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톡이 사실상 국민 메신저가 되고 나서 애니팡으로 게임이 대박 나더니, 이제 강남에 있는 카카오 캐릭터 굿즈숍인 카카오프렌즈가 국내뿐 아니라 해외 관광객에게도 큰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이 모든 성공신화의 핵심인 '카카오'가 인터넷 전문은행 카카오뱅크 서비스를 시작했습니다.
지난 4월 3일 출범한 K뱅크가 첫 번째 인터넷 전문은행이라 카카오뱅크는 사실상 후발주자이지만 모든 것을 압도하는 기세로 기존 금융권과 소비자들로부터 큰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7월 27일 서비스를 시작한 지 불과 12시간 만에 18만 개의 신설 계좌를 유치하고 적금 426억 원, 대출 145억 원을 돌파했습니다. 그 후 5일 만에 100만 계좌, 13일 만에 200만 계좌를 유치했으며, 수신은 1조 원이 넘었고 여신은 8800억 원을 넘었습니다. 이 모든 게 지난 11일 현재 수치입니다.
카카오뱅크
카카오택시
카카오게임
카카오게임, 카카오택시 등의 서비스도 국민 메신저인 카카오톡에 기반을 둔 파급력 덕분에 성공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카카오뱅크는 단순히 카카오톡 때문만은 아닙니다. 새로 시작하는 서비스답게 그 혜택이 파격적이었습니다. 마이너스 통장 금리가 싸고, 해외 송금 수수료가 시중은행 대비 10분의 1 수준인 데다, 수수료 높기로 유명한 편의점 ATM에서도 수수료 없이 현금 인출이 가능했습니다.
기존 금융권 서비스와 수수료에 불만을 느끼는 부분을 잘 긁어줬기 때문에 급속도로 성장할 수 있었습니다. 이 때문에 사람들이 너무 몰려 라이언같이 귀여운 카카오 캐릭터가 그려진 체크카드를 발급받으려면 한 달 넘게 기다려야 할 정도입니다.
예상을 뛰어넘는 자산 증가 때문에 인터넷 전문은행은 잇따라 유상증자를 결정하며 자본금 확충에 나섰습니다. K뱅크는 1000억 원, 카카오뱅크는 5000억 원에 이릅니다. 편의성과 상대적으로 저렴한 금리에 매력을 느낀 사람들의 대출 신청이 몰리면서 대출 여력을 키워야 하기 때문이죠.
출처 - 조선일보
하지만 이런 폭발적인 상승세와 '핀테크'라는 생소한 기술 덕분에 부작용도 속속 부각되고 있습니다. 일단 인터넷 전문은행은 사람을 볼 필요가 없는 100퍼센트 비대면 금융 서비스인 데다, 카카오뱅크의 간편한 본인인증 방식이 오히려 명의도용을 야기하는 면도 있기 때문입니다.
카카오뱅크에는 자신이 알지 못하는 계좌가 이미 개설됐다거나 소액 대출 신청이 이루어졌다는 신고가 계속 접수되고 있습니다. 대부분 배우자가 남편 혹은 부인 명의로, 또는 자녀, 손자가 부모나 조부모 명의로 계좌를 만들거나 소액 대출을 신청한 사례였습니다. 현재 카카오뱅크의 본인인증 방식은 기본적인 개인정보를 알고 있고 신분증에 접근할 수 있는 가족이라면 손쉽게 명의도용이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자칫 잘못하면 금융실명제법에 저촉되는 문제로 발전될 소지가 다분히 있어 보입니다.
출처 - 카카오뱅크
게다가 카카오뱅크를 통해 모바일로 광범위하게 간편대출이 이루어지도록 서비스를 설계해 금융지식이나 소득 안정성이 상대적으로 낮은 20대에게 무분별하게 돈을 빌려줘 자칫 빚더미로 내몰 소지도 있습니다. 인터넷 전문은행들은 막 시작한 서비스이기도 기존 금융권에 비해 상대적으로 금리가 높고 대출 이자는 상대적으로 낮은 편입니다.
대출 조건을 크게 완화한 상품이 속속 나오고 있는데요, 카카오뱅크는 아예 '비상금 대출'이란 이름의 상품을 만들어 논란을 야기했습니다. 만 19세 이상이면 별도의 심사와 공인인증서 없이 많게는 수백만 원의 돈을 빌릴 수 있기 때문이죠. 만 19세 이상이기만 하면 신용등급에 따라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300만 원까지 카카오뱅크 계좌로 충전됩니다. 최저 연 3.45퍼센트 대출이라 별 생각 없이 대출을 받는 경우도 왕왕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초중고에서 제대로 된 금융교육을 받아본 적도, 체계적인 돈 관리를 해본 적도 없이 갓 성인이 된 이들에게 무분별하게 대출을 해주는 것이 과연 개인 경제와 국가 경제에 좋은 영향을 줄까 하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습니다.
