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생각비행입니다. 얼마 전에 출간한 《천상의 소리를 짓다》 북토크 & 콘서트에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이 책이 출간된 사실을 모르시는 분들도 계실 것 같아 잠깐 책 소개를 하겠습니다.
오르겔(Orgel)은 다양한 크기와 형태의 관을 음계에 따라 배열하고 바람을 불어넣어 소리를 내는 건반 악기를 의미합니다. 제작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에 큰 성당이나 교회, 문화예술 활동을 위한 콘서트홀 등에서나 가끔 볼 수 있는 악기죠. 아직 대중에게 친숙하지 않은 악기지만, 서양에서는 ‘악기의 왕’으로 불립니다. 서양에서 가장 오래된 형태의 악기이기도 하거니와 장엄하고 웅대한 오르겔 한 대가 수십, 수백 가지의 소리를 자아내기 때문입니다.
《천상의 소리를 짓다》는 오르겔바우마이스터(오르겔 제작 장인) 홍성훈의 삶과 작품 세계를 13년간 기록한 사진작가 김승범의 사진집이자 대중에게 익숙하지 않은 오르겔을 알기 쉽게 소개하는 인문서이기도 합니다. 이 책을 통해 서양의 악기에 한국의 소리를 담으려 노력해온 마이스터 홍성훈의 땀과 고뇌를 엿볼 수 있습니다.
북토크 & 콘서트
책 출간을 기념하여 북토크 & 콘서트 자리를 마련했습니다. 2016년 12월 1일(목) 7시 30분 새사람교회(서울시 종로구 청운동 89-20)에서 진행됩니다. 많은 참석 바랍니다.
《천상의 소리를 짓다》
출판기념 북토크 & 콘서트
영혼의 소리, 생명의 소리
-북토크-
사회자: 김민웅(경희대학교 교수)
패 널: 홍성훈(오르겔바우마이스터)
김승범(《천상의 소리를 짓다》 저자)
이상만(음악평론가)
김동철(전주 한국전통문화전당 원장)
장우형(서울장신대학교 교수)
문병석(가톨릭대학교 교수)
이은영(서울문화투데이 대표)
-콘서트-
----------------------------------------------------------- ---------------------------Org. 김서휘
Concerto in A minor BWV 593 중 1악장 J. S. Bach
----------------------------------------------------------------------대금. 정재우 / Org. 김서휘
어메이징 그레이스, 캄캄한 밤
--------------------------------------------------------------------------------------Org. 문병석
Toccata in B minor Eugene Gigout
*Toccata and Fugue in D minor BWV.565 J. S. Bach
연주자: 김서휘(오르가니스트), 정재우(대금연주자), 문병석(오르가니스트)
일시: 2016년 12월 1일(목) 7:30
장소: 새사람교회(서울시 종로구 청운동 89-20)
주관: 생각비행
천상의 하모니
이 책의 지은이 김승범은 2003년 4월 덕수궁에서 홍성훈을 처음 만났다. 당시 44세의 활기 넘치는 홍성훈은 영락없는 예술가의 모습이었다. ‘오르겔바우마스터’라는 직업 자체가 우리 사회에서는 생소하고 드문 터라 사진작가로서 본능적 관심이 발동했다. 첫 만남의 인연을 시작으로 김승범은 13년간 홍성훈의 삶과 작품 세계를 기록했다.
홍성훈은 독일에서 오르겔 제작에 투신해 독일 사람들 틈바구니에서 앞만 보고 달렸다. 만 12년 반이 지난 어느 날, 그는 오르겔바우마이스터라는 직함을 가슴에 안게 되었다. 독일에서 마이스터가 된다는 것은 무척이나 어렵고 기회도 잘 주어지지 않는 일이어서 보통 명예로운 일이 아니다. 오랜 시간을 바쳐 노력한 끝에 독일에서 순탄한 삶을 보장받았으나 홍성훈은 모든 것을 마다하고 고국으로 돌아왔다. 그는 서양의 악기가 아닌 ‘한국적 오르겔’을 만들고 싶었다. 독일에서 마이스터 도제 과정을 밟기 전, 도산 안창호 선생이 세운 흥사단에서 사물놀이, 봉산탈춤 전수 등의 활동을 한 이력과 주체할 수 없는 끼를 서울시립가무단(현 서울뮤지컬단)에서 발산하기도 했던 청년 홍성훈의 몸속엔 이미 한국의 신명이 깊숙이 자리 잡고 있었기 때문이다.
오르겔 제작의 불모지인 한국에서 홍성훈은 18년의 세월 동안 한 대씩 한 대씩 자신만의 색깔을 담은 오르겔을 지어왔다. 그가 만드는 오르겔 소리는 마음을 내려놓게 하는 천상의 소리이자 마음을 어루만지는 치유의 소리이기도 하다.
