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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보도

동성애 군인 색출 지시한 육군참모총장

by 생각비행 2017. 4. 14.

검찰, 경찰, 군대 등은 정권이 바뀌면 적폐 청산을 해야 하는 대표적인 조직이라고 생각하시는 분이 많이 계실 겁니다. 특히 군대는 군사독재라는 뼈아픈 역사가 있었을 뿐 아니라 대한민국 남성 대부분이 병역의 의무를 다하기 위해 2년 여를 썩다 나오는 곳이라 더욱 관심이 많을 텐데요. 하루가 멀다 하고 터지는 방산비리, 구타, 성희롱, 탈영, 자살 등의 각종 문제로 얼룩진 곳이 바로 오늘날 군대입니다. 그런데 최근 군대가 해괴한 방식으로 인권을 침해하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나 사회적인 물의를 일의켰습니다. 군인 중 동성애자를 색출해 처벌하고 있었던 겁니다.


출처 - 연합뉴스


대한민국은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로 징병제를 취하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집총을 거부하거나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로 징역을 선택하는 젊은이들도 있죠. 많은 선진국이 양심적 병역거부를 법적으로 인정하고 있습니다. 우리 나라의 특수한 상황을 고려하더라도 개인의 가치관과 인권을 존중해주는 방향으로 바뀌는 것이 마땅합니다. 실제로 사회적 인식이 바뀌고 있습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2016년 5월 25일부터 12월 23일까지 만 15세 이상 국민 1504명을 대상으로 '국민 인권의식 조사'를 벌였습니다. 2005년과 2011년 조사에서는 양심적 병역거부를 허용하면 안 된다는 응답이 각각 89.9퍼센트와 64.1퍼센트였던 반면 2016년 조사에서는 52.1퍼센트로 낮아졌습니다. 반대로 양심적 병역거부를 허용해야 한다는 응답은 10.2퍼센트에서 33.3퍼센트를 거쳐 46.1퍼센트로 늘었습니다.

 

이렇게 변화하는 사회 인식에 반해 군대 내에서 복무 기간 중 성범죄를 일으킨 대상자도 아닌, 그냥 성정체성이 동성애자인 사람을 굳이 색출하고 집요하게 처벌한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더구나 이를 육군참모총장이 직접 지시했다니 기가 막힌 현실입니다.

출처 - KBS


군인권센터는 지난 13일 이한열 기념관에서 장준규 육군참모총장이 동성애자 군인을 색출해 군형법 제92조 6항 추행죄로 처벌하라고 지시했다는 제보를 올해 초 복수의 피해자로부터 받은 사실을 폭로했습니다. 참모총장의 지시를 받은 육군 중앙수사단이 전 부대를 대상으로 수사를 벌여 2~3월 육군에서 복무 중인 동성애자 군인 40~50여 명의 신원을 확보해 수사 선상에 올린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군인권센터는 피해자 약 15명의 진술서를 확보했으며 모두 육군 장교나 부사관 등 간부급이라고 밝혔습니다.


출처 - 연합뉴스


복무 중인 군인이 동기나 후임을 대상으로 동성애적인 성추행이나 성폭행을 일삼았다면 수사하고 처벌하는 것은 마땅한 일입니다. 그러나 이번 문제는 단지 동성애자라는 성정체성을 지닌 것으로 의심된다는 심증만으로 수사를 진행하여 대상자를 색출했다는 것이 관건입니다. 심지어 군은 동성애자들이 사용하는 데이트 어플리케이션 등을 이용하여 동성애자 중 현재 복무 중인 사람들을 찾아내는 수고로움을 무릅쓰며 수사를 감행한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더했습니다. 이쯤되면 동성애자에 배척에 대한 종교적인 이유나 개인적인 원한이 있는 것은 아닌가 싶을 정도입니다.


출처 – 오마이뉴스


수사 과정에서 드러난 인권 침해는 참담합니다. 아무런 물증 없이 수사 대상자에게 접근해 압수수색영장도 없이 강제로 휴대전화를 빼앗아 디지털 포렌식 분석을 했습니다. 그러고는 연락처에 저장된 사람 중 동성애자를 지목하라고 요구하는가 하면 지목된 사람과의 성관계 여부를 캐묻고 성관계를 했다는 허위진술을 강요하기까지 했습니다. 게다가 수사관들은 성관계 시 성향, 체위, 콘돔 사용 여부, 첫 경험 시기, 성 정체성 인지 시점 등 추행죄 구성요건과 무관한 성희롱 발언을 서슴지 않았다고 합니다. 또한 수사가 끝나면 이번 일을 계기로 성정체성을 다시 찾았으면 좋겠다는 동성애에 대한 몰이해와 혐오 발언을 거침없이 내뱉었다고 합니다. 수사에 비협조적인 사람에게는 부대에 아웃팅하겠다는 협박까지 했다고 하니 이게 과연 정상적인 군대입니까 양아치 집단입니까?


출처 - 뉴스앤조이


너무나 당연한 얘기지만 현행범이 아닌 이상 성정체성만으로 수사를 개시하고 성적 지향을 이유로 차별을 하는 것은 반인권적 범죄행위입니다. 아울러 증거법정주의를 채택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법치에 어긋나는 불법 수사를 군대가 자행한 것은 용납하기 어려운 일입니다. 이 모든 인권침해와 불법수사가 참모총장의 지시로 이뤄진 것이라고 한다면, 군사독재를 경험한 우리로서는 우려하지 않을 수 없는 대목입니다. 국방부는 이번 사건과 관련해 육군참모총장이 그런 지시를 한 적이 없다고 해명했으나 정확한 사실을 따지고 밝힐 필요가 있습니다.

 

최고 명령권자가 누구인가를 떠나 이번 문제는 성소수자에 대한 육군의 천박하기 짝이 없는 인식이 드러난 것으로, 군대를 둘러싼 적폐가 상상 이상의 분야까지 뻗칠 수 있음을 보여주는 방증입니다. 군은 당장 불법 수사를 중단해야 합니다. 아울러 봐주기 논란의 중심에 있는 '군법'이 아니라 평시에는 군인이 일반 시민과 같은 법의 적용을 받도록 하는 사회적 논의도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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