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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보도

훈육인가 폭력인가, '자녀 징계권' 62년 만에 사라지나?

by 생각비행 2020. 8. 27.

자녀를 처벌하는 행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세대별로 의견이 꽤 갈릴 문제인데요, '사랑의 매'가 없으면 가정교육의 근본이 흔들릴 것으로 보는 사람부터 '훈육'이란 미명하에 아이들에게 휘두르는 폭력은 이제 그쳐야 한다는 사람까지 입장이 나뉠 듯합니다. 그런데 그동안 찬반 논란이 계속되었던 체벌, 정확히는 '부모의 자녀 징계권'이 62년 만에 폐지될 것으로 보입니다.


출처 - KBS


법무부가 민법에 명시된 자녀 징계권을 전면 삭제하기로 확정하고 개정안을 입법예고했기 때문입니다. 국회에서 통과되면 62년 만에 부모의 자녀 징계권이 사라지게 됩니다. 치열한 찬반 논란이 일었던 부모의 자녀 징계권은 1960년 민법이 처음으로 시행될 때부터 명시되어 있었습니다. 민법 제915조 "친권자가 양육자를 보호 또는 교양하기 위해 필요한 징계를 할 수 있다"라는 자녀 징계권의 조항이 그것이죠. 한편 개정안은 친권이 제한되는 경우를 규정한 민법 924조의 2에 담긴 징계 표현도 삭제했습니다. 미성년 후견인의 권리 등을 정의한 민법 945조에서 "미성년자를 감화기관이나 교정기관에 위탁하는 경우"라는 조항도 제외됐습니다. 이에 대한 법원의 허가를 규정하고 있는 가사소송법 제2조 제1항 제2호 가목 14도 빠지게 됐습니다. 최근 아동 학대 사건이 잇따르면서 이런 조항이 아동학대를 체벌이란 이름으로 합리화하는 데 이용된다는 지적이 많기 때문입니다. 세계적인 추세를 봐도 아동에 대한 폭력을 부모가 자녀를 훈육하기 위한 권리, 징계할 권리로 변명해서는 안 되는 시대가 되었죠.


출처 – 리얼미터


국회입법조사처가 지난 11일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2018년 기준으로 아동학대는 가정에서 동거하는 부모로부터 발생하는 사례가 76.9%였습니다. 친부모가 가해자인 경우가 73.5%로 대부분이고 계부모는 3.2%로 소수에 불과했습니다.

 

출처 - 경향신문

절대다수의 아동학대가 가정 내에서 훈육이라는 미명하에 친부모에 의해 발생한다는 얘깁니다. 그러므로 시대적 흐름상 유효하지 않은 민법의 자녀 징계권을 없애 부모들이 아동을 학대하지 못하도록 할 필요가 있습니다.

 

출처 - 아동권리보장원

 

2020년 6월 현재까지 프랑스, 일본 등을 포함해 전 세계적으로 60개 국가가 체벌을 금지하는 입법을 했습니다. 일본은 체벌과 필요 이상의 훈육을 명시적으로 금지했고, 프랑스는 "부모의 권위는 신체적이나 정신적인 폭력 없이 행사한다"는 규정을 명문화했습니다.


출처 - 파이낸셜뉴스


지난 4일 입법예고된 개정안은 40일 동안 의견 수렴 과정을 거칩니다. 일각에선 징계권 삭제로 초래된 자녀교육 혼란을 우려해 훈육 관련 조항을 추가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지만, 개정안에는 포함되지 않았습니다. 따라서 이번에 국회에서 개정안이 통과되면 체벌과 훈육이란 이름의 학대는 62년 만에 법적으로 폐지되게 됩니다.

 

출처 - 매일경제

 

이번 민법 개정을 계기로 아동학대가 명백한 범죄임을 인식하고 아동의 권리를 신장하는 사회로 나아가길 기대합니다. 아울러 고 구하라 씨 사례처럼 부모랍시고 수십 년 만에 나타나 자식의 재산을 가로채는 일 따위는 없어져야겠습니다. 또한 해외로 입양된 아이가 자신의 친부모를 찾기 위해서는 수차례 소송을 해야만 하는 식으로, 해외 입양인들의 뿌리 찾기를 막는 제도의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여야겠습니다. 

출처 - 경향신문

 

교육부는 지난 7월 2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11차 사회관계 장관회의에서 '아동·청소년 학대 방지 대책'을 논의했습니다. 이번 대책은 위기 아동·청소년 보호를 위해 부처별 정보를 공유·연계하고 인프라 개선 및 재발 방지 등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습니다. 앞으로 더 많은 논의가 이뤄져 부디 시대의 흐름에 뒤쳐진 법들을 속히 개정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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