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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보도/강정마을 해군기지 건설반대

[강정마을 해군기지 건설반대 9] SOS! 강정마을

by 생각비행 2011. 9. 7.

해군기지 건설을 강행한 해군

안녕하세요? 생각비행입니다. 오늘은 다급한 소식을 전합니다. 제주해군기지사업단이 9월 6일 오후 국회 예결특위 조사소위가 강정마을 현장조사를 다녀간 직후 구럼비 해안에 굴착기를 투입해 본격적인 공사를 시작했다고 《제주의소리》가 밝혔습니다.  (<국회 조사단 왔다가자 강정 구럼비 '산산조각'>)

9월 2일 수많은 경력을 동원하여 중덕해변으로 가는 통로를 펜스로 차단한 해군이 기어이 9월 5일 공사를 재개했습니다. 공사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어제 《제주의소리》에 실린 보도사진(위)은 아주 멀고 높은 곳에서 망원렌즈를 이용하여 촬영한 듯합니다. 

현재 강정마을에 계신 분과 통화를 해보니 그곳에 있는 장비로는 공사 상황을 정확히 파악하기 어렵다고 하는군요. 고권일 강정마을반대대책위원장이 올랐던 망루에서도 흙먼지가 날리는 모습과 뭔가 깨는 소리가 포착될 뿐 정확한 공사 현장을 볼 수 없다고 합니다.

이 아름다운 곳을 다시 볼 수 없다면...

