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교통부 장관 교체, 이번에는 집값 잡을까?

요즘 전세난이 심각합니다. 집값은 치솟고, 입주 물량은 줄고, 집주인 실거주 의무가 더해지면서 소시민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습니다. 지난 10월 서울 단독·다가구, 다세대·연립주택의 전월세 거래가 줄어든 반면 매매거래는 늘어난 것으로 조사되었습니다. 이러한 때 국토교통부 장관이 바뀌었습니다. 청와대는 대통령의 장관 교체 인사에 대해 정책의 책임을 묻는 경질성 인사가 아니라고 선을 그었습니다. 문재인 정부는 '주택시장 안정화'를 주요 정책으로 삼아 2017년 8월 2일, 2018년 9월 13일, 2019년 12월 16일, 2020년 6월 17일 등 잦은 대책을 내놓았습니다. 


출처 - 연합뉴스


하지만 부동산 가격 안정화에는 실패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입니다. 물론 부동산 정책은 효과가 나타나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점을 감안할 필요는 있습니다. 예를 들어 정부가 2018년 말에 발표한 3기 신도시는 2024년 입주 예정이었으나 토지 보상 등의 문제로 훨씬 늦어질 수 있습니다. 정부가 부동산 공급을 약속했다 해도 다음 대통령 임기 때나 입주가 가능한 일이 생기는 것이죠. 그런데 문재인 정부 기간에 부동산 난국을 타개하는 데 앞장서야 할 여당 의원이나 정부 인사들의 잦은 말실수로 사람들이 분노하는 일이 상당히 많았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출처 - YTN


11월 19일 국토부는 빈 상가나 호텔을 개조해 2022년까지 전세 물량 11만 4000가구를 풀겠다는 내용을 담은 주거안정 대책을 발표했습니다. 이에 대해 전세 대책이 빌라나 원룸 위주라는 지적이 나오자 더불어민주당은 정부 대책 중 하나로 포함된 매입임대주택 현장을 점검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더불어민주당 미래주거추진단장인 진선미 의원이 빌라 형태의 매입임대주택에 대한 왜곡된 편견을 말하며 "아파트에 대한 환상을 버려야 한다"라는 말을 해 논란을 빚었습니다. 일각에서 "빌라가 좋으면 본인은 왜 아파트에 사느냐?”, "아파트에 살겠다는 게 왜 환상이냐?" 등등의 비판을 하며 국민의 바람과 동떨어진 현실 인식에 대해 일침을 날리는 이들이 많았습니다. 진선미 의원은 본심과 다르게 냉혹한 질책을 받았다고 느낄 여지가 있으나 내 집 마련의 꿈에 관심이 많은 민심을 고려하지 못한 지점도 분명히 있습니다.


출처 - 한국경제


이에 앞서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는 정부의 전세 대책 발표를 앞두고 호텔 공실을 활용한 공급 대책을 예고하면서 이른바 '호텔 전세' 논란을 낳기도 했습니다. 공공임대주택을 늘리기 위해 서울 시내 호텔을 사들여 전세, 월세를 내놓는 방안을 얘기했던 것인데요.


출처 - SBS


이 발언은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최근 전세 대란에 대해 사과하며 이낙연 대표가 언급한 내용이었습니다. 한국토지주택공사나 서울주택도시공사가 비어 있는 주택이나 오피스텔, 상가를 사들여 전·월세로 공급하는 게 주요 내용이었고 민간이 짓고 있는 다가구, 다세대 주택을 건축이 완료되는 대로 매입해 임대로 공급하는 방식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여기에 코로나19 사태로 매물로 나온 호텔까지 주거용으로 바꿔 공공 임대 물량을 최대한 늘리겠다는 것이었죠. 발등에 떨어진 불인 전세 대란부터 대처하겠다는 의도가 농후했습니다. 이에 대해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전세 대책으로 호텔 방을 활용한 전·월세 대책이 포함될 것이란 전망에 대해 현재 하고 있는 정책이기도 하다면서 이 정책이 청년들에게 반응이 굉장히 좋다고 평가했습니다. 영업이 되지 않는 호텔들을 리모델링해 청년 주택으로 삼는 사례를 말하는 것이죠.


출처 - KBS


그런데 올해 초까지만 해도 호텔 방을 개조한 청년 주택은 입주 포기가 속출했습니다. 1인 가구를 위해 리모델링된 방을 기대했으나 카드키를 꽂고 들어가야 불이 켜지는 불편함이 있고, 전반적인 가구 등이 그냥 예전 호텔 방 그대로였기 때문입니다. 호텔일 때 쓰던 카펫조차 그대로 깔려 있어 매번 청소하기가 쉽지 않은 1인 가구 입주자로서는 당혹감을 느낄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런데 더 황당한 문제가 있었습니다. 전문 청소 업체를 써야 할 뿐 아니라 돈을 내고 아침과 저녁을 먹어야 한다는 안내 때문이었습니다. 호텔을 1인 가구로 리모델링했다고만 생각했지, 호텔 서비스를 강제로 받으며 요금도 내야 할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 했을 테니까요. 이렇게 되면 청년 주택인데도 입주자가 부담해야 할 금액이 월 70~80만 원이 될 판이었습니다. 이 때문에 당첨된 청년들이 입주를 포기하는 사태가 속출한 겁니다.