“무형의 공기가 수백 개의 파이프를 타고 들어가 천상의 하모니로 다시 태어나는 그 놀라운 순간을 무엇으로 표현할 수 있을까?” ―38쪽
홍대용의 꿈을 잇다
기원전 1100년 중국에는 생황이 있었고, 기원전 264년 알렉산드리아에는 수력을 이용해 소리를 내는 물-오르겔이 있었다. 바람을 불어넣어 공명으로 소리를 내는 악기다. 풀무를 이용해 지속적으로 소리를 내게끔 발전한 오르겔은 13세기 교회의 규모와 크기가 대형화되던 시점과 맞물려 거대해지기 시작한다. 그러다 르네상스 시기(15세기 후반~16세기)에 제작기술이 발전하면서 바로크 시대(17~18세기)에는 오르겔 문화가 전성기를 이루게 된다.
유럽 가톨릭과 기독교와 함께한 오르겔 역사에 비하면 한국의 오르겔 역사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짧다. 그런데 흥미로운 역사적 사실이 있다. 조선 중기의 실학자이자 과학자였던 남양 홍씨 담헌 홍대용이 선진 문물을 접하기 위해 떠난 중국의 북경 천주교회당에 있던 오르겔 소리에 감명을 받아 그 구조와 원리에 대한 탐구심을 펼친 일이다. 거문고 명인으로 음악적 조예가 깊었던 그로서는 크고 복잡하고 특이한 형태의 서양 악기에 관심이 동했다. 그는 즉석에서 음을 짚어가며 조선의 가락으로 옮겨보려는 시도를 했을 뿐 아니라 짧은 시간에 오르겔의 기계적 원리까지 파악하여 이를 기록으로 남겼다.
만약 홍대용이 나라의 지원을 받아 조선에서 오르겔을 만들었다면 그때부터 현재까지 오르겔은 우리의 훌륭한 문화유산이 되었을 것이다. 그런데 250여 년의 세월이 흐른 뒤 홍대용과 같은 남양 홍씨 홍성훈이 한국 땅에서 오르겔을 지어내고 있으니, 홍대용이 이룰 수 없었던 꿈을 홍성훈이 잇고 있다고 볼 수 있지 않을까? 독일에서 오르겔 제작자로서 안정적인 삶을 살 수 있었던 홍성훈이 고국으로 돌아온 까닭도 여기에 있으니.
홍성훈은 세종과 정조 때 조선이 문화의 황금기를 이룬 것처럼 앞으로 머지않아 올 그때를 위해 계속해서 한국적인 오르겔 작품을 세우고자 한다. 이를 위해 우리 문화의 토양에 어울리는 오르겔과 미래 지향적이고 예술적 감흥이 넘치는 또 다른 세계로의 오르겔을 지향하고 있다.
한국의 소리를 담다
“오르겔은 보이는 소리로서의 형태와 들리는 소리로서의 음색이 합쳐져서 하나의 생명체로 탄생한다.” ―58쪽
홍성훈이 오르겔을 설명하는 표현이다. 그는 서양 악기인 오르겔에 “보이는 소리로서의 형태”를 부여할 때 한국적인 색채를 담고자 노력해왔다. 오르겔 외관을 한국적 격자무늬나 비천상으로 장식한 것, 양평의 아름다운 자연을 고스란히 담아낸 산수화 오르겔을 만든 것, 한국의 전통적인 경첩과 칠보공예, 채화기법을 오르겔 제작에 적용하는 것이 바로 그런 노력의 일환이다.
또한 홍성훈은 “들리는 소리로서의 음색”에 한국의 소리를 담아내고자 노력해왔다. ‘홍플루트’ ‘프린치팔코리아’ ‘피리’ 같은 한국적 소리를 담은 레기스터(악기)를 오르겔에 넣은 것이나 블루오르겔이란 작품의 레기스터에 ‘푸르아라’ ‘가온누리’ ‘샛바람’ ‘아련나래’ ‘새암’ ‘미리별’이라는 순우리말 이름을 부여한 것이 바로 그런 시도의 일환이다.
홍성훈은 한국 전통문화 작가들과 고민을 나누며 더 다양하고 한국적인 오르겔을 제작하고싶어 한다. 나전칠기 기법을 적용한 채색 파이프를 넣은 오르겔, 한지를 이용해 일월오봉도를 입힌 오르겔, 편종과 편경이 함께 작동되는 오르겔 등을 선보일 예정이다.
13년간 홍성훈의 삶과 작품 세계를 기록한 지은이는 ‘한국적인 것이 세계적인 것’이고 ‘홍성훈의 것이 세계적인 것’이 되는 그날이 오길 바란다. 아울러 그가 짓는 오르겔이 세상의 번뇌를 씻어주고 평화를 선물하는 천상의 소리가 되길 바란다. 《천상의 소리를 짓다》는 홍성훈을 응원하는 지은이의 우정의 선물이다.
책속으로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