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비행은 최근 두 차례에 걸쳐 군 의문사 문제를 들여다보았습니다. 고 김훈 중위 사건에 고 허원근 일병 사건까지 군 의문사 문제가 군사독재 시절에나 있었던 일로 치부해서는 곤란합니다. 지난 9월 26일 강원도 철원에서 진지 공사를 마치고 부대로 복귀하던 중 머리에 총상을 입고 사망한 6사단 이 모 상병의 사례도 있으니까요.
출처 - KBS
사고 초기에 국방부는 제대로 조사도 하지 않고 어딘가 딱딱한 물체에 맞고 튕겨 나온 총알인 도비탄에 의한 사망이라고 발표했습니다. 하지만 유족들은 도비탄이란 국방부 발표에 의문을 제기했습니다. 사망한 이 상병 몸에 있는 총탄 엑스레이를 봐도 탄두가 모양을 고스란히 유지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도비탄일 경우 탄두가 찌그러져 있어야 하고 총상 역시 더 커야 할 텐데 이 상병의 머리에 난 상처는 총알을 그대로 맞았을 때 나타나는 동그란 상처였습니다.
출처 - 헤럴드경제
사태가 커지자 그제야 부랴부랴 특별수사팀을 구성한 국방부는 재조사를 통해 당시 사격장에서 직선거리로 날아온 유탄에 의해 사망했다고 정정합니다. 진지 공사를 마치고 부대로 복귀하던 이 상병 일행의 귀로는 사격장 뒤쪽이라 사격 시에는 출입을 통제해야 하는데 사격장 쪽도, 이 상병 쪽도 통제 책임이 있는 사람들이 아무런 조처를 하지 않아 젊은이 한 명이 목숨을 잃은 셈입니다. 국방부가 사실을 인정하자 이 상병의 부모는 당시 사격장에 있는 누구의 총알이었는지는 밝히지 않기로 했습니다. 다른 장병이 죄책감에 휩싸여 사는 것을 바라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출처 - 연합뉴스
우리 군에서 총기 사고에 의한 장병들의 죽음은 계속 발생하는 일입니다. 철원에서 유탄에 이 상병이 사망하는 사고가 일어난 지 얼마 되지 않은 시점에 경기도 화성에서는 군부대 사격장에서 발사된 것으로 보이는 기관총탄이 인근 플라스틱 제조공장으로 날아드는 아찔한 사고가 있었습니다. 지난 9월 29일 일어난 일이었으나 다행히 인명 피해는 없었습니다. 바로 며칠 전에 군 사격장 안전관리에 구멍이 뚫려 사고가 일어났는데도, 군이 이를 제대로 시정하지 않아 또다시 사고가 일어난 사례입니다. 이런 체계 속에서는 군대에서 언제든 의문사가 양산될 수 있습니다. 사실 이명박근혜 정권처럼 군 개혁 의지가 없는 정부였더라면 국방부는 버티기에 나서 이 상병의 사례도 의문사로 처리되었을지도 모를 일이죠.
출처 - 연합뉴스
군이 자정 능력을 잃었다는 점은 이른바 '공관병 갑질 사건'으로 유명했던 박찬주 대장이 군 검찰의 조사 끝에 결국 무혐의 처분이 내려진 것만 봐도 분명합니다. 수많은 공관병이 위험을 무릅쓰고 제보를 하고 수많은 증거와 증언이 나왔지만 팔이 안으로 굽은 군 검찰은 무혐의 처분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갑질을 한 건 맞지만 직권남용을 한 건 아니라는 해괴한 이유입니다. 이는 군 의문사 사건 유족의 주장대로 군 내부의 조직이 사건의 실체를 밝히기보다는 덮어서 은폐하려는 습성을 보인다는 추태가 고스란히 드러나는 대목입니다.
출처 - 뉴스1
지난 2일 군인권센터는 갑질 무혐의 처분이 내려진 데 대해 여론이 좋지 않자 군 검찰이 센터로 전화를 걸어 사건 재수사에 착수했음을 알려왔다고 발표했습니다. 또한 군인권센터는 박찬주 대장 수사를 담당한 송광석 국방부 검찰단장을 국방부 장관에게 징계 의뢰할 것이라고도 밝혔습니다. 사실 군의 제 식구 감싸기 행보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닙니다.
출처 - 경향신문
지난달 30일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박 대장이 구속된 뒤 8번 가진 면회 중 4번이 갑질 혐의 공범 관계에 있는 부인 전 모 씨였다"라고 지적했습니다. 현행법은 가족이라 하더라도 공범 간 면회를 금지하고 있습니다. 모의해서 입을 맞추거나 증거를 없앨 우려가 있으니까요. 형집행법 41조와 군 수용자를 대상으로 하는 군형집행법 42조가 바로 이런 경우 면회를 금하고 있는 조항입니다. 이 때문에 박주민 의원은 "갑질 사건의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는 박 대장과 공범 혐의를 받고 있는 부인 간의 면회를 허용한 것은 군 당국이 증거인멸을 도운 꼴"이라고 지적했죠.
