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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보도

교육적폐 사학비리 척결 위해 사학법 개정 시급하다

by 생각비행 2018. 3. 16.

입학 철인 3월을 맞아 자녀나 조카를 학교에 처음으로 보내신 분들 많으시죠? 콩나물시루 같던 옛날 교실과 달리 요즘은 남녀 10쌍 내외의 단출한 교실이라 격세지감이 느껴집니다. 하지만 교실의 겉모습과 달리 여전한 것들도 있습니다. 바로 사학비리, 나아가 교육계 전체의 비리입니다. 이명박근혜 9년 동안 정부는 사학법 개정을 재단의 편의를 봐주며 계속 미뤄왔고, 그 때문에 사학재단은 학교를 이용해 각종 비리를 재생산해왔습니다.


출처 - 한겨레


작년에 《한겨레》가 보도한 교육부의 '사립대학 감사결과 횡령 등 처분 내역'(2008~2017)에 의하면, 이명박근혜 정권 동안 교육부의 감사를 받은 380곳의 사립대학 중 회계, 재산, 입시, 연구비 분야에서 학교 돈을 횡령해 유용한 사례는 736건에 3107억 원에 이르렀고, 3106건의 위법, 불법 사항을 적발했습니다. 교육부는 사립대 관계자 982명에 대해 파면, 해임 등 징계를, 8638명에 대해서는 경고, 주의 조처를 요구했습니다. 위법의 정도가 심하거나 고의성이 뚜렷한 205건에 대해서는 사립대 재단 이사장 21명, 총장 32명, 교직원 등을 업무상 횡령, 배임 등의 혐의로 직접 검찰에 고발하거나 수사를 의뢰했죠.


이렇게 빼돌린 교비로는 이른바 상품권 깡을 하거나 학교 돈으로 개인 소송 비용을 부담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교비회계에 넣어야 할 입학전형료에 손을 대거나 학생회비를 중간에 가로채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학생들에게 돌아가야 할 연구비를 주지 않고 꿀꺽하는 건 비일비재했고요. 전북 백제예술대 교직원 셋은 유흥주점에서 180여 차례에 걸쳐 법인카드로 1억 5000여만 원을 쓰다 적발되기도 했죠.


출처 - 국민일보


돈뿐만이 아닙니다. 서울대, 포항공대, 연세대 등 내로라하는 전국 주요 대학 교수들이 중고등학생인 자녀를 자기 연구에 참여시키고 논문 공저자 명단에 이름을 올린 사례도 무더기로 확인되었습니다. 과학기술논문색인 급이나 영향력이 최상위급인 학술지에 게재된 논문이 많았고 상당수는 국비 지원도 받았다고 합니다.


자녀들이 해당 분야의 천재나 영재여서 직접 실험에 참여했다면 그럴 수도 있는 일이겠죠.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부모의 영향력 덕분에 실험기구 세척이나 정리만 하고도 논문에 공저자로 오르는 일이 많았습니다. 대학원을 다닌 분이라면 아시겠지만, 논문의 공저자로 오르기 위해 어떤 과정을 견디고 교수의 비위를 맞춰가며 어떤 수모를 겪는지 눈에 선하실 겁니다. 그런데 교수가 부모라는 이유만으로 설거지 정도만 하고도 논문의 공저자가 된다니 이 얼마나 황당한 일입니까? 

 

고등학생 신분의 자녀를 논문 공저자로 올리는 건 당연히 대입이나 입사를 위한 스펙으로 활용하기 위해서입니다. 교수인 부모가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 자식들에게 노골적으로 특혜를 주고 있는 이러한 상황 대체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요? 외국에서는 공정성 시비를 차단하기 위해 능력이 있다 하더라도 혈연관계의 공저는 기피합니다.


출처 – SBS 유튜브


작년에 사회적으로 유명했던 숭의초등학교 폭력 사건을 기억하실 겁니다. 역시 사립학교였습니다. 올해 서울시 교육청은 해당 사건에 대한 학교 측의 은폐와 축소가 심각하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숭의초 학교폭력 전담 교사는 당사자도 아닌 재벌 손자 어머니에게 학폭위 1차 회의록을 유출했습니다. 열람 자격도 없는 재벌 손자 측에 교감, 교장의 확인까지 거쳐 회의록을 보낸 겁니다. 이 회의록에는 당사자에게도 공개되지 않는 관련 학생들의 실명이 표기되어 있었습니다. 재벌 집 자녀가 많이 다니는 사립학교라서 그런지 교장부터 교사들이 재벌 밑에서 알아서 기고 있었습니다. 회의록 사전 유출과 학생들의 최초 진술서 누락에 대해서는 교장을 포함한 교사 4명을 수사 의뢰했습니다. 서울시 교육청은 학교폭력 은폐, 축소 책임을 물어 숭의초 교장을 비롯한 4명의 해임 등 중징계를 하라고 통보했지만, 숭의초 재단은 통보를 무시한 채 징계하지 않고 있습니다. 재벌님들이 소송 뒷바라지를 해줄 거란 심산일까요?


출처 - EBS


이번에 스쿨 미투가 터진 서울의 M 여중 역시 사립입니다. 용기 있는 미투 선언으로 7년 전 교사에게 성추행당한 충격적 사실을 고발했는데요. 이 M 여중은 성추행을 한 교사가 한둘이 아닌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지난해에도 두 명의 또 다른 교사가 성폭력 사건으로 교단에서 물러난 사실이 드러났을 정도죠. 하지만 M 여중은 이 사실을 교육청에 보고하지도 않았습니다. 심지어 학교 측은 담임들을 시켜 이 성폭력 사건이 외부에 알려지지 않도록 입단속을 한 정황이 드러났습니다. 사학 특유의 폐쇄적인 구조와 전권을 쥔 재단이 있기에 사립학교에서 이런 일이 반복 재생산되는 경향이 짙습니다. 서울시 교육청은 재학생을 대상으로 성폭력 피해 전수조사를 하고 특별 감사에 들어갔습니다.


출처 - 세계일보


그러나 지금까지 드러난 사학비리는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는 게 교육 전문가들의 지적입니다. 사학비리를 근절하려면 현행 사립학교법을 고치거나 정부가 사학비리 관련자에게 반드시 책임을 묻겠다는 태도를 분명히 밝혀야 합니다. 사학법은 2005년 참여정부 때 개정되었으나 박근혜와 한나라당이 거리시위를 하는 등 반발한 끝에 2007년 재개정 되어 현재에 이르렀죠. 이 재개정으로 사학 견제 장치가 무력화된 바 있습니다.

 

출처 - 경향신문

 

국정농단 이전에 박근혜는 영남대로 대표되는 사학비리의 상징 중 하나였으니 당연합니다. 박근혜는 현재 감옥에 있지만 국회에 있는 자유한국당은 올해만 두 번째로 법사위에 올라온 사학법을 무산시켰습니다. 적폐 세력은 이처럼 아직 건재합니다. 마침내 사학법에도 메스를 댈 때가 왔습니다. 돈에 의해 차별받거나 권력에 눈치를 보지 않도록, 우리 아이들이 마음 편히 학교에 다닐 수 있도록, 더는 미뤄서는 안 될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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