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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물/일상비행

이순신 장군에게 배워야 할 진정한 리더십

by 생각비행 2014. 8. 8.

영화 <명량>의 흥행이 심상치 않습니다. 임진왜란 당시 가장 역동적이었던 전투 명량해전을 영화화한 <명량>은 이순신 장군이 12척으로 왜선 330척을 물리친 영웅담입니다. 전 세계 해전사에 전무후무한 기록인데요, 영화 <명량>도 한국 영화사의 신기록들을 차례차례 격파하고 있습니다.

 

역대 최고 오프닝 스코어인 68만 2772명을 기록하더니 개봉 이틀 만에 최단 기간 100만 돌파 기록을 세웠습니다. 개봉 5일차에는 역대 최고 1일 스코어인 125만 3633명을 기록하며 최단 기간 400만을 돌파했고, 6일 차에는 500만, 개봉 8일 차에는 최단 기간 관객 700만 돌파라는 기록을 세웠습니다. 현재 우리나라 최고 흥행 기록인 제임스 캐머런 감독의 <아바타>를 물리치고 전인미답의 경지인 1500만 관객을 기록할 것이라는 기대도 나오고 있을 정도입니다. 

 

이 때문인지 지난 6일 박근혜 대통령도 여의도의 한 극장에서 <명량>을 관람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명량>은 영화적인 면과 진짜로 우리가 받아들여야 할 교훈의 면에서 논란이 있는데요. 생각비행은 이 시국에 영화 <명량>을 통해 우리가 받아들여야 할 이순신 장군이 남긴 진짜 교훈을 살펴보려 합니다.


 

출처 – 다음 영화



12척 대 330척의 해전에서 진짜 본받아야 할 점


이순신 장군은 세종대왕과 함께 우리나라 역사를 통틀어 논란의 여지가 없는 위인 중의 위인이며 영웅 중의 영웅입니다. 흔히 영국의 넬슨 제독과 비교되곤 합니다. 하지만 넬슨은 국가의 지원을 넉넉히 받으며 수많은 전공을 세웠고 사생활에 추문이 많았습니다. 반면 이순신 장군은 영화 <명량>의 시작 부분에서 드러나다시피 국가의 지원은커녕 임금과 권력자들로부터 고문과 모함을 받아 백의종군까지 했습니다. 그럼에도 이순신 장군은 한결같이 백성을 위하고 군인의 본분에 충실하여 청렴한 사생활로 인격자의 면모를 보여주었습니다. 참으로 비교할 데 없는 인류의 귀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순신 장군의 수많은 업적 중에서도 명량대첩은 가히 백미라고 할 텐데요. 이순신 장군이 모함을 당한 사이, 무능하기 짝이 없는 원균은 칠천량에서 이순신 장군이 친히 키운 당대 최강의 조선 해군을 모조리 말아먹었습니다. 그렇기에 복귀한 이순신에게는 칠천량에서 퇴각해온 12척 외에는 싸울 배가 없었던 것이죠. 하지만 도망쳐온 배와 군졸들만으로 수십 배에 달하는 왜선을 물리쳤다니 이순신 장군의 지략과 용맹은 참으로 대단합니다.


출처 – 다음 영화


하지만 이런 이순신의 위용이 우리 사회에서는 왜곡되어 쓰이는 사례가 빈번했습니다. 오늘날 위정자들은 한국 사람으로서 이순신 장군을 본받으려면 말도 안 되는 조건을 감내하고 성과를 내야 한다는 식으로 활용하곤 하는데요, 한마디로 말해 위에서 하는 말에 일절 불평하지 말라는 얘깁니다. 이런 억지는 역사가 꽤 깊어 영조도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고 합니다.



이순신은 간과(干戈)가 극렬한 가운데에서도 능히 전선을 만들었었는데 옹진이 아무리 피폐되었다고 해도 돈 4백 냥을 마련하지 못하여 이런 청을 한단 말인가? 수신은 추고하고 스스로 마련하여 배를 만들게 하라.

_영조실록(1744년 2월 20일)


이는 당시 황해 수사 박문수가 경비정을 만들 예산이 부족하다고 예산 지원을 요청하자 영조가 내린 답변이라고 합니다. 이순신은 달랑 12척으로 330척을 이겼는데 겨우 돈 400냥을 스스로 마련하지 못하느냐는 핀잔입니다. 그 유명한 암행어사 박문수조차 이순신과 비교되며 무시당했던 거죠. 하지만 과연 이것이 옳은 비교일까요?


생각비행은 명량해전에서 이순신 장군에게 진짜로 본받아야 할 점은 대장선의 희생자가 단 2명뿐이었다는 사실이라고 봅니다. 영화 <명량>에서 보이다시피 실제 역사에서도 이순신 장군의 대장선은 홀로 1~2시간을 왜선들과 싸웁니다. 그런데 《난중일기》의 기록에 보면 난전을 치르고도 대장선의 사망자가 단 2명이었고 부상자도 고작 3명에 불과했다고 합니다. 12척으로 330척을 패퇴시킨 것만 해도 대단하지만 희생자 수가 극히 적다는 사실은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현실입니다. 조선 수군의 12척은 모두 무사했지만 왜선은 침몰한 배의 수만 31척입니다. 이 수치는 최소한 그렇다는 이야기니 실제로는 전과가 더욱 컸겠죠.