출처 - JTBC
이와 같이 군의 적폐는 군 의문사 같은 문제만이 아닙니다. 이명박 정부 시절 군 사이버사령부 여론조작 활동에 관여한 혐의를 받은 김관진 전 국방부 장관이 지난 11일 새벽 구속되었죠. 검찰은 사이버사령관 등에게 여권을 지지하고 야권을 비난하는 정치관여 활동을 지시한 혐의로 김관진 전 국방부 장관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한 바 있습니다. 또한 사이버사령부가 댓글 공작에 투입할 군무원을 추가 채용할 당시 특정 지역 출신을 배제하도록 하는 등의 직권 남용 혐의도 적용했습니다. 김 전 장관은 계속 의혹을 부인해왔으나 법원이 주요 혐의인 정치관여가 소명되고,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다며 검찰이 청구한 구속영장을 발부한 것입니다.
출처 - JTBC
JTBC가 보도한 바에 따르면 이 전 대통령이 사이버사 인력을 늘리라고 지시한 문건은 비단 2012년에만 발견되는 게 아닙니다. 2010년 12월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 그리고 2012년 그리고 3월 이때 국방부 사이버사령부 문건에서 'BH' 또 'VIP' 같은 표현이 등장합니다. 이 때문에 검찰은 이 전 대통령이 사이버사령부 인력구성 그리고 또 댓글활동 내역을 지속적으로 보고받았다, 이렇게 판단했습니다.
김 전 장관이 검찰 조사에서 댓글부대 운영에 대한 이명박 전 대통령의 지시 등의 혐의를 일부 인정했기 때문에 향후 청와대 관계자들에 대한 소환조사를 통해서 김 전 장관이 직접 대면보고를 했는지 혹은 청와대 관련 수석실을 통해서 간접 보고를 받았는지 이런 부분들이 추가적인 조사를 통해서 밝혀질 것으로 보입니다. 대한민국의 안위를 책임져야 할 군이 특정 세력을 위해 정치활동을 펼쳤고, 이러한 일을 국방부 장관이란 사람이 대통령에게 직접 보고까지 했으니 얼마나 심각한 일입니까? 군 적폐의 끝이 과연 어디일지 알 수 없는 노릇입니다. 이명박 전 대통령에 대한 수사가 반드시 이뤄져야 하는 이유입니다.
출처 - 이재명SNS-일요신문
김관진 전 국방부 장관이 군 사이버사 여론 공작 개입 혐의 등으로 구속되자 청와대 온라인 청원 등으로 출국금지 여론이 일기도 했으나 출국금지로 이어지지는 않았습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12일부터 15일까지 마이 빈트 모하메드 알 칼리파 바레인 문화 장관의 초청 강연을 위해 두바이로 출국하는 자리에서 기자들에게 "(문재인 정부의) 적폐 청산은 정치보복"이라며 "과거에 집중하면 미래 대비 못 한다"라고 밝혔습니다. 최근 불거지는 자신을 향한 검찰 수사 향방에 대해 불쾌함을 드러낸 것이죠.
이에 대해 이재명 성남시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당신이 갈 곳은 바레인이 아니라 박근혜 옆"이라고 비판했습니다. 아울러 “도둑퇴치가 도둑에겐 보복으로 보일 수 있지만 선량한 이웃에겐 상식의 회복일 뿐"이라며 "권력이 있었다는 이유로, 권력을 이용한 범죄라는 이유로 면죄부를 받던 구시대는 이제 박근혜와 당신으로 마감되어야" 한다고 하면서 "행여나 해외에 눌러앉지 마시고 다녀오신 후 검찰 수사 잘 받으십시오"라고 글을 마무리했습니다.
출처 - 경향신문
이명박근혜 정권 동안 군의 부패가 심각합니다. 연이어 터져 나오는 각종 문제 때문에 군 검찰을 해체하고 민간 검찰이 그 역할을 맡아야 한다는 여론도 거셉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9월 국방부 업무보고에서 "군 의문사 의혹은 여전하다"면서 "군의 태도를 보면 고루한 뭔가를 지켜야 한다는 데 집착하며 늘 방어적으로 대응한다. 주요 사건에 대해 군 발표를 믿지 못하고 불신이 계속되는 상황을 근본적으로 개혁해야 한다"라고 주문한 바 있습니다.
문재인 정부는 초기에 밝힌 의지대로 군에 대한 대대적인 혁신과 개혁에 나서 주길 바랍니다. 군의 적폐청산은 군 자체적으로 해낼 수 없다는 증거가 차고도 넘치니 말입니다. 김관진 전 국방부 장관 구속에 이어 MB 단죄가 대한민국군의 적폐를 청산하는 시발점이 되어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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