출처 - the300
무엇보다 가장 큰 논란의 핵심은 금산분리, 특히 은산분리입니다. 인터넷 전문은행 설립 이야기가 나오면서부터 문제가 된 터라 그 골이 깊습니다. 금산분리는 산업자본과 금융자본의 상호 지분 소유를 제한하는 규제를 말합니다. 특히 은행은 현행법상 재벌을 비롯한 산업자본이 소유할 수도 지배할 수도 없게 되어 있습니다. 자칫했다간 재벌 같은 대기업들이 은행을 세워 곳간처럼 써먹다 버릴 수도 있기 때문이죠. 그렇기 때문에 카카오뱅크는 카카오 브랜드를 달긴 했지만 현재 지분과 의결권은 10퍼센트와 4퍼센트 수준으로 굉장히 낮습니다. 사실상 대주주는 사업을 함께 주도한 KB국민은행 등의 금융자본이죠.
출처 – the300
이 같은 이상한 구조는 지난 2015년 박근혜 정권의 금융위원회가 마스터 플랜을 세운 인터넷 전문은행 도입방안부터였습니다. 당시에도 금융당국이 국회의 입법권을 무시했다는 논란이 나왔을 정도로 박근혜 정권이 강하게 밀어붙인 정책이었기에 지금도 여러 의혹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K뱅크의 경우 인가 과정에서 특혜 의혹이 있었던 것이 아닌가 하여 감사원이 전격적으로 감사에 착수할 것이라고 예고한 바 있습니다. K뱅크가 컨소시엄을 가장 늦게 구성하고도 예비인가를 통과한 부분이 최순실 게이트와 관련성이 있는지 집중적으로 점검할 방침이라고 합니다.
점점 더 빨리 발전하는 기술과 세상 때문에 법이 뒤쫓아가는 경우가 왕왕 있긴 합니다. 하지만 대한민국이 '삼성공화국'이라 불릴 정도로 대기업과 재벌이 사회 곳곳에 손을 뻗치고 있는 마당에 핀테크 산업 육성을 위해 금산분리를 그냥 풀어버릴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이 때문에 야당과 여당 일부에서는 애초에 K뱅크와 카카오뱅크 설립 목적이 테스트 베드였던 만큼 앞으로 최소 1년은 운영과 실적을 지켜보면서 논의해야 한다는 신중론이 나오고 있습니다. 박근혜 정권 아래에서 이루어진 사업자 선정과 그 과정에 하자가 있었다는 의혹은 충분히 있으니까요.
출처 - 시사인
결국 공은 카카오뱅크로 넘어갔습니다. 인터넷 전문은행의 미래는 자신의 가치를 얼마나 투명하게 증명해내느냐에 달렸다고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단순히 앱이 쓰기 편하다 정도의 수준이 아니라 금융권의 판도를 뒤흔들 만한 큰 변화를 불러일으켜야 합니다. 쓰기 편하지만 보안에 취약하다면 애초에 말이 안 되는 서비스가 되겠지요.
아무튼 은행에서 손으로 써서 창구에서 사람을 통해 입출금하던 게 엊그제 같은데, 뛰는 법 위에 나는 기술의 시대여서 그런지, 격세지감을 느끼는 요즘입니다. K뱅크, 카카오뱅크 등 인터넷 전문은행 돌풍 때문에 오프라인의 접점 역할을 하는 편의점이 반사이익을 얻고 있는 상황도 주목할 만합니다. 인터넷 전문은행이 편의점을 플랫폼으로 활용하기 때문입니다. 편의점은 지난해 기준 전국 점포 수가 3만 2611개로, 시중은행 중 지점이 가장 많다는 KB국민은행보다 그 수가 훨씬 많기 때문에 생긴 현상이라고 하는군요. 편의점에 있는 ATM기를 이용하는 고객이 편의점 물품을 구매하는 비율도 자연스럽게 높아져 점포당 매출도 따라서 상승하는 이점이 발생하는 것이죠.
출처 - 아이뉴스24
한편 인터넷 전문은행의 불편한 점에 대해 불만을 제기하는 사람들도 늘고 있습니다. ATM기는 하루 인출 한도가 있어 거액 금융 거래가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계좌이체도 한도가 있습니다. K뱅크와 카카오뱅크 고객은 편의점·마트 등의 자동화기기를 통해 금융 거래를 자유롭게 할 수 있지만 출금 한도는 1회 100만원, 1일 600만 원으로 제한됩니다. 보도에 따르면 K뱅크와 카카오뱅크 양사 모두 자동화기기에서 하루에 600만 원 이상의 돈을 인출하는 방법은 없다고 하는군요. 커뮤니케이션과 인터넷 접속이 휴대전화로 집중되고, 금융 거래마저 점점 더 휴대전화로 하게 되는 세상입니다. 정보통신기술의 발전이 세상을 또 어떻게 변화시킬지 귀추가 주목되는 시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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