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통합을 바라보는 우리의 시각

코로나19로 가장 극심한 직격탄을 입은 곳 중 하나가 여행업계와 항공업입니다. 국내 2위 항공사이던 아시아나가 계륵으로 전락한 지 오래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이 아시아나 항공을 대한항공이 인수할 수 있도록 투자계약을 체결했습니다. 이를 두고 재벌 특혜라는 비판부터 끝없이 세금만 들어가는 아시아나를 그냥 두느니 차악인 대한항공 인수를 꾀하는 게 낫다는 의견까지 갑론을박이 오갔습니다. 결국 지난 16일 정부는 산업경쟁력 강화 관계장관회의를 열고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을 통합하기로 했습니다.


출처 - 뉴스1


사실 아시아나항공은 코로나19 이전인 2018년부터 경영 악화에 시달렸고 지난 연말 현대그룹을 중심으로 한 HDC현대산업개발과 인수계약을 체결한 바 있죠. 그런데 2020년 들어 코로나19 위기로 항공업계 상황이 급격히 나빠지면서 아시나아항공의 부채가 3조 원 이상으로 빠르게 늘어났습니다. 이에 HDC현대산업개발은 인수 조건의 원점 재검토를 요구하게 되었고 결국 최종 인수가 결렬되고 말았습니다. 산업은행은 국책은행이면서 아시아나항공의 주요 채권자입니다. 아시아나항공에 엄청난 정부 지원금이 들어갔지만, 마치 밑 빠진 독처럼 지원받은 3조 3000억 이란 차입금 대부분을 소진했습니다. 아시아나항공의 총부채는 올해 6월 기준 12조 원, 부채비율이 2200%에 달할 정도입니다.


출처 - 연합뉴스


산업은행 입장에서는 공적자금 회수는커녕 37년간 발목 잡혀 온 대우조선해양의 선례를 생각할 때 어떻게든 아시아나항공을 빨리 털어내고 싶었겠죠. 연달아 매각이 실패한 이후 글로벌 항공산업 경쟁 심화, 코로나19 사태 장기화 등의 악조건 속에서 경쟁력 제고라는 명분을 내세워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을 통합을 추진한 것이겠죠. 세계적 흐름이 1국가 1국적 항공사 체제로 가고 있다면서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통합되면 세계 7위권의 공룡 항공사가 탄생하는 것이긴 합니다. 240대가 넘는 항공기를 보유하게 되고, 국제 화물 수송량이 세계 3위, 수송 인원은 세계 10위 규모가 되니까요.


출처 - MBC


하지만 항공업계에 독과점 기업이 탄생하는 것이 과연 좋은가, 옳은 일인가를 두고 논란이 끊이질 않습니다. 항공산업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라는 명분을 내세우지만 당장 국책은행이 나랏돈을 들여 대한항공의 몸집을 불려주는 게 맞는 일인지, 이 과정에서 특혜는 없는지 논란을 낳은 것이죠. 게다가 독점 기업이 업계를 지배할 경우 노동 인력 감축이나 요금 인상 등의 문제가 생겨 결국 직원과 소비자의 피해로 돌아올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됩니다. 현재 아시아나항공은 기간산업안정기금을 지원받았기 때문에 내년 4월 초까지 고용을 90% 이상 유지해야 하는 의무가 있습니다. 하지만 내년 상반기에 대한항공과 통합 작업이 본격화되면 인력 구조조정 문제 때문에 복잡한 상황이 벌어질 수 있습니다. 대규모 정리해고가 불 보듯 뻔한 상황에서 아시아나항공과 대한항공을 통합하는 게 과연 항공업계에 무슨 소용이 있겠느냐는 비관론도 만만치 않습니다.

 

출처 - 뉴스웨이

 

게다가 인수하는 대한항공의 상황이 좋지도 않습니다. 대한항공의 부채비율 역시 1000%를 넘었으니까요. 자칫하면 없는 살림에 부채투성이 아시아나항공을 끌어안으려다 동반 부실로 추락할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도 대한항공이 이 인수 건을 덥석 물은 건 이번에 대한항공을 물려받은 조원태 사장의 경영권 방어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입니다. 아시아나항공을 하루빨리 정리하고 싶은 산업은행과 경영권 방어에 골머리를 썩이고 있는 대한항공 조원태 사장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졌다는 것이죠.

