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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보도

2021년 최저임금 시급 8720원으로 결정, 역대 최저 인상률의 의미는?

by 생각비행 2020. 7. 31.

2021년 최저임금 시급이 정해졌습니다. 올해보다 1.5%오른 8720원으로 결정됐는데요. 130원 오른 셈이라 동결에 가깝고, 인상율 1.5%는 최저임금제도가 도입된 1988년 이후 IMF 외환위기 때인 1998년 2.7%를 경신한 역대 최저 인상률이어서 논의 과정부터 결과까지 논란이 많은 상황입니다.


출처 - 연합뉴스


지난 14일 세종시 정부청사에서 최저임금을 심의, 의결하는 사회적 대화 기구인 최저임금위원회의 의결로 내년의 최저임금 시급 기준은 8720원이 되었습니다. 월급으로 환산한다면 182만 2480원으로 올해보다 2만 7170원 많아진 수준입니다. 표결 결과는 찬성 9표, 반대 7표로 갈렸습니다. 이에 반발한 한국노총 위원과 소상공인연합회 위원들은 퇴장하기도 했죠.


출처 – 연합뉴스


2021년 최저임금 시급 인상률이 이렇게 낮은 결과는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경제 위기 상황에서 중소기업과 영세 자영업자의 경영난을 고려한 결과라는 해석이 있습니다. 논의 시작 단계부터 노동계의 최초 요구안이 시급 1만 원(16.4% 인상)이었던 반면 경영계의 최초 요구안은 시급 8410원(2.1% 삭감)으로 현격한 입장 차이를 보였습니다. 결과적으로는 경영계의 손을 들어준 것으로 보입니다. 최저임금법에 따라 의결된 이번 최저임금안은 고용노동부 장관에게 제출되고 8월 5일까지 고시해야 합니다. 그러면 내년 1월 1일부터 효력이 발생합니다. 노사 양측은 고시일 전까지 이의 제기가 가능합니다.


출처 – 연합뉴스


최저임금이 8720원으로 결정된 직후 노동계는 격앙된 반응을 보였습니다. 하지만 현재로는 이의 제기를 하지 않을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절차상 이의 제기가 가능하지만 최저임금제도 32년 역사상 27번의 이의 제기가 있었으나 재심의가 이뤄진 적은 한 번도 없습니다. 또한 안타깝지만 코로나19 사태라는 사상 초유의 상황으로 인해 최저임금 인상폭과 관련히 이 이상 높이는 것은 여론이 과반을 형성하고 있습니다.


출처 - 연합뉴스


이런 이유로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모두 현재로는 최저임금 이의 제기에 대해 내부 검토를 하고 있지 않다고 합니다. 현재의 최저임금위원회 틀 안에서는 이의 제기를 한들 의미가 없다고 판단하고 있으며 제도의 근본적 개선이 필요하다는 입장으로 보입니다. 현재 노사 간 의견이 대립할 때 정부의 추천을 받은 공익위원들이 캐스팅 보트를 쥐는데 이 표들이 매번 불합리한 결정으로 이어진다고 보는 겁니다. 이번에 결정된 2021년 최저임금 역시 노사의 의견이 좁혀지지 않자 정부가 임명한 공익위원들이 내놓은 결정입니다. 결국 현재 최저임금은 구조상 경영계와 공익위원들의 표로 결정되는 경우가 많아 노동계에서 보기엔 완벽히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겁니다.


출처 - 통계청


여기에 추가되는 문제는 경영계와 정치권이 최저임금 논의 때마다 꺼내드는 외국인 노동자 최저임금 차등 적용안입니다. 무소속 홍준표 의원은 외국인 노동자가 많은 중소기업은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인건비 증가로 경영 악화가 우려되니 외국인 노동자가 최저임금을 적용받아서는 안 된다는 어이없는 주장을 내놓았습니다. 외국인 노동자 최저임금 차등 적용법은 2018년과 2019년 매해 발의된 바 있죠.


출처 - 연합뉴스


우리나라에서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실제 처우는 내국인에 비해 현격히 낮은 수준입니다. 전체 외국인 노동자의 절반 가까이가 광업, 제조업 등 저임금 일자리에서 종사하고 있고, 임금 상승률 또한 내국인보다 계속 낮았습니다. 200만 원 이하의 월급을 받는 외국인 노동자가 전체의 38%에 달합니다. 이는 OECD 기준으로 내국인 대비 외국인 임금 비율이 64% 수준에 해당하는 셈인데, 이탈리아나 스페인 같은 나라가 76%인 것과 비교해도 터무니없이 낮은 수치죠. 이런데도 경영계는 여전히 외국인 노동자의 임금을 맞춰서 주기 어렵다는 볼멘소리만 하고 있습니다.

 

출처 - 민중의소리


민주주의 국가에서 최저임금 제도를 운영하는 이상 외국인에게만 최저임금 미만을 주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일입니다. 노동법과 관련해 동일노동 동일임금이 대전제인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으며, 숙련도가 떨어지는 초보일지라도 생계 유지를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최저임금 제도가 존재하는 것입니다. 국제노동기구(ILO) 조약상 노동자의 국적이나 인종과 관계없이 균등한 대우를 보장해야 합니다. 외국인 노동자 최저임금 제외 법안이 통과된다 한들 위헌 결정이 내려질 가능성이 큽니다. 게다가 지금처럼 내국인과 외국인의 임금 차이가 커지고 최저임금 예외까지 법제화되면 내국인 노동자들 역시 피해를 볼 가능성이 큽니다. 경영계는 일이 서툴더라도 반값밖에 들지 않는 외국인 노동자를 고용하려고 열을 낼 테니까요.


출처 - 연합뉴스


따라서 이번 기회에 예외로 하고 있는 장애인까지 품어야 한다는 법안이 발의되었습니다. 미래통합당 김예지 의원은 지난 28일 최저임금법에서 제외된 중증 장애인 노동자를 위한 최저임금법과 장애인 고용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습니다. 현행법상 정신, 신체 장애로 노동 능력이 낮은 이는 최저임금 적용에서 단순 제외되고 있습니다. 그래서 현재 장애인 노동자의 평균 급여는 외국인 노동자보다도 심각한 수준으로 내국인의 40%에도 미치지 못합니다. 이 격차가 해가 갈수록 커지고 있어서 큰 문제가 되고 있죠. OECD 국가 중 우리나라처럼 장애인을 최저임금 적용 대상에서 일방 제외한 국가는 단 세 곳뿐입니다. 이번 김예지 의원의 발의안은 장애로 노동 능력이 낮은 사람이 최저임금 적용에서 제외되지 않도록 하는 게 핵심이라고 합니다. 국가가 보조금을 지급하거나 차별받지 않도록 별도의 임금 기준을 마련하라는 겁니다.

 

출처 - 경향신문

 

최저임금제도는 이른바 정글자본주의에서 사람이 최소한의 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기본적인 토대입니다. 하지만 매해 당연하다는 듯 발표되는 최저임금이 과연 실효성이 있는 것일까요? 사회 양극화가 날로 심해지는 시국에 깊고 넓게 고민해야 할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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