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중은 개, 돼지다. 개, 돼지로 보고 먹고살게만 해주면 된다."
윤태호 작가의 미완결 웹툰을 원작으로 히트한 영화 〈내부자들〉의 유명 대사죠. 이 대사를 현실에서, 그것도 진짜 국민한테 하는 고위 공무원이 나오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했습니다. 그런데 영화나 드라마보다 막장으로 치닫는 박근혜 정권하에서는 상상이 현실이 되더군요.
출처 - SBS
아시다시피 지난 7일 나향욱 정책기획관이 서울 종로의 한 음식점에서 기자들과 식사 중에 문제의 저 발언을 했습니다. "신분제를 공고화해야 한다"고까지 발언하며 죽은 구의역 비정규직 청년마저 모욕했습니다. 현장에 있던 《경향신문》 기자가 문제의 발언에 대해 재차 물었으나 다시 대답한 거로 보아서는 술김의 실언이 아니라 평소의 신념을 이야기한 것으로 보는 편이 맞을 것 같습니다.
출처 - 경향신문
고위 공무원으로서 국민을 저렇게 보고 있고 또 그걸 부끄러움 없이 기자들 앞에서 내뱉었다는 것 자체도 충격적이지만, 나향욱 정책기획관이 교육부 소속이라는 사실 앞에서는 할 말을 잃게 됩니다. 한 사회에서 사람과 사람이 지내는 법 그리고 사회에 이바지하는 자신의 역할 등을 교육하고 지도하도록 정책을 기획해야 할 담당자가 저런 생각을 하고 있었으니, 우리나라 교육부가 과연 제대로 운영되고 있었을지 되묻게 되는군요. 박근혜 정부가 국민의 뜻에 반하는 국정 역사 교과서를 추진해도 일사천리도 진행되는 것에 다 이유가 있었습니다. 민중을 개, 돼지로 생각하는 정책기획관이 일하는 교육부에서 어떤 국정 교과서를 만들지 안 봐도 그림이 나옵니다.
나향욱 정책기획관은 연세대 교육학과 출신으로 3년간 미국 아이오와 주립대에서 박사 과정을 수료했습니다. 이 유학비와 체재비를 국비로 지원받았습니다. 국민의 세금으로 마련된 장학금까지 받고서 은혜를 갚지는 못할망정 국민을 개, 돼지 취급하다니 목불인견이 따로 없습니다.
출처 - YTN
분노한 여론을 의식한 교육부는 지난 11일 긴급 브리핑 자리에서 공무원으로서 부적절한 망언으로 국민 마음에 큰 상처를 남기고 전체 공무원의 품위를 크게 손상한 책임을 물어 나향욱 정책기획관을 파면 조치하기로 했습니다. 국가공무원법상 최고 수위의 중징계이긴 합니다만 검사의 구형처럼 아직 최종 선고인 것은 아닙니다. 여론이 잦아들면 팔은 안으로 굽는다고 슬쩍 파면에서 사직 처리하고 덮을지도 모릅니다. 이런 일이 어디 한두 번이어야 말이죠.
박근혜 정권 들어 고위직 인사들이 막말의 극치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제는 눈 가리고 아웅도 할 생각조차 없나 봅니다. 단순 말실수나 욱해서 욕을 하는 건 그렇다 치더라도, 국가 반역급 발언들이 줄을 이었습니다.
출처 – 채널A
지난 1월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KEI)의 워크숍에서 이정호 센터장은 자신의 할아버지가 일제강점기 동양척식주식회사의 마지막 사장이었다고 자랑하며 건배사로 '천황폐하 만세' 삼창을 했다고 합니다. 동양척식주식회사는 일본이 영국의 동인도회사를 본떠 만든 기관으로 조선 착취의 대명사죠. 나석주 의사의 동양척식주식회사 폭탄 투척 사건으로 한 번쯤은 들어본 이름일 겁니다. 동양척식주식회사의 사장이었다면 빼도 박도 못할 친일파이고 이를 부끄러워해도 모자랄 판국에 사람들 앞에서 자랑하고 대한민국 정부 출연 기관의 워크숍에서 자발적으로 '천황폐하 만세' 삼창까지 하다니 뼛속까지 친일파 집안입니다.
