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사회적 책임 다하는 기업으로 탈바꿈해야

이명박근혜 정권 기간에 음모론으로 치부되던 일들이 차례차례 사실로 드러나는 가운데 국내 최대 포털인 네이버가 청탁을 받고 뉴스 배치를 조작한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네이버는 우리나라 뉴스, 미디어 검색의 70퍼센트 가까이 점유하고 있어 국내에선 사실상 인터넷과 동의어로 인식될 정도의 기업이라 그 충격이 큽니다.


출처 - JTBC


이번에 확인된 네이버 기사 배치 조작 한국프로축구연맹의 청탁을 받아 일어난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프로축구연맹 홍보팀장이 네이버 스포츠 담당 간부에게 수시로 연맹을 비판하는 기사를 잘 보이지 않게 재배치해달라고 청탁했고, 네이버에서 이를 수용해 기사 배치를 바꿔 비판적 기사들이 눈에 안 띄도록 했던 겁니다. 이를 취재한 스포츠 온라인 매체인 《엠스플뉴스》는 한국프로축구연맹 김 팀장이 네이버 금 이사에게 보낸 청탁 문자 메시지 내용을 폭로하기도 했습니다.


출처 - 엠스플뉴스


네이버 뉴스 콘텐츠의 배치나 실시간 검색어 순위 조작 의혹은 언론 매체뿐 아니라 네티즌 사이에서도 꾸준히 제기되어왔죠. 의혹이 사실로 확인된 경우도 이번이 처음은 아닙니다. 얼마 전 특검의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수사 과정에서 삼성의 요청으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관련 기사를 네이버가 축소 배치한 의혹이 《한겨레》의 보도로 제기된 바 있고 특검의 수사자료에서도 사실이 확인되었죠. 2015년 5월 15일 삼성 미래전략실 최홍섭 전무가 장충기 전 미래전략실 사장에게 "지금은 네이버와 다음에서 대상 기사 모두 내려갔습니다. 포털 측에도 부탁해뒀습니다"는 내용의 문자를 보낸 기록이 나왔기 때문입니다.

 

출처 - 한겨레


네이버는 《엠스플뉴스》가 지난 10월 20일 오전 10시 31분에 〈[단독] 네이버, 축구연맹 '청탁 문자' 받고 기사 숨긴 정황 포착〉이라는 제목으로 기사를 올린 지 3시간 34분 만에 네이버스포츠 서비스와 관련하여 한성숙 대표는 발 빠르게 사과문을 올렸습니다. 하지만 《엠스플뉴스》는 "기사 재배치를 포함해 여러 의혹을 최초 질의한 건 4월 5일이었다"면서 "10월 20일 엠스플뉴스 단독보도가 나오기 전까지 네이버는 6개월 넘게 무응답으로 일관했다고 합니다. 

 

출처 - 네이버

 

네이버는 뉴스 배치의 공정성과 관련된 의혹이 제기될 때마다 플랫폼의 투명성을 강조하면서 부인해왔는데요, 네이버가 회사 차원에서 뉴스 배치 조작을 시인한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아울러 기사 재배열 문제에 대한 대책으로 사람 대신 인공지능(AI)이 배열하게 하는 방식으로 뉴스 서비스 개편을 얘기했지만, 이것만으론 여론 조작을 막을 수 없다는 비판이 많습니다. 인공지능 추천 방식은 반드시 알아야 할 현실 정보라도 인기가 없거나 이전에 찾은 적이 없다는 이유로 사전 차단될 위험이 있습니다. 또한 페이스북, 구글 등이 이미 도입한 AI 뉴스 편집의 사례에서 드러났듯 가짜뉴스를 가려내는 데 취약한 문제가 있습니다.


네이버는 대표의 사과문을 올리면서도 스포츠, 연예 뉴스와 일반 뉴스는 별도의 조직이 운영하고 있어 일반 뉴스에서는 조작이 있었던 적이 없다며 눈 가리고 아웅 하고 있습니다. 네이버는 지난 17년간 시장을 주도했습니다. 위기 국면에서 주도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이 때문에 혁신을 주도하는 기업이라는 자긍심을 유지할 수 있었으나 폐쇄적인 운영에 대한 지적은 늘 뒤따랐습니다. 이번 기사 배치 조작과 관련해서도 네이버는 자체 감사와 실무자나 그 상급자 정도에서 꼬리 자르기를 하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어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 

 

출처 - 네이버

 

지난 26일 열린 네이버의 2017년 3분기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에서 한성숙 네이버 대표는 "그간 네이버가 약속해왔던 투명한 운영 원칙이 무너진 것에 대해 대표이사로 사과한다"며 "현 사태를 엄중히 보고 근본적인 해결책을 찾아 플랫폼 신뢰를 회복하는 데 전력을 다하겠다"고 강조했습니다. 하지만 네이버가 기업 규모와 영향력에 걸맞은 투명성을 확보하려면 자체 감사 또는 AI를 활용한 뉴스 배치 같은 정도로는 부족하다는 점을 인식해야 할 것입니다. 

