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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물/일상비행

주목할 만한 독립출판물, 《그린마인드》를 소개합니다.

by 생각비행 2012. 9. 17.
안녕하세요? 생각비행입니다. 지난번 기사 <독립출판물 전시회가 있다!>에서 《그린마인드》라는 잡지를 다시 한 번 다루겠다고 약속드린 바 있습니다. 독립출판물은 창작자들이 기획, 제작, 유통에 이르는 출판의 전 과정을 도맡아 만든 출판물을 말하는 것으로, 최근 2~3년 사이에 주목받기 시작하여 홍대 주변을 중심으로 독립출판물을 전문적으로 유통하고 판매하는 서점이 생길 정도로 성장하고 있다고 말씀드렸죠.

독립출판물에 관한 일반인의 관심이 높아진 것을 반영이라도 하듯, 얼마 전 《한겨레 매거진 esc》는 '사표'를 주제로 기획기사를 준비하면서 독립출판물 형태로 사표를 재해석한 신미경(30) 씨를 중점적으로 다뤘더군요. 신 씨는 출판사에 다니다 지난 7월 사표를 내고 비정기 간행물인 《사표》를 냈다고 합니다. 독립출판물 잡지를 만드는 강좌를 듣고 과제물로 이런 도전을 시작했다는 내용이 기사에 담겨 있었습니다. 

그런데 지난 7월 5일부터 8월 19일까지 KT&G 상상마당에서 열린 <어바웃북스(ABOUT BOOKS: INDEPENDENT BOOK MARKET)> 전시에서 생각비행이 더 주목한 독립출판물은 《그린마인드》였습니다. 

삶과 삶의 무대를 담은 책, 《그린마인드》

이하 사진 그린마인드 제공

최근 발간된 《그린마인드》 2호는 잡지의 성격을 이렇게 소개하고 있습니다.

'그린 마인드'는 삶과 삶의 무대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는 책입니다. 환경은 인간이 꿈을 펼칠 수 있는 삶의 무대이며 인간은 그 무대를 수놓는 주인공입니다. 세상은 시간을 더해 갈수록 더 특별한 것 자극적인 것을 요구하지만 저희는 묵묵히 버티고 있는 오늘의 '그냥' 이야기를 전하려 합니다. 특별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아닌 오늘도 열심히 사는 당신의 이야기 그리고 당신의 '주변'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책.

비록, 오늘 당신이 밟은 땅이 회색빛 아스팔트 길이 대부분이었어도 괜찮습니다. 우리는 당신이 밟은 시멘트 땅 속에 보드라운 흙이 있다는 것과 마음에도 '그린'이 숨어 있다는 사실을 선물처럼 전달해 드릴 '그린 마인드'입니다. 

 
그 때문일까요? 《그린마인드》에는 자연의 풍광을 담은 아름다운 사진이 자주 눈에 띕니다. 2호 기획기사는 '재생지'에 관한 내용이었는데요, 이 기사는 다음과 같은 이야기로 끝납니다.

"아무런 보호정책이 없어 재생지의 가격경쟁력이 나무로 만드는 종이에 비해 저렴하지도, 종이의 질이 나무로 만드는 인쇄용지에 비해 뛰어나지도 않지만, 그럼에도 우리가 재생지를 찾아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재생지는 종이가 종이의 원료가 된다는 단순한 생각을 넘어 종이가 나무를 지킨다는 간절한 마음을 담고 있다는 것. 이제 종이를 소비할 때 고지가 사용된 퍼센트가 적힌 고지율을 살펴보는 건 어떨까? 소신 있게 재생지를 사용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소신 있게 재생지로 만든 책을 찾는 것도 필요한 때이다."

그다음 페이지를 넘기니 다음 사진이 나왔습니다. 잘 정돈된 농지와 지붕에 태양열 집열판을 얹은 주택이 인상적입니다. 우리 인간은 자연에 기대어 살아갈 수밖에 없습니다. 인간은 종이를 얻기 위해 많은 나무를 훼손하지만, 한편으론 자연을 훼손하지 않으려고 엄청난 노력을 기울이면서 살고 있기도 합니다. 자연과 더불어 살아야 하는 인간의 숙명이 이 한 장의 사진에 녹아 있다고 느끼는 건 아마 저희만은 아니겠지요. 