출처 - SH공사


이로 인해 비판 여론이 거세지고 언론이 취재하여 보도가 이뤄지면서 위와 같은 조건을 내세우던 운영업체 측은 조건을 철회하고 호텔 가구를 모두 철거했습니다. 논란이 됐던 추가 비용도 모두 철회했을 뿐 아니라 입주를 포기했던 당첨자들에게 추가 비용 철회를 안내하면서 재입주 의사를 묻기로 했습니다. 월세도 상식적인 수준으로 낮춘 끝에 청년 주택의 입주를 완료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늦게라도 바로잡혀 다행입니다만, 정부가 부동산 대책으로 내세우는 사업을 빌미로 청년들을 털어먹으려는 업체들이 즐비한 세상입니다. 민간 임대 시장에서는 얼마나 더 갑질을 해댈지 걱정부터 앞섭니다.


출처 - 머니투데이


개정된 주택임대차보호법 시행 이후 전세 대란이 계속되면서 임대인의 갑질은 과도한 위약금과 계약갱신권 포기 등을 명시한 특약사항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당장 살 곳을 마련해야 하는 임차인은 현실적으로 선택권이 없습니다. 언론에 보도된 황당한 특약사항의 한 예를 보면, "못 박으면 1개당 50만 원, 보일러감가상각비 연당 30만 원, 1년에 1회 세대 점검 거부 시 500만 원, 애완동물 금지 위반 시 3000만 원, 벽걸이 TV 금지 위반 시 500만 원, 청소비 70만 원, 도배비 200만 원" 등등 위약금투성이였습니다. 게다가 퇴거 시 6개월 전부터 집을 보여줘야 하며 거부 시 회당 500만 원을 보상한다는 내용도 있었습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이리저리 돌려가며 사실상 계약갱신청구권을 포기하게 만드는 특약사항이 들어 있기도 했습니다.


출처 - 대한전문건설신문


지나친 위약금 등은 소송으로 감액할 수 있고, 계약갱신청구권 포기 특약은 임대차 보호법에 배치되어 무효가 된다고는 해도 임차인이 임대인을 상대로 소송전을 벌이기 어려운 상황이 대부분이겠지요. 그런 사정을 잘 알고 있는 임대인 측이 법적으로 뻔히 문제가 되는 특약을 들이미는 것일 테고요. 비정규직법이 그랬듯 개정된 주택임대차보호법도 시행되자마자 약자를 오히려 더 곤란한 상황으로 밀어 넣는 데 악용되는 문제가 발생하곤 합니다.


출처 - 머니투데이


강력한 정부 대책에도 불구하고 잡으려고 할수록 올라가기만 하는 집값과 전·월세를 보며 정말 부동산은 불패인가 하는 자괴감이 국민들 사이에 퍼지고 있습니다. 2017년 6월 취임해 역대 최장수 국토교통부 장관이던 김현미 장관은 문재인 정부의 모든 부동산 정책을 진두지휘했지만, 집값 잡기에 실패하며 결국 불명예 퇴진했습니다. 김현미 장관 재임 기간 중 서울을 중심으로 집값이 계속 날뛰었기 때문입니다.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이 10억 원을 돌파했고, 전국에서 정부 규제를 피한 지역으로 수요가 쏠리는 ‘풍선 효과’도 계속 나타났습니다. 주택 매매가격과 비교해 비교적 안정세를 보이던 전셋값까지 올해 하반기부터 걷잡을 수 없이 상승했습니다. 이 때문에 정부는 ’11·19 전세대책' 등을 내놓으며 주택 공급에 나섰지만, 시장 불안은 가라앉지 않았습니다.


출처 - 뉴스1


김현미 장관은 재임 기간에 민심에 불을 지르는 실언성 발언을 하기도 했습니다. 집값 상승에 불안감을 느낀 2030세대가 패닉 바잉(공황 구매)에 나선 것을 두고 "안타깝다"라고 했고, 5억 원 이하 주택 구매 때 이용할 수 있는 '디딤돌 대출'과 관련해 "우리 집 정도는 살 수 있다"라고 말해 같은 아파트 단지 이웃들의 분노를 자아내기도 했습니다. 또한 "주택 공급이 충분하다"던 기존 입장을 뒤집고 주택 공급이 안 되는 원인을 이전 정부에 돌려 비난의 대상이 되기도 했죠. 이 과정에서 "아파트가 빵이라면 제가 밤을 새워서라도 만들겠습니다"라고 한 발언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불붙었습니다. 


출처 - 경향신문


결국 청와대는 지난 4일 김현미 장관의 후임으로 변창흠 LH(한국토지주택공사) 사장을 내정했습니다. 부동산 시장에서 밀려난 사람들은 '영끌'해서 주식시장으로 몰려가고, 거기서도 밀려난 사람들은 인생 역전을 꿈꾸며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로 몰려갑니다. 가계 대출 역시 역대 최고 기록을 연일 경신하고 있죠. 어떻게 해야 이 꼬인 매듭을 풀 수 있을까요? 모두의 지혜를 모아야 할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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