 

뉴스 편집 알고리즘과 배열 이력을 감시하는 이용자위원회 같은 외부 기구를 법제화해 공공성을 강화하는 것이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지난 9월 공정거래위원회는 네이버를 자산 5조 원 이상의 준대기업집단으로 지정하고 이해진 전 네이버 이사회 의장을 총수로 판단했습니다. 네이버는 그동안 자신들이 기존 재벌과 다른 총수 없는 기업이라고 주장했지만 공정위의 결정은 네이버가 재벌이므로 재벌 관련 규제를 받아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출처 - 경향신문


현재 국감이 한창인 국회에서도 네이버와 카카오는 뜨거운 감자입니다. 각각 검색과 메신저에서 독점적 지배력을 활용해 시장에서 불공정 행위를 하고 사회적, 경제적 책무를 경시했다는 것이죠. BBS불교방송은 지난 3월 20일, 우리나라 국민의 절반 이상이 네이버 등 인터넷 포털을 언론으로 생각한다는 '언론수용자 의식조사'결과를 인용해 보도했습니다. 

 

출처 - BBS뉴스

 

한국언론진흥재단이 발표한 '2016 언론수용자 의식조사' 결과에 따르면 1933년 이후 2016년까지의 미디어 이용률은 모바일을 제외한 대부분의 미디어 이용률이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모바일 인터넷 이용률은 2011년 36.7퍼센트에서 2016년 79.5퍼센트로 42.8퍼센트포인트 증가했습니다. 특히 2040세대들의 경우 모바일 인터넷 이용률이 가장 높았습니다.  

 

출처 - 한국언론진흥재단 2016 언론수용자 의식조사

 

조사 결과에서 알 수 있듯이 우리나라 국민 중 56퍼센트가 인터넷 포털을 언론으로 인식하고 있습니다. 포털은 기존 매체들이 생성한 뉴스를 유통하는 사업자입니다. 포털은 하루에 수만 건씩 쏟아지는 뉴스 가운데 어떤 뉴스를 화면 어디에 배치할지를 선택합니다. 언론사의 편집데스크 역할을 포털이 더욱 폭넓게 행사하고 있는 셈입니다. 수용자들은 포털이 '게이트키핑'을 한 화면으로 뉴스를 보면서 정작 이를 생산한 매체 브랜드나 기자를 확인하지 않는 소비 패턴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최진봉 성공회대학교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이렇게 비판했습니다. 

 

출처 - BBS뉴스

실제로 방송사와 신문사 기자 출신들이 포털에서 이런 편집 역할을 도맡아 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런데도 포털은 인터넷 소프트웨어와 서비스 업종으로 분류되어 있어 언론 법규의 적용을 피해가고 있죠. 포털에 도의적인 책임만 물을 게 아니라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이번 국감에서 쟁점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는 이해진 네이버 전 의장과 김범수 카카오 의장을 국감 증인으로 채택하고 지난 12일 출석하도록 통보했습니다. 이에 대해 네이버와 카카오는 총수가 해외출장 중이어서 증인으로 나올 수 없다며 각사 임원들의 대리 출석을 요청했으나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는 총수가 아니면 오지 말라며 거부했다고 하죠.

 

국회가 이들을 국감 증인으로 부른 것은 주요 포털의 불공정 행위 문제를 양사 최고결정권자인 이 전 의장과 김 의장에게 캐물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여야를 불문하고 나왔기 때문입니다. 네이버·카카오가 각각 검색과 메신저에서의 지배력을 활용해 쇼핑, 부동산 중개, 장보기, 대리운전, 음원 등 여러 업종에 공격적으로 진출하는 만큼, 사회·경제적 책무를 강화하고 규제도 검토해야 한다는 것이 의원들의 주장입니다. 

 

출처 - 아시아경제

 

지난 19일 국회 정무위 국정감사에서 정태옥 자유한국당 의원은 네이버가 모바일 시장에서 검색결과와 광고 표시를 제대로 하고 있지 않으며, 소상공인들에 대해 수백만원대의 광고를 집행해 고통을 주고 있다며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이라는 의혹을 제기했습니다.  이에 대해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네이버가 광고시장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고, 사업 전개 과정에서 소상공인들의 민원이 많은데 이와 관련해 지배력이 미치는 시장 범위를 면밀히 살펴보겠다"고 답변했습니다.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모바일 검색광고 규제가 미흡하다며 규제 필요성을 촉구했습니다.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는 오는 30일 국회에서 열리는 종합 국감 증인으로 네이버 전 의장과 김범수 카카오 의장을 다시 불렀습니다. 더불어민주당, 자유한국당, 국민의당 등 3당은 이번 국감에 이들이 불참하면 국회 증언감정법 위반 혐의로 고발하기로 합의했습니다. 국회 증언감정법에 따르면 정당한 사유 없이 국회 증언을 거부하면 3년 이하의 징역이나 1000만∼3000만 원의 벌금에 처할 수 있죠.

 

언론의 자유가 중요한 만큼, 공명정대한 언로(言路)를 확보하는 일도 중요합니다. 언론은 특정 정당이나 특정 조직, 단체의 편이어서는 안 됩니다. 국민의 알 권리를 저해하는 그 어떠한 행위도 용납될 수 없습니다. '알 권리(Right to know)'란 정치, 사회 등 다양한 영역의 정보를 자유롭게 알 수 있는 권리를 의미합니다. 언론은 시민이 알아야 할 정보를 전달하고 그 의미를 올바르게 해석하는 것이 기본적인 소임입니다. 그동안 포털들은 우리나라를 좌지우지할 영향력을 갖고서도 그 책임과 의무를 등한시했습니다. 이번 기회에 재벌로서 규제를 받아들여 투명성을 확보하고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기업으로 탈바꿈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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