《그린마인드》를 만드는 이들은 전문 출판인이나 잡지 전문가가 아닙니다. 하지만 '그린 마인드'를 전파하는 데에는 누구보다 앞장서는 젊은이들이었습니다. 고수는 고수를 알아보는 법. 《그린마인드》 2호 '당신의 그린마인드' 꼭지에는 삼청동 일대에서 인력거를 끄는 두 젊은이를 취재한 기사가 실려 있습니다. 

주인공은 인재와 모빈. 이 둘은 고등학교 때부터 친구 사이랍니다. 유난히 무더웠던 여름, 땀을 뻘뻘 흘리며 인력거를 끄는 이들을 향해 사람들은 물었습니다. 공부 많이 한 사람들이 왜 이런 일을 하느냐고요. 두 사람의 답변이 궁금하신가요? 그렇다면 《그린마인드》의 독자가 되어주세요. 오늘 소개하지 못한 '그린 이야기'가 가득 담겨 있으니까요.


《그린마인드》를 만드는 이들과 나눈 인터뷰

- 《그린마인드》라는 잡지를 간략하게 소개해주세요.
 
《그린마인드》는 청춘에게 고하는 환경 잡지입니다. 《그린마인드》는 오늘 우리가 밟은 땅의 대부분이 회색빛 아스팔트 길이었어도 우리가 밟은 시멘트 땅속에 보드라운 흙이 있다는 것과 우리의 마음에도 ‘그린’이 숨어 있다는 사실을 전달하기 위해 만들어졌습니다. 

잡지의 타이틀처럼 모든 출발은 '그린 마인드'에서 시작됩니다. 'green(자연)'과 'mind(마음)'는 여러분과 우리가 건강한 마음을 찾아가는 여정 속에 자연스레 생태와 인간이란 주제를 발견하게 해줍니다. 우리는 여전히 생태와 사람에 관한 이야기를 어떻게 풀어나갈지 고민 중이지만, 분명한 것은 여러분이 이 잡지를 통해 성장하는 청년들을 발견할 수 있고 응원을 보내게 되리라는 점입니다.

- 잡지를 만드는 분들을 간략하게 소개해주시고, 각자 맡은 역할도 알려주세요.

김현정_ 애칭은 팅커벨. 학창 시절, 배농사를 지었어요. 직접 수확하고 판매까지 하는 자연주의 교육을 받았답니다. 사진 찍는 걸 좋아하고, 재활용하는 것이 취미입니다. 《그린 마인드》에서 디자인을 맡고 있어요. 디자인 전공이 아닌 터라 여러 책을 참고하면서 만들고 있어서 아직은 부족하지만, 《그린 마인드》 정신만은 충만합니다!

장혜영_ 애칭은 마치. 삶의 소소한 일들에 호들갑 떠는 단편영화와 다큐멘터리들을 제작해왔습니다. 일관적인 주관을 가진 ‘작가’가 되는 게 꿈이어서 그 꿈에 첫발을 떼는 심정으로 《그린 마인드》의 콘텐츠 제작에 뛰어들었습니다. 마치 해야만 했던 것처럼, 마치 처음부터 내 자리였던 것처럼, 기획과 취재를 꿰찬 호들갑을 떠는 마치입니다. 

전지민_ 애칭은 썸머. 부산에서 출생해 포항에서 유년시절을 보냈습니다. 바닷가를 제 집처럼 누비고 다니던 유년의 추억이 삭막한 도시생활을 하는 지금까지 힘이 되고 있습니다. 소설특기생으로 대학에 입학했고 지금까지 꿈의 끈을 놓지 않고 있습니다. 시를 쓰려면 시인처럼 살아야 하는 것처럼 《그린 마인드》를 만드는 나도 '그린 마인드'처럼 살아야 하는 것 아닐까라는 깨달음을 얻고 있는 꿈 많은 썸머입니다. 잡지의 세부적인 콘셉트와 스토리텔링 및 편집을 맡고 있습니다.

