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1일, 오늘은 만우절입니다. 오늘 일상에서 벗어나 거짓말 하나 하려고 다들 벼르고 계신가요? ^^ 그래도 장난전화는 금물입니다. 만우절 장난전화에 대해 크게 처벌한다는 뉴스가 이미 인터넷을 통해 알려졌습니다. 선의의 목적으로 하는 거짓말, 일상에서 벗어나는 약간의 재미와 환기를 주는 거짓말은 좋습니다만, 언제나 그렇듯 과유불급입니다. 지나치면 모자람만 못하죠.
만우절이지만 생각비행은 뜻깊은 이야기를 하나 전하고자 합니다. 최근 일본 국민은 지진과 지진해일, 그리고 최악의 원전 사태로 힘든 나날을 보내고 있습니다. 이에 세계 각지에서 많은 성원을 보내고 있습니다. 독도를 일본 땅이라고 우기는 교과서가 나와 일본에 대한 여론이 좋지 않은 상황이지만, 대한민국 정부와 여러 기관, 일반 시민은 여전히 힘을 모아 구호의 손길을 보내고 있습니다.
일본 원전 사태를 야기했으나 책임을 회피하려는 도쿄전력과 같은 불성실한 기업이 있는가 하면, 원전 지역 피해자를 돕겠다고 나선 기업가가 있어 화제입니다. 그 사람은 바로 손 마사요시(孫 まさよし), 한국명으로 손정의(孫正義) 소프트뱅크 사장입니다.
손정의는 누구인가
손정의 소프트뱅크 사장
손 사장은 열여섯 되던 해에 미국 캘리포니아 주로 유학을 떠납니다. 일본에서 다니던 고등학교를 중퇴하고 유학길에 올랐는데요, 당시 일본 맥도널드 경영자 후지타 덴의 조언이 있었다고 하는군요. 자신의 일본 성인 安本(야스모토)를 버리고 손(孫)이라는 성을 쓰기 시작한 것도 이때부터라고 합니다. 유학을 간 손 사장은 고등학교를 3주 만에 졸업하는 기염을 토하고, 캘리포니아 버클리 대학에 입학해 경제와 컴퓨터 과학을 공부합니다. 버클리 대학 재학 시절, 1년에 무려 250여 건의 발명품을 만들어 주위 사람들을 놀라게 합니다. 마이크로칩을 이용해 만든 번역기로 100만 달러를 벌기도 했다는군요.
공부를 마치면 일본으로 돌아오겠다는 부모님과의 약속을 지키려고 손 사장은 학업을 마친 후 일본으로 돌아왔습니다. 약 1년 6개월간 사업을 구상한 다음 1981년 1억 엔의 자본금과 2명의 직원으로 소프트뱅크를 설립합니다. 그 뒤로 소프트뱅크는 일취월장하며 성장합니다. 여기에는 중소업체의 유망한 소프트웨어를 알아보는 안목이 크게 작용했습니다. 중소업체들이 큰 기업의 견제로 잡지에 광고를 싣지 못하는 상황 속에서 손 사장은 스스로 《소프트뱅크》라는 잡지를 출판하여 중소업체의 소프트웨어를 선전하기도 했습니다.
인터넷 시대에 손 사장의 탁월한 안목은 다시 한 번 힘을 발휘합니다. 그는 당시 최고의 포털사이트였던 야후에 투자하여 최대주주가 되었습니다. 현재 일본 야후는 일본 최대의 포털사이트로 한국의 네이버와 마찬가지로 최대 이용률을 자랑합니다. 또한 야후B.B의 공격적인 마케팅(인터넷 모뎀을 무료로 배포하여 가입자를 받음)으로 많은 가입자를 유치하기도 했습니다.
손정의 사장과 스티브 잡스
스마트폰의 시대가 왔을 때도 그의 대응은 빨랐습니다. 아이폰을 보자마자 손 사장은 일본 도입을 서둘렀고 결국 큰 반향을 일으켰습니다. 손 사장은 일본 보다폰을 인수하여 이동통신사 사업에도 뛰어들었는데요, 이런 행보를 보며 큰 우려를 나타내는 사람도 많았습니다. 일본 보다폰을 인수할 당시 손 사장은 재산마저 압류당할 정도였으니까요. 하지만 그러한 우려가 기우에 불과했음이 드러났습니다. 2009년 연말 실적에서 소프트뱅크는 2008년 대비 28.1퍼센트 증가한 2306억 엔, 순이익 72.1퍼센트 증가한 707억 엔으로 사상 최대이익을 기록했다고 합니다. 이 덕분에 2700억 엔이라는 당시 누적 손실을 단번에 메웠다고 합니다. 대단하죠.
일본 대지진 사태 이후 손정의 사장의 행보
손정의 사장은 최근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행동을 보여주어 많은 일본인한테서 찬사를 받고 있습니다. 지난 13일부터 그는 직접 트위터를 통해 지진 피해 국민을 돕겠다는 의사를 밝혔습니다.
손정의 사장의 트위터(@masason)
지진 사태를 직면하여 소프트뱅크는 지진이 발생한 11일부터 일주일간 문자 사용료를 무료로 해주겠다고 밝혔습니다. 이에 어떤 팔로워가 '지진 고아들은 돈이 없으니 기간 한정으로 무료 통화를 해주면 좋겠다'는 내용을 건의하자, 손정의 사장은 '소프트뱅크를 이용하는 고아들에게는 18세까지 무료 통화를 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약속합니다.
이뿐이 아닙니다. 소프트뱅크는 지진과 관련된 아이폰 애플리케이션을 만들었습니다. 지진 피해자의 안부를 확인하는 애플리케이션과 지진 피해자를 돕는 모금을 위한 애플리케이션을 내놓았습니다. 당시 피해지역은 전화망이 불통인 상태였으나 다행히 3세대 통신망은 가동되어서 트위터를 이용하여 많은 사람이 지진 피해 상황을 전달했다고 합니다. 피해자의 안부를 확인하는 애플리케이션은 아마 이런 상황을 참작해서 만든 것 같습니다.
손정의 사장의 행보는 비단 웹에만 머무르지 않았습니다. 지난 22일 자신의 고향인 규슈 사가현 대표들과 함께 원전 피해지역인 후쿠시마를 방문하여 피해자들을 만나고 격려와 위로를 보냈습니다. 그리고 피해자들을 사가현으로 집단 이주하게 하는 방향을 논의했습니다. 그들의 집단 이주 비용과 식사, 일자리 문제를 해결하고자 1년간 보증하기로 하고 통신비를 무상으로 제공하겠다는 파격적인 제안도 했습니다. 진정한 의미의 노블레스 오블리주가 아닐까요?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생각하는 소프트뱅크
손정의 사장의 행보를 보면서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 무엇인지 돌아봅니다. 소비자를 통해 얻은 수익을 환원하는 소프트뱅크 같은 기업은 소비자에게 신뢰를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이에 반해 원전 사태의 책임이 있는 도쿄전력은 정경유착에 따른 부정·부패와 원전 사고를 은폐하고 속여 국민의 신뢰를 잃었습니다. 일본에서는 도쿄전력을 국유화해야 한다는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진정한 기업은 어려울 때일수록 그 가치가 빛나는 법입니다. 우리나라 기업가와 회사들이 손정의 사장과 소프트뱅크를 본받기 바랍니다. 기업은 지역과 사회와 동떨어져 존재할 수 없습니다. 지역과 상생하고 소비자를 존중하는 기업문화가 자리 잡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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