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미국 대통령이자 현 공화당의 유력 대선 주자인 도널드 트럼프가 지난 7월 13일(현지 시간) 펜실베이니아주에서 열린 집회에서 암살 시도로 보이는 총격을 받았습니다. 트럼프는 약간 상처를 입었고 현장에서 지지자 1명이 숨지고 2명이 중상을 입었습니다. 총격을 가한 범인은 현장에서 사살되었습니다.
출처 - 뉴욕타임스
이날 오후 펜실베이니아 버틀러 유세장에서 발생한 총격 테러는 트럼프가 불법 입국자 문제를 거론한 순간 발생했습니다. 총성은 한 발이 아니라 연이어 들렸습니다. 트럼프는 오른손으로 자신의 오른쪽 귀를 만진 뒤 단상 아래로 몸을 숙였고 경호원들이 무대 위로 뛰어올라 트럼프를 보호했습니다. 영상에 따르면 총성이 들린 지 1분 여가 지나자 경호요원들의 부축을 받고 일어선 트럼프는 주먹을 불끈 쥐고 들어 올려 지지자들에게 건재함을 과시하고 물러났습니다. 트럼프는 총격을 받아 오른쪽 귀의 윗부분을 관통당했고, 피를 흘리는 트럼프의 모습이 촬영되기도 했습니다.
출처 - 뉴스1
빗나간 총알은 트럼프 뒤에 있던 지지자의 뒤통수에 맞았습니다. 이 지지자는 현장에서 즉사했다고 하죠. 사망자 가족은 약 5명 정도였는데 이들은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모를 정도로 충격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고 목격자들은 전했습니다. 한편 사망자 근처에 있던 여성은 팔 쪽에 총을 맞은 것으로 보였다는 증언도 보도되었습니다. 총은 7발 이상 발사된 것으로 생각한다는 증언도 있었습니다. 공화당 하원의원인 로니 잭슨은 자신의 조카가 목에 경미한 상처를 입었고 현장에서 치료를 받았다고 밝혔습니다.
출처 - YTN
미국 내외의 모든 정치인이 이번 총격 테러에 대해 비난의 메시지를 밝혔습니다. 대권을 놓고 경쟁 중인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에는 이러한 폭력이 자리할 곳이 없다"면서 "우리 모두 이를 규탄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역시 "민주주의에 정치적 폭력이 설 자리는 절대 없다"며 트럼프가 크게 다치지 않아 안도했다고 했습니다. 트럼프 행정부의 부통령을 지낸 마이크 펜스 역시 트럼프를 위해 기도하고 있다며 모든 미국인이 함께해 주기를 촉구했습니다. 이 밖에도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는 트럼프 유세에서 벌어진 충격적인 장면에 경악했다고 하면서 "어떤 형태의 정치적 폭력도 우리 사회에서 설 자리가 없으며 이번 공격의 모든 희생자들에게 애도를 표한다"고 밝혔습니다. 기시다 일본 총리도 민주주의에 도전하는 모든 폭력에 반대할 것을 촉구했습니다. 트뤼도 캐나다 총리는 트럼프에 대한 총격은 역겨운 일이라고 했습니다.
출처 - 연합뉴스
현재까지 밝혀진 내용을 보면 현장에서 사살된 범인은 펜실베이니아 출신의 토머스 매슈 크룩스라고 합니다. 20살 백인 남성으로 AR-15 반자동 소총을 이용해 난사했다고 하죠. 그는 유세장에서 150m 정도 떨어진 공장 옥상에 숨어 포복한 상태로 저격을 시도했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범인은 트럼프가 속한 공화당원이었습니다. 그래서일까요? 미국에서는 각 진영에 따른 음모론이 횡행하고 있습니다.
출처 - 연합뉴스
음모론이 제기되는 이유 중 하나는 유세 현장의 많은 지지자들이 당시 공장 옥상으로 소총을 들고 기어올라가는 남자를 경찰에 신고했기 때문입니다. 공장 밑에 있던 경찰을 향해 지붕 위에 소총을 든 사람이 있다고 외쳤지만 경찰은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몰랐다고 전해지기도 했죠. 이번 유세 현장이 그렇게 큰 곳도 아니고 건물도 몇 개 없는데 지붕마다 경호국 요원을 두지 않았는지 의아하다는 지적도 있었습니다. 게다가 당시에 이런 신고를 한 사람이 한두 명이 아니었다고 하죠. 미국 당국은 총격범이 있던 옥상 건물은 경호 구역에 포함되지 않았다고 해명하면서도 이번 사건을 사전에 막지 못한 점을 일부 인정했습니다. FBI 특수요원 케빈 로젝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총격 발생 당시 총격범의 존재를 알았냐는 질문에 "현재로서는 그렇게 평가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총격범을 사전에 막지 못한 실수를 사실상 인정한 셈이죠. 펜실베이니아주 경찰도 보안 실패를 인정하는 듯 이번 문제를 파악해 개선점을 찾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출처 - 머니투데이
한편 민주당 지지층 등 일각에서는 이번 암살 시도가 트럼프 지지자들의 자작극이라는 설이 제기되기도 했습니다. 범인이 공화당원이라는 점도 이런 음모론이 나온 배경 중 하나입니다. 그렇지만 대부분의 음모론은 트럼프 지지자들 사이에서 나옵니다. 지지율에서 앞선 트럼프를 암살하기 위해 바이든이 사주한 것이라는 식의 허무맹랑한 내용입니다. 현직 공화당 하원의원인 마이크 콜린스는 바이든 대통령이 암살을 명령했다고 SNS에 글을 올리며 그를 암살 선동 혐의로 기소해야 한다고 촉구하기도 했고, 연방 정부 공무원 조직인 딥스테이트가 획책한 것이라는 식의 음모론까지 횡행하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미국인들이 하나의 사실을 놓고 정치적 견해에 따라 현실을 서로 왜곡하는 현상이 심해지고 있다며 우려를 표했습니다.
출처 - KBS
이유가 어떻든 이번 암살 시도로 인해 안 그래도 트럼프의 우세로 점쳐지던 미국 대선이 사실상 굳어지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힘이 실리고 있습니다. 특히 AP통신 사진기자 에반 부치가 찍은 총격 당시 트럼프의 사진은 지지자들은 물론 관심이 없던 사람들에게서 큰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에반 부치는 2021년 조지 플로이드 사건 취재로 퓰리처상을 받은 베테랑 사진 기자죠.
출처 - 뉴스1
정치 테러는 민주주의의 가장 큰 방해물 중 하나입니다. 어떤 정치인이라도 테러의 대상이 되어선 안 됩니다. 이와 별개로 트럼프의 공약이나 평소 됨됨이를 보자면 이대로 그가 미국 대통령이 다시 될 경우, 미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가 어떤 혼란한 국면에 처할지 알 수 없습니다. 110년 전 사라예보에서 울린 한 발의 총성이 제1차 세계대전의 도화선이 되었습니다. 이번 총성이 21세기의 사라예보의 총성으로 역사에 기록되는 일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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