 

출처 - 뉴스웨이

 

한진그룹 조원태 회장은 땅콩회항으로 유명한 조현아 등 가족이 엮인 KCGI연합과 극심한 경영권 분쟁 중이었습니다. 조원태 회장 일가는 지분의 41.1%를 보유하고 있고 KCGI와 반도건설 그리고 조현아 부사장의 주주연합이 46.7%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 상황에서 조원태가 산업은행의 유상증자를 받아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할 경우 확보할 지분을 합해 지분이 50%에 근접하게 됩니다. 조현아의 주주연합을 넘어서는 지분이 되어 경영권 방어가 가능해지는 것이죠. 하지만 이로 인해 조원태는 사실상 국민 세금으로 두 항공사의 지배권을 갖게 됩니다. 그룹 전체 경영권도 유지하게 되고요. 이 때문에 현재 경영권 분쟁 중인 KCGI연합은 물론 일각에서 이번 M&A가 조원태에 대한 밀실 특혜로 규정하고 모든 법적 수단을 동원해 저지하겠다고 반발하고 있습니다.

 

출처 - 시시저널e

 

이 때문에 산업은행이 8000억 원의 유상증자를 통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통합을 발표했지만 실제로 통합이 될 때까지는 수많은 난관이 예상됩니다. 일단 현재로서는 더 많은 지분을 가진 KCGI연합이 아시아나항공 인수에 반대하고 있습니다. 공정위의 기업결합 승인도 필요합니다. 공정위가 아시아나항공을 회생 불가능한 회사로 판단해야 결합이 허용되는데요., 이 과정에서 회생 불가능한 회사를 살리고자 산업은행이 혈세를 추가로 투입한다는 점도 논란이 될 전망입니다.


출처 - MBC


무엇보다 조원태가 됐든 조현아가 됐든 그간 한진그룹 조씨 일가의 패악을 보아온 국민으로서는 과연 저들에게 국가 중앙 항공사의 경영을 맡겨도 되는가 하는 근본적인 의문이 남습니다. 일단 산업은행은 유상증자는 하되 일방적으로 우호적인 의결권을 행사하지 않을 것이라며 조원태가 보유한 한진칼 지분 전체와 대한항공 지분을 담보로 제공하고 경영성과 미흡 시 퇴진하기로 하는 등 경영책임을 부여하기로 했습니다. 또한 투자합의서에 윤리경영을 명문화했습니다.

 

출처 - 경향신문

 

땅콩회항, 물컵갑질 등 누구 하나 멀쩡한 사람이 없는 조씨 일가에서 또다시 갑질 논란이 발생할 경우 타격이 불가피하기 때문입니다. 산업은행은 한진 일가의 갑질이 발생하면 경영진 교체를 요구할 수 있고 경영진의 윤리경영을 위해 위원회가 설치되고 조현민, 이명희 등 갑질 논란의 중심에 섰던 오너 일가는 항공 관련 계열사 경영에 참여하지 않는다는 조건을 내걸었습니다. 산은이 지명하는 사외이사 3인과 감사위원회 위원 등에 대한 의무 조항도 명시했습니다. 이와 같이 산업은행이 내세운 7가지 의무 조항이 지켜지지 않으면 한진칼은 위약금 5000억 원을 물어야 합니다.


출처 - JTBC


코로나19로 인해 최악보다 차악을 선택했다고는 하지만, 뜻이야 어쨌든 현실적으로 이번 인수는 재벌 오너 일가를 위한 특혜로 볼 여지가 농후합니다. 참여연대는 한진 총수 일가가 지배구조 개선이나 책임 경영 개혁 없이 경영권 분쟁을 일삼고 있는데 산업은행의 감시 계획이 제대로 이행될 수 있을지 미지수라며 우려를 표명했습니다. 경제개혁연대는 산업은행이 한진그룹을 지원하는 건 총수 일가의 경영권과 독점적 지위를 보장해주는 특혜로 볼 수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끝을 알 수 없는 코로나19 상황이지만, 긴 어둠을 뚫고 다시 자유롭게 여행할 수 있게 되면 이번 인수합병과 관련해 어떤 결과를 맞이하게 될까요. 적어도 여태까지 그래왔던 오너 리스크 가득한 독점 갑질 기업의 형태로 남지는 않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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