- 직장생활을 하면서 이런 잡지를 만들게 된 계기가 있나요?
 
이제까지 우리는 말 잘 듣는 딸들이었습니다. 열심히 공부하고 취업해서 돈을 벌고 있지만, 우리의 삶이 발랄하지는 않다고 느꼈습니다. 우리의 부모님은 빨리 ‘무엇’이 되길 바라셨고 그래서 우리는 서둘러 무엇이 되었습니다. 인생의 시기 중 중요하지 않은 때는 없겠지만, 우리는 서른이 되기 전 빨리 '사고'를 치고 싶었습니다. 각자 본인의 마음속에 깃들어 꿈틀거리는 소망을 꺼내어 목소리도 붙여주고 옷도 입혀주면서 구체적으로 모양을 만들어내고 싶었습니다. 《그린마인드》는 이처럼 절대 사라지지 않을 콘텐츠이자 우리의 신념입니다.

- 세상에 많은 잡지 가운데 《그린마인드》만의 차별성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앞으로 어떤 잡지로 만들어나갈 생각인지 알려주세요.
 
세 명의 여자가 만든다는 것, 처음엔 이게 큰 약점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다양한 이야기를 담지 못할 것 같았거든요. 하지만 이제는 오히려 강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여자 셋이기에 풍겨 나오는 감성이 있고, 여자 셋이기에 아기자기한 일들도 벌일 수 있었습니다. 저희가 드리는 부록만 봐도 그래요. 저희는 매번 직접 재활용해서 만든 소품을 부록으로 선물할 예정인데요, 창간호는 동대문 시장에서 원단을 자르고 남은 자투리 천을 활용한 팔찌였어요. 2호 선물은 쓰고 남은 벽지를 일일이 수작업으로 만든 노트랍니다. 만일 우리가 남자였다면 고개를 절레절레 했겠지요. 

우리 잡지의 특성은 ‘성장하는 잡지’라는 겁니다. 이제 막 시작한 잡지여서 부족한 모습이 많겠지만, 그것을 그대로 보이려고 해요. 오히려 그런 과정을 지켜보는 재미를 드리고 싶어요. 한 예로 저희는 재생지로 잡지를 만들고 싶었지만, 형편이 좋지 않아 창간호는 콩기름 인쇄밖에 하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2호는 표지는 전면 재생지를 사용했어요. 재생지의 가격이나 이미지 구현 면에서 부담이 있었지만, 재생지에 관해 공부하고 공장을 찾아가 취재하면서 저희가 변화된 결과랍니다. 이렇게 저희가 성장하는 만큼 잡지도 성장하리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저희부터 '그린 마인드'를 잃지 않고, 실천해나가려고 해요. 《그린마인드》가 저희이고, 저희가 《그린마인드》인 삶을 꿈꾸며 '그린 마인드'인 사람들을 만나고 배우고 응원하려 합니다.  

- 처음 잡지를 만들면서 생긴 일화가 있다면 알려주세요.

잡지를 만들면서 우리 스스로 더 적극적으로 변했어요. 그전에는 좋은 사진을 보거나 그림을 보면 그저 '좋다'고 생각하고 말았지만, 이제는 잡지를 통해 많은 사람에게 보여주고 싶더라고요. 그래서 직접 사진작가에게 찾아가 말을 걸고, 작품을 의뢰했어요. 잡지가 나온 것도 아닌데, "창간호를 만들고 있는데요~" 하며 말을 건넸으니 이제 와 생각해보면 그분들이 더 대단하신 것 같아요. 아직 세상에 존재하지도 않는 잡지를 위해 작품을 주시다니 말이에요. 그 당시에 저희는 명함조차 없었어요. 종이에 친필로 쓴 명함을 건넨 것도 참 귀여웠다는 생각이 듭니다. 

- 출판등록을 하지 않은 독립잡지 형태인데 앞으로 어떻게 구독자를 늘려나갈지 계획이 있다면 알려주세요.
 
