제 전환국 중국과 북한의 토지 및 부동산 정책, 북한 지역 발전 전략을 연구하고 있다. 주요 연구로 《중국의 토지개혁 경험》(공저, 2011), 《상생
도시》(2015), 《북한 토지개혁을 위한 공공토지임대론》(2019, 대한민국학술원 우수학술도서) 등이 있다. 2017년 제2회 김기원학술상을 수상했다.

차례

감사의 말 
한국 독자에게 

서론 
사유재산권 침해 
상식에서 이탈하는 철로 
지지할 수 없는 토지·주택 정책 
경쟁의 결여 
최저임금 
장악당한 경제 
결탁 
아직도 더 많은 특권을 추구하는 특권층 
80년대 이후 세대와 패러다임의 전환 

1 지배 계급 
경제계의 영주들 
리(리자청) 가문 
궈 가문 
리(리자오지) 가문 
정 가문 
바오와 우 가문 
카두리 가문 
부동산 개발업체에 친화적인 정부 

2 토지와 권력 
토지 권력 
농지의 마법 
공익사업·버스 회사의 토지 수익 

3 돈벌이 대 공익 
부동산 
전력 
가스 
슈퍼마켓 
공공버스 

4 토지와 경쟁 
토지·주택 정책의 결함들 
홍콩, 경쟁법을 거부하다 
어디로 가야 하는가? 

5 사회·경제적 병폐 
불공정한 토지 제도의 결과 
산업 집중의 결과 
경제 집중의 결과 

6 가능한 해결책
문제의 본질을 공략하기 
반독점과 소비자 보호 
극심한 빈부 격차에 맞서기 

옮긴이 해제 
미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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