출처 – 경향신문
이정호 센터장은 전두환 노태우 군부 내 사조직인 하나회의 핵심 멤버였던 이종구 전 국방부 장관의 차남이었습니다. 3대가 참 알뜰하게 나라를 망치는군요. 참, 김삼웅 전 독립기념관장에 따르면 할아버지가 동양척식주식회사의 마지막 사장이었다는 이정호 센터장의 자랑은 거짓말이라는군요. 조선총독부가 사장 같은 높은 직책에 조선인을 봉했을 리 없으니 기껏해야 조합장 정도였을 거라고요. 조합장 자리였더라도 보통 사람 같으면 쉬쉬하거나 부끄러워하며 사죄할 마당에 이정호 센터장은 스스로 나서서 거짓말로 할아버지 직책까지 높여가며 친일파로서 소임을 다한 것입니다. 할 말을 잃게 합니다.
출처 - 경향신문
하긴 뭐 이 정도는 박근혜 정권에서는 기본 스펙이겠죠? 유신 시대로 역사의 시곗바늘을 되돌리려 하고,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일본 입장에서 알아서 척척 해결해주고, 미국의 국익 앞에서 견마지로를 다하는 박근혜 대통령이 보기에는 얼마나 부족한 사람이겠습니까?
출처 - JTBC
교육부 인사가 민중을 개, 돼지 취급하여 공분을 사기 전에 한국장학재단은 헬조선에서 힘겹게 하루하루 연명하는 학생들을 조롱했습니다. 지난 4일 한국장학재단 안양옥 이사장은 세종시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학생들이 빚이 있어야 파이팅한다"고 말해 학생들의 분노를 샀습니다. 학생들의 학자금 부담을 조금이나마 경감시켜주는 기관인 한국장학재단의 이사장이 저따위 소리를 했다는 게 충격적입니다. 등록금 때문에 휴학해 아르바이트로 연명하고 졸업해서 사회생활을 시작해도 학자금 대출의 빚을 갚느라 등골이 휘어지는 청년이 태반이 판국에 감히 저런 농담을 하다니요? 교육부와 한국장학재단, 부창부수(夫唱婦隨 )가 따로 없다고 해야 할까요?
출처 - 매일경제
이외에도 미래부 서기관급 공무원은 성매매를 하다 적발되었습니다. 지방직 공무원들이나 일선 경찰관들의 성추행, 성폭행 사건은 너무 많아 뉴스에 다 나오기도 어렵습니다. 박근혜 정부 들어 공무원의 도덕적 기강 해이가 도를 넘었다는 비판이 여기저기서 쏟아지고 있습니다. 저런 망언들을 대놓고 해도 해를 입지 않을 거라 기고만장하지 않고서야 이럴 수는 없습니다. 우리 사회가 얼마나 불의해졌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죠.
더 큰 문제는 불의의 정점인 박근혜 대통령이 자신을 비롯해 이 모든 일련의 사태를 개인의 일탈로 간주하고 꼬리 자르기로 일관한다는 사실입니다. 고위직에 앉혀서는 안 될 사람들을 낙하산으로 내려보내고, 비위나 맞추는 사람들만 주변에 등용하니 이런 사달이 안 날 리 있겠습니까? 정부는 나날이 무능해지고 부패할 수밖에요.
출처 - 경향신문
제대로 된 대통령이라면 리더십을 발휘해 문제 있는 사람들을 일소하고 시스템을 재구축해야 하겠지만 '아몰랑' 대통령인 박근혜는 지역 이기주의와 안보 프레임으로 국론을 분열시키고는 아시아-유럽 정상회의(아셈) 참석차 오늘 몽골로 외유를 떠날 예정입니다. 아직도 2년 남았습니다. 대한민국이 망가지는 모습을 얼마나 더 봐야 하는지 답답하기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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