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역 8개월 집행유예 2년, 전두환 1심 판결 무엇을 남겼나?

5.18 광주 학살범 전두환에게 유죄 판결이 내려졌습니다. 이 당연한 1심 결과를 받기 위해 3년이란 세월이 걸렸습니다. 광주지방법원은 지난 11월 30일 열린 선고 공판에서 전두환에게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습니다. 전두환이 자서전에 쓴 5.18 헬기 사격 목격자에 대한 사자명예훼손 혐의를 유죄로 인정한 것입니다.


출처 - 연합뉴스


징역 2년도 아니고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이라는 판결은, 그가 저지른 5.18 학살에 대한 벌로는 새발의 피도 안 됩니다. 하지만 이번 재판이 5.18 학살 자체에 대한 재판이 아니라 사자명예훼손에 대한 재판이라는 한계가 있었습니다. 사자명예훼손죄의 법정형 기준은 2년 이하 징역이나 금고 또는 500만 원 이하의 벌금입니다.


출처 - 연합뉴스


시민들의 법 감정을 생각했을 때 이번 판결은 아쉬움을 남겼지만, 한편으론 사법부가 공식적으로 5.18 당시 자국민을 향한 군의 헬기 사격을 인정했다는 의의가 있습니다. 애초 5.18 당시 헬기 사격이 없었다는 전두환의 거짓말로 재판이 시작된 것이나 마찬가지였으니까요. 전두환 측 변호인은 지난 10월 최후변론에서 "광주 상공에서 단 한 발의 총알도 발사된 것이 없다. 헬기 사격설은 국민을 분열시키고 역사를 왜곡하려는 한낱 허구에 불과하다"라고 주장해 반성은커녕 여전히 사실 인정조차 하고 있지 않음을 명백히 했습니다. 1심 판결을 받으러 가는 11월 30일 아침에도 전두환은 집을 나설 때 5.18 학살에 대해 사과를 요구하는 사람들을 향해 "말조심해 이놈아!" 하고 소리를 질렀을 정도죠.


출처 - 경향신문


파렴치한 전두환을 향해 1심 재판부는 헬기 사격 여부가 역사적으로 매우 중요한 쟁점이라며 '광주소요사태 분석 교훈집' 등 다수의 군 문서와 증인들의 증언을 종합하면 피해자인 조비오 신부가 목격한 바와 같이 5.18 민주화운동 기간에 자국민을 향한 군의 헬기 사격이 있었다는 점이 충분히 인정된다고 판결했습니다. 또한 전두환이 재판 내내 혐의를 부인하고 40년이 넘도록 광주 시민들에게 용서를 구한 적도 없고 사과도 하지 않아 비난 가능성이 매우 크다면서 실효성이 적은 벌금형이 아닌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했습니다. 1심 재판부는 5.18에 가장 큰 책임이 있는 피고인이 고통받아온 많은 국민들에게 진심으로 사죄하길 바란다고 밝혔지만 전두환은 이날 재판에서도 꾸벅꾸벅 조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출처 - 경향신문


지난 10월 5일 KBS1라디오 〈주진우 라이브〉 인터뷰에 응한 조영대 신부(조비오 신부의 조카)는 "역사적인 그런 재판이고 또 이 재판은 단순히 한 개인의 사자(死者) 명예훼손을 다루는 문제가 아니라 결국 광주 5.18 진상 규명을 위해서 대단히 중요한 사안이고 그렇기 때문에 이제 온 국민의 이목이 쏠리고 있지 않습니까? 그렇기 때문에 자기들은 결코 이것을 양보할 수 없고 결코 사죄의 그런 뜻도 없고 이런 상황이어서 계속해서 온갖 완전 궤변을 늘어놓으면서 지금 재판을 2년 반이나 그렇게 끌어오고 있는 것입니다"라고 긴 재판 과정을 회고한 바 있습니다. 1심 재판 결과가 나오자 조영대 신부는 전두환에 대한 허탈감과 참담함을 토로하는 한편 헬기 사격 사실이 법적으로 인정된 만큼 5.18의 진실을 밝힐 다음 한 걸음을 내디딜 수 있게 된 점에 대해 환영의 뜻을 밝혔습니다.


출처 - MBC


1심 재판 결과에 대해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비로소 그날의 진실에 다가설 수 있게 됐다며 1980년 5월 헬기 사격이 있었다는 역사적 사실이 밝혀진 만큼 발포 명령과 민간인 학살 등의 진상 규명에 속도를 내겠다고 했습니다. 5.18특별법 역시 하루빨리 통과시키겠다고 밝혔습니다. 경제정의실천연합 역시 이번 재판은 법원이 최초로 5.18 당시 계엄군의 헬기 사격을 인정한 점에서 의의가 크다면서도 형의 집행을 명예훼손 피해자에 국한시킨 점은 아쉽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2심 재판부가 전두환에 대한 실형 선고와 법정구속 판결을 내리길 기대했습니다.


출처 - KBS


실제로 전두환 측은 지난 7일 1심 재판부의 결정에 사실오인이 있다며 광주법원에 항소장을 제출했습니다. 그에 앞서 지난 3일 광주지검은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1심에서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전두환 사건에 대해 항소했습니다. 검찰의 항소 이유는 양형 부당과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였습니다. 전두환 측과 검찰 측이 다 '사실오인'을 말하며 항소함에 따라 이르면 내년 2월쯤 항소심 재판이 열릴 것으로 보입니다.


출처 - 광주드림


항소심은 광주지법 합의부에서 이루어집니다. 이로써 전두환은 광주 법정에 다시 서야 합니다. 이번 1심 판결로 그간 멈춰 있던 민사소송 항소심도 이르면 다음 달 재개될 전망입니다. 전두환 측은 민사 1심에서 자서전의 69곳을 삭제하지 않으면 출판 및 배포를 금지한다는 조치를 받았으며, 5.18 단체 4곳에 각각 1500만 원, 조영대 신부에게 1000만 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을 받은 바 있습니다. 전두환이 이에 불복해 항소했기 때문에 이 민사 재판의 항소심이 곧 재개된다는 것입니다.


출처 - 뉴시스


2017년 4월 전두환은 회고록을 통해 5·18 민주화운동 당시 헬기 사격을 목격했다고 증언한 고 조비오 신부를 '가면을 쓴 사탄', '파렴치한 거짓말쟁이'라고 표현해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고, 이후 3년의 긴 법정 공방 끝에 1심 판결이 나왔습니다. 기대가 컸던 만큼 아쉬움도 큰 판결이지만, 적어도 이번 판결로 5.18 당시 군의 사격이 부득이한 자위권 발동이라는 억지 주장이 더는 통하지 않게 됐습니다. 또한 미필적으로나마 전두환이 자국민에 대한 헬기 사격에 대해 알고 있었을 것이라는 점도 인정된 셈입니다. 이런 재판 결과를 발판 삼아 5.18특별법 제정으로 진실을 밝히고 학살범 전두환을 단죄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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