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각국 수장과 재벌 들의 탈세 비리와 관련된 판도라의 상자가 열렸습니다. 《워싱턴포스트》 등 해외 유력 외신들과 우리나라 《뉴스타파》의 보도에 따르면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ICIJ)는 지난 10월 3일 일명 판도라 페이퍼스를 공개했습니다. 세계 정치지도자와 억만장자 등 유력 인사들이 조세도피처에 거액을 숨겨놓고 탈세와 불법, 편법을 일삼았다는 내용이었죠.
출처 - 뉴스타파
ICIJ는 세계 14개 기업에서 입수한 약 1200만 건의 파일을 검토한 결과 수백 명에 달하는 세계 각국 정상 지도자와 유력 정치인, 억만장자, 유명 연예인 들이 지난 25년간 저택, 해변 전용 부동산, 요트, 예술품, 기타 자산을 역외 탈세가 될 수 있는 방법으로 비밀리에 투자해왔다고 폭로했습니다.
출처 - 세계일보
수많은 인사가 있지만 그중에서도 일단 눈길을 끄는 사람은 푸틴 러시아 대통령입니다. 판도라 페이퍼스는 푸틴이 내연녀를 비롯한 측근을 통해 모나코 내 비밀 자산과 연결됐다고 밝혔습니다. 푸틴의 측근이자 러시아 국영TV 대표인 콘스탄틴 에른스트는 모스크바 내 극장 수십 개를 민영화하는 사업에 끼어들어 거액을 챙겼습니다. 러시아 언론은 판도라 페이퍼스 관련 보도를 하면서도 푸틴의 이름을 쏙 빼버렸습니다.
출처 - 뉴스타파
토니 블레어 전 영국 총리의 경우 880만 달러 짜리 빅토리아 시대 건축물을 보유한 버진아일랜드 업체를 인수해 2017년 건물주가 됐습니다. 이 건물은 현재 부인인 셰리 여사의 명의로 돼 있다고 판도라 페이퍼스는 지적합니다. 1994년 당시 토니 블레어는 선거운동 당시 "누군가는 자신의 몫보다 더 많은 세금을 부담하는 동안 우리의 조세 제도가 납세 의무 회피자와 악용자들의 놀이터가 되어서는 안 된다"라고 연설한 바 있는데요, 이번 사태에 대해 어떤 책임을 질지 모르겠군요.
출처 - 뉴스타파
브라질의 경제부 장관인 파울로 게데스는 부유층에 대한 세제 개혁 방안을 제안하며 "부자라는 것을 부끄러워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세금을 내지 않는 것은 부끄러워해야 한다"라고 했던 사람입니다. 하지만 판도라 페이퍼스에 의하면 게데스 장관도 2014년 조세도피처인 영국령 버진 아일랜드에 법인을 세운 것이 들통났습니다.
출처 - 뉴스타파
많은 국민이 실업과 부패에 항의하며 거리로 나왔던 아랍의 봄 시위 때부터 수년간 요르단 국왕은 역외 법인 세 곳을 통해 말리부 해변에 있는 맨션 세 채를 3800만 달러에 구매했습니다. 안드레이 바비스 체코 총리는 역외 법인을 통해 2200만 달러 상당의 프랑스 대저택을 사들였습니다.
출처 - YTN
여기에 수십 건의 살인 범죄로 현재 징역 20년을 선고받아 복역 중인 이탈리아 마피아 라파엘레 아마토, 팝 스타 샤키라, 슈퍼모델 클라우디아 시퍼 등등 마피아부터 국왕까지 전·현직 수장 35명, 91개국의 정계 인사 및 공직자 330여 명을 포함해 각족 범죄인의 금융 비밀 정보가 세상에 드러났습니다. 우리나라의 대장동 게이트처럼 돈 앞에서는 마피아와 국왕의 구분이 없었고, 좌파 우파의 구분도 없었습니다.
출처 - 뉴스타파
이 판도라 페이퍼스에 우리나라 사람으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이수만 SM엔터테인먼트 총괄 프로듀서의 이름이 올라 있었습니다. 이수만은 현재의 아이돌과 K팝 시스템의 근간을 만든 사람으로 일찍부터 해외로 눈을 돌렸죠. 그런데 탈세도 해외로 눈을 돌려 하고 있는 줄은 몰랐습니다.
