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시사/보도

최저임금 때문에 자영업 망한다? 문제는 소득 양극화야!

by 생각비행 2019. 11. 15.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이 물가상승을 유발하여 기업이 무너지고 경제가 무너진다고 겁을 주는 경제단체와 경제학자란 사람들의 으름장이 활개를 친 적이 있었습니다. 특히 작년에 야당과 경영계에서 그런 볼멘소리를 하는 바람에 정부가 한발 물러나 2020년 최저임금을 공약인 1만 원에 맞추지 못한 점에 대해 사과하는 일도 있었습니다. 사실 최저임금 1만 원 공약은 문재인 대통령 후보 당시 혼자만 한 것도 아니었고 모든 후보의 공통 공약이었죠. 그런데도 이를 문재인 정권 때문에 경제와 고용이 망한 것처럼 써대는 언론의 문제는 참으로 심각했습니다.


출처 - 머니투데이


하지만 실제로 드러난 경제지표를 보면 야당이나 경영계의 볼멘소리와는 사뭇 달랐습니다. 최저임금은 인상률이 큰 폭으로 올랐지만 오히려 물가는 내려가고 고용률은 높게 유지됐습니다. 지난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5%로 전년 대비 0.4% 낮았고 올해 들어서는 0%대 행진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결국 편의점 알바생의 월 최저임금이 20만 원 올라봐야 물가상승과는 하등 상관이 없었다는 얘깁니다. 작년에 일부 경제학자들이 언론을 통해 경고하던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이 고용의 87%를 담당하는 영세 자영업자와 중소기업에 직격탄이 되어 물가상승과 고용감소, 투자감소 등으로 이어져 경제가 붕괴할 것이라고도 했었죠. 그런 주장을 하던 경제학자들과 언론들은 다 어디로 갔는지 모르겠습니다. 이들의 주장대로라면 우리나라는 지난 4년이란 짧은 기간에 디플레이션이었다가 인플레이션으로 급변했다가 다시 디플레이션이 되는 걸 반복했다는 소린데, 그런 우스꽝스러운 소릴 하고도 학자요 언론이요, 할 수 있는 일인지 모르겠습니다. 결국 자기네 이익에 맞춰 일시적이고 작은 경제 변동을 두고 설레발을 친 것에 지나지 않습니다.


출처 - 머니투데이


최근 고용 상황도 나쁘지 않습니다. 지난달 15~64세 고용률은 67.1%를 기록했습니다. 삼저호황으로 올림픽을 치렀던 1989년 이후 최고치입니다. 실업자 수는 88만 4000명으로 2015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습니다. 그런데도 경영계나 각종 경제학회, 연구소 등은 고용률, 실업률의 정확한 통계가 아닌 인구감소로 줄어든 취업자를 두고 고용참사로 몰았습니다. 또한 지난해부터 청년실업률이 감소세로 전환됐고 올해도 낮아졌는데 통계를 왜곡 발췌하여 청년 체감실업률이 높다며 곡학아세했죠. 분석에 실패했으면 겸허히 사실을 인정하고 데이터를 정정해 더 정확한 결과물을 내놓는 것이 경제학자와 연구소가 해야 할 의무 아닌가요?


출처 - 머니투데이


최저임금 인상으로 자영업자 다 망한다던 우는소리도 통계로 보면 사실이 아닙니다. 통계청에서 지난 9월 발표한 2019년 국세통계 1차 조기공개에 따르면 개인사업자와 법인사업자를 모두 합해도 폐업이 2년 연속 감소했습니다. 새로 개업하는 개인사업자는 2년 연속 증가세를 보였고요. 영세 개인사업자가 많이 몰려 있는 도소매업과 음식 숙박업 등 4대 업종에서도 자영업 폐업은 2년 연속 감소했습니다. 지난해 자영업자 신규, 폐업 비율은 업종별 사업자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2005년 이후 가장 낮았습니다. 자영업 폐업은 2년 연속 줄어들어 급격한 최저임금 이상으로 자영업 폐업이 사상 처음 100만을 넘을 거라던 일각의 주장은 무색해진 지 오래입니다. 게다가 자영업자 신규, 폐업 비율이나 폐업률 지표도 2년 연속 개선된 것으로 나타나 자영업 폐업 쓰나미 주장 역시 틀렸음이 드러났습니다. 그런데도 일부 경제학자와 언론들은 실증 증거 없이 "자영업자 비명, 자영업자 죽을 맛, 자영업 폐업 100만 넘는다" 같은 자극적인 타이틀을 붙이고 지극히 주관적인 의견을 마치 통계나 사실인 양 말해왔죠. 애초에 높아졌다 한들 자영업 폐업에는 임대료 상승, 인건비 상승, 경쟁 격화 등 여러 요인이 있을 텐데도 막무가내식으로 최저임금만 붙잡고 늘어진 걸 보면 그들의 저의가 뭔지 알 수 있는 대목입니다.