출처 - 다음 영화


열세를 뒤집는 위대한 승리 때문에 우리가 간과하는 경우가 많지만 이순신 장군의 해전의 위대한 점 중 하나는 아군의 희생이 거의 없다는 점입니다. 한산대첩 직후 벌어진 안골포 해전에서는 단 한 명의 조선 수군도 죽지 않았지만 왜군은 42척이 침몰하고 3960명이 사망했습니다. 이순신 장군이 전사하는 마지막 노량해전에서조차 조선수군은 전사자가 10명에 그친 데 반해 왜군은 200여 척이 침몰하고 사상자가 2~3만 명에 달했습니다. 이러니 당시 왜군이 이순신이란 이름만 들어도 벌벌 떨었다는 이야기를 납득할 만합니다.



출처 - EnCyber.com


승리를 가능하게 했던 요인 중 하나는 철저한 훈련과 끊임없는 기술개발로 왜군에 비해 압도적인 해상 전력을 갖췄다는 점입니다. 조선 해군의 주력인 판옥선은 왜선보다 크고 단단했으며, 이순신 장군이 개량에 개량을 거듭해서 만든 화포는 근대적인 함대 포격전이 가능할 정도였다고 하죠. 여기에 훈련으로 갖춰진 빠른 기동력과 이순신 장군의 지략이 합쳐지니 일기당천이라고 할 만합니다. 영화 <명량>에서는 대장선의 백병전이 나와 희생자가 많이 나오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 역사에서는 포격전 위주로 전투하는 이순신 장군의 함대에 왜선이 달라붙기도 힘들었을 겁니다. 영화의 백병전은 어디까지나 극적인 긴장감을 위한 상상이지요.


이순신 장군이 항상 죽을 각오로 전투에 임한 결과 수군은 살아서 돌아올 수 있었습니다. 영화 <명량>에서 우리가 배워야 할 진짜 교훈은 책임 있는 자는 아무런 준비 없이 병사를 사지로 내몰지 않고, 자신이 죽음을 각오하되 부하들이 살아서 돌아올 수 있도록 최선의 방법을 총동원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그것이 진짜 리더십이 아닐까요?



신상필벌의 이순신 리더십, 하지만 후손들은?


이순신 장군이 보여준 또 하나의 리더십은 엄정한 군율에 기반을 둔 신상필벌이었습니다. 영화 <명량>에서도 잘 묘사되었듯이 군율을 어지럽히면 반드시 벌을 주었고, 그 죄가 중하면 가차 없이 처벌했습니다. 물론 공을 세우면 반드시 상으로 치하했지요. 그리고 이 모든 것을 이순신 스스로 실천했습니다. 그렇기에 백성과 군졸은 이순신 장군을 신뢰했고, 이를 바탕으로 훈련으로 축적한 경험 덕분에 혹독한 전투 상황에서 승리를 거둘 수 있었겠지요.




출처 - 다음 영화


영화 <명량>을 보면 명량대첩이 승리로 끝난 후 노꾼들끼리 “후손들이 우리가 이렇게 고생한 걸 알까?” “모르면 호로새끼들이지!” 하고 주고받는 대사가 나옵니다. 과연 우리는 이분들께 부끄럽지 않은 삶을 살고 있을까요? 세월호 참사를 필두로 사회 전반을 돌아보면 전혀 그렇지 않은 것 같습니다. 신상필벌에 누구보다 앞장서야 할 지도층이 서로 봐주기에 급급한 행태를 보이고 있기 때문입니다.


 

검찰이 서울시 강서구 재력가 송모씨 '로비장부'에 이름이 오른 정모 검사의 금품수수 사실이 인정된다면서도 '용돈'이라며 형사책임을 물을 수 없다고 밝혔다. 검찰 관계자는 "대가와 관련해 인정할만한 부분이 없다. 장부 말미에 용돈, 세배돈, 순수 용돈이라고 기재돼 있다"면서 "300만원은 추석용돈이라고 명시돼 있다"고 말했다.


檢 "검사 금품수수 인정되지만 용돈이다" (아시아경제)


사회 정의를 위해 공평무사해야 할 검찰이, 이미 로비 장부에 뇌물을 받았다고 기재되어 있는 검사가 받은 돈을 뇌물이 아닌 용돈이라고 했습니다. 그렇기에 그 검사를 처벌할 수가 없다고 합니다. 제 식구 감싸기에 지나지 않는 이런 행태를 두고 비난이 들끓고 있습니다. 신상필벌은커녕 좋은 게 좋은 거라는 식으로 덮고 넘어가는 것이 오늘날 지도층의 모습입니다. 이순신 장군이 지켜낸 나라의 후손으로서 참으로 부끄러운 일입니다.



8월 8일 현재 세월호 유가족은 25일째 단식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출처 - 한겨레


실제 역사는 아니지만 영화 <명량>에서 이순신 장군은 이렇게 말합니다. “충(忠)은 백성을 향하는 것이다. 백성이 있어야 나라가 있고, 나라가 있어야 임금이 있다”라고요. 오늘날 지도층은 영화 <명량>을 아전인수 하지 말고 이순신 장군이 역사에 남긴 진짜 교훈을 되새겨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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