출처 - 뉴스타파
판도라 페이퍼스에 이수만과 SM 관련 홍콩법인이 여덟 개 발견됐습니다. 홍콩에서 페이퍼컴퍼니를 운영하여 탈세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는데요, SM의 탈세 의혹은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출처 - 뉴스타파
그런데 더 큰 문제는 삼성전자의 이재용 부회장입니다. 그의 이름은 세계 최대 역외서비스 업체인 트라이덴트 트러스트의 고객 관리 파일에서 나왔습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조세도피처에서 페이퍼 컴퍼니를 운영했다는 건데요, 판도라 페이퍼스에서 이재용의 영문 이름인 'Jae Yong Lee'를 검색하면 200여 건의 파일이 나온다고 합니다. 한국 주소와 생년 정보가 맞아떨어진다고 하죠. 파일과 함께 이재용 부회장의 여권 사본도 발견되었습니다. 이재용이 운영한 페이퍼컴퍼니는 배처리 파이낸스 코퍼레이션으로 2008년 영국령 버진 아일랜드에 설립된 것입니다. 이 페이퍼컴퍼니의 이사 세 명은 모두 트라이덴트 트러스트 임직원입니다. 하지만 주주 명부에는 이재용 단일 주주로 되어 있고 트라이덴트 트러스트에서 유출된 내용에서 확인된 이재용 관련 파일에는 배처리 파이낸스 설립 비용 청구서가 이재용 앞으로 되어 있습니다. 여기에도 베네피셜 오너, 실제 수익 소유자가 이재용이라고 되어 있습니다.
출처 - 뉴스타파
법적 대응을 하겠다는 SM과 달리 이재용이 역외 조세도피처에 페이퍼컴퍼니를 세운 것은 확인된 사실로 보입니다. 문제는 어떤 목적으로 사용하기 위해 이 역외 법인을 만들었느냐는 것이겠지요. 삼성그룹의 비자금 관리하기 위한 건지 아니면 이재용 개인 목적의 탈세를 목적으로 한 것인지 현재로는 확인하기가 어렵습니다. 《뉴스타파》에 의하면 삼성전자와 이재용 모두 인터뷰 요청과 질의서를 아예 받지 않고 있으며 입장 표명 요청에 대해서도 내부적으로 검토 중이라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고 합니다. 국정농단에 연루된 이재용 부회장의 경우 현재 가석방 상태이며 형 집행이 끝나는 내년 7월 이후 5년간 삼성전자에서 일할 수 없습니다. 그런데도 다양한 활동을 하며 삼성그룹을 드나들고 있죠. 차명주식에 대한 세금을 스스로 납부했다면서 얼마를 냈는지는 밝힐 수 없다고 해 국정농단과 관련된 뇌물, 경영권 승계로 인한 주가 조작과 탈세 혐의 등이 아직도 따라다니고 있는 상황인데요, 이번에 역외 탈세 혐의까지 드러나고 있어 법무부는 이런 재벌을 대체 무슨 생각으로 가석방해줬느냐는 비판에 휘말릴 수밖에 없게 됐습니다.
출처 - MBC
지난 20년 동안 세계 각국의 지도자들은 조세도피처 근절을 다짐해왔습니다. 유령회사와 자금세탁을 안보와 민주주의, 그리고 우리의 삶을 위협하는 행위로 정의하며 이를 근절하기 위한 법률과 국가 간 협정을 체결하기도 했습니다. 지난 2016년 파나마 페이퍼스가 공개된 후 탈세가 만천하에 폭로되어 좀 줄어드나 싶었는데 이번 판도라 페이퍼스의 폭로로 조세도피처가 건재할 뿐 아니라 이를 근절하겠다고 했던 지도자들까지도 애용하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출처 - MSNBC / 한국경제
지난 10월 8일 미국 시사평론가 제이슨 존슨 박사가 MSNBC 주말 프로 '더 비트'에 출연하면서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 출연자들이 입은 녹색 운동복을 입고 나왔습니다. 그는 이 옷을 입은 것을 "오징어게임에 대한 오마주"라고 밝혔는데요, 미국의 빈부격차와 소득 불균형 문제를 언급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전 세계인이 <오징어 게임>에 열광하는 이유를 이번 판토라 페이퍼스를 통해 알 수 있을 듯합니다. 온갖 비리를 저지르는 권력자들과 그 비리를 타파하겠다고 나섰던 자들이 한솥밥을 먹고 있었던 걸 보면, 돈 앞의 대동단결은 우리나라만의 일이 아니기 때문이겠지요. 세상이 영화나 드라마보다 참혹한 현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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