출처 - 세계일보


진짜 문제는 단순히 최저임금이나 경영계가 왜곡하는 고용률이 아니라 일자리의 격차와 소득 격차가 역대 최대로 벌어졌다는 겁니다. 고용률 자체는 늘었지만 비정규직 근로자는 1년 사이 86만 7000명이 늘어 역대 최대를 기록했습니다. 비정규직이 전체 임금근로자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36.4%로 12년 만에 최대입니다. 비록 2020년 최저임금 1만 원 공약은 좌절됐지만 최저임금이 꽤 높은 비율로 올랐음에도 소득격차는 더욱 벌어졌습니다. 하위 20%의 소득은 제자리걸음에 그쳤지만 상위 20%의 소득은 증가해 5분위 배율은 지난 2분기 5.3배까지 올랐습니다. 이는 소득불평등과 양극화가 극심해졌음을 의미합니다. 저소득층 소득이 그나마 제자리걸음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최저임금 인상과 정부의 정책 덕분입니다. 정부는 경제성장을 위해서라도 최저임금 1만 원 공약을 관철해야 했습니다.


출처 - 서울신문


백번 양보해서 경영계의 말이 다 옳다 치더라도 사람을 저임금으로 장시간 부려먹으면 그 역작용은 결국 소비자와 기업에 비용으로 돌아옵니다.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배달 음식을 빼먹고 SNS에 자랑하는 배달 노동자 문제 역시 이와 연관된 일이죠. 사실 이런 종류의 알바들의 테러는 5년 전쯤 일본에서 유행했습니다. 바이토 테러라고 불리는 이 문제는 음식점, 편의점 등의 아르바이트 직원들이 음식이나 집기를 이용해 장난치는 모습을 스마트폰으로 촬영해 SNS에 올리는 일 등을 말하는데요. 예를 들어 초밥 프랜차이즈 알바가 횟감을 쓰레기통에 집어넣었다 다시 꺼내 회를 떠 손님에게 내가는 영상을 찍어 SNS에 올리거나, 편의점에서 어묵 판매대에 든 어묵을 젓가락으로 건져 입으로 빨았다가 다시 집어넣는 등 위생에 심각한 문제가 되는 영상들이 올라온 바 있습니다.


출처 - 서울신문


해당 직원의 잘못된 행동에 대한 개인적인 비판도 쇄도하지만 그들이 일하고 있던 프랜차이즈의 이미지 추락을 막을 수는 없는 일입니다. 개인의 인성에 대한 비판과 아울러 알바=저임금인 고질적 구조가 이런 일탈행위를 조장하고 있다는 지적이 뒤따르기 때문입니다. 특히 음식을 취급하는 노동의 경우 고객을 직접 상대해야 하고 장시간 노동을 견뎌야 하는 등 근로환경이 열악한 데 비해 알바들에게 강도 높은 업무 완성도를 요구합니다. 시급을 많이 주는 것도 아닌데 말입니다. 결국 업무에 대한 책임성을 요구하려면 그에 걸맞은 임금을 지급함이 마땅합니다.


출처 - 세계일보


이런 문제를 알바들의 인성 문제로만 취급하는 건 기업으로서도 큰 리스크가 됩니다. 앞서 든 일본 사례의 초밥집 프랜차이즈의 경우 대국민 사과를 하고 2일간 전국적으로 임시 휴업을 하며 횟감을 폐기 처분했다고 하죠. 이에 따른 손실만 102억 원에 달한다고 합니다. 문제를 일으킨 알바들을 즉시 해고하고 민형사상 책임을 묻기로 했다지만, 저임금 노동자가 막대한 책임을 질 수 있을 리 만무합니다. 우리나라 역시 혁신이다 4차 산업이다 하는 미사여구로 사람을 싸게 부려먹기 시작하자 이런 배달 알바 테러가 일어나기 시작하고 있습니다. 배달원이 음식점에 직접 고용되어 있던 시절에는 볼 수 없었던 문제죠. 시대가 달라져 배달 테러가 종종 발생하는데도 배달원이 음식점의 직원이 아닌 탓에 책임 소재가 불분명합니다. 현재는 음식점이 그 책임을 덮어쓰는 결과로 나타나고 있지만, 조만간 이 리스크는 일개 음식점이 아닌 프랜차이즈 기업으로 번질 겁니다. 비정규직을 양산해 비용을 아끼겠다고 하다가 사회적인 신뢰와 매출까지 잃고 기업의 위기로 다가올 날이 머지않았다는 얘깁니다.

출처 - 경향신문

노동이 사람을 존엄하게 한다는 말을 현실화하기 위해선 그 정도의 비용을 지급해야 합니다. 정부나 기업, 소비자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양극화 문제 역시 정부와 기업의 적극적인 개혁 추진을 위한 동력에 해결의 실마리가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하지만 요즘은 정부나 기업, 노동계에 이르기까지 사회적 양극화를 막기 위한 주체들의 적극적인 역량이 보이지 않아 안타깝기만 합니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