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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보도

사상 초유의 검찰총장 직무배제, 검찰 개혁의 초석 될까?

by 생각비행 2020. 11. 26.

결국 주사위가 던져졌습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지난 24일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해 징계를 청구하고 직무배제를 조치했습니다. 검사징계법에 따르면 총장에 대한 징계청구권은 법무부 장관에게 있고 필요하다고 인정할 때에는 직무집행의 정지를 명할 수 있습니다.


출처 - KBS


추미애 장관은 24일 오후 6시 "검찰사무에 관한 최고감독자인 법무장관으로 검찰총장이 총장 직무를 수행하는 것이 더 이상 용납될 수 없다고 판단했다"면서 "법무부는 감찰 결과 검찰총장의 심각하고 중대한 비위 혐의를 다수 확인했다"고 밝혔습니다. 아울러 이번 징계청구 혐의에 포함되진 않았지만 다른 비위 혐의들에 대해서도 엄정하게 진상 확인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강조해 다른 여죄가 있는 듯 짐작하게 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법무부 감찰관실은 지난 19일 윤석열 총장에 대한 대면조사를 추진한 바 있습니다. 하지만 대검찰청, 그러니까 윤 총장이 조사 협조를 거부하면서 방문 조사가 이뤄지지는 않았습니다. 법무감찰규정 6조는 감찰대상자의 협조 의무를 규정하면서 감찰 불응 역시 징계 사유로 보고 있죠.

출처 - 법무부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윤석열 검찰총장의 직무를 정지한 조처와 연관된 혐의는 한두 가지가 아니었습니다. 첫 번째는 2018년 국정농단 당시 서울중앙지검장이었던 윤석열은 서울 한 주점에서 홍석현 《중앙일보》 사주와 부적절하게 만났습니다. 당시 홍석현은 국정농단 태블릿 PC 보도 고소 고발 건으로 재판 중이었기에 사건 관계자가 서울중앙지검장을 직접 만나는 건 공정성을 중대하게 위반할 수 있는 부적절한 교류였습니다. 

 

출처 - 한겨레

 

두 번째는 울산 사건 및 조국 전 장관 관련 사건 등 주요 사건 재판부 판사의 뒷조사를 하는 등 불법 사찰을 했다는 혐의입니다. 판사들의 주요 정치적 사건 판결 내용, 우리법연구회 가입 여부, 가족관계, 세평, 개인 취미, 물의 야기 법관 해당 여부 등을 보고받았습니다. 판사의 개인정보와 정치적 성향을 수집, 활용하는 것은 심각한 월권 행위이며 범법 행위의 소지가 있음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추 장관의 발표 내용이 사실이라면 심각한 사안임에 틀림없습니다. 판사 관련 정보 수집이 정상적인 검찰 업무에 속한 것이었는지, 적법한 수단과 범위 내에서 수집된 것이었는지, 이를 통해 재판에 부당한 영향을 미치려 했는지 등이 불법 사찰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이 될 것입니다.  

 

출처 - 연합뉴스

 

세 번째는 채널A 및 한명숙 전 총리 사건 수사 및 감찰 방해 혐의입니다. 이른바 윤석열 사단을 위한 제 식구 감싸기 행태가 드러난 것인데요. 대검 감찰부가 채널A 사건과 관련해 최측근인 한동훈을 대상으로 진상 확인을 위한 감찰에 착수하자, 정당한 이유 없이 대검 감찰부장에게 감찰을 중단하게 함으로써 직무상 의무를 위반했습니다. 또한 대검 감찰부장으로부터 채널 A 관련 한동훈 감찰을 수차례 구두보고 받았음에도 이를 반대하다 감찰에 착수하자 대검 감찰부장이 구두보고도 없이 한동훈에 대한 감찰을 일방적으로 문자 통보했다며 정보를 흘려 다음 날 새벽 언론에 보도되게끔 했습니다. 이는 최측근인 한동훈에 대한 신속한 감찰을 방해할 목적으로 보입니다.


아울러 채널A 사건 관련으로 한동훈과 친분관계 및 기타 특별한 관계로 수사지휘의 공정성을 의심받을 수 있어 대검 부장회의에 수사지휘권을 위임했음에도 전문수사자문단 소집 등을 강행해 수사팀과 대검 부장들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부당하게 지휘, 감독권을 행사한 문제도 있습니다.


출처 - KBS


게다가 과거 수많은 의혹을 남긴 한명숙 전 총리 사건 수사 검사들에 대해 대검 감찰부가 직접 감찰을 진행하려고 하자 사건을 대검 인권부를 거쳐 서울 중앙지검 인권감독관실로 이첩하도록 지시하고 감찰부장이 이의를 제기하자 대검 차장이 참고만 하게 민원 사본을 달라고 하여 사본을 줬더니 마치 민원 원본을 이첩하는 것처럼 감찰부장을 속이고 공문서에 대검 민원 이첩이라고 허위로 기재해 서울중앙지검으로 송부하도록 지시했습니다. 올해 초 《뉴스타파》를 통해 한 총리에게 돈을 직접 건넸다는 김모 씨와 한신건영 전 대표 한만호 씨의 비망록과 녹취록을 통해 한명숙 전 총리의 9억 수수는 검찰과 자신이 만들어낸 시나리오라는 사실이 폭로되기도 했습니다. 검찰 발표에 구멍이 숭숭 뚫려 있는 정황도 한두 가지가 아니었고요. 그런데도 이상할 정도로 언론에서 무시당하고 있는 한명숙 전 총리 관련 사건 역시 검찰의 아킬레스 건 중 하나임을 의심하게 되는 대목입니다.

 

출처 - 연합뉴스


여기에 방문조사 불응과 감찰대상자로서 협조 의무를 위반해 감찰을 사실상 방해하는 등의 이유까지 고려하여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징계와 직무 배제를 지시한 것입니다. 이 정도의 혐의와 관련해 제식구 감싸기, 언론과의 유착, 불법 감찰, 정치 공작 등 어느 것 하나라도 사실로 밝혀지면 엄벌이 불가피한 사안들입니다. 사상 초유의 검찰총장 징계 및 직무 정지에 대해 청와대는 추미애 법무부 장관 발표 전에 보고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보고를 받고 별도의 언급을 하지 않았다고 하죠.


출처 – 연합뉴스


이에 대해 윤석열은 징계 및 직무배제 발표가 끝난 지 10분도 채 안 되어 대검 대변인실을 통해 즉각 반박했습니다.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을 지키기 위해 한 점 부끄럼 없이 검찰총장의 소임을 다해왔다며 위법, 부당한 처분에 끝까지 법적 대응하겠다고 말입니다.

출처 - 경향신문

 

하지만 지금까지 파열음을 내온 검찰의 행보를 볼 때 과연 이대로 검찰개혁이 가능할까 하는 의구심이 국민들 사이에 팽배한 건 사실입니다. 공수처법의 처리와 함께 어떤 식으로든 검찰이 개혁을 받아들이게 하기 위해서는 무소불위의 권력을 견제할 필요가 있습니다. 아무튼 이제 주사위는 던져졌습니다. 검찰개혁이 어떤 식으로 마무리될지 모두의 관심이 필요한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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