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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보도

기안84 여성 소수자 혐오 논란, 뒷배는 네이버다

by 생각비행 2020. 8. 28.

〈패션왕〉, 〈복학왕〉 같은 웹툰으로 네이버의 간판 작가로 활동하는 기안84는 〈나 혼자 산다〉 같은 유명 예능 프로그램에도 출연하며 시청자를 만나왔습니다. 최근 여성 혐오적인 내용이 담긴 웹툰 에피소드를 올려 기안84는 논란의 당사자가 되었습니다. 이에 네이버 사용자 1167명이 여성, 소수자 혐오 논란을 꾸준히 불러온 기안84의 네이버 웹툰 연재 중단을 요구하며 연대 서명을 하여 지난 19일 공동 요구안과 함께 네이버 측에 전달하는 일이 발생했습니다. 〈복학왕〉 연재 중단을 요구하는 국민청원에는 현재까지 12만 명이 넘는 시민이 동의한 상태입니다.


출처 - 오마이뉴스


기안84 논란 뒤에는 웹툰을 미리 검토하고도 업로드하여 구조적으로 방관했던 네이버 웹툰, 그리고 이를 언론을 통해 확대 재생산한 네이버에 근본적인 책임이 있습니다. 네이버 웹툰은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신고된 민원만 250개가 넘는다고 하죠. 네이버 웹툰의 여성, 소수자 혐오는 기안84만의 문제가 아니고 어제오늘의 일도 아닙니다.


출처 – 네이버 웹툰


올해만 해도 지난 4월 네이버 웹툰의 인기 작가인 박태준이 〈외모지상주의〉라는 작품에서 여성과 중국인을 비하하고 디지털 성폭력을 연상시키는 작중 전개로 논란을 일으켰습니다. 문제가 불거지자 작가가 사과하고 중국 연재가 중단되며 네이버의 책임론이 불거진 바 있습니다. 당시는 'n번방 사건'으로 디지털 성폭력에 대한 국민의 분노가 심할 때였습니다. 여론을 인식했기 때문인지 네이버는 앞으로 약자 희화화, 젠더 이슈, 인종차별 등 민감한 사회문제에 대해 작가들과 긴밀하게 소통해 책임감 있는 플랫폼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반년도 안 된 상황에서 네이버 웹툰은 〈복학왕〉 같은 문제작 때문에 똑같은 변명을 되풀이하고 있습니다.


출처 - 미디어오늘


최근 문제가 된 기안84 논란에서 드러났듯이 네이버의 독점적인 시장 점유율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가 많습니다. 최근 인터넷 접속이 대부분 모바일을 통해 이뤄지는 상황에서 네이버의 독점적 지위에 따른 폐해는 더 커지고 있는 상황이죠. 네이버 웹툰이 상대적으로 나이가 적은 사람들에게 여성, 소수자 혐오를 침투시키고 있다면, 나이가 많은 사람들에게는 네이버 포털 기사를 통해 가짜뉴스와 혐오, 선동을 전파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에 대해 네이버는 반성하는 기미는 보이지 않고 오히려 혐오를 은근히 부추기는 것처럼 보입니다. 기레기들과 결탁해 여론을 조작하는 데도 거리낌이 없는 모양새입니다.


출처 - 네이버


일례로 지난 7월 갑자기 네이버 실시간 검색어에 오른 '조세저항 국민운동'만 봐도 이런 사실을 알 수 있죠. 뜬금없는 검색어 때문에 놀란 분이 많으셨을 텐데요, 이런 검색어가 실시간 상위에 노출된 이유가 뭘까요? 지난 7월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반발한 부동산 카페와 사이트들이 집단 행동을 했기 때문입니다. 그들은 네이버 검색의 조건까지 따져가며 인위적으로 실시간 검색어를 올리자며 시간까지 정해놓고 체계적으로 전파했습니다. 이런 일사분란한 행동에 대해 기레기들은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조세저항 국민운동이라는 지령으로 만들어진 실검을 타이틀 삼아 여론을 호도하기 바빴습니다.


출처 - 네이버


실시간 검색어를 자신들이 만드는 것이 아니라며 네이버 측은 억울함을 표현할 수 있겠죠. 국내에서 가장 크고 영향력 있는 포털이기 때문에 여론 조작의 표적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런 조작이 가능하게 된 건 네이버의 변경된 기사 정책 때문이기도 하므로 큰 틀에서 보면 비판을 면할 수 없습니다. 2019년 네이버는 언론사에 지금까지 주던 뉴스 사용료 대신 광고 수익을 주겠다면서 정책을 바꿨습니다. 《한겨레》는 지난 2019년 11월 19일자 〈뉴스 전재료 대신 광고수익”…언론사 ‘무한경쟁’ 부추기는 네이버〉라는 기사에서 이를 자세히 다뤘는데요, 네이버의 정책 변화는 비용은 줄이면서도 제휴사를 길들이는 데는 유리한 전략으로, 언론사의 포털 의존도를 가중할 뿐 아니라 뉴스의 품질은 떨어뜨릴 것이라고 비판했습니다.