생각비행이 지난 8월 초에 강정마을을 지지방문했을 때 찍은 사진입니다. 구럼비와 범섬과 푸른 하늘과 바다가 한데 어울린 멋진 풍광이지 않습니까!
날이 맑으면 맑은 대로, 흐리면 흐린 대로 중덕해변은 참으로 장관입니다. 주기적으로 구럼비에 부딪혀 부서지는 파도를 바라보면 온갖 시름을 다 잊을 수 있었습니다.
강정마을 중덕바닷가엔 수많은 생물이 살아 숨 쉽니다. 바다엔 돌고래가 뛰놀고 아름다운 연산호가 군락을 이루고 있습니다. 구럼비는 붉은발말똥게와 맹꽁이의 놀이터입니다. 푸른 창공은 갈매기가 차지하고 있지요.
구럼비는 길이가 1.2킬로미터가 넘는 한 덩어리의 용암바위입니다. 어떤 곳은 구멍이 숭숭 뚫려 있고, 어떤 곳은 매끈하며, 또 어떤 곳에선 맑은 물이 솟아납니다.
게 한 마리가 일광욕을 즐깁니다. 다양한 종류의 게가 구럼비 바위 틈에 숨어 살고 있습니다. 덩치가 큰 녀석은 혼자서 먹이를 찾아다니고, 작은 녀석들은 무리를 이뤄 다니기도 합니다. 구럼비 곳곳에서 다양한 생명체를 만날 수 있습니다.
태풍 무이파가 지나간 오후 중덕바닷가를 청소하는 중에 붉은발말똥게 한 마리가 응원을 나왔습니다. 마을 어르신 한 분이 발견하셨는데요, 아직 완전히 자라지 않은 중간 크기의 녀석이라고 설명해주셨습니다. 사진 한 장 찍고 바로 자연으로 돌려보냈습니다. 환경부 지정 멸종위기 2급 희귀종인 붉은발말똥게는 바닷가나 하구 가까운 습지 또는 숲속에 삽니다. 아가미로 호흡하므로 늘 물기가 있는 곳에서 지내야 합니다. 구럼비는 붉은발말똥게의 대규모 서식지입니다.
환경부 지정 멸종위기 야생 동식물 후보종인 '제주새뱅이'가 발견된 '할망물'입니다. 새뱅이는 몸길이 약 25밀리미터 정도의 민물새우로 한국·일본·중국에 분포하며 하천이나 연못·호수에 살며 5∼7월에 알을 낳습니다. 용천수인 할망물 때문에 중덕바닷가에 아래와 같은 5성급 호텔이 들어섰습니다.
강정마을 지지방문자를 위한 숙소로 사용하는 공간이지요. 태풍 무이파에도 별탈없이 견딜만큼 튼튼한 텐트입니다. 여름철 모기가 많다는 것 말고는 시원하고 바다가 보이고 구럼비가 펼쳐져 있으니 지상낙원이 따로 없습니다.
해군기지 건설반대 운동에 동참하는 강정마을 주민, 활동가, 지지자들이 식사를 나누는 '중덕 레스토랑'입니다. 이곳도 이젠 볼 수가 없군요. 인심 후한 '셰프' 종환 삼촌은 지난번에 크레인 조립을 저지하다 구속되셨습니다.     
최첨단 친환경적인 설거지 방식을 고집합니다. 근처에 있는 할망물이 오염되지 않도록 합성세제는 쓰지 않습니다. 천연비누로 설거지를 했습니다. 언제 다시 여기서 설거지를 할 수 있을까요? (물론 해군기지가 전면 백지화된다면 이런 인공물도 다 철거하겠지만요.)
음식물을 가급적 남기지 않는 게 공동생활의 기본입니다. 푯말 뒤편에 포대가 하나 있습니다. 그 안에 톱밥이 들어 있습니다. 음식물 찌꺼기가 쌓이면 냄새가 나지 않도록 톱밥을 뿌려줍니다. 수많은 생물이 음식물을 분해하여 자연으로 되돌려 보냅니다.
이게 뭘까요? 친환경적인 화장실입니다. 좌측 두 칸은 여성용, 우측 한 칸은 남성용입니다. 생각보다 넓고 냄새도 나지 않고 아주 깨끗합니다. '한 번 들어가면 나오기 싫고, 숙변도 바로 보게 한다'는 전설의 화장실, 이제 그곳에 들어갈 수 없군요.
중덕바닷가 명물 중 하나입니다. 작품 이름은 모르겠습니다. 아랫쪽에 있는 문을 열고 들어가 쉬거나 명상을 할 수 있습니다. 저 안에서 바다를 바라보면 시간 가는 줄 모릅니다.
원래 솟대는 삼한(三韓)시대에 신을 모시던 장소인 소도(蘇塗)에서 유래했다고 합니다. 농가에서 섣달 무렵 새해의 풍년을 바라는 뜻에서 볍씨를 주머니에 넣어 장대에 높이 매달았습니다. 이 볏가릿대[禾竿]를 넓은 마당에 세워두고 정월 보름날 마을 사람들이 농악을 벌이는데, 이렇게 하면 그 해에 풍년이 든다고 믿었습니다. 민간신앙의 상징물인 장승 옆에 장대를 세우고 장대 끝에 새를 나무로 깎아서 달기도 했습니다. 중덕해변에 언제부터 솟대가 있었는지 모르겠지만 이것을 만든 분도 제주가 평화의 섬이기를 바라지 않았을까요?
중덕바닷가에 있는 또 하나의 명물, 사진전시관입니다. 올레 7코스를 걷는 분들이 잠시 쉬어갈 수 있는 장소이자 해군기지 건설반대 뜻도 알리고 서명도 받는 곳입니다.
사진전시관 좌측편 해안을 보면 해군기지 건설현장에 쌓인 엄청난 수의 트라이포드가 보입니다. 저것을 아름다운 중덕바닷가에 집어넣겠답니다. 끔찍한 일입니다.
대자연 앞에 서 있는 우리의 모습을 보십시오. 이곳은 해군기지가 들어설 곳이 아니라 그대로 보전하여 후대에 물려줘야 할 공간입니다. 아무리 국가 안보가 중요하다고 해도 주민의 의지를 제대로 청취하지 않고, 정당한 민주적 절차를 따르지 않고, 제대로 된 환경영향평가조차 거치지 않은 해군기지 건설공사가 어떻게 용인될 수 있습니까?

국회 예결특위 조사소위가 강정마을 현장조사를 다녀간 직후 기다렸다는 듯이 공사를 강행한 해군의 몰지각한 행위를 좌시할 수 없습니다. 다양한 방법으로 해군기지 건설을 막아야 합니다. 슬기를 모으고 힘을 모읍시다. 지금 각자의 자리에서 할 수 있는 일을 해주십시오.  
구럼비가 웁니다. 사람들이 통곡합니다. 이젠 더 주저하지 말고 일어나야 할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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