잡지를 만드는 과정에서 사람의 소중함을 알게 되었습니다. 기획부터 디자인까지 각자 맡은 역할에 따라 최선을 다했습니다. 함께 참여하고 도움을 주신 분들, 글을 기고해주신 분들이 알아서 입소문을 내기 시작했습니다. 저희는 책을 만드는 과정과 《그린마인드》의 일상을 페이스북, 블로그, 홈페이지를 통해 독자들에게 알리며 다가가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사실 잡지를 만들고 나서야 잡지를 만드는 것만큼이나 잡지를 알리고 독자에게 전달되는 통로를 만드는 일에도 힘을 쏟아야 한다는 걸 알았습니다. 독립 출판 서점들과도 연계하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현재 우리 잡지는 YOUR MIND, 가가린, shop MAKERS, from th books에서 만나실 수 있습니다. 

- 잡지에 올인할 계획이 있는 건지도 궁금합니다. 그렇다면 그건 언제쯤일까요?

잡지를 향한 마음은 이미 올인입니다. 각자 하고 있는 일들도 책을 내기 위해서이기 때문이니까요. 좋은 콘텐츠를 만들기 위해서는 더욱 잡지에 올인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직접 발로 뛰며 취재해야 하고, 환경 전반에 관한 공부도 필요하고, 출판 관련 실무 지식도 쌓아야 하거든요. 창간호는 우선 저희 셋이 돈을 모아 제작했어요. 앞으로도 계속 《그린마인드》를 만들고 싶고, 그러자면 제작비를 벌기 위해 일을 해야 하는데, 그러자니 콘텐츠의 질에 한계가 있어서 고민을 많이 하고 있어요. ‘뿌린 대로 거둔다’고 생각해요. 올인하지 않으면서 좋은 결과를 바라는 건 욕심이라고 생각해요. 좋은 잡지를 만들고 그 질을 유지하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할지 부담을 느끼며 고민하고 있습니다. 

- 혹시 잡지를 구매한 독자한테서 받은 의견이 있나요? 사연 있는 독자 이야기가 있다면 알려주세요.

초창기엔 주로 지인들이 잡지를 구매했습니다. 그 때문인지 피드백 대부분이 응원과 칭찬이었습니다. 출판 분야의 전문가이신 선배님들께 조언을 듣고 싶었지만 선뜻 내밀기엔 어마어마한 용기가 필요하더군요. 저희 스스로 너무나 부족하다는 걸 느끼고 있었거든요. 그런데 블로그에 우리 잡지에 관한 후기가 하나둘 올라왔습니다. 절망감에 빠진 어느 야심한 새벽, <그린마인드엔 이효리가 없다>라는 서평을 보았습니다. 이 잡지는 왠지 뒷동산에서 읽어야 할 것 같다며 싱그러운 풀 위에 《그린마인드》를 올려놓고 사진도 찍으며 계속 볼 수 있으면 좋겠다며 애정을 보이시더라고요. '특별한 사람이 없어도 가능성이 보이는 책'이라는 문장이 특히 위로가 되었습니다. 

- 앞으로 담고 싶은 특집이나 꼭 인터뷰하고 싶은 인물이 있다면 잡지의 구성과 연관하여 알려주세요.
 
'그린 마인드'를 가진 사람들을 찾고, 그 생각을 나누고 싶습니다. 유명한 사람은 아니어도 우리 주변에서 소소하게 실천하고 있는 건강한 사람들의 마음을 응원하고 싶고, 자랑하고 싶습니다. 최근에 《빙글빙글(Round and Round)》이라는 책을 읽었어요. 김동환 재활용 작가가 만든 책인데 굉장히 도전받았습니다. 재활용을 다시 사용한다는 의미를 넘어서 ‘재창조’의 영역으로 끌어올린 그의 시각에 정말 박수를 보내게 됐어요. 우리 잡지의 이름 그대로를 딴 특집을 한번 만들고 싶어요. 도전이 되는  《그린마인드》들을 소개하고 싶습니다.  

사람은 책을 만들고, 책은 사람을 만듭니다. 《그린마인드》는 '그린 마인드'를 지닌 사람을 만드는 잡지입니다. 초록 물결이 더 널리 퍼지도록 여러분이 관심을 기울여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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