 

출처 - 한겨레

 

또한 《한겨레》 기사에서 송경재 경희대 인류사회재건연구원 교수는 “불투명한 전재료를 해결하려는 시도는 다소 긍정적인 부분이 있다. 하지만 언론사들이 광고 영업을 통한 생존경쟁을 벌이는 동안 자사 플랫폼은 쇠퇴하고 결국 네이버에 뉴스 콘텐츠를 납품하는 하청업자로 전락하는 등 포털 종속성은 더 심화할 것”이라고 짚었습니다. 박상호 공공미디어연구소 연구실장은 “네이버가 넷플릭스, 유튜브 등 글로벌 오티티와 경쟁하는 상황에서 나온 '눈 가리고 아웅' 식의 개편안으로, 앞으로 언론사의 포털 종속은 더 심화할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한편 황용석 건국대 교수는 “광고 실적에 따라 매체 간 양극화가 불가피하다. 결국 경쟁이 격화되면 기사와 광고를 맞바꾸는 부당 영업으로 저널리즘의 공공성과 사회적 책임이 훼손될 가능성도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전문가의 분석은 현실로 드러났습니다. 기레기들이 맹렬하게 소위 '어그로 기사'를 써댔기 때문입니다. 이런 기사에 낚인 사람들은 선동을 당해서건 반박하기 위해서건 결과적으로 기사를 퍼나르기 바빴습니다. 그로 인해 기사의 히트수는 점점 더 올라갔습니다.

 

출처 - 헤럴드경제

 

가짜뉴스든 선동이든 분탕질이든 검색엔진 평균 유입률이 최대인 네이버에서 트래픽만 올리면 나눠주는 광고 수익으로 돈을 챙기겠다는 심보입니다. 네이버는 전체 트래픽이 올라가니 지화자를 부릅니다. 기레기들에게 배분한다 해도 전체 광고 수익이 커지니 나쁠 건 없다는 심산입니다. 이렇게 변경된 기사 정책에 의해 네이버는 자의반 타의반으로 여론을 선동하고 가짜뉴스를 퍼뜨리는 플랫폼이 되고 있는 형국입니다. 글로벌 기업들보다 상대적으로 보안이 취약한 인터넷 포털의 특성을 이용하여 실검 및 댓글 조작 논란이 가라앉질 않고 있죠. 브로커들이 온라인상에서 네이버 포털 ID와 비밀번호를 개당 800~900원에 팔아 여론 조작에 동원되고 있다는 것도 공공연한 사실입니다.


출처 - 머니투데이


이와 관련해 네이버도 나름대로 조치를 취하긴 합니다. 네이버 ID 판매에 관해서는 비정상적 ID 생성 및 특정 IP에서 대량 가입되는 걸 차단하기 위해 정책을 마련하고 2차 비밀번호 확대 적용도 검토 중이라고 하죠. 지난 3월에는 네이버 뉴스에 댓글을 다는 작성자의 모든 이력이 공개되고 닉네임도 볼 수 있게 조치했습니다. 지금까지 작성한 모든 댓글 목록을 공개로 전환하여 악성댓글과 어뷰징 시도를 줄이겠다는 전략입니다. 댓글 삭제 이력 역시 흔적이 남도록 수정했다고 합니다.


출처 - 이데일리


하지만 지난 5월 국내 최대 포털인 네이버가 반대했으나 통과되었던 법안의 면면을 보면 네이버의 책임의식이 얼마나 바닥을 치고 있는지가 드러납니다. 네이버가 반대한 3법은 인터넷 대기업에 대해 서비스 안정성 의무와 글로벌 인터넷 대기업에 국내 대리인 지정 의무를 주는 전기통신사업법, 불법 성착취물 유통방지를 의무화한 전기통신사업법과 정보통신망법, 인터넷데이터센터를 국가재난관리 시설로 지정하는 방송통신발전기본법이었습니다. 지난 5월 국회 상임위를 통과하자 네이버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던 법들이죠.

 

출처 - 한국일보

 

특히 네이버와 네이버가 회장사인 한국인터넷기업협회가 가장 반대했던 것은 데이터센터를 재난관리시설로 지정하는 법안이었습니다. 인터넷 기반 사회이자 클라우드 서비스가 보편화되고 있는 현 상황에서 테이터센터를 재난관리시설로 하자는 아주 상식적인 수준의 법안조차 반대한 겁니다. 인터넷 데이터센터 같은 기반 시설을 사고나 재난으로부터 안전하게 보호하고 사고 발생 시 어떻게 대응하고 처리하는가에 대한 고민을 그저 비용으로만 치부하는 네이버의 속내가 드러난 겁니다.

 

출처 - 픽사베이

 

당연한 얘기지만 네이버를 비롯한 데이터센터들은 기업뿐아니라 공공정보를 상당히 많이 취급합니다. 데이터로 돈을 벌고 싶지만 최소한의 책임은 지기 싫다는 기업이 국내 최대 포털이라는 사실에 혀를 내두르게 됩니다. 또한 사회적으로 큰 이슈였던 n번방 사건을 막자는 취지의 재발방지대책도 받아들이기 싫다고 하고, 심지어 인터넷 대기업에 대한 대책으로 그 기업들이 제공하는 서비스 안정을 의무화하는 법안에 대해 스타트업 혁신 저해라고 주장합니다. 국내 최대 포털이 스타트업이라고 우기면서까지 사회적 책임을 회피하고자 하는 행태에 대해 네이버는 스스로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합니다.


출처 - 뉴스1


국내 최대 검색 포털인 네이버는 각종 혐오와 선동을 조장하고 퍼뜨리는 온상이 되고 말았습니다. 국내 최대 기업이면 그 명색에 맞게 이를 해결하려는 움직임을 보여야 할 텐데, 네이버는 최소한의 사회적 책임조차 지려고 하지 않습니다. 어쩌면 그런 책임의식조차 없는 기업이라서 네이버 구석구석에 혐오와 선동을 전시하고 있는 건지도 모르겠군요. 네이버에 자정을 기대하기는 어려워보입니다. 강력한 입법과 사용자들의 감시가 필요한